머 리 글
2001-06
뒤 안 그 리 고 좌 우 지 간(左右之間)
박병민목사(새터공동체)
처는 이따금 뒤안이라는 말을 쓰곤 한다. 집 뒤꼍을 말할 때 바로 그렇게 말한다. 봄여름 식구들이 이렇게 저렇게 먹는 채소를 손가기 쉬라고 사람 곁인 터전에 자리를 잡아 심었다. 그 먹을거리가 자리잡은 곳이 사람이 차지하고 서성이는 앞마당이 아닌, 남향의 덩그런 집채가 가리고 있는 후미진 뒤 터에 심겨졌음을 보고 마음이 무거운 생각이 들었다. 그 채소들에게는 햇볕이 쨍쨍 드는 시간이 적기에 클 만큼 온통 크지를 못한다. 사람 옆의 식물(植物)들이 제 마음껏 자라나지도 못하고 곧 사람의 식물(食物)이 될 것이다.
옛적에 사람들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전면(前面)인 앞마당보다 남모를 뒤 안을 더 여겨 거기에 후원(後園)이라는 것을 꾸며놓고 풍치(風致)를 일삼았던 듯싶다. 몇 해 전 서울에 갔다가 대궐 구경을 나갔었다. 서울 장안의 구경거리 중의 하나가 비원(秘苑)이다. 그런데 이 비원이라는 말은 그렇게 바람직한 말은 아니다. 비원의 원래 이름은 “후원(後苑)” 혹은 북쪽에 있다하여 “북원” 이다. 또한 왕족 이외에는 접근을 금지 시켰다 하여 “금원”이라고도 불렀단다. 비원은 창덕궁의 후원이며 조선시대 임금과 왕실이 풍류를 즐겼던 휴식처였다. 비원이라는 이름은 일본인에 의하여 1904년 고종때부터 사용했다고 한다. 여러 곳 중에 기억되는 곳은 연못인 부용지였다. 그 모양은 땅을 상징하는 네모난 연못 안에 하늘을 나타내는 둥근 섬을 만들었다. 네모난 땅, 둥근 하늘. 내 품도 그처럼 컸으면 싶다. 전후(前後) 좌우지간(左右之間), 이렇든 저렇든 어쨌든 간에...... 앞뒤 안 가리는 것이 제일 좋을 것이다. 구약성서에서 아브람과 조카 롯이 각각 많은 것들이 지녀지게 되면서, 한 장소에서는 둘이 같이 살수 없을 만큼이 되었다. 아브람이 말을 했다. “너와 나는 한 골육(骨肉)이 아니냐? 네 목자들과 내 목자들이 서로 다투어서야 되겠느냐?" "네 앞에 얼마든지 땅이 있으니 따로나가 살림을 차려라. 네가 좌하면 나는 우하고, 네가 우하면 나는 좌하겠다”(창세기 13:1-9). 좌우지간, 얼마나 좋은 말인가?
그 좋은 성서의 복음서 이야기를 하나 더하련다. 요한이 전하여준 요한복음서의 이야기 중 하나이다. 예수께서 감람산으로 가셨다가 다음날 이른 아침에 성전에 오셨는데,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들에게 가르침을 줄 때에, 서기관(書記官)들과 바리새인들이 간음(姦淫)하다 붙잡힌 여자를 데리고 와서 앞에 내세우고, 사람들의 시선을 그 곳에 집중시켰다. “선생님, 이 여자가 간음하다 현장에서 잡혔습니다. 우리의 모세법에는 이런 죄를 범한 여자는 돌로 쳐죽이라고 하였는데, 선생님 생각은 어떻습니까?”하고 물었다. 실은 그들은 예수께 올가미를 씌워 고발할 구실을 찾으려고 이런 말을 하였다. 예수님은 손가락으로 땅바닥에 무엇인가를 쓰고 있었다. 그들이 예수께 대답을 재촉했다. 고개를 들고 하시는 예수님의 말씀 “너희 중에 누구든지 죄없는 사람이 먼저 저 여자를 돌로 쳐라” 다시 몸을 굽혀 계속해서 땅에 무엇인가를 쓰셨다. 이 말을 들은 그들은, 나이 많은 사람부터 하나씩 하나씩 가버리고, 한참 후에는 마침내, 예수 앞에는 많은 사람들에 의하여 둘러 싸여 있었던 여자만이 남아있었다. 고개를 드시며 그 여자에게 “그들은 다 어디 있느냐? 너의 죄를 묻던 사람은 아무도 없느냐?” “아무도 없습니다, 주님” 그 여자가 이렇게 대답하자 예수께서는 “나도 네 죄를 묻지 않는다. 어서 돌아가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말아라”하는 이야기이다.(요한복음 8:1-11) “나도 네 죄를 묻지 않는다”는 말 앞에 좌우지간을 머릿글로 하여 “좌우지간 나도 네 죄를 묻지 않는다”를 넣으면 어떻겠는가?
공동체는 좌우간(左右間)의 사이를 좁히는 것이다.
