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도 신격화되어 있었다. 바람들, 말하자면 북풍은 보레아스(북쪽) 혹은 아퀼로, 서풍은 제퓌로스 혹은 파보니우스(서쪽)로 신격화되어 있다. 북풍과 서풍의 신은 시인들에게 특히 인기가 있었는데 시인들은 북풍은 황량한 신, 서풍은 온화한 신이라고 믿었다.
북풍 보레아스는 오레이튀이아라는 요정에게 반해 애인이라도 된 것처럼 말을 걸어보려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조용히 말을 걸었어야 하는데 북풍은 그럴 수가 없었다. 한숨을 쉬는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었다. 뜻대로 안 되는 데 화가 난 북풍은 이윽고 본성을 드러내고 이 처녀 요정을 붙잡아가 버렸다. 이 둘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이 인간인 제토스와 칼라이스이다.
이 둘은 날개가 달린 요사들로, 후일에 아르고나우테스들의 원정에 참가하여 괴조 하르퓌아이와 싸울 때 큰 공을 세웠다.
(요정 오레이튀이아를 납치하는 북풍의 신 보레아스. 대홍수 직전에 이 보레아스가 제우스에 의해 연금당하는 것을 보면, 이 북풍은 비를 내리게 하는 데는 별로 힘이 되지 못했던 모양이다. 구름을 타고 있는 꼬마는 결혼의 신 휘메나이오스인 듯하다. 휘메나이오스의 횃불이 제대로 타고 있다는 것은 이들의 혼인 생활이 순조로울 것임을 암시한다. 17세기 화가 로마넬리의 그림 )
제퓌로스는 플로라의 연인이었다.
(바람의 신 아이올로스의 아들 중 하나인 서풍의 신 제퓌로스. 제우스와 포세이돈은 이 바람의 신들을 마음대로 부린다. 보티첼리의 명작 〈베누스(아프로디테)의 탄생〉) (부분).
밀턴은 『실락원』에서 이 둘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아담이 잠들어 있는 이브를 깨우려고 바라보는 대목에서 밀턴은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
그(아담)는 모로 누운 채 반쯤 몸을 일으키고
사랑이 담긴 그윽한 눈길로
이브를 내려다보며,
눈을 떠도 감아도
변함없는 그 아름다움에 취해 있었다.
이윽고 그는 제퓌로스가 플로라에게 속삭일 때처럼,
손을 어루만지며 속삭였다.
「눈을 떠요. 참 아름다운 이여, 내 배우자여, 내가 마침내 찾아낸 이여,
마지막으로 그리고 가장 후하게 베풀어진 하늘의 선물이여,
영원히 새로울 내 기쁨이여!」
『밤의 명상』(Night Thoughts)을 쓴 시인인 영 박사는 게으르고 사치 좋아하는 자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대들 사치 좋아하는 자들이여,
아무 것도 견디지 못하는 자들이여(참으로 견딜 줄 모르는 자들이여)!
그대들 때문에
겨울 장미가 피어야 한다.
비단같이 보드라운 파보니우스여,
부드럽게 불어라. 그렇지 않으면 그대도 꾸중을 들으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