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은 어떤 <스킨십>을 좋아하나요?
제가 이번에 저보다 한 살 많은 여자 친구한테 스킨십을 해보려 하는데요.
여자 친구도 제가 해줬으면 하네요. 어떤 스킨십을 좋아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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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남학생의 글이다. 인터넷이라고는 해도 예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질문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나저나 이 학생이 말하는 ‘스킨십’이란 대체 무얼까?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스킨십을 정의하길 “스킨십(skinship): 피부의 상호 접촉에 의한 애정의 교류. 육아 과정에서 어버이와 자식 사이, 또는 유아의 보육이나 저학년의 교육에서 교사와 어린이 사이에서 그 중요성이 강조된다. ‘살갗 닿기’, ‘피부 접촉’으로 순화”라고 되어 있다.
어느 나라 말에서 유래한 것인지는 밝히지 않고 다만 ‘순화’하라고만 한다.
언뜻 보면 영어 같지만 이 말은 일본사람들이 만들어 쓰는 말이다. 일본 위키피디어에 따르면 "スキンシップ(skinship)は、母親と子供を始めとする家族関係にある者や、ごく親しい友人同士が抱きしめ合ったり手を握り合う、あるいは頬ずりするなど身体や肌の一部を触れ合わせることにより互いの親密感や帰属感を高め、一体感を共有しあう行為を指す言葉である"라고 풀이하고 있다. 번역하면 ‘스킨십이란 부모와 자녀를 비롯한 가족관계에 있는 사람들 또는 친한 친구끼리 서로 안거나 손을 잡는 일 또는 뺨을 비비는 등 신체나 피부 일부를 접촉 함으로써 서로 친밀감이나 귀속감을 높이고 일체감을 공유하는 행위를 이르는 말’이라고 쓰여 있다.
그렇다면, 이 말은 언제 만들어진 것일까? 일본 소학관의 ≪일본대백과전서≫에는 이 말의 유래를 1953년으로 보고 있다. 1953년에 개최된 WHO 세미나에서 미국인 여성이 만들어 사용하는 것을 히라이(平井信義) 씨가 일본에 소개하여 전국적으로 퍼졌다고 한다. 엄격히 말하면 화제영어(和製英語, 일본제영어)는 아니지만 미국에서는 쓰이지 않는 말이 스킨십이다. 위키피디어는 한국에서도 일본에서 수입한 이 말을 그대로 쓰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내가 보기에는 그대로 쓰는 정도가 아니라 신나게 쓰고 있는 느낌이다. 심지어는 어린 학생들까지도 ‘스킨십’에 대한 노골적인 질문을 인터넷이 올릴 정도니 말이다. 하나의 낱말이 들어와 퍼지기 시작하면 엄청난 속도로 번지고 한번 이미지화해버리면 좀처럼 대체 할 말이 없을 정도로 강하게 박혀버리는 게 외래어의 속성이다. 쓰지 말자고 하기보다는 국어사전에서 이 말이 어디서 유래한 것 인지라도 분명히 밝혔으면 한다.
스킨십과 같은 일본제영어는 오더메이드, 사이드브레이크, 덤프카, 치어걸, 베드타운, 백밀러... 등 수없이 많지만 특이한 것은 이런 말들이 만들어지면 영락없이 한국으로 들어와 한국인들이 더 신나게 쓴다는 점이다. 문제는 “베드타운 : 큰 도시 주변의 주택 지역. 도심 지역으로 일하러 나갔던 사람들이 밤이 되면 잠자기 위하여 돌아온다는 데서 붙여진 말이다.”는 식의 국어사전에 있다. 기왕이면 일본제 영어라는 것을 밝히는 게 우리말을 살려 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첫댓글 네..맞는 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