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커들의 신형 전기차 소식이 속속 들려오는 동안, 현대차는 지난 5일 2세대 수소연료전기차 넥쏘(NEXO)를 시연했다. 얼마 전 미국 라스배거이스 CES를 통해 데뷔했지만, 국내에는 조금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수소연료전지의 원리가 알려진 이후 많은 세월이 지났지만 실용화가 늦은 탓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수소를 충전해야 하고 국내 수소충전소가 많지 않아 불편하다는 정도가 수소연료전지를 보는 한 시각이다. 정부 부처나 법인을 제외하곤 판매된 적이 없어, 아직은 일상에서 보기 어려운 차다. 토요타와 혼다, 현대 등이 현재 수소연료전지차를 생산하고 있는데, 이들은 굳이 전기차가 아니라 수소연료전지차를 택한 걸까.
수소연료전지란, 전기를 만드는 발전소
수소연료전지차, 줄여서 수소차라고 부르는 이 차량은, 모터가 장착되어 있고, 전기를 만들어내어 모터를 동작한다. 따라서 크게 분류하면 배터리를 충전해서 움직이는 전기차와 가깝다. 수소차에는 전기차에서 보지 못한 다른 장치가 추가로 들어있다. 바로 ‘연료전지’이다.
연료전지는 비행기가 연료를 소모하듯, 전기를 만들어낸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는 화학 전지와 달리 연료전지에 연료공급을 차단하면 전기가 끊기고, 연료를 공급하면 언제든 다시 전기가 나온다. 연료는 연료전지 종류에 따라 수소이거나 혹은 메탄올, 석탄가스가 된다.
연료전지의 크기나 연료, 효율에 따라 사용하는 연료가 다르지만 양산 수소차에 탑재되는 연료전지는 수소를 연료로 사용한다. 이에 반해 전기차는 발전소에서 온 전기를 충전해 쓴다. 발전할 때 드는 단가를 이유로 원자력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전기가 화력발전을 차지한다. 화력발전 중에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친환경과는 거리가 있다. 이를 근거로 현대차에서는 수소연료전지차가 진정한 무공해 차라고 강조한다.
연료전지는 수소가 산소와 만나, 물이 되는 과정
물 분자는 수소 원자 두 개와 산소 원자 한 개로 이루어져 있다. 물에 전류를 흘리면 마이너스 극에서 수소가, 플러스 극에서는 산소가 쪼개져 나온다. 이 과정을 '전기분해'라고 하는데, 연료전지는 이와는 반대로 수소와 산소를 합쳐 물이 되게 만들고, 전기와 열을 얻는다. 얼핏 보면 간단한 원리지만 효율 좋게 수소를 수소이온으로 만들고, 플러스 극에 있는 산소와 결합하는 방법이 쉽지 않다. 또 한 개의 연료전지만으로는 전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일정 면적의 연료전지를 여러 장 쌓아서 생산하는 전력량을 늘인다. 이 쌓아놓은 연료전지들을 연료전지스택이라 부른다.
전기차와 비슷한 점이 많은 수소연료전지차
깊이 살펴봤을 때 전기차와 다른 부분은 크게 배터리의 용량과 충전 방법이다. 전기차는 30~100kWh의 배터리에 전력을 충전시켜 사용하는데 반해, 수소연료전지차는 수소를 수소탱크에 충전하며, 수소와 산소를 연료전지에서 반응시켜 전기를 만들어낸다. 이때 함께 생기는 열이 난방용으로 쓰일 수 있다.
수소연료전지차에도 작지만 배터리가 들어간다. 갑자기 급가속이 필요하거나 차량 내에서 사용하는 기기들이 많을 때를 대비해, 전력공급을 안정시키는 목적으로 넥쏘에는 40kWh 용량의 배터리를 장착한다. 충전된 전기가 아니라, 생산된 전기를 이용해 모터를 돌려 나아가는 것 외에는 에어컨을 작동시키고, 음악을 듣는 것 모두가 전기차와 똑같은 방식을 쓴다. 단지 넥쏘의 경우 95kW짜리 수소연료전지 발전기가 같이 달려있을 뿐이다.
