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1 -
시각장애인 시 낭송회
강원특별자치도 시각장애인연합회에서 이번 가을 강원지역 18개 지회 회원 시낭송 대회를 개최하였다. 물론 경연으로 등수를 가리는 형식이 아니고 함께 가을을 즐기며 점자와 묵자를 편하게 혼용하여 시를 낭독하고 암송하며 회원들 앞에 나서서 발표하는 친목 도모의 행사였다.
사실 시각장애인들이 시를 읽고 낭송대회까지 진행한다는 것이 예전에는 전혀 생각지 못했고 전혀 개념조차 없던 일이었는데, 강원점자도서관장과 여러차례 상의하며 시험삼아 한 번 시도해 보는 걸로 시작한 행사가 올해로 벌써 5회차가 되었다. 일반적인 개념을 벗어난 시도라 생각하며 반신반의 하며 진행했는데 의외로 회원님들의 반응이 좋아서 이제는 어느정도 자리를 잡은 행사가 되어버렸다. 물론 우리 인제지회 회원님들을 필두로 바람을 잡고 인제 내린문학회 회원인 시인이자 시낭송 전문가 최인홍
선생님의 낭송 지도를 몇 개 지회를 돌며 진행하여 행사의 기본 틀과 수준향상의 과정이 전재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지속적인 행사로 자리매김 할 줄은 미처 예상치 못한 일이다.
시각장애인들이 모여 시를 음미하고 시를 이해하여 낭송을 한다는 생각이 어쩌면 낯설게 다가올지 모르지만, 행사를 진행하며 느낀 점은 의외로 사고의 전환 즉 부정적 요인으로 인해 오히려 더욱 강한 힘으로 작용한 게 아닌가 하는 새로운 관점을 가지게 되었다. 보이지 않는 세상이기에 더욱 보고싶은 간절함이 글을 읽고 싶은 감성으로 발전하고 손 끝 촉감으로 읽고 보는 문자와 세상이, 그래서 더욱 절절히 가슴에 다가와서 시낭송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접하는데 더욱 강한 에너지로 작용하게 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매우 고무적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느 시인이 노래한 ‘훈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했지만 흔들리는 정도가 아닌 좌절과 절망의 순간들로 점철된 일상에서 자기자신을 추스르고 비장애인과 발마추어 사회생활을 이어나간다는 것은 실제로 겪어 본 사람들이 아니면 감히 말할 수 없이 힘든 일인데, 마지막 절규였을지도 모를 작은 희망을 붙잡고 일어서서 삶의 한가운데로 뛰어 들어온 이들의 모습은 차라리 장했노라고 격려를 넘어 칭송을 해 주고 싶은 마음이다.
비장애인들과 어울려 서료 격려하고 어깨 두두려 가며 시를 읽고 낭송하는 모습들은 차라리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 하였고, 한 사람 한 사람 가슴 속엔 아픔이 응어리져 있겠지만 모두 밝게 웃으며 손뼉치며 즐겁게 행사에 임하는 모습에서 역시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인간적임에 경외감 마저 들었고, 이 상황을 연출하는 매개체가 되어준 문학과 예술의 힘 또한 대단함이 묻어 나왔다. 무엇보다 비교적 간단하게 접 할 수 있는 시 문학이 정말 큰 영향력을 보여주어 나름 시인의 한 사람으로 자부심마저 가지는 계기가 되었다.
가을 비 촉촉이 내리는 인제 박인환 문학관 바로 옆 행사장에서 가을을 맘껏 가슴에 품고 비록 보지는 못했지만 푸르른 가을 하늘을 선명히 그리며 아픔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이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한 마음으로 서로 사랑하는 방법을 공유하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고, 무엇보다 힘든 세상에 자그마하지만 그래도 살아가야 할 이유 하나는 충분히 가슴에 담았으리란 생각에 큰 의미를 부여하며, 내 바로 옆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동시대의 동반자들이, 보이지 않지만 나름 아픔을 견뎌내며 살아가고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음에 이제부터라도 좀더 애정을 가지고 주변 사람들과 눈 맞춤 하고 노래라도 함께 부르며 살아가고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