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천절인 3일 오전 경기도 부평시 부평구 한 아파트 단지. 수백 세대 중 태극기를 단 집은 한 곳뿐이었다. 회사원 이모(58·인천 부평구)씨는 "예전과 달리 요즘은 국경일인데도 태극기 달기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입으로만 애국한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부천시 상동 대규모 아파트 단지도 사정은 비슷했다. 총 14개 동, 1,200여 세대가 사는 이 아파트에 태극기를 단 가구는 10곳 안팎이었다. 관공서를 제외하고는 태극기를 단 곳이 드물었다. 주택가에서도 국경일의 의미가 무색할 정도로 태극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한민국 국기법에 따르면 3·1절과 제헌절·광복절·개천절·한글날 등 국경일로 지정된 날에는 태극기를 게양해야 한다. 국경일을 앞두고 일부 지자체와 기관에서 태극기 달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태극기 달기에 외면당하고 있는 것은 아쉬운 현실이다.
"국경일마다 태극기를 건다"는 양모(72·남·부천 상동)씨는 "국경일에 집집마다 태극기가 펄럭이는 모습은 옛날 얘기"라며 "요즘은 국경일을 쉬는 날 정도로 여기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반면 자영업 박모(63·여· 인천 부개동)씨는 "국경일에 태극기를 건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집에 태극기가 없다”고 말했다.
부평구의회 허정미 의원은 "개천절에 태극기를 거는 것은 개천절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우리가 대한민국 일원임을 행동으로 옮기는 방법"이라며 "우리나라를 만든 날을 영구히 잊지 않겠다는 것을 태극기 달기로 표현하는 것인데 희석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태극기는 단순한 국기에 머물지 않고 대한민국의 역사와 철학을 담고 있다.
일제에 대항한 한국의 독립운동 과정에서 중추적 역할을 했으며 한국인들의 자유와 자치를 위해 단결함에 따라 한국의 정체성과 회복력을 상징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요즘 우리나라가 여러모로 어려운 가운데 있다. 다음 번 국경일에는 나라사랑하는 마음의 한 표현으로 태극기를 다는 집들이 늘어날 것을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한국NGO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