전기차에는 없는 것 중 또 하나가 에어필터다. 그런데 이 필터의 성능이 재미있다. 현대차는 연료전지의 내구성을 위해서 인입되는 공기의 99.9%를 깨끗이 걸러서 순수한 공기만 연료전지에 집어넣는다. 현대차에서는 연료전지 부분에 대해 10년을 보증하는데, 그러려면 깨끗한 상태로 연료전지를 쓰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나오는 것은 수증기 뿐이라 수소차가 돌아다니면 공기가 깨끗해진다. 현대차의 일렉시티 수소연료전지버스도 마찬가지로, 디젤버스 두, 세 대분의 미세먼지를 정화해준다. 전기차에는 없는 부수적인 효과다. 만일 초미세먼지경보가 발령되서 차량운행 자체통보가 있는 날에는 수소연료전지차의 운행이 오히려 장려될 것이다.
국내에 연료전지가 보급되기 시작한 건 불과 20여 년 전이다. 개발기간이 오래되었음에도 기반기술이 부족해 쉽게 실용화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2000년 이후 뒷받침 할만한 기술들이 개발되고, 친환경이 테마로 떠오르자 그린에너지 시장과 함께 급격히 성장하였다. 우리나라는 2010년부터 정부 지원 아래 한국에너지공단 그린홈 사업이 진행되었으며, 울산에는 수소 타운 시범단지가 들어섰다.
연료전지는 지금도 연구가 이루어지는 중이지만, 그 원리는 약 200여년 전 알려졌다. 1938년 독일 화학자에 의해 발견되었으며, 그리고 이듬해 실제로 동작하는 연료전지가 영국 물리학자에 의해 등장했다. 연료전지가 가장 먼저 쓰인 분야는 우주였다. 효율이 높은 전기생산과 물,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1965년 미항공우주국의 제미니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아폴로, 스페이스셔틀, ISS등에서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연료전지는 효율이 높고(50%) 발생하는 열을 온수, 난방에 이용하면 효율이 80%까지 상승한다. 연소를 위한 공기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은밀하게 수중에서 진행해야 하는 디젤 잠수함에도 연료전지가 탑재됐다.
수소 보관문제, 고가의 촉매 해결
수소가 널리 쓰인 연료가 아니다보니 잘 몰라서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다. 수소가 반응성이 높아서 불이 잘 붙는 건 맞다. 하지만 가볍기 때문에, 확산이 빨라서 다른 가스보다 안전하다. 쌓일 시간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수소 충전시설은 전기와 달리 가정용 충전기를 설치할 수 없다. 고압의 수소를 주입하는 가압장비와 수소가 새지 않도록 보관하는 탱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소의 분자가 워낙 작기 때문에 왠만한 탱크는 다 새버린다. 이 점이 수소연료전지 상용화를 늦추었던 가장 큰 원인이다. 가정에선 어렵지만 버스회사들의 경우 기존의 LNG 충전소가 있어서 수소버스 운영계획이 있는 회사는 기존 시설을 활용해 수소 충전시설을 함께 설치하는 중이다.
연료전지 발전 시장은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연료전지의 발전효율 덕분에 작지만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 특히 희귀 촉매인 ‘백금’이 굉장히 고가였던 문제 일부가 해결되면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초기에 개발된 발전용 중소형 연료전지는 억 대의 가격을 자랑했다. 요즘은 수백~수천도의 고온에서 동작시켜 저렴한 촉매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과 현재 백금 촉매를 대체하는 용도로 신소재인 그래핀을 이용하는 연구가 이루어져 설비, 운영비용이 이전보다 저렴해졌다.
일본의 수소 관련사업
일본은 연료전지분야 특허출원 세계 1위이다. 현재 수소 충전소는 90개가 있다. 이를 2022년까지 토요타, 닛산, 혼다 등 11개 회사가 80개를 더 설치한다. 일본정부는 최종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사회실현을 목표로, 수소공급 시스템과 수소 발전을 도입한다. 또한 2025년까지 수소연료전지차를 우리 돈으로 2천 만원 수준으로 낮춰 2030년 경까지 80만대를 보급하고 수소 충전소도 320개까지 확보할 계획이다.
일본은 고베시 포트아일랜드 지역에 올해부터 수소 발전한 전기를 공급한다. 지역 전체에 수소 발전을 도입하는 것은 세계 최초이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맞아 수소에너지의 가능성을 전 세계에 홍보할 예정이다. 우리나라가 평창올림픽에서 수소버스, 수소차를 홍보하는 것처럼.
