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경제의 문제점과 한계는 마르크스 경제학이 잘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 자유주의를 이야기하는 것은 자유주의만 전적으로 옳다는 것이 아니다. 경제학을 극단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좌ㆍ우 혹은 보수ㆍ진보 논리로 구분하는 데는 유용할 수 있지만, 경제 문제를 진단하고 대안을 도출하는 데는 큰 도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교역 증가에 따른 상업자본 축적과 기업적 농업 경영에 의한 농업자본 축적, 그리고 산업혁명에 의해 촉발되었다. 인류의 먹거리 문제를 해결한 것이 농업혁명이라면, 산업혁명은 인류에게 물질적인 풍요를 제공해 주었다. 산업혁명은 처음에 땔감으로 사용하던 목재 자원의 고갈에서 촉발되었다. 부족한 목재 자원의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석탄이다. 석탄은 지하 깊은 곳에서 채굴하기 때문에 석탄 산업이 발달하기 위해서는 지하 탄갱의 배수 처리 기술은 물론, 석탄의 수송 기술과 철광석 용해 기술 등 다양한 기술들이 같이 발전해야 한다.
그중 배수처리 펌프는 인류 문명과 생산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꾼 증기기관의 발명(1768)을 촉진시켰다. 스코틀랜드 기계 공학자 제임스 와트(1736~1819)는 증기기관의 효율성을 높인 ‘와트식 증기기관’을 발명했다. 이는 수공업에 의존하던 제조업 생산을 기계에 의한 공장제 생산으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것이 산업혁명의 시작이다. 생산량과 생산성이 혁명적으로 증가했고, 북미와 오세아니아 대륙으로 확산되었다.
영국은 원래 양털로 옷감을 만드는 모직물 공업이 발달했었는데, 점차 목화솜으로 옷감을 만드는 면직물 공업으로 전환되었다. 아크라이트(1732~1792)가 개발한 수력 방적기는 면방직 공업을 혁신적으로 발전시켰다. 실을 빠르게 뽑아낼 수 있는 방적기와 옷감을 짜는 방직기가 발명되었고, 방직기가 증기기관과 결합되면서 생산은 혁신적으로 증가했다. 석탄 산업이 증기기관 발명을 가져온 것처럼, 면방직 공업은 가내 수공업을 공장제 기계 생산 방식으로 바꾸었다. 토지 중심의 농경 사회는 제조업 중심 산업 사회로 전환되었고, 수천 년 동안 변하지 않았던 1인당 소득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불과 2~3백년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