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들이 음악을 쓰며 신경 쓰는 것중의 하나가‘r,음악의 흐름 중 어디쯤에 정점(Climax)를 둘까’하는 일일 것입니다. 일단 정점이 정해지면 그 정점을 향하여 음억의 생명을 어떻게 구동하고 또 가속력과 폭발력을 증가시켜 절정에 도달할 것인가를 고민할 것이며,그렇게 폭발된 절정감을 어떻게 이완하여 안정으로 되돌아갈 것인가 하는 것에 온 신경을 쏟을 것이다. 거대한 태백산맥이 수많은 준봉들을 거느리며 결국 지리산으로 정점을 찍 듯,음악도 수많은 긴장과 이완의 드라마가 펼쳐지다가 마침내 최고봉의 정점에서 주체할 수 없는 절정감을 터트리고 이완으로 안정을 되찾아간다. 이 것이 음악이 아름다워지는 또 하나의 맥락이고 드라마이다. 즉,이러한긴장과 이완의 드라마가 음악이 아름다워지는 또 다른 요소의 하나이다.그래서 긴장과 이완은 음악의 여러 요소 중 가장 핵심에 해당하는 요소의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가 잘 아는 베토벤의 교향곡5번c단조op.67 <운명>은 반복과 변화의 드라마,기승전결의 드라마,긴장과 이완의 드라마의 결정판이라 할 것이다. 1악장은 우리가 잘 아는‘딴따따 딴따’하며 첫 문을 여는 동기가 수없이 반복·변화되면서 펼쳐가는 반복과 변화의 드라마이며,저 높은 절정을 향하여 에너지를 응축하며 드디어 정점에서 폭발하는 긴장과 이완의 드라마이다. 교향곡5번 1악장은 이러한 수많은 긴장과 이완의 드라마들이 이어지고 모아져서 마침내 거대한 정점에 도달하는 절정감으로 우리를 전율케 하는 한편의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쿠르트(E. Kurth)는 「낭만과 화성법과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에서 발견되는 위기, 1919」라는 그의 논문 첫머리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음악에서 실제로 들리고 있는 것은 모두가 그보다는 훨신 강력한 근원적 사건으로부터 발진된 방사(放射)에 지나지 않는다.그 근 원적 사건의 힘은 우리가 들을 수 없는 곳에서 맴돌고 있다. ···중략··· 일반적으로 우리가 음악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은 그 사건의
환영(幻影, Ausklingen)에 지나지 않는다. ···중략··· 그래서 음악은 우리 내부에 있는 자연의 힘이고 의지 활동의 다이 내믹이다.”
이와 같이 쿠르트는 음악의 근거를 실제로 우리의 귀에 들리는 음악 소리에 응축된 내적 다이내믹에 있다고 말한다.말하자면 쿠르트는 음악의 본질을 다이내믹 즉 힘,이라고 보았다.이것을 다른 책에서는 ‘역성(力性)의 전개(展開)’라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음악의 저 밑바닥에서 흐르츤 것은 힘이며,역성의 전개이고,음악이 리듬을 따라 꿈틀거리는 것은 음악의 힘이‘찼다, 기울었다,밀었다,놓았다, 맺었다 풀렸다’ 하는 음악적 드라마의 진행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이 곤 음악의 생명이고,음악의 아름다움이며, 음악의 가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순수음악,절대음악의 입장에서 음악의 본질은 힘과 경과,힘의 운동,즉 역성의 전개이다. <출처 ; 김승일 : 클래식의 오해와 편견,pp.5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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