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이 있는지 / 박원희
남편에게 오늘 이 세상을 떠나게 되면
가장 아쉬운 게 무엇인지 물었다.
"당신이지" 라고 했다.
그런 정답 말고 다른 게 있느냐 묻자,
''없다"고 했다.
나 역시 없다.
오래전 암 투병 이후로 덤으로 살고 있는 나에겐
더는 바랄 게 없다.
나에게 주어진 삶 동안,
모시고 있는 어머니를 천국에 잘 보내드리고
내가 떠나는 것이 남은 바람이다.
아이들도 잘 자라 주었고,
일용할 양식도 늘 공급해 주셨으며,
인생의 고비마다 간섭하시고 넘어설 힘을 주신 분 덕분에
마음이 비워진 것 같다.
이 빈 마음에 올 한 해는 시를 짓고,
악기도 배우며 좋아하는 노래를 몇 곡 연주할 수 있게 되었다.
또 멕시코 여행을 앞두고 스페인어를 날마다 연습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의 시간은
무엇을 더 채우는 시간이 아니라,
나로 인해 힘든 사람이 없는지 돌아보고
가진 것을 나누며
주변을 더 살피는 시간으로 보내고 싶다.
후회나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Do I Have Any Regrets?
by Wonhee Park
I asked my husband,
"If you were to leave this world today,
what would you miss the most?’’
He said,
"You, of course."
I smiled and replied,
"Not that kind of answer—something else."
He thought for a moment, then said,
"Nothing."
I feel the same.
After my battle with cancer long ago,
l've been living each day as a bonus,
with nothing more to ask for.
During the rest of my given days,
I only hope to send my mother to heaven peacefully,
and then, when the time comes,
to follow after her.
Our children have grown well.
We have always had daily bread,
and in every turning point of life,
there was Someone guiding me through.
Because of that, my heart feels emptied—
in the most peaceful way.
With that empty heart,
this year I began to write poems,
learned to play an instrument,
and can now perform a few of my favorite songs.
I also practice Spanish every day,
preparing for our upcoming trip to Mexico.
But from now on,
I don't wish to fill my days with more things.
Instead, I want to look back—
to see if I've caused pain to anyone,
to share what I have,
and to care more deeply for those around me.
So that when my time comes,
I may have no regrets,
and no longing left behind.
첫댓글 노년의 존재는 이루 다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신비로움으로 가득해서, 자발적 가난과 고통을 이고 갈수록 내재했던 신비로움들이, 양파껍질 벗겨지듯 벗겨지며, 싱그러움으로 영글어지는 기쁨을 맛보는 즐거움의 체험을 하며 존재의 의의를 날마다 발견하고 있습니다. 노인은 본래의 나를 찾아가는 존재라고 믿고 싶습니다.
헤겔의 변증법에서 정반합의 원리를 매일 체험하며 존재의 의의에 힘입어 존재 너머를 향해 달려갑니다. 그것이 나의 본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노쇠한 날개지만 근육의 살을 더하는 훈련으로 훨훨 날며 상승하는 연습을 매일매일합니다.
사랑과 봉사입니다. 어떻게 하면 남에게 기쁨을 줄 수 있을까?
오늘도 노년대학에서 설겆이 봉사를 하고 열심히 합창 연습을해서 발표회 하는 날 정성을 다해 노래할 생각입니다. 벌써 가슴이 벅찹니다.
앞으로의 시간은 무엇을 더 채우는 시간이 아니라,
나로 인해 힘든 사람이 없는지 돌아보고
가진 것을 나누며
주변을 더 살피는 시간으로 보내고 싶다는 바램이 이루어 지시길 바랍니다.
뭉클한 시였습니다. 고맙습니다 박 시인님.
부족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 합니다 ~
오랜 신앙의 여정과 인생의 연륜이 이토록 잔잔하고도 깊은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병마와 세월을 이겨낸 시인의 고백이 독자에게 위로가 되고,
동시에 삶의 방향을 비춰주는 등불 같습니다.
"후회나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이라는 마지막 문장은
기도처럼, 다짐처럼 마음속에 머뭅니다.
저의 신앙 고백으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