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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2번째 잠수함 독자설계/건조성공, 그 성과와 과제
작성자: 문근식
작성일: 2021-10-26 11:03:57
세계 12번째 잠수함 독자설계/건조성공, 그 성과와 과제
문근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
[사진 0] 국내 독자 설계·건조한 3,000톤급 도산안창호함 승조원들이 도열하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가기술력 총결집으로 13년 만에 독자개발 성공 쾌거
2021년 8월 13일 거제도 대우조선해양 부두에서는 국산 1호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을 해군으로 인도하는 행사와 더불어 군함으로 이름을 등재하는 취역식 행사가 열렸다. 2008년 1월 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 간 컨소시엄(공동수급체)과 기본설계 계약 후 13년 만에 세계 12번째 잠수함 독자건조 성공의 쾌거를 알리는 순간이었다.
방위사업청은 잠수함 독자설계/건조라는 국가적 연구개발(R&D)과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국가기술력을 총 결집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했다. 당시 세계 1, 2위 조선소라는 평판을 유지하던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간 컨소시엄을 구성하였다. 방위사업청은 양사에서 설계 인력 50명씩을 파견 받아 공동수급체라는 설계조직을 구성 후 부산의 모 지역에서 기본설계를 시작하게 하였다. 잠수함선진국인 미국·영국 등은 한 회사가 설계인력을 200~300명 정도 유지하는 게 관례인데 당시 양사에서 파견한 설계인력이 고작 100명 정도였으니 걱정이 아닐 수 없었다. 인력을 모으고 나니 양사 간 자사 기업보안 유지문제로 서로를 견제하고 협력에 소홀히 하는 등 예기치 않은 갈등상황이 발생했다. 4년의 기본설계기간 중 계인력과 경험 부족, 주요 핵심 탑재장비의 국산화개발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기본설계 결과물을 생산할 수 있었던 것은 불행 중 다행이었다. 하지만 기본 설계 종료 후 공동 건조 합의 도출에 실패하였고, 상세설계 및 함 건조는 다시 양사가 경쟁 입찰하여 결국 대우조선해양에서 단독으로 함 건조를 책임지게 되었다.
국가기술력을 총결집하기 위하여 양사가 힘을 합쳐 시작했지만 공동 건조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하여 한 때 건조사업이 좌초되는 게 아닌가하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건조를 진행했지만 많은 사람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13년 만에 해군에 잠수함을 인도한 것은 대한민국 잠수함 설계 및 건조 실력을 보여준 쾌거임이 틀림없다.
잠수함 선진국들을 놀라게 한 치밀한 건조공정, 코로나에 발목 잡혀
도산 안창호함은 당초 작년 12월 15일에 인도예정이었으나 8개월 정도 지연되었는데, 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른 주 52시간 근무, 코로나-19 등으로 인력투입이 원활하지 못한 점과 주성능이 아닌 몇 가지 부수적인 성능에 있어 시험평가가 지연되었다고 하니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코로나가 진행되기 전까지 함 건조공정을 지켜보던 잠수함건조 경쟁국들의 기술자들은 대우조선해양의 치밀한 설계 및 공정관리에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함 건조사업의 성공여부는 납기를 맞추고 성능을 충족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주 52시간 근무, 코로나-19 등 천재지변에 가까운 이유로 8개월 지연된 것은 납기를 어겼다고 평가할 수 없으며 다소 늦었지만 시험평가를 무사히 마쳤다는 것은 성능을 충족시켰다는 의미이다. 잠수함 선진국에서도 여러 가지 이유로 납기가 지연되고 성능을 충족시키지 못해 천문학적인 추가비용이 발생한 사례가 종종 있어 왔다.
잠수함 건조에 있어 베테랑 격인 영국도 업홀더급(2,500톤) 디젤 잠수함 건조 시 핵심 장비의 기본성능 미달로 건조 공정이 7년이나 지연됐으며, 아스튜트급 핵잠수함(7,400톤)은 5년이나 인도가 지연되었고 사업비는 무려 2조원(13억 5천만 파운드) 가량 증가되었다. 호주는 콜린즈급 잠수함(3,300톤)을 독자개발하면서 사업주관 기관 간 불협화음과 장비성능미달 등으로 인해 사업기간이 4년 지연되고 사업비가 8천억 원(10억 달러) 이상 증가되었다. 스페인이 건조중인 S-80 잠수함은 1998년에 건조를 시작하여 2013년에 해군에 인도 예정이었으나 아직도 중대한 결함사항을 수정하지 못해 23년간 표류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사업비가 2조 3천억 원이나 추가되었다. 미국·영국 등 잠수함 독자개발 경험 보유국도 새로운 모델 개발 시는 사업 기간이 원 계획대비 평균적으로 26개월 연장되고, 사업비도 엄청나게 증가되었다. 이에 비하여 처음으로 독자 개발한 도산안창호함의 8개월 인도지연(주 52시간 근무, 코로나-19사 유, 1개 장비 시험평가지연)은 최근 찾아보기 힘든 세계적인 모범사례라 평가할 수 있다.
