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가 일주일 넘게 소화가 안되고 빌빌거린다
결국 대천 동서한테 전화를 했는지 오늘 진료 받으러 오라 해서 같이 갔다
이것저것 검사해본다고 하더니 결국 나도 온 김에 검사하라 해서 따랐다
왠걸 처한텐 별말 안 하고 나의 상태가 심히 걱정된다 하여 300여 만원어치(가족이라고 반이상 할인받아 130 여만원) 약을 지었다 그동안 공짜로 해서 돈을 받지 않으면 안 짓겠다 하여 강제로 지불했다
간 김에 주말이라 하루를 대천에서 묵고 아침에 대천항을 산책했다
폐장이 된 대천해수욕장엔 코로나 19가 더해 한가 그 자체였다
서해의 아침 서늘한 바람이 고스란히 갈매기 무리 날아와 앉듯 다가온다
아침을 간단히 하고 근처 왕대사에 들렀다
그동안 가을 장마가 부지런히 내리더니 오늘은 그래도 반짝 짧지만 햇빛이 비추인다
햇빛을 받아 더욱 분홍으로 아름답게 핀 배롱나무 꽃이 그윽하게 나그네를 반긴다
그동안 고속도로에서만 먼 발치 산위에 웅장하게 봐 왔던 왕대사를 오늘 처음 방문했다
운치있는 숲 사이로 웅장하게 보이는 성처럼 왕대사 입구가 손짓한다
해안도로 길에서 이정표에 따라 마을길로 조금만 접어들면 산 허리에 좋은 풍광을 자랑하는 오래된 천년고찰 왕대사가 위치해 있다.
신라 56대 경순왕이 고려 태조 왕건에게 신라는 선국하고 이곳으로 내려와 집을 짓고 거처하면서 마애불을 새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왕이 거처한 산이라 해서 왕대산. 왕대산에 있는 사찰이라 왕대사. 사실은 품고 있는 풍광이 더욱 왕대사의 이름값을 하고 있다.
조그만 대웅전 아래 커다란 바위를 깍아 연못을 조성하고 아치 나무다리를 조성했는데 선경으로 오르는 느낌이다
신라의 마지막 임금인 경순왕. 왕위를 버리고 이곳 왕대사에 머물면서 한 맺힌 가슴을 종교로 풀며 마음의 짐을 덜고자 미륵불을 만들고 저 나무를 심었나 보다.
저 멀리 만리에 걸친 흰 구름을 수레삼아 타고서 학의 날개짓을 고요히 하며 선경에 도취해 있는 모습이다
수백년 동안 왕대사를 지켜온 기(氣)는 아파도 아파하지 않고 힘들어도 내색 한 번 없이 그 긴세월을 하염없이 또 인간을 구원하며 지내왔구나.
그 안녕함을 보존하고자 저 멀리 보이는 보령을 만들고 이곳에서 묵묵히 지켜보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