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여행을 계획하게 된 동기는 이렇습니다.
원래 고등학교 3년간 중 가장 공부를 안하고 재밌게 노는게 3학년 때라고, 학교 기숙사에서 공부를 잠시 뒤로 하고
머리를 식힌다는 핑계로 이 책 저 책을 많이 주워다 읽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가보기 전엔 죽지마라'라는 책을 접하게 된 것입니다.
이시다 유스케라는 한 일본인이 평생로망으로 삼던 자전거 세계일주를 7년 반동안 하며 적은 기행문이었습니다.
이 책을 접하고 나서 부터 자전거 여행이라는 데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머릿속으로만 계획을 세우고 있다가 관심이있는 친구들 둘을 모아 셋이서 8월 13일부터 6박 7일간 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파주 금촌 -> 부산 해운대 까지 680.43km의 여정이었습니다.
12일날 파주에 사는 지훈이네 집에서 하룻밤을 묵고 13일날 아침에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하룻 밤동안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주시며
시원한 잠자리를 마련해주시고, 아침에는 딱 입맛에 맞는 된장찌게까지 끓여주셔서 든든한 마음으로 첫 페달을 밟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의기양양하게 1일차를 시작해였습니다.
파주부터 서울까지는 자전거 길이 잘 나있지 않았고 차들이 쌩쌩 달리는 국도의 갓길로 달리는 구간이 많아서
어쩌면 총 7일을 통틀어 가장 신경이 곤두섰던 라이딩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왠 자갈길 흙길, 보도블럭 있는길 없는길을
죄다 만들어가며 서울로 진입하는데 참 애를 먹었습니다.
엎친데 덮친격이라고 자꾸 제 자전거에만 말썽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출발 전 자전거 가게에서 설치해 줬던 짐받이가 헐겁게 설치되어 가방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푹 가라앉아 바퀴에 닿아 자전거가 앞으로 나아가질 않는가 하면, 자갈길을 달리다 체인이 빠지기도 하고 여튼 이상하리만큼 트러블이 생겨서 진행속도가 많이 늦춰졌습니다. 친구들에게 너무 미안하더라구요,
아무튼 우리는 그렇게 파주부터 고양 일산을 지나 서울로 진입하게 됩니다. 뜨거운 땡볕에 아스팔트위를 달리다가 저 멀리 서울상암월드컵경기장이 보이자 그렇게 속이 시원 할 수가 없더라구요!! 우리는 그렇게 상암을 지나 가양대교 쪽으로 길을 틀어 난지한강공원으로 진입하게 됩니다. 그리고 여기서 부터 4대강 종주 자전거 코스가 시작되었습니다.
저 멀리 여의도의 국회의사당도 보이네요!!
난지 한강공원에서 부터 자전거 도로를 타고 여의도, 강남을 지나 뚝섬 유원지에서 잠시 쉬게 되었습니다. 우리집에서 걸어서
10분인 곳인데, 파주에서부터 반나절을 자전거를 내리 달려 도착하니까 뭔가 색다르기도 하고 묘하더라구요ㅎㅎ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 특히 노인분들이 더위를 피하고 계시는데,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앉아서 음료수를 벌컥벌컥 들이키는
우리를 보고는 한 어르신이 말을 걸어 오시는 겁니다.
"학생들 어디서 어디까지 가길래 짐을 그래 싸서 가"
"네 파주에서 부산 해운대 까지 갈 작정입니다"
어르신은 우리들의 청춘과 젊음이 부러우신지 자꾸 쳐다보시면서 말을 거셨고 우리들은 곧 이어 삼십분가량의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지만 남자는 하체힘이 전부라던 말씀밖에 기억이 잘...;;
대화 끝에 할아버지는 내가 너희들 정말로 부산에 가는지 한번 보자 하시며 전화번호를 건네주셨습니다.
실제로 우리는 6일 후 우리가 해운데에서 함께 찍은 사진을 보내드렸고 짧은 전화통화까지 완벽 임무 수행을 해냈습니다.
어르신이 우리가 여행중 만난 첫 인연이었습니다. 어르신 이후로 정말정말 다양하고 재밌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엇습니다.
뚝섬에서 출발해 경기도 구리, 남양주를 지나 팔당댐 쪽으로 페달을 쉬지 않고 밟았습니다. 그러더니 6시 쯤 되자 해가 뉘엿뉘엿 노을을 마구 발산하더랍니다. 이 때쯤에 셋이 벤치에 앉아 쉬면서 아휴 힘들다 힘들다 했는데, 그 다음 6일간 있었던 일들을 생각해 보면 이 때 궁시렁 대던 건 정말 웃기기 밖에 더하지 않습니다. 다음날 다다음날 있을 100배는 더 힘든 일들은 모르고 힘들다 재밌다 하고 있는 사진속의 친구들이 귀엽네요ㅋㅋㅋㅋ 우리는 아무튼 처음 목표했던대로 첫날 목적지인 팔당댐까지 페달을 밟기로 합니다.
7시쯤 우리는 팔당댐 근처에 도착했습니다. 근데 문제는 팔당댐 근처에는 숙박시설이 그리 많지 않고 있긴 있는데 강을 옆에 끼고있다고 하루를 묶는데 6만 5천원을 부르더군요. 우리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루 숙박비를 3만원에서 아무리 많아야 5만원으로 계획했는데 첫 날부터 오버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자리에서 결단을 내렸습니다.
'조금만 더 달려서 하남시로 아예 진입을 하자!'
그러고 나서 고개를 들어 보니 한강 건너편에 하남시가 저 멀리 보이더군요. 해가 지고 꽤나 어두워진 상황에서 우리는 첫날 부터 계획에도 없던 야간 라이딩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이 날의 코스는 강 옆으로 자전거 길이 잘 되있어 다행이었습니다. 그렇게 다시 1시간 가량을 달려 팔당대교를 건너 하남시에 진입하였습니다. 시간은 8시가 다 되었고 우리는 어떻게든 싼 방을 구해보고자 근처에 있는 모든 숙박업소를 돌아 셋에 5만원을 부르는 곳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계획에는 있지도 않았던 하남시의 한 숙박업소의 침대에 누워있다는 자체가 너무 웃겨서 수다에 수다를 이었습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면서 이런 다이내믹하고 예상치 못하는 변수들이 너무 스릴있다며 좋아했습니다.
이 날의 방이 7일간의 잠자리중 가장 호화스럽고 편안한 잠자리였습니다.
이 날 어쩌다 시작하게 된 빨래 몰아주기 가위바위보는 그 다음 7일간도 계속되었으며, 앞으로 있을 여행의 로드맵과 전경을
그리게 되었던 날입니다.
이렇게 1일차는 끝이 났습니다.
첫댓글 우리 조카 큰일했구 수고가 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