지옥의 문 시험평가를 무사히 통과, 고난도의 SLBM 시험발사도 마쳤지만, 어뢰기만기 발사장치 시험평가 지연은 옥의 티
2019년 대통령을 주빈으로 모시고 진수식을 거행할 당시 가장 걱정거리는 1년 남은 시점에서 과연 시험평가라는 지옥의 문을 잘 통과할지였다. 왜냐하면 한국 해군의 작전요구성능(ROC)기준이 당시 세계 최고 수준인 독일의 214급 잠수함(1,800톤) 이상으로 정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의 문제였지 시험평가를 무난히 마쳤다는 것은 한국조선기술의 큰 발전이고 자랑스러운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잠수함 시험평가에는 속도성능시험, 함의 은밀성과 적군 동태 파악을 확인하는 소음 및 음탐시험, 긴급잠항 및 긴급부상, 장비의 작동 상태와 심해수밀 상태를 확인하는 심해잠항시험, 함내 무장 장비에 대한 성능시험 등이 해당되는데 처음 독자 건조하는 입장에서는 지옥문이나 다름없는 과정이다. 여기에다 한국 최초로 수직발사관을 이용하여 SLBM을 발사하는 난제도 포함되어 있었다. 호주의 콜린즈급 잠수함은 시험평가단계에서 승조원들과 조선소 간 불협화음이 발생하고 전투체계 등 주요장비 성능이 미달되어 함 인도가 4년이나 지연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세계 각국에 디젤 잠수함 170여 척을 수출한 잠수함 수출 왕국 독일도 2007년 한국에 214급 수출 시 시험평가 단계에서 소음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거액의 벌과금을 물었다. 왜냐하면 수주경쟁에 이기기 위해 경쟁 함정인 프랑스 스콜피온급 잠수함보다 훨씬 낮고 이론적으로만 가능한 수치의 소음기준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험평가를 도산안창호함이 무사히 통과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실로 대단한 성과라 아니 할 수 없으며, 이를 기술적으로 실현해 낸 대우조선해양의 기술진들에게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해군에 인도 후 대통령 참관 하에 진행된 SLBM 시험발사도 400km 이격된 표적에 정확히 명중함으로써 성공적으로 종료되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부수성능이라 할 수 있는 어뢰기만기를 시험평가 하는 과정에서 일부 기능에 문제가 발생되어 시험평가가 3개월 정도 지연된 것은 옥의 티로 남게 되었다.
한국의 자랑스러운 잠수함 건조 기술엔 무엇이?
국내 최초 음향 무반향코팅적용, LBTS 운용으로 건조공정도 무난히 지켜
우수한 잠수함의 상징은 ‘더 깊이 더 조용히 더 강력하게’를 구현할 수 있는 성능이다. 도산 안창호함은 이러한 요구를 잘 충족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더 깊이 잠항하기 위하여 포항제철에서는 압력선체 제작에 크롬과 몰리브덴을 첨가하고 HY-80강보다 니켈을 0.25% 더 함유한 합금강인 HY-100강을 사용했다. HY-100강은 214급 잠수함의 압력선체 건조에도 사용된 400미터 이상 잠항 가능한 선체로 디젤잠수함에서는 세계 최고수준이다. 더 조용한 성능을 위하여 화승RNA사에서는 국내 최초로 음향 무반향코팅제를 개발하여 선체에 적용함으로써 흡음과 동시에 방사소음의 크기를 크게 줄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수중 방사소음 수준을 세계 최고수준인 독일의 214급 잠수함수준에 도달하도록 했는데 이는 잠수함을 독자 개발하는 입장에서 기적에 가까운 성과라 할 수 있다. 또한 대우조선해양은 국내 최초로 육상 시험소인 LBTS(Land Based Test Site)를 이용하여 함정에 장비를 탑재하기 전 완전할 때까지 성능시험을 실시하였다. LBTS를 이용하여 함정에 장비를 탑재하기 전 실제적인 장비성능과 연동에 문제가 없는지를 확인하여 예상되는 문제점을 사전에 제거함으로써 건조공정을 무난히 지킬 수 있었다.
