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룡분이호 (一龍分二虎)
한 마리의 용이 두 마리 호랑이를 갈라놓다는 말로, 탁주(涿州) 외곽에 있는 도장(桃莊)에서
대대로 살아온 장비(張飛)는 돼지를 잡아서
파는 일을 생업으로 하고 살았다.
어느 여름날 그는 돼지를 잡아 일부는 팔기로 하고 나머지는 우물에 넣어 보관했는데,
안심이 되지 않아 천 근이나 되는 바위로 덮은 뒤
누구든지 그 바위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고기를 한 칼 공짜로 썰어 가도
좋다는 글을 팻말에 적어 놓았다.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말했다고도 한다.)
녹두 자루를 짊어진 긴 수염의 사나이가
우물 곁을 지나가다 팻말을 보고서는
바위를 옮긴 뒤 고기를 한 칼 썰어 갔다.
그가 바로 고향에서 백성을 괴롭히는 권문세가
사람들을 죽이고 탁주로 도망 온 관우(關羽)였다.
이 이야기를 들은 장비는
고기를 가져간 사람을 찾으러 시장에 갔다가
녹두를 팔고 있는 관우를 찾아내고는
녹두를 손에 쥐고 손 안에서 잘게 부수어 버렸다.
두 사람 사이에 언쟁이 벌어졌고
급기야 서로 치고받는 싸움이 벌어졌는데,
한참이 지나도 승패가 가려지지 않았다.
이때 짚신 장수인 유비(劉備)가 나타나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어 두 손으로 장비와
관우를 갈라놓자 두 거한이 일시에 손을 멈추었다.
유비는 싸우는 이유를 물은 뒤,
“천 근을 들어 올릴 수 있는 영웅들이
고깃덩어리 때문에 싸워서야 되겠는가?
대장부는 나라와 백성을 편안하게 할 일을
생각하여야 한다.”고 말하며
지금 나라가 어지러우니 힘을 합쳐 큰일을
도모하자고 말하였다.
이렇게 해서 세 사람은 생사를 함께하는
도원결의를 맺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유비와 장비의 고향인
탁주의 주민들 사이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로,
유비가 장비와 관우를 갈라놓아
싸움을 말린 것을 이르러 ‘일룡분이호’라고 한다.
일룡은 유비를, 이호는 관우와 장비를 가리킨다.
현재의 하북성(河北省) 탁주의 남서쪽에 있는
충의점(忠義店)이 바로 장비의 고향인데,
마을 앞에 옛날 장비가 돼지고기를 넣어 두었다는
우물인 ‘한장환후고정(漢張桓侯古井)’이 있다.
이 우물은 청(淸)나라 강희제(康熙帝) 때
탁주 지주(知州)를 지낸 동국익이 세운 것으로 ‘한장환후고정비(漢張桓侯古井碑)’가 있다.
이 비문에는 ‘일룡분이호’의 고사가 간단하게
소개되어 있고, 환후(桓侯)는 장비의 시호이다
태공 이인식님 작품. 주남지 황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