공동체 이야기
콩 심 은 데 콩 나 고
어려서는 “종두득두(種豆得豆) 종과득과(種瓜得瓜)” 콩 심은데 콩 나고 외 심은데 외난다는 배움을 받았다. 386세대라는 지난 80년대 후반에는 나에게 시세말로 땅땅거리며 살지 못하던 사람들이 부름직한 “땅”이라는 노래를 여러 노래 속에 넣어 부르게 하였다. “우리에게 땅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울어머니 살아 생전에 작은 땅이라도 있었으면- 콩도 심고 팥도 심고 고구마도 심으련만- 소중하고 귀중한 우리 땅은 어디에-” 처(妻)가 두어주 전에 콩을 심었는데 제대로 나지를 않았다. 드문드문 나지 않고 빠진 곳에 어제는 재차 콩을 심었다. 처가 손으로 우묵하게 파고, 부옇게 메마른 땅에 머리로 들어 받듯 그곳에 콩알을 몇 개씩 툭툭 떨어뜨린다. 나는 동댕이쳐진 콩 위에 물조로로 소심하고 부드럽게 물을 조금씩 쏟으며 뒤따른다. 내가 이제껏 10여 년 간 도시에서 살은 것을 빼고는 농촌에서 살았음에도 심고 가꿀 줄을 모른다. 예사로 보며 그저 그렇게 살았다는 얘기다. 그 예전에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되어진다. “방안에서만 우두커니 앉아 있는 글쟁이가 될려고 그러니?”하시던 꾸중의 말씀이셨다. 오늘도 처보다 앞서지를 못하고 뒤따르면서 하자는 대로한다. 촌에 마음 써가면서 4년여를 지내와도 아직도 이질감(異質感) 그 자체이다. 때로는 목회(牧會)라는 말을 쓸 때, 나의 신분을 망각하며 살고는 있지 않은지, 그것은 “牧”이 다분히 동물 치고, 기른다는 말이지만, 그것을 우리에게 끌어다 쓸 때에는, 나는 이 보다 더하여 사람을 비롯한 하나님의 만상(萬象)의 피조물(被造物)을 잘 돌보는 일로 크게 바라보고 싶다. 이 나라를 피조(被造)했다는 전설 같은 분의 가르침도 홍익인간(弘益人間) 곧,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깃발을 내걸었다고 한다. 세상의 사람살이에 농사처럼 사람을 이롭게 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도 농사지어서 만든 떡으로 사람이 살아가면서, 말씀으로 도 살 것을 가르치셨다(마태복음 4:4). 사람이기에, 그 무엇이라고 할까? 식성(食性)과 이성(理性)으로 같이 살아야 된다는 그런 말씀 아닐까? 지금의 세상이 아무리 무슨무슨 세계라고들 말할지라도, 사람이 농사짓지 않으면 여러 사람들이 먹고살 것이 없게 된다.
경제에서는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큰 효과를 얻으려고 한다. 그것을 부가가치(附加價値)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어떻게 생각하면 농사일만큼 부가가치가 큰 업(業)도 드물 것이다. 예수님은 농사꾼이 씨앗 뿌려 거둬들이는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 앞에서 펼쳐가다 시피 말 하셨다. 어떤 사람이 씨앗을 뿌리는데, 그 씨앗이 제멋대로 달아나 길바닥에 떨어지고, 돌밭에 떨어지기도 하고, 가시덤불에 떨어진 것도 있고, 그렇지만 어떤 것은 좋은 땅에 떨어졌다는 이야기였다. 좋은 밭에 떨어진 것은 잘 자라 열매를 맺었는데 어떤 것은 백 배나 맺고, 어떤 것은 육십 배가 된 것도 있고, 또 어느 것은 삼십 배씩을 맺었다는 이야기였다. 씨앗이 좋은 곳에만 떨어지지 않고 이곳저곳 산만하게 떨어졌다는 내용은 어느 책에서 보니, 씨뿌리는 방법 때문에 그렇단다. 이 동네 사람들은 씨앗을 가지고 나가 바람결에 날리면서 확하고 흩어지게 뿌렸단다. 가끔씩 사용하는 재미있는 방법은 나귀등에 씨앗자루를 실어놓고 그 자루의 밑에 구멍을 뚫은 후 나귀를 때리면 그 나귀가 돌아다니는 대로 씨앗이 뿌려진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뿌리고 가꿀 때에 어느 것은, 한 알이 수백 배의 막대한 열매를 가져다 준다. 이렇게 가져다 주는 일을 우리가 마다하는데는 사람에게 문제가 있어도 단단히 있는 것 같다.
너희에게 명하기를 누구든지 일하기 싫어하거든 먹지도 말게 하라(데살로니가후서 3:10).
공 동 체 소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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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터 공동체 가족
문창수
정무래
박종만
어귀녀
박병민.진선미.한솔.진솔
* 예전에 논산 예수마을에서 계셨던 홍순여 권사님께서 지난 5월 2일에서 8일 까지 이 곳에서 계셨다 가셨으며, 전에 여기에서 생활하셨던 김창준 선생님께서 6월 2일에 오셔서 계시면서 제초작업, 밭작물 소독, 오리집을 져주시고 6월 9일에 경기도 여주로 가셨습니다. 김 선생님은 종종 저희에게 들려주십니다.
☻ 새터 공동체에서는 거처를 정하지 못하는 노인, 장애인 분들을 모시고자 합나다.
☻ 기도하며 함께 하신 분들
이정애.튼튼영어대전동구(연월순외6인)한두용.대전성남교회안수집사회.영운교회(이상은외8인).박종덕(신경자).김은희왕지교회.임찬양.일양교회.어귀녀.박종만.영운교회.채윤기.한삼천교회.소종영박종열.예수마을.대덕교회.대전서노회석봉교회(박한수외여러분).김종선.진수정.이원교회.박정도.옥천동부교회.이광승(김미경).조종국.그리스도의집.판암제일교회.튼튼영어대전동구(연월순외여러분).이종국.유인숙
(호칭은 생략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