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사는 지금, 2022년 6월까지 정착하며 살아가고 있다.
처음엔 도망으로 넘어온 제주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곳으로 넘어온 나는
모든 상황을 극복하고, 오히려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어쩌면 이 도망이 운명인 거겠지.
나와 맞는 주파수를 가진 제주.
나는 현재 이곳에서 미래를 그리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주차장에 차를 대면 제주항일기념관을 먼저 맞닥들이게 된다.
김택화 미술관을 찾은 날이었다. 다음 약속까진 시간이 조금 많이 남았던 터라, 약속 장소를 가는 길에 어디 한 군데를 더 들렀다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다 지도 앱을 켠 나는 근처에 무엇이 있나 확인했고, 그 끝에 '조천만세동산'이 눈길을 끌었다. 올레 18코스의 종착지여서 낯은 익지만,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던 곳이기에 한 번 가봐야겠단 생각을 가졌는데, 이날이 딱 적기였다. 그렇게 찾은 조천만세공원. 결코 잊어선 안될 역사 속으로 잠시 들어갈 수 있으매 나는 감사할 수밖에 없었다.
유난히 맑았던 날, 조천만세동산을 평화롭기 그지 없었다.
조천만세동산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조천리 1142-1
목숨을 바쳐 대한민국의 자주독립을 외친 분들을 추모하고, 또 기억하고자 조성한 '조천만세동산'은 제주의 3대 항일운동 중 하나인 조천만세운동이 전개되었던 곳이다. 이곳 공원엔 목숨 바친 분들을 추모하고, 평화를 염원하는 '애국선열 추모탑'과 만세운동의 뜻을 기억하고 기리기 위해 세워진 '3.1 독립운동 기념탑'이 있다. 특히, 애국선열 추모탑은 제주 고유의 문인 '정낭'을 닮은 모양을 하고 있다.
그 옆에 있는 항일 기념관에서는 독립운동에 대한 다양한 사실을 배우고, 그 뜻을 다시 한번 기리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제주 올레 18코스의 종점이자 19코스의 시작점이기도 해서 올레 여행객들이 많이 방문하기도 한다. 육지의 3.1 운동을 이어받아 지식인들이 많이 살았던 조천을 중심으로 일어난 만세운동이 녹아있는 공원에서 민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애국지사들의 애국정신을 느끼고 오면 좋겠다.
위에서 부터 순서대로 애국선열 추모탑, 조각상 '함성', 조각상 '절규'가 있다.
애국선열 추모탑
추모탑은 조국의 자주독립과 민족의 생존권을 회복하기 위해 신명을 바친 순국 선열 및 애국지사들을 추모하는 탑으로 고유한 제주의 정낭은 이 지역민의 수천 년 동안 내려오는 독특한 문이며, 모든 문화가 교류하는 제주의 문으로 상징성을 더한다. 평화를 염원하는 탑. 좌우 양쪽의 조각을 통해 우리 민족의 자주독립정신을 드높이고, 후세들에게 절대 잊어선 안될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드높인다.
함성
남녀노소 전 국민은 우리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다 같이 한마음으로 나라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쳐 나라를 지켜냈다. 이 정신으로 함성 상을 조각했다. 민족성을 표현하는 흰색 바탕의 조각. 절규라는 조각과 마주 보고 있으며, 그 형태나 기법에서 통일성을 준다.
절규
조국을 위해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린 수많은 이름 모를 선열들의 결연한 애국심과 비장한 마음 등을 우리 모두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기에 이 상을 조각했다. 백의민족을 상징하는 흰색 화강석을 사용해 인체의 단순미를 강조하며, 면처리함으로써 주변 탑과 어울리도록 노력했다.
순국선열을 모시는 창열사는 왠지 모를 숙연함이 느껴진다.
창열사
위엄을 밝혀 제사를 지내는 사당으로 제주 출신 순국선열 및 애국지사의 위패를 봉안하는 제전으로, 항일독립운동으로 정부의 훈, 포상을 수상한 항일 독립유공 지사들의 위패를 봉인하고 있다.
제주의 3대 항일운동으론 법정사 항일운동, 조천만세운동, 해녀항일운동이 있다. 그중 법정사 항일운동은 제주도 최초의 항일운동이었고, 3.1운동 이전 일제에 항거한 단일 투쟁으로는 최대 규모의 운동이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은 조천만세운동. 그 운동을 했던 공원이 바로 이곳 조천만세동산이다. 연두색의 잔디가 평화롭기만 하게 느껴지지만, 불과 몇 십 년 전만 하더라도 이곳은 전쟁터와 다름이 없었다. 그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의 평화가 있다는 것을 나는 이곳 조천만세동산에서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런 조천만세동산 중심엔 '제주항일기념관'이 위치해있었다. 지금 이곳엔 태평양 전쟁 참상 기록 사진전이 진행 중이었다. 흑백 사진에서도 느껴지는 싸늘함. 그들의 만행이 적나라하게 보여 다시금 들끓는 애국심을 느끼게 했다. 특히, 사진전에는 여러 실험을 하는 아찔하고도, 잔인한 장면이 많았다. 다시는 있어선 안될 전쟁. 유일한 분단국가로서 우리는 호국에 대한 소중함과 감사함, 그리고 잊어선 안될 역사에 대해 다시 한번 고찰할 수 있게 됐다.
또, 항일기념관에선 조천만세운동 뿐만 아니라 앞서 소개한 법정사 항일운동과 해녀항일운동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누군가에겐 평화로운 공원이 누군가에겐 지켜야만 하는 터전이었음을 깨닫게 했다. 제주에 살면 살수록 깊어지는 애정과 역사. 그 중심에 이곳 조천만세동산이 있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했다.
조천만세동산 여행을 마친 나는 다시금 역사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게 됐다. 4.3 사건만을 기억하던 내게 또 다른 아픔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 이번 여정. 3.1운동과 뿌리 깊은 제주의 역사, ,그리고 순국선열이 있기에 존재하는 우리의 평화에 대해 다시금 깨닫게 될 수 있었다. 결코, 평화는 공짜로 얻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이번 계기를 통해 여실히 느끼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