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선은 중국 역사의 일부 아니다
황원갑(소설가, 역사연구가)
중국, 한국고대사를 ‘중국 변방사’로 둔갑 시도
중국은 황하문명보다 훨씬 앞섰던 만주지역 홍산문명까지 자신들의 역사로 편입시키려고 하고 있다.
발해만·요동반도·만주는 한민족사의 요람‘ 고구려와 발해는 당나라 변방의 지방정권’이라고 역사를 왜곡하던 중국이 이제는 ‘고조선도 주(周)나라의 지방정권’이라고 우리 한민족사의 첫 장인 고조선까지 강탈하려 들고 있다.
일본의 역사 왜곡이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려는 것이라면 중국의 역사 왜곡과 강탈은 중화제국주의, 역사패권주의에서 비롯됐다. 몽골, 티베트, 신장의 역사를 강탈한 것처럼 한국 고대사를 중국의 변방사로 둔갑시켜 우
리 민족사를 말살하려는 매우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
중국 사학계는 ‘고조선은 처음부터중국 주(周)나라의 지방정권이었다. 삼한은 은(殷)나라의 유민이 한반도로 망명해 성립한 나라였다’ 고 왜곡한다. 단군왕검(檀君王儉)의 고조선이 중국의 주나라, 은나라 이전에 세워진 나라라는 사실을 외면한다. 중국사학계가 이런 식으로 강공을 펴는데도 동북아역사재단을 비롯한 한국 사학계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요하 유역의 홍산(紅山)과 발해만 연안, 요동반도와 만주는 고조선 문명 의 발상지요 한민족사의 요람이었다. 고조선에 이어 부여ㆍ 고구려ㆍ 발해가 차례로 일어난 우리 고대사의 중심지였다. 역사적 사실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고구려사ㆍ 발해사 강탈도 모자라 이제는 동이족(東夷族)의 동북아 고대문명 전체를 중국사의 일부로 편입시키는 문명사의 강탈행위를 공공연히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어찌하여 이런 역사 왜곡의 망발을 자행하는가. 그동안 중국사의 시작은 황하문명설이 주류로 자리 잡아 왔었다. 그러나 근래 들어 발해만· 요하 유역에서 그보다 이른 서기전 7000~1500년의 신석기 ㆍ 청동기 유적이 대거 발굴되었는데, 빗살무늬토기, 비파형동검ㆍ 돌널무덤, 석성 등한국고대사의 중심인 고조선의 특징유물유적이 대거 출토되었다. 특히 중국 학계와 정부로 하여금 위기를 느끼게 한 것은 기원전 1700~1100년대의 은허(殷墟)보다 훨씬 오래전의 갑골문(甲骨文)이 이 지역에서 출토된 사실이다. 결국 고조선의 발해연안 문명이 중국의 황하문명보다 앞섰다는 움직일 수 없는 반증이다.
0- 발해만·요동반도·만주는 한민족사의 요람
중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비뚤어진 역사관은 뿌리가 깊다. 중국인들에겐 ‘한국이 중국에게 조공을 바치고 책봉을 받았던 속국’이었다는 인식이 머릿속 깊이 박혀 있다. 고대에는 조공과 책봉이 일종의 외교관계였다는 사실은 안중에 없다. 중국이 동북공정이니 서남공정이니 탐원공정이니 단대공정이니 하면서 중국사 정비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소수민족의 봉기로 중국이 다시 남북조시대나 5호16국시대 처럼 분열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티베트와 신장은 쉴 새 없이 독립운동을 벌이고 있지 않은가.하지만 천리와 순리를 거역하면 개인이든 국가든 결말이 좋을 수가없다. 현재 중국의 영토 안에 있던 나라가 모두 중국의 지방정권이고 중국사의 일부란 중국 어용사학자들의 궤변은 역사공부를 다시 해야 할 수준이하의 망발이다.
고구려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고구려가 과연 중국에 조공을 바치고 책봉을 받았던 지방정권이었던가. 고구려는 서기전 37년부터 서기 668년까지 28왕 705년을 유지했다. 그동안 중국 땅에는 후한부터 당까지 무려 33개 나라가 있었는데, 200년 이상 지탱한 나라는 단 하나도 없었다. 가장 오래 간 나라가 196년을 유지한 후한이요, 그 다음이 103년인 동진이다. 심지어는 왕이 1명뿐인 남북조시대의 동위나 겨우 7년 만에 망한 후량 같은 하루살이 제국도 수두룩했다. 중국 역사상 가장 많은 영웅호걸이 등장했다는 위(魏), 오(吳), 촉(蜀) 삼국의 왕이 모두 11명에 60년도 가지못했다. 또 신라와 합세해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킨 당도 20대 290년을 이어갔을 뿐이다.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본국’이 어찌 있단 말인가! 사실(史實)이 이러함에도 중국 관변학자들은 입만 열면 “고구려는 중국의 지방정권”이라고 한다. 중국이 끊임없이 만리장성 동단을 늘리는 저의도 결국 고조선, 부여, 고구려, 발해의 영토였던 요서, 요동, 만주가 모두 중국의 영토였고 이 땅에 세워졌던 나라는 모두가 ‘중국 변방 소수민족의 지방정권’이란 날조된 궤변 망언을 강조하려는 데 있다. 중국의 우리 고대사 왜곡과 탈취 기도는거의 편집광적이다.
중국은 그 동안 중원이 천하의 중심이고 주변국은 모두 동이(東夷), 서융(西戎), 남만(南蠻), 북적(北狄) 오랑캐라는 오만방자한 중화사상과 역사 패권주의로 일관했는데, 이제는 요하문명이 황하문명과 합쳐져 중국문명이 시작되었다고 하고 중국 한족(漢族)의 조상이라는 황제(黃帝)의 고향이 만리장성 북쪽인 이곳 요하 유역이라고 강변한다. 뿐만 아니라 황제와 싸운 동이족의 군장 치우(蚩尤)도 한족의 조상이라고 주장한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다.
이런 역사 왜곡과 강탈에 경계심을늦춰서는 안 되겠다. 이제라도 늦지않았다. 중국과의 역사전쟁에서 계속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역사교육을 강화하는 길밖에는 없다. 지금 영어교육에 기울이는 열성의 절반이라도 역사교육에 쏟아 보자. 우리 학계도 한중고대사를 제대로 연구하여 국가 생존전략 차원에서 중국의 역사 왜곡과 탈취에 대처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는 정말로 중국의 지방정권인 조선성(朝鮮省)이나 조선자치구로 전락할지 모른다. 역사를 지키는 민족에게 미래가있다.<대한언론 2023.12월호 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