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6시 20분
선생님 댁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먼저 식사를 마친 은우가 심장이 터질 거 같다고 했다.
자전거 여행을 앞두고
얼마나 기대되고 설레이면 심장이 터질 거 같을까.
그런 설렘을 표현하는 은우의 순수함이 부럽기도 하다.
습지공원을 향해 달려가는 나의 자전거에도 은우의 설렘이 묻었는지
빨리 내일이 왔으면 좋겠다.
1코스, 2코스로 나눠 교대로 연습하기 전,
오지 않은 친구들과 부모님을 기다리며
자율적인 분위기 가운데 앞, 뒤 간격을 조절하며 자전거를 타는 연습을 했다.
모두 모이고, 7시 30분이 지나자 제법 어둑어둑 해졌다.
공원 내 빛이 없는 사각지대가 걱정이 조금은 되었지만, 훈련을 하였다.
연재흠 선생님 지도 아래에 1팀은 공원을 꽤 오랫동안 돌았다.
1팀의 코스는 길이도 더 길고 인원도 더 많음에도 자전거 간격과 복명복창
잘 되는게 안정적이다, 느꼈다.
1분, 1분 다르게 어두워지는 가운데,
신나서 연습하는 1팀 아이들을 보는것이
2팀인 나와 아이들은 아주 감질났었다.
유정란 노른자마냥 색이 쨍한 달이 산에 걸려, 빠르게 올라오는걸
구경하는 것으로 나와 아이들은 마음을 달랬다.
2팀은
세진, 예랑, 규리, 지원, 연우 순으로 연습했다.
시원이도 훈련에 함께 해야했지만, 바퀴에 구멍이 나서 오늘 훈련에는 함께할 수 없었다.
내일은 꼭 함께할 수 있길 바란다.
아이들은 내가 하는 말 하나하나에 진지하게 귀 담아듣고, 따라와주었다.
예랑이는 내 뒤를 바짝 쫓아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내가 하는 말도 크게 복창해주니
나와 동생들을 연결해주는 팀의 든든한 허리같다.
그런 언니 뒤를 성실히 따라오는 규리, 누구보다 진지하게 임하는 지원이,
그리고 연우까지.
연우는 아직 자전거 타는 것이 다른 친구들 만큼 익숙지 않다.
그럼에도 제일 먼저 선생님께 자전거 여행에 대한 꿈을 이야기 해줬고,
성실하게 훈련에 임했으며, 길안내팀으로서 여행에 많은 도움을 줬다.
자전거 여행에 흘린 땀과 눈물에 대해서 연우가 반드시 보상받았으면 좋겠다.
연우가 뒤쳐졌을 때는
동생과 친구들 모두 함께 기다렸다.
짜증이나 불평하는 아이 하나 없었다.
오르막길을 오를 수 없을 때는 끄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자전거를 끄는 것이 부끄러움이 아님을 말해주었다.
혹여나 부끄럽다고 느낄까봐 같이 끌었다.
내일도 최선을 다해 그렇게 할 거다.
훈련을 마치니, 더 기대가 된다.
재미있을 거 같다.
아이들도 엄청 즐거울 거라 확신한다.
훈련을 마치고
지난 번처럼, 마지막으로 아이들과 부모님들께
공지말씀을 전해드렸다.
모임시간과 출발시간 그리고 날씨에 대한 이야기
안전문제에 따른 환영팀의 준비 등등.
그리고 자전거 적재와 배차 문제가 해결되지 않음을 말씀드렸다.
차량과 관련하여 지난 번에 어떻게 진행됬었는지, 다람쥐 선생님께서 도와주셨다.
머리 속에 정리되지 않은 부분이라 어려움이 있었는데, 다행이었고 감사했다.
이 인원과 자전거가 과연 어디에 어떻게 들어가고 옮겨질 것인가 하는 가장 큰 문제중 하나였는데.
마지막 날이 되서야, 해결됬다.
뭐랄까. 조금 허탈했다. '결국은 마지막이 다 되서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구나.'
"내일 6시 반에 차에 실으려면, 출발도 더 늦쳐지는데, 오늘 하죠?"
선빈이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오늘 자전거 실으면, 내일 바퀴에 바람을 넣기 힘드니 지금 확인하고 넣는게 어떨까요?"
하윤이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그렇게 아이들과 부모님, 선생님 모두의 자전거 바퀴를 확인하고는 시끌벅적
솔이 담이 할아버지 탑차와 선빈이 아버지 차에 자전거를 싣기 위해 난리통이 벌어졌다.
우리집 아파트 단지나 동네 인심으로는 버틸 수 없는 데시벨이였다.
시골 마을 고요함 속, 이런 난리통은 더 클터인데 이웃들이 너그러이 정겹게 봐주나 싶었다.
내 물건, 네 물건, 우리 집 아이, 옆집 아이
내 차에, 옆집 차에
놀러 가기위해,
상황과 형편에 따라 뒤섞여 싣고 타는 모습
이 밤에
정말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었다.
'내가 비라면, 내일은 정말 오지 않겠어.'
생각했었다.
여행 하루 전까지, 가장 중요한 것 하나가 정해지지 않아 초조했었다.
하루 전날인데, 오늘 하루에 정해진 것만 해도 한, 두가지가 아니다.
기존에 알고 있던 익숙한 일방적인 사회복지 방법으로는 이미 사회복지사, 사회사업가
다 정해놓아 이렇게 왁자지컬 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자기 삶의 주인됨, 마을사람간의 인정나눔 같은 모습들도 없었을것이다.
물론, 나는 초조하고 불안했지만, 아직까지는 초보 사회사업가인
내가 감당해야 할 성장통이겠거니, 생각했다.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자전거 여행이라는 복지를 이루기 위해 서로 돕는 모습,
이 저녁에 왁자지껄 역동하는 모습을 보며
이런게 사회사업, 생각했다.
비가 왁수같이 내려서 못가면 나는 이 여행을 실패했다 봐야할까
이 질문도 생각해볼 문제이다.
생각해볼 필요가 없지만, 답은 하지 않겠다.
그래도
'야 비 눈치있으면 오지마라.'
'오더라도 엄마 마음 살펴서 적당히 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