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릭 사티 (Satie,Eric : 1866~1925 프랑스) 검은 고양이 카바레의 검은 고양이 신사 프랑스의 작곡가 에릭 사티는 독창적인 작곡가였을 뿐 아니라 형식과 권위를 타파하고저 했던 예술가 였다. 그는 당대의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고집스럽게 지향했다. 그는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다. 직업이라 해봐야 몽마르트 거리의 카바레 등지에서 피아노 반주를 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1879년 파리음악원에 입학하여 정식으로 음악교육을 받다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며 독학으로 공부하였고,1905년 39세의 늦은 나이에 뱅상 댕디가 주재 스콜라 칸토룸에 입학하여 대위법과 음악이론을 새롭게 배울 정도로 자신에게는 엄격한 사람이었다. 그는 기존 음악계가 쌓아 놓은 신조나 미학은 무시해버리고 자신의 고집대로 음악을 만들고, 연주했던 세기의 반항아였다. 실제로 그는 환상과 괴기소설로 유명한 미국인 애드거 앨런 포가 쓴 「검은 고양이」를 읽은 후부터 그것을 흉내 내어 검은 중산모에 검은 벨벳 윗도리와 바지 차림으로 검은 고양이 손잡이가 달린 검은 박쥐우산을 지팡이 삼아 몽마르트 언덕을 걷곤 했다. 아이들이 달려와 “검은 고양이 카바레의 검은 고양이 신사가 걸어 간다” 이렇게 외치곤 했다는 것이다. 1963년 루이 말 감독은 <도깨비 불>에서 영화음악으로 사티의 피아노곡을 사용했는데, 영화가 개봉되자 전 세계가 깜짝 놀랐다. 정신이 아찔해 질만큼 아름다운 이 음악은 도대체 누가 작곡한 것이지? 뭐? 사티라고? 도대체 그가 누구야? 하루아침에 유명해진 사티는 당시 파리음악계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던 ‘펠라당 대종사’에게 발탁되어서,1892년 3월 10일 ‘장미십자단전’이 열리는 개막식 팡파르는 에릭 사티가 작곡한 3악장으로 구성된 악곡이 연주되었는데, 이날 청중들의 반응은 의외로 냉담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그로부터 일주일 뒤에 장미십자단전의 특별공연으로 사티가 작곡한 화성 조곡이 딸린 펠라당 대종사의 바그너풍 3막 점성극인 <별들의 아들>이 공연되었는데, 청중들의 반응은 극도로 냉담했다. 그러자 펠라당 대종사는 사티에 얼굴에 침을 뱉으며 이렇게 말했다.
■ 대쪽 같은 사티 잘도 내 얼굴에 먹칠을 했군. 잘도 내 예술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버렸어. 내가 그렇게 누누이 말했잖아. <별들의 아들>은 바그너 풍으로 작곡하라고. 하지만 네놈은 남의 말을 전혀 귀담아 듣지 않아. 끝까지 제멋대로 나갈 뿐이지. <중략> 그런데 은혜를 원수로 갚다니, 이 배은망덕한 놈, 독약이라도 먹고 뒈져버려! 지금 당장 지옥에나 떨어져! 그러자 사티. 팰라당 대종사님, 무슨 말씀인지 알겠지만 대종사님이 장기로 삼는 바그너 말인데요. 기쁨이든 슬픔이든 무엇이든 지나치게 과장해서 역겹기 짝이 없는 그 바그너 말인데요... 그의 음악을 대종사님이 맹목적으로 좋아하는 것은 자유입니다. 하지만 그걸 남에게까지 강요하는건 그만 두세요. 바그너 풍이 꼭 필요하다면 바그너 본인한테 부탁하면 되잖습니까?
<중략> 예술이 예술인 까닭이 무었입니까?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대답해 주십시오.
<중략> 남을 흉내 내는 앵무새가 될 바에는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바그너 풍으로 작곡하라고 다시 말하면 앵무새가 되라고 주문한 겁니다. 나는 바그너가 아니라 사티입니다. 그래서 사티 풍으로 작곡하는 방법밖에 모릅니다. <중략>
정말로 대단한 고집이고 용기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대종사가 자기 목줄을 쥐고 있는데도 이렇듯 바득바득 대어 든다는 사실입니다.
<출처 : 정태상,"이 곡만 듣고 나면 살맛이 난다",pp.335~343 발췌>
<농담> 이렇듯 자기에게 목줄이 잡혀있는 '사티'가 바득바득 대어들자 <펠라당> 대종사는 기가 막혀 뒤로 <발라당> 넘어지고 말았단다. 그 이후 대종사의 이름이 <팔라당>이 되었다나, 뭐!!!!! ■ 작품 감상 그의 초기 대표작에 속하는 3개의 짐노페디는 고대 그리스 양식에 심취해 있던 사티의 면모가 그대로 드러나는 작품이다(1888년 발표). 단순한 듯한 선율이지만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영감으로 가득차 있어 감동을 줄 뿐만 아니라, 이 혼탁한 세상을 정화시키기 위해 사티가 이 세상을 향해 풀무질하며 불어넣어 주는 산소 같은 음악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 Gymnopédie No.1 (3:04) 하단에 ● Gymnopédies No.1~3 (8: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