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단 2시간만』이라는 책을 쓴 이마이 다카시는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관찰한 뒤, 그들에게는 공통적으로 하루 중 ‘최고라고 할 만한 시간’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식사하는 시간, 좋아하는 공연을 보는 시간, 운동을 마치고 바람을 느끼며 걷는 시간…. 그런 시간이 평균 두 시간 정도였다고 합니다. 하루 스물네 시간이 모두 행복할 수는 없겠지만, 기다려지는 두 시간이 있다면 나머지 스물두 시간도 조금은 기꺼이 살아낼 수 있겠지요.
오늘 우리가곡사랑회 연주회장에서 우연히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나는 연주가 없는 오늘 같은 날이면 정말 마음이 편해. 객석에 앉아서 편안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잖아.”
또 연주를 마친 분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게 뭐라고. 잘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데, 연주가 끝나고 나면 이렇게 홀가분한 것을.”
저도 웃음이 났습니다. 틈틈이 연습을 해왔지만 제 차례가 다가올수록 어김없이 가슴이 뛰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정말 ‘이게 뭐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아마 그것이 우리가 매달 다시 이 자리에 서는 이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그리워〉, 〈노을빛 그대〉, 〈별을 캐는 밤〉, 〈꽃을 위한 세레나데〉, 〈흐르는 것들〉, 〈연꽃의 노래〉, 〈동백 지다〉가 이어졌고, 〈황홀한 기다림〉과 〈그리움〉, 〈내 맘의 강물〉, 〈뱃노래〉가 무대를 채웠습니다.
2부에서는 〈임이 떠난 뒤〉 〈그대가 꽃이라면〉, 〈나의 봄〉, 〈어느 봄날〉을 지나 〈한계령〉과 〈꽃구름 속에〉를 만났습니다. 〈옛날은 가고 없어도〉, 〈연〉, 〈마중〉, 〈산아〉, 〈나 하나 꽃 피어〉, 〈산촌〉을 지나 마지막 〈가을이 오는 소리〉까지 듣고 나니, 두 시간 동안 봄에서 가을로, 그리움에서 기다림으로 한 생의 여러 계절을 건너온 듯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곡사랑회의 한 달에 한 번 연주 시간도 꼭 두 시간 남짓입니다. 어쩌면 이 두 시간을 위해 우리는 지난 한 달 동안 곡을 고르고, 악보를 들여다보고, 잘되지 않는 부분을 몇 번이고 다시 불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 한 달을 무사히 보내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 노래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한 일입니다. 몇 주 전 큰 교통사고를 겪고도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아 연습을 다시 시작했지만, 이번에는 심한 감기까지 찾아와 오늘 무대에 서지 못할 뻔한 분도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오늘’이 사실은 수많은 무사함 끝에 우리에게 도착한 하루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역시 세일아트홀로 향하면서 ‘이렇게 긴장되는 일을 나는 왜 또 하고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무대를 마치고 내려오면 그렇게 홀가분할 수가 없습니다. 다음 달이면 또 긴장할 것을 알면서도 다시 악보를 펼치게 되겠지요. 오늘 연주회가 끝나고 나서, 사회자의 말처럼 우리가 해야 할 일과 평범한 일상 속에 음악이 함께한다면 우리의 삶은 조금 더 성숙하고 행복해질 것 같습니다.
행복은 거창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닌가 봅니다. 한 달에 한 번, 좋아하는 사람들과 만나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는 두 시간.
무대에 오르기 전의 떨림과 내려온 뒤의 홀가분함. 그리고 다시 다음 만남을 기다릴 수 있다는 것.
좋은 두 시간이 나머지 시간을 끌고 갑니다. 오늘은 그 사실을 다시 생각해본, 참 고마운 하루였습니다.
첫댓글 노래가 있기에 위로를 받고 삶의 활력소가 생기고 노래 부를 수 있기에 감사하고,
소중한 분들을 뵐 수 있기에 더 없이 행복한 하루가 있어
한달이 기다려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