내연기관차 타던 습관 그대로 수소연료전지차를
화학회사들은 수소에너지를 신성장동력으로 본다. 차량용 수소충전장비, 수소생산설비, 수소 유통 등의 새로운 시장이 조금씩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수소를 제조하는 방법은 석유, 천연가스에서 분리하는 방법, 전기분해 방법, 공단에서 부산물로 생산되는 ‘부생수소’를 이용하는 방법 등이 있다. 부생수소의 경우 제철과 석유화학 산업에서 많이 발생되는데, 이를 울산 수소타운 시범단지에 공급한다. 전기분해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지만, 비용대비 전기를 더 많이 쓴다. 그래서 현재 가장 많이 생산되고 있는 생산 방법은 천연 가스에서 분리하는 방법이다.
넥쏘는 이전의 1세대 수소연료전지차 현대 투싼 ix35에 비교하면 괄목할 정도로 개선되었다. 디자인, 주행거리, 퍼포먼스, 거주성, 운전자보조기능까지 달라져서 친환경 차를 구매 예정이었던 사람이라면 고민할 정도다. 하지만 아직까지 수소차를 타기엔 수소충전소가 많지 않아 조금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대신 정부에서는 현재 10여개 정도 운영되고 있는 수소충전소를 올해 안에 35개로 늘린다고 한다.
수소차는 전기차가 첫 보급되던 시기와 다르다. 비록 수소충전소 확보가 어려운 점이 있지만 말이다. 전기차 충전소 시설은 고압선 인입만 문제가 없으면 비교적 설치가 쉬운데 비해 수소충전소는 지반공사와 고압의 수소를 충전시킬 장비 설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전기차의 긴 충전시간에 비해, 수소차는 5분이면 눈 깜짝할 새 가득 충전된다. 한 충전기가 훨씬 더 많은 수소차를 충전해 줄 수 있다. 따라서 굳이 집에 수소충전기기가 없다 하더라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 충전이 배터리 충전(充電)이 아니라 가스탱크에 넣는 충전(充塡)인 점은 조금 너그럽게 봐주시길.
다세대주택에 많이 살고 있으며, 만성적인 주차장 문제를 겪고 있는 한국의 주거문화 특성상 아직까지는 밤새 꽂아놓는 전기충전보다는 수소충전이 좀 더 생리에 맞지 않나 생각한다. 게다가 주행거리도 두 배에서 세 배 가까이 길다. 같은 거리를 달린 전기차에 비해 충전소를 적게 방문할 수 있다. 또 장거리 주행이 필요할 때도 즉시 충전하고 갈 수 있기에 내연기관과 동일하고, 또 거부감이 적을 것이다.
앞으로 현대차는 수소연료전기차에 집중할 것이라고 한다. 그들은 진짜 무공해 차는 오직 수소연료전지차 라고 생각한다. 내연기관을 타던 습관 그대로 수소연료전지차로 이어진다는 점이 현대차가 수소연료전지에 집중한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또 국산화에 성공한 수소탱크와 분리막 등도 충분히 가격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으리라.
비록 현대차가 전기차 시장 선점에는 실패했지만, 수소연료전지차 시장은 다르다. 보조금을 포함하여 내연기관 중형 SUV와 비슷한 가격으로 출시해, 공격적인 시장개척에 나설 것이라고 한다. 수소충전소 인프라가 구축된 이후에는 수소 내연기관이 상용화되기 전 까지 수소연료전지차가 전기차에 비해 우세할 것으로 생각된다.
현대차가 속한 수소위원회에는 전기차 경쟁에서 실패한 회사들이 모였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 것 같다. 그도 그럴것이, 셸, 토탈 같은 오일회사에서부터 에어리퀴드, 앵글로아메리칸 같은 석유화학 업체, 다임러, BMW, 혼다, 토요타 같은 하이브리드에 집중했던 회사들이 있다. 확실히 이들은 대체로 시장이 열리고 난 뒤 뛰어드는 후발주자로, 전기차에 뛰어들기 보다는 새로운 시장인 수소연료전지에 역량을 집중하는것으로 보인다.
오는 3월부터 공급되는 현대차의 넥쏘는 국내 최초로 일반인에게 판매되는 수소차다. 다가오는 수소에너지시대에 수소차, 수소발전이 미래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앞으로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