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3. 가뭄에 얻은 수자원의 소중함.hwp
가뭄에서 얻은 수자원의 소중함
광주광역시 보건환경연구원 이학박사 조영관
가뭄으로 저수지 바닥이 갈라지는가 하면, 작물이 타들어 가고, 모내기를 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농민의 모습에 안타까움이 극에 달한다. 특히 충남지역에서는 식수 공급도 걱정해야 할 정도라고 한다. 올해 봄부터 초여름까지 내린 비는 예년의 약 280㎜에 비해 170㎜ 정도로 56%밖에 비가 내리지 않아 가뭄이 심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가뭄은 강수량이 통계적 평균보다 현저히 낮은 상태가 장기간 지속하여 이용 가능한 수자원의 양이 현저히 부족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가뭄은 강수량 통계에 의해 판단하는 기상학적 가뭄과 하천과 저수지의 저수량으로 판단하는 수문학적 가뭄, 농작물 재배에 필요한 용수량과 관련된 농업적 가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올해의 가뭄은 이 3가지에 다 속해 심각한 단계라 할 수 있다.
가뭄의 원인은 비가 적게 내리는 기간이 길어지는 데 있으며, 우리나라의 가뭄 발생빈도가 기상관측 이래 1904년에서부터 2000년도까지는 35회 이상으로 연간 약 0.36회 발생했는데, 최근의 2001년부터 작년 2016년까지는 11회 발생해서 연 0.64회로 약 2배 정도 가뭄발생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추세는 지구 온난화 등의 기후 변화 때문에 예전에는 10년 주기이었던 가뭄빈도가 최근에는 4~5년 주기로 단축되어 봄 가뭄이 계속 반복되고 있어서 가뭄에 대한 대비도 변화되어야 한다.
필자는 30여 년 동안 물관리 연구업무를 수행하면서 가뭄을 생생하게 체험하여 수자원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수자원은 한정된 자원이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강우량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기상상황에 따라 수량뿐만 아니라 수질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한순간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다.
지형적으로 수자원양이 절대적으로 풍부하지 못한 여건을 지닌 광주의 경우, 섬진강 수계인 동복호와 주암호에 의존하고 있어서 강우량에 아주 민감할 수밖에 없다. 큰 가뭄으로 1992년 12월 21일부터 1993년 6월 1일까지 156일 동안 광주 전 지역에 제한급수를 한 아픈 기억이 있고, 2008년에도 비가 800mm 정도밖에 내리지 않아 2009년 6월까지 이어진 가뭄으로 제한급수의 위기 단계를 간신히 넘긴 바 있는 등 가뭄이 10년에서 15년마다 한 번씩 반복적으로 이어져 왔다.
가뭄으로 동복호의 저수율이 14%까지 떨어졌던 2009년 6월에 녹조의 발생으로 물에서 냄새가 나고, 호수 바닥층에서는 토양성분인 망간과 암모니아성질소의 농도가 높아져 3가지 수질문제가 동시에 발생한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위기상황에서도 활성탄을 동복호의 취수구에 직접 투입하는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비상조치를 했고, 망간과 암모니아성질소는 그동안 쌓아온 기술력으로 해결해 나갔다. 다행히 7월 중순에 전년도의 거의 일 년 분량인 700mm의 비가 1주일간 내려 가뭄이 해소된 바 있었다.
이와같이 우리나라의 지난 100년 동안 연평균 강우량은 1939년에 최저 754mm가 내렸고, 2003년에 최고로 1,792mm가 내려 무려 2.4배 차이가 났고, 광주지역도 비교적 많은 비가 내리는 지역에 속하지만 연도 간 계절별 편차가 크게 나타나 가뭄이 상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홍수와 가뭄이 빈번해지고, 지역별로 강우량의 차이가 많이 나며, 강우가 국지형으로 변하는 기후현상에 대비하여 유역을 중심으로 저수지와 하천의 유량관리를 하고, 가뭄 취약지역이나 가뭄 상습지역을 파악하여 용수별로 농업분야에서는 수리안전답 확보를 증가시키고, 생활용수에서는 누수를 줄이는 등 사용 단계에서 물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물 수요관리의 전문화가 필요하다.
현대 사회에서 물은 농업, 공업 등 생산을 위한 필수재이며, 편리한 생활과 식음료 제조, 먹는물로서의 소중함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에 치수와 이수 그리고 친환경적 이용을 고려하여야 한다. 따라서 각 분야에서 생산된 빅데이터를 농업이나 상수도의 용수 사용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통합적인 물 관리체계”를 마련하여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함으로써 가뭄에 의한 고통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이제 장마가 시작되었기에 가뭄을 해소할 충분한 비가 내려주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