[그림 1] 잠수함에 장비를 설치하기 전 육상에서 시험하여 건조공정에 기여한 육상 시험소(LBTS : Land Based Test Site)
세계 최초 디젤 잠수함에 수직발사관 6문 설치, 세계 두 번째 AIP개발
더 강력한 공격능력 향상을 위해서는 대우조선해양에서 직접 수직발사관을 개발하여 탑재함으로써 대형 탄도미사일 여러 발을 동시에 발사할 수 있게 되었다. 수직발사관을 이용하여 발사하는 SLBM 유도탄은 ㈜한화에서 개발했다. 또한 범한퓨얼셀(주)는 독일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공기불요추진체계인 AIP(Air Independent Propulsion System)를 개발하여 탑재함으로써 적진에서 3주 이상 스노클 없이 작전할 수 있도록 수중작전지속능력을 대폭 향상시켰다. 이렇게 향상된 성능을 이용하여 적을 먼저 보고 먼저 쏠 수 있는 전투능력도 향상되었는데 이는 ADD, LIG넥스원, 한화시스템이 공동으로 소나체계와 전투체계를 개발하여 탑재함으로써 가능하였다. 이러한 도산안창호함의 전투능력은 기존의 독일제 장비를 탑재한 209급, 214급 잠수함에 비하여 탐지 및 추적능력 면에서 더 향상되었음이 시험평가단계에서 확인되었다.
이 외에도 도산안창호함에 탑재하기 위해 독자 개발한 장비 중 몇 가지를 더 소개하면, 우선 수중에서 정확한 위치를 산출하고 오차 없이 항해를 가능하게 하는 기점판(대양전기)과 관성항법장비(한화시스템)는 기존 독일의 209 및 214급 잠수함 장비와 대등한 성능을 갖추었다. 잠수함에서 소음유발원인 중 하나인 추진전동기(효성)와 충전발전기(현대중공업)를 국내 개발함으로써 기존 잠수함의 추진전동기, 발전기 고장 시 독일로부터 기술종속을 벗어나게 되었으며, 수중에서 3차원 기동을 안전하게 보장하는 통합플랫폼관리체계(KTE) 개발 역시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잠수함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잠망경을 오르내리게 하는 통합 양강마스트(금하네이벌텍)도 중소기업의 노력으로 기술을 개발하여 성공했다.
[그림 2] 도산안창호함은 디젤 잠수함이지만 세계 최초로 수직 발사관 6문을 설치하여 공격능력을 강화했다.
국산화율 76% 달성으로 자주국방과 국민경제에 이바지 기대
북한 잠수함은 한국에 비해 크기와 성능은 많이 떨어지나, 수적으로는 우리보다 월등히 많은 90여 척의 잠수함(정)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 해군보다 30년 먼저인 1963년부터 비대칭 전력으로서의 잠수함 확보를 시작한 덕분이다. 하지만 북한 잠수함은 소음이 심하여 은밀성이 떨어지고 속도가 느려 신속하고 은밀한 기동을 필요로 하는 원양작전은 불가능하다.
북한의 로미오급 잠수함은 한 번 잠항 시 물 속에서 최대 10시간 남짓 작전이 가능하지만 우리 도산안창호함은 3주 이상 수중작전이 가능하다. 우리가 3~5배 먼저 탐지하고 2~3 척씩 동시에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이 돋보인다.
이런 면에서 우리가 수적 열세를 극복하고 성능으로 압도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전시에 해외로부터 부품을 조달할 수밖에 없는 난제도 해결하였다고 할 수 있다. 장비, 부품 국산화는 실질적인 자주국방실현의 출발점이다.
잠수함 수출의 문도 활짝 열었다. 잠수함 독자설계 건조 성공은 세계 최고 조선 기술 강국으로 인정받는 것을 의미하며, 잠수함뿐만 아니라 선박 수주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나라는 세계 5번째 잠수함 수출국이다. 2011년 독일의 HDW 조선소가 인도네시아 잠수함 수주경쟁에서 우리나라의 대우조선해양에 패하자 독일은 물론 유럽연합(EU) 전체가 비통해 하며 술렁거렸다. 이러한 쾌거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표정이 밝지 못했던 이유는 수출잠수함에 들어가는 장비, 부품의 상당부분을 수입하여 조립 생산하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개발한 장비가 아니면 수출해도 돈이 안 된다는 말이다. 처음으로 잠수함을 독자 개발하는 한국에서 국산화율 76% 달성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면 달성할 수 없는 성과다. 작년 말 국방기술품질원이 발간한 ‘2020 세계 방산시장 연감’에 따르면, 2015~2019년 한국은 세계 무기수출 분야에서 점유율이 2.1%로 세계 10위를 기록했다. 잠수함은 이제 무기수출 분야에서도 방산수출 세계 10위권 내를 유지케 하는 주역을 담당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림 3] 세계에서 12번째 독자설계/건조한 도산안창호함의 수상항해 장면
독자개발 성공의 원동력과 다음 과제는?
