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제문은 장군의 휘하에서 크게 활약한 녹도만호 '정운(鄭運, 1543-1592)' 장군의 순국에 즈음하여
충무공 이순신 장군께서 친히 지은 제문이다. 정운 장군은 본관이 하동(河東)이요, 字를 창진(昌辰)
이라 하였다. 공은 28세에 무과에 급제하여 훈련원 봉사, 웅천현감 등을 지내고서 전라좌수사 이순신
장군 휘하에서 녹도만호로 재임하며, 전란 초기에 연전연승하는 일에 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명장
이었다.
그 후에 부산포에서 왜적들과 치열하게 싸우다가 적탄에 맞아 장렬하게 전사하시니. 충무공을 비롯한
우리 수군들은 애통해 마지 않았다. 후에 조정에서는 1604년에 병조참판, 1796년에 병조판서로 추증
하였고, 흥양의 쌍충사에 제향하였으며, 시호는 충장(忠壯)이다.
嗚呼(오호) / 아 슬프도다
人生必有死(인생필유사) / 사람은 반드시 죽음이 있고
死生必有命(사생필유명) / 살고 죽음에는 반드시 하늘의 명이 있어서
爲人一死(위인일사) / 사람이 한번 죽음에는
固不足惜(고부족석) / 그리 애석할 것은 없으나
君獨可傷者 (군독가상자) / 그대 혼자서 이처럼 상하게 되었구려
國運不幸(국운불행) / 나라의 운수가 불행하여
島夷作孽嶺南諸城 (도이작얼영남제성) / 저 섬나라 도적들이 영남 여러 성으로 몰려오니
望風崩潰 (망풍붕궤) / 바람에 쓸리듯 무너지고
長驅席卷 (장구석권) / 자리를 말듯 밀어 닥치니
所向無前(소향무전) / 나아가는 곳에 거칠 것이 없었도다
都城一夕(도성일석) / 서울 도성이 하루 저녁에
兇醜成巢(흉추성소) / 적들의 소굴이 되었구나
千里關西(천리관서) / 저 관서 땅 천리 길에
鑾輿播越(난여파월) / 임금님께서 파천을 하시니
北望長痛(북망장통) / 북쪽을 바라보면 실로 가슴 아파서
怒膽如裂(노담여열) / 분노한 간담이 찢어지는도다
嗟我短拙(차아단졸) / 아아 나는 재주없고 부족해서
討殲無策(토섬무책) / 적들을 섬멸하는 계책이 없기에
與君論難(여군논란) / 그대와 더불어 의논하여
披雲見曜(피운견요) / 저 구름속에서 마침내 밝음을 보았고
計定揮劍(계정휘검) / 계책을 정하고 검을 휘둘러 지휘했노라
戰艘相連(전수상련) / 전선들이 서로 이어지고
决死掛席(결사괘석) / 결사적으로 위치에 서서
冒刃先登(모인선등) / 위험을 무릅쓰며 앞장서서
倭奴數百(왜노수백) / 왜적들을 수백명 무찌르니
一時流血(일시유혈) / 일시에 흐르는 피와
黑煙漲天(흑연창천) / 검은 연기가 하늘에 가득했도다
日東愁雲(일동수운) /해돋는 동쪽에 깃든 구름 걷어내며
四度報捷(사도보첩) / 네 차례나 승리의 소식을 전하니
是誰之功(시수지공) / 이는 누구의 공이런가?
恢復宗社(회복종사) / 이제 다시 종사를 회복하게 될
指日可期(지일가기) / 그 날을 가히 기약할 수 있었거늘
豈意神天不佑(기의신천불우) / 어찌 뜻하였으리오 하늘이 돕지 않으시니
毒丸遽及(독환거급) / 마침내 독같은 탄환에 맞았으니
彼蒼者天(피창자천) / 저 푸른 하늘이시여
理宜難究(이관난구) / 참으로 이해할 수 없음이여
回船更突(회선경돌) / 배를 돌이켜 다시 적들을 돌파하여
誓欲報怨(서욕보원) / 그 원한을 갚고 싶지만
日且奄暮(일차엄모) / 해는 이미 어둡고
風亦不順(풍역불순) / 바람 역시 거세게 불어
未遂所願(미수소원) / 바라는 바를 이루지 못하니
平生之痛(평생지통) / 한평생의 아픔이로구나
豈過於此也(기과어차야) / 어찌 이에서 지나칠 수 있으랴
言念及此(언념급차) / 말과 생각이 이에 미치니
痛若割肌(통약할기) / 살을 베어내는 고통이요
所恃者君(소시자군) / 내가 믿는 바는 그대였는데
更將何爲(갱장하위) / 다시 어느 장수를 의지하리오
一陣諸將(일진제장) / 진영의 여러 장수들이
痛惜無已(통석무이) / 모두 애통해 하는도다
鶴髮在堂 (학발재당) / 연로하신 어머님께서 계신데
已矣誰將(이의수장) / 누구를 장수로 삼을 수 있으랴
抱恨窮泉(포한궁천) / 쌓인 원한이 저승에까지 미치니
曷時瞑目(갈시명목) / 어찌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으랴
嗚呼痛哉(오호통재) / 아 아프도다
嗚呼痛哉(오호통재) / 아 아프도다
才不展時(재불전시) / 그대의 재주를 다 펼쳐보지 못하고
位不滿德(위불만덕) / 직책은 그 덕에 미치지 못하였나니
邦家不幸(방가불행) / 실로 나라의 불행이요
軍民無福(군민무복) / 우리 군사와 백성들이 복이 없음이로다
如君忠義 (여군충의) / 그대와 같은 충의는
古今罕聞(고금한문) / 고금에 듣지를 못하였노라
爲國忘身(위국망신) / 나라를 위해 몸을 잊었으니
有死猶生(유사유생) / 죽었으나 오히려 살았으며
長恨世間(장한세간) / 세상에 남은 그 오랜 한이여
誰識我心(수지아심) / 누가 내 마음을 알아주리요
含哀致誠(함애치성) / 슬픔을 머금고 정성을 들여
遙奠一酌(요전일작) / 한잔 술을 영령께 올리노라
嗚呼痛哉(오호통재) / 아 가슴 아프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