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카나우바 왁스의 발수력은 대단해서 빗속을 시속 60km 정도로 달리면 차체의 물방울이 다 날아가버릴 정도다. 세차는 고압세차기로 물을 뿌려주기만 하면 된다
30대 중반, 자고 일어나면 눈가에 살짝 주름이 생겨 요즘 피부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연예인처럼 피부과를 정기적으로 다니거나 마사지를 받고 싶지만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없다. 그래서 가끔씩 어머니의 아이크림을 몰래 바르거나 피부에 좋다는 남성용 화장품 광고를 보고 한 두 개 구입하는 수준이다. ‘좀더 일찍 피부를 관리했더라면 좋았을텐데’ 하며 후회를 하기도 한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신차라고 대충 세차만 하고 다니면 오래지 않아 찌든 때와 빛에 바랜 얼룩으로 윤기를 잃는다. 경기도 신갈 출고장에서 젠쿱을 데려온 지 만 6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손세차만 했고, 비바람, 먼지, 직사광선을 피해 지하주차장을 이용했다. 일부러 구석진 자리에 차를 대는 등 신경을 쓴 덕분에 문콕 테러도 당하지 않아 깨끗한 차체를 유지하고 있다.
나빠진 피부를 되돌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는 피부가 좋을 때 관리하고 유지하는 것이 훨씬 쉬운 법. 화사하고 잔잔하게 빛나는 블루다이아몬드 색상을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 큰맘 먹고 디테일링 작업을 받았다. 디테일링(detailing)이란 세차부터 광택, 실내, 휠, 엔진룸까지 광택 보호막을 입히는 작업이다. 사람으로 치면 종합피부관리 정도가 되겠다.
마침 지인의 소개로 국내 디테일링 업계에서 이름깨나 알려진 경기도 일산의 아제스트(AZEST)라는 숍을 소개받았다. ‘자동차 광택이 뭐 많이 다르겠어?’ 하는 생각으로 젠쿱을 맡겨놓고 디테일링 작업을 옆에서 지켜보니 역시 프로의 세계는 달랐다.
오후 1시에 시작해 밤 9시가 넘어 끝날 정도로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었다. ‘카샴푸 세차-클레잉-마스킹-폴리싱-광택(3회)-마무리’로 구성된 디테일링 작업은 옆에서 지켜보는 것도 힘들 만큼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었다.
8시간이 넘는 디테일링 작업을 통해 젠쿱은 신차보다 더 빛나는 몸을 갖게 되었다. 우아한 보디 굴곡을 따라 빛을 발하는 화사한 블루 다이아몬드의 광택에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지나가던 차와 인도의 사람들이 젠쿱을 쳐다보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젠쿱이 받은 디테일링 비용은 제네시스 쿠페 기준 대략 55만 원이다. 비싸게 느껴질 수 있으나 하루에 한 대씩 8시간 넘게 손으로 하는 작업을 생각하면 수긍할 수 있는 대가다. 디테일링 후에는 표면의 물을 밀어내는 발수력이 좋아져 당분간은 고압분사기로 물만 뿌려줘도 오염물질이 씻겨 내려가 유지관리도 쉽다.
그날 밤, 지하주차장에 차를 대고 거울처럼 빛나는 젠쿱을 한참 쳐다봤다. ‘젠쿱에 들이는 정성으로 내 피부를 관리했으면 10년은 젊어 보일텐데……’
자동차의 피부종합관리, 디테일링
[1] 샴푸세차
푹신하고 미세한 털이 풍성한 거품타월과 오염물질을 밑으로 가라앉혀 분리시키는 거품통을 사용해 세차를 한다. 디테일러 김상우 씨는 타르와 분진 등이 차체에 튀는 것을 막기 위해 세차시 휠과 타이어를 가장 먼저 닦으라고 권한다. 도장을 입힌 젠쿱의 휠 표면이 상하게 않도록 휠 전용 클리너과 타월을 사용한다.
[2] 클레잉
세차를 끝낸 후 클레잉 작업을 한다. 왁스를 입히기 위한 기초작업이면서 세차로 닦이지지 않은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과정. 세척제를 뿌리면서 클레이바라는 고무찰흙 덩어리로 닦아낸다. 아스팔트의 타르, 눌어붙은 벌레 시체나 오염 물질을 클레이바로 밀착시켜 떼어내고 닦는다.
[3] 마스킹
유리창, 플라스틱 몰딩, 보디 패널 등의 이음새에 왁스가 묻지 않도록 막는 작업이다. 유리창부터 헤드라이트 테두리, 스포일러 틈새까지 노란 테이프로 꼼꼼하게 막았다.
[4] 폴리싱
클레잉 작업이 눈에 보이는 오염물질 제거라면 폴리싱은 안보이는 오염물질과 미세한 흠집을 없애는 작업이다. 깨끗하게 관리한 젠쿱에서도 제법 많은 오염물질이 나왔다. 이 작업만으로도 블루다이아몬드의 펄이 살아나 반짝거리는 도장면을 되찾았다.
[5] 광택 (합성왁스 2회+천연왁스 1회)
도장면을 살린 다음에 표면을 보호하고 광택을 입히는 왁싱 작업에 들어갔다. 사람의 피부도 건성, 중성, 지성이 있듯이 왁스도 자동차의 메이커, 종류, 색상에 맞는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블루다이아몬드 색상에 맞는 합성왁스로 두 번 작업을 했다.
세 번째는 천연재료를 사용한 카나우바 왁스 작업. 브라질 카나우바 나무에서 추출한 물질에 코코넛, 바나나 기름 등을 첨가해 만든 고가의 천연왁스다. 카나우바를 사용하면 번쩍이는 일반 왁스와 달리 은은하고 세련된 광택이 지속된다.
카나우바의 광택을 살리려면 반드시 맨손으로 작업해야 한다. 체온으로 왁스를 녹이면서 손끝으로 골고루 바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천연재료여서 작업하는 동안 달콤한 냄새가 차 전체에서 풍겨 나왔다. 카나우바 왁싱 후 차를 세워 놓으면 달콤한 냄새를 맡고 벌레들이 달려들 정도라고 한다.
[6] 실내 클리닝과 마무리
카나우바 왁싱을 끝내고 전체를 다시 깨끗이 닦은 후에 8시간에 이르는 대작업이 끝났다. 역시 천연재료로 만든 클리닝 제품을 사용해 실내 가죽시트와 플라스틱도 구석구석 닦아 신차상태로 되돌려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