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운동장의 식물을 관찰하고 그림을 그리는 활동을 한 적이 있었다. 그냥 눈에 보이는대로 관찰하고 표현하면 됐었는데 우리 호기심쟁이들은 자꾸 여기저기서 나를 부르며 "이건 무슨 식물이예요?", "이 식물 이름은 뭐예요?"하며 질문을 쏟아냈다. 대충 얼버무리는 선생님의 모습에 아이들도 실망했겠지.
한 번은 숲으로 체험활동을 갔는데 옆반 아이들이 신났다. 무슨 일인가 기웃거려보니 아이들이 가리키는 식물마다 담임 선생님께서 이름을 알려주고 계셨다. 우리 선생님 대단하다고 난리들이다. 그 모습을 본 우리반 아이들이 나한테 몰려온다. 우리 선생님도 식물 이름 척척 대답해주시는 멋쟁이라고 자랑하고 싶었을텐데, 정말 미안했다.
비슷한 일이 어제도 일어났다. 두돌 안된 아들이 <숲 유치원> 책을 보며 표지에 있는 검정색 곤충을 가리킨다. 나비, 무당벌레, 달팽이까지는 무리없이 잘 넘어갔는데, 이 검은 곤충은 뭐지? 엄마가 대답을 못하니 아들은 답답한지 계속 곤충을 손으로 콕콕 가리킨다.
또다시 예전에 느꼈던 민망함을 느끼며 책을 펼쳐보니 그 검은 곤충은 '우수리둥글먼지벌레'라고 한다.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이 곤충의 이름은 절대절대절대 생각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처음 듣는 이름이니까.
하지만 이 곤충은 화단에서 자주 보던 곤충이다. 이름이 어려우니 아이에게 "이건 이름이 어려우니까 그냥 검은 곤충이라고 알고 있으면 돼."라고 할 것인가? 고마로브집게벌레를 그냥 '집게가 달린 곤충'이라고 알려줄 것인가?
비록 아이는 그 긴 이름을 기억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하더라도 정확히 알려줘야 한다. 한번 보이고 영영 안보이는게 아니라 주변에서 자주 보이는 곤충이고 아이는 계속 물어볼테니까.
주변에서 자주 보이는 식물과 동물들의 이름을 알아보려고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이름을 알기 위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막막했던 적이 많았다. '검은 벌레'라고 검색하면 얼마나 많은 검은 벌레의 정보가 나올 것인가. '꽃잎이 다섯 장인 노란 꽃' 역시 얼마나 종류가 많을까.
나 같은 고민을 하는 어른들에게 아주 반가운 책 <봄여름가을겨울 숲유치원>이 출간되었다.
도시숲, 마을숲, 산의 숲에서 만날 수 있는 각종 동식물에 대한 정보가 가득하다.
도시, 마을, 산까지 동식물을 만날 수 있는 지역을 모두 다루고 봄부터 겨울까지 사계절 동안 볼 수 있는 다양한 생물들을 소개함으로써 언제, 어딜 가서, 어떤 동식물을 만나도 그 이름과 특징을 알 수 있게 했다.(멋진 엄마, 대단한 선생님이 되는 것이다.^-^)
물론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모든 동식물을 다루진 않았지만(그럴 수도 없지만) 흔히 볼 수 있는 280여종의 동식물의 모습을 담아 주변의 생물들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 수 있다. 앞으로는 '노란 꽃이네, 그냥 나비야, 메뚜기인가?'이런 식의 대답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다양한 동식물을 단순 나열식으로 구성하지 않고 장소, 환경, 습성 등의 주제로 나누고 또 그 소주제 안에서도 기준을 세워 분류한다. 거미줄을 치지 않고 사냥하는 거미가 있다는 것도, 공벌레와 쥐며느리가 공처럼 몸을 말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구분되어지는 다른 종류라는 것도, 나비와 나방의 차이점이 더듬이에 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또 거리에 있는 가로수 몇 가지 종류는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선명한 사진과 여러 동식물에 대한 설명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각 소주제마다 제시되어있는 놀이 아이디어였다.
다양한 아이디어는 그 주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다른 부분에서도 응용할 수 있어서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어린 아이부터 초등학생까지 적용하기에 무리가 없다. 당장 우리 아들을 데리고 바깥 산책을 갔다가 할 수 있는 활동도 있다. 아이와 어떻게 하면 알찬 하루를 보내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줄까 고민하는 나에겐 너무 반가운 부분이었다.
도토리 하나로 도토리 팽이, 다람쥐 찾기 놀이, 도토리 구슬치기, 도토리 애벌레 만들기를 할 수 있고 봄나물과 봄꽃으로 요리하기, 빙고, 동물 따라하기 놀이, 나비 그리기, 솔방울 놀이 등등 관찰 후 연관되는 활동을 통해 관찰을 즐거운 놀이로 끝맺음 할 수 있는 요령을 알려준다.
동, 식물이라는게 관심을 갖고 공부하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고 대충 알아두기 쉬운데 눈에 자주 띄지 않는 생물들은 학자들의 몫으로 남겨둔다하더라도 우리 주변에 있는 흔한 생물들에 대해서 만큼은 기본 상식을 갖추어 놓아야 할 것 같다.
앞으로 "왜?"라는 질문을 많이 할 아이를 위해서 최소한 이 책에 나온 내용들은 익혀 두어야 겠다.
물론 아이들에게도 관찰 전후로 보여주고 함께 활용하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쉬운 용어와 친절한 설명, 선명한 사진과 귀여운 그림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억지로 보라고 하지 않아도 아이들 스스로 찾아 읽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들이 가기 전에 책을 미리 살펴보고 가서 우와~엄마 최고! 소리 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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