민·관·군의 조화된 협력체계 구축이 원동력
호주잠수함 건조실패 사례 교훈 중 가장 크게 드러난 것 중 하나는 건조 관련 기관 간 불협화음이었다. 호주는 조선소, 스웨덴의 코쿰스 설계사, 잠수함사업단, 해군 잠수함부대 간 관계악화 및 책임전가로 의사결정이 지연되었다. 한국은 이러한 교훈을 거울삼아 개발초기부터 개발 기관 간 원활한 협력 체계구축을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하였으며 이러한 노력이 성공의 원동력이 되었다.
우선 국내개발 성공의 주역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장비개발업체들이다. 국내 조선소를 비롯하여 장비개발업체들의 해외 기술종속 탈피 의지와 자주국방에 기여한다는 헌신적인 노력은 추진동력의 활력소가 되었다. 당시 국내 기업주들은 해외업체들의 잠수함 부품가격 올리기와 기술이전협력 회피에 대한 반감이 대단히 컸었다. 이러한 사유로 개발위험도 크고 기업이윤은 적은 국가주도 연구개발 사업에 동참한 기업주들의 희생정신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다음은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 국방기술품질원 등 정부기관의 규제개혁, 기술지원 노력을 들 수 있다. 기술력, 경제성 부족으로 개발참여를 꺼리는 기업들을 독려하고 지원함으로써 장기간의 레이스를 가능하게 한 정부의 지원과 격려가 큰 도움이 되었다. 해군은 End User로서 15명 규모의 장보고-3 협력단을 조직하여 끊임없이 함 운용 노하우를 제공하고 경험을 공유하였으며, 작전요구성능이 충족되도록 피드백해 주고, 시운전평가를 주관하여 차질 없이 수행하였다.
다음 과제는 핵추진잠수함건조와 수출활로 개척, 건조사업 참여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한국은 1970년대 초부터 약 50여 년 동안 지속적으로 무기개발에 투자한 결과 잠수함과, 전투기까지 생산하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이제 디젤잠수함 건조 성공에 안주하지 말고 또 다른 발전에 도전해야 한다.
한국은 디젤잠수함 중 가장 수준 높은 잠수함을 개발하였지만 아직도 북한에 수적으로 뒤지고 강대국에게는 성능에서 뒤지고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는 제2차 세계대전까지 해전의 양상을 바꿀 정도로 전쟁에 기여했던 디젤잠수함을 모두 폐기처분하고, 지금은 핵추진 잠수함만 보유하고 있다. 핵추진 잠수함은 정치, 경제, 기술적인 이유 등으로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무기체계이지만 그만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전략적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은 다시금 국가 기술력을 총결집하여 핵추진 잠수함 건조에 도전해야 한다.
방위산업은 대부분 국민들의 세금으로 추진되는 국가적 연구개발(R&D) 사업이다. 이제 한국도 무기 생산을 국내 수요에만 의지하지 말고 독일, 프랑스 등과 같이 해외 수출 길을 열어 그 이익을 국민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잠수함은 단일 수출품 중에서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효자상품이다. 그러나 외국으로부터 부품, 구성품을 수입하여 수출하면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장사가 된다. 이제 국산화율을 더욱 높여서 자주국방과 수출활로 개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방위산업의 특징임과 동시에 방위산업 발전의 저해요인 중 하나가 ‘다품종 소량생산’이다. 그러기에 이윤 추구를 제일가치로 여기는 기업에서는 투자에 대한 매력이 없고 처음 개발하기 때문에 실패 시 도산할 수 있다는 두려움도 매우 컸다. 이러한 악조건에서도 잠수함 독자 개발을 위한 국가정책에 참여한 기업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다. 도산안창호함 계약 당시에는 ‘성실한 연구개발수행의 인정’ 제도가 없었지만 지금은 ‘성실한 연구개발수행의 인정’ 제도를 만들어 방위사업에 참여하여 개발에 실패한 기업을 보호하려 하고 있다.
방위사업을 국가 생존전략으로 육성하는 이스라엘은 업체 기술개발 비용의 50%까지 보존해 주고 있지만, 여전히 60% 정도의 개발 실패율이 발생하는 상황에서도 기업에 대한 지원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도산안창호함 8개월 인도지연에 대한 지체상금만 적용할 게 아니라 어려운 여건에서도 정부주도 연구개발에 참여하여 자주국방과 국가기술력 향상에 기여한 기업주들에게 인센티브를 고려해야 한다. 13년간 묵묵히 잠수함 국산화에 매진한 기업에 정부차원의 당근 없이 회초리만 주어진다면 위험부담이 많은 장비개발에 제2, 제3의 도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예외 없는 규칙은 없다. 성실한 연구개발수행의 인정 제도가 소급적용이 가능한지 법적으로 따져서 기업들의 헌신에 보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