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심(存心: 殘心. 잔심)
일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는 세심하고 조심스레 (小心翼翼),
일이 장차 이루어지려 할 때는 대담무쌍하게 (大膽不敵),
일이 이미 이루어졌을 때에는 방심하지 않는다 (油斷大敵).
이것은 가츠 카이슈(勝海舟) 선생이
후진을 지도할 때 자주 사용하던 말입니다.
검도만이 아니라 일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높은 뜻을 세우고 면밀한 계획 아래서,
전력을 다한 진중한 행동이 없다면, 작은 일은 나름 ‘될’지도 모르겠으나
‘이룬다’고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또한 공(功)을 이루었다고 하지만,
최후의 점검과 또 다른 준비태세가 있고서야 비로소 완성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나아가 “마무리, 마무리” 라고 하는 반성이 있어야,
그 후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누구나 계획, 진지한 행동까지는 잘 보여주지만
자칫 마무리를 잊어버리기 쉽습니다.
현재 시합, 연습 등에 있어서 격자 후에 기(氣)를 느슨하게 풀거나,
끝내거나 또는 물러나는 행동을 자주 봅니다.
마찬가지로 도장에서는 긴장하고 맑아졌던 심경으로 있었는데,
도장을 한 발 떠나는 순간 잊어버리기 쉽습니다.
도장에서는 이 마무리를
존심(存心: 殘心)이라고 해서 소중한 가르침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존심(存心: 殘心)’이라고 하는 것은,
격자 후에 안심하고 마음을 느슨히 하고, 뒤를 생각하지 않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대에게 마음을 남겨 만약 상대가 반격해 오더라도 곧바로 응해서
그것을 제압할 수 있는 ‘마음의 겨눔세’, ‘몸의 겨눔세’를 유지해야 하며,
따라서 격자 후에도 방심하지 말고 대처할 수 있는 마음을 남기는 것,
그것이 존심(存心: 殘心)이다, 라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이에 대해 『일도류 병법개조목록(一刀流兵法箇條目錄)』에서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으므로 소개하겠습니다.
잔심(殘心: 존심)이란 마음을 남긴다, 라는 뜻으로,
백 번을 이겨도 방심하지 않는다, 라는 가르침이다. 가령 반응이 있을 정도의
찌름이나 베기를 한다 해도 적에게 어떠한 교묘함이 있는지 헤아리기 어렵고,
토끼털도 들어가지 않을 것 같은 틈으로부터
뜻하지 않는 것들이 일어나는 것을 古今의 예에서도 많이 보아왔다.
머리(首)를 취하고도 안심해서는 안 된다,
라고 하는 것에서 잔심(殘心)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
치고 그냥 있고,
찌르고 그냥 있고 해서는 안 됩니다.
이기고서 투구의 끈을 조이고, 적을 죽이고서
자신의 준비태세를 잃지 않는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입니다.
차(茶)의 조상이라 불리는 다케노 조오(武野紹鷗: 1502-1555)도,
“무슨 일이든 도구를 놓고 정리하는 손은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지는 것같이 해야 함을 알아야 할 것이다.”
라고, 끝나고 난 뒤의 마음가짐에 대해 가르치고 있습니다.
또한 일도류(一刀流)의 전서(傳書)는,
잔심(残心)이란 ‘마음을 남기지 말고 쳐라.’ 라는 것으로,
마음을 남기지 않는다는 것은 ‘버린다’ 라는 의미가 되고,
‘버린다’는 것은 원래(本)대로 돌아간다고 하는 이(理)가 있다. …
또한 마음을 남기지 않는다는 것에는
‘남는다’고 하는 이(理)가 있다. ‘돌아간다’는 마음인 것이다.
예를 들면
찻잔에 물을 떠서 재빠르게 버리고 그 안을 보게 되면 언제나 한 방울의 물이 있다.
이 재빠르게 버림으로써 원래로 돌아가는것을 아까워하지 말고,
‘버린다’ 라는 것을 본류의 요체로 한다.
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언뜻 ‘마음(心)을 남겨라(殘)’ 라고 하는 것과,
‘마음(心)을 남기지 말고 쳐라’ 라고 하는 것은 반대의 의미 같으나,
실은 ‘마음을 남기지 말고 치고 들어가야만
그 후에 마음이 남는 법’이라는 것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무사시(武蔵)도,
산천에 떠 흘러가는 도토리도
알맹이를 버리고 나서야 뜰 수 있는 것.
이라고 노래하고 있습니다. 깊이 음미해야 할 가르침입니다.
이상 존심에 대해 설명하였습니다.
존심이란 그저 검도만이 아니라 우리들의 직무에 있어서도,
예를 들어 하나의 일이 끝나도 만사 끝난 대로 내버려두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마음을 넣어 그 후를 반성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그 일에 대해서 뜨거운 마음으로 몰입하게 되면
자연히 존심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