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요약 ; 9시15분 출발 → 10시30분 화원I.C → 12시 죽산휴게소 → 13시10분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 → 13시30분 담양 대나무 테마공원→ 16시 늦은 점심 → 17시 소쇄원 → 18시 소쇄원에서 나옴 → 21시50분 도착>
어린이날을 맞아 오랜만에 언니네 가족들과 여행일정을 함께 할 수 있었다. 조카들이야 놀이공원이 더 신나는 곳이겠지만 담양의 대나무숲으로의 여행을 정하고는 괜히 어른들이 더 들뜬 출발이었다. 어린이날이 핑계가 되어준 어른의 날이었다고 해야할까? 여하튼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어린이날 노래처럼 푸르른 대나무숲으로 떠났다.
대구에서 담양까지 약 3시간의 일정이며 더구나 언니집인 경산에서 출발하고보니 4시간 가까운 먼 일정이라 준비해온 김밥이며, 과일, 통닭, 과자, 음료수가 바닥이 나도록 먹고도 아이들에겐 좀 지루한 길이었나보다. ´아직 멀었어?´ 하는 질문들이 조금씩 터져 나오기 시작할 때쯤 순창을 막 지나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에 다다랐다.
순창에서 담양까지의 24번 국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로 유명하다. 그래서 일부러 88고속도로를 순창에서 빠져나와 24번 국도로 길을 잡았던 것인데, 과연 아이들까지도 ´우~와´ 감탄사가 쏟아졌다.
길 양쪽에 끝없이 뻗어 있는 메타세콰이어 가로수들은 이제 막 짙어지기 시작한 순록의 잎들을 눈부시도록 자랑하며, 약 20여분 동안 담양 군청앞 길까지 이어져 있었다. 담양으로 갈수록 길은 좁아져서 하늘도 보이지 않는 나무터널이 되어 온통 푸른 세상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이었다. 그 아름다운 경치에 빠져있던 와중에도 ´메타세콰이어´를 ´마카다세파라타이´라고 한 형부의 농담에 모두 배꼽이 빠져라 웃었고, 뒤늦게 말뜻을 알아챈 큰조카 녀석이 철퍼덕 쓰러지는 바람에 한번 더 신나게 웃었다. ´마카다세파라타이´ 나무터널의 멋진 경치탓인지, 너무 웃은 탓인지 정작 주목적지인 대나무테마공원 입구를 지나쳐 버렸다.
담양군청앞 어느 꽃집 아주머니가 일러준대로 그 멋진 나무터널로 다시 되돌아 다리 두 개를 지나자말자 대나무테마공원 입구였다.
전남 담양은 국내 대나무의 25%가 자라고 있는 대나무의 고장이다. 4월중순부터 6월까지는 대나무의 어린 순이 자라나는 죽순의 계절이라 그 가운데 5월 2일 ~ 5일까지가 대나무축제기간 이었다. 축제 마지막날이라서인지 공원입구부터 차들이 꽤 번잡했다. 일지감치 차를 세워두고 조금 걸어 들어갔다. 조금은 초라해 보이는 입구 모습에 실망스러웠지만 그런 기분도 잠시. 거대한 숲을 이룬 대나무들 사이로 들어서자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우선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대나무들은 보는 눈을 즐겁게 해주었고, 은은하게 풍겨오는 죽향은 코를 즐겁게 해주었고, 하늘끝에 달린 대나무잎들이 조그만 바람에도 맑고 시원한 교향곡을 연주하여 귀를 즐겁게 해주었다. 어쩌다 산책길 한가운데를 막고 선 대나무들은 사람의 손길이 닿아 더 파랗게 반들거려 나도 한번 손으로 만져보며 지난다. 네가지 감각을 충족시키고 죽림욕을 마친뒤 입구의 예쁜 약수터에서 시원한 약수물로 오감을 채운다.
이곳에서 본 또 하나 잊을 수 없는 것은 죽순이다. 죽순은 땅에서 솟은지 1주일 정도 지나면 20㎝ 가량 자란다. 성장이 빠른 것은 시간당 5㎝ 내외로 자라기도 해, 봄비 내린뒤 대숲에 가면 조금전까지만 해도 없던 죽순들이 수없이 솟아나 있어 생명의 신비마저 느껴진다. 말 그대로 우후죽순(雨後竹筍)이다.
새순이라함은 일단 연약하고 파릇파릇한 모습을 떠올리기 십상인데 생전처음 보는 죽순의 모습은 크고 검고 더구나 시간당 5cm씩 쑥쑥 자란다고하니 신기하기만했다. 오늘은 모두들 ´우~와´ 감탄사를 멈출줄 몰랐다.
죽림욕을 마친후 테마공원에서 나와 죽물박물관 앞에 제법 이름이 알려진 죽순요리를 먹으러 갔다. 다소 비싼 것은 특산품으로 만든 음식이려니 하고 애써 위안을 하였으나, 음식점 분위기는 음식값의 반에반도 미치지 못해 많이 아쉬웠다. 그나마 죽통밥이며, 죽순회며, 죽순된장찌개등 모두 처음 먹어보는 음식들이라 다들 맛있게 먹었다. 또 각자 먹은 죽통을 하나씩 기념품으로 챙겨 나오니 웬지 손해보는 기분이 조금 가시는 듯 했다. 주차장에 차를 댈 공간이 없는 죽물박물관 관람은 포기하고 곧장 소쇄원으로 향했다.
담양 일대는 광주호 주변으로 소쇄원, 송강정, 면암정, 식영정, 명옥헌, 독수정 등 많은 정자와 정원이 몰려 있다. 그중 소쇄원은 1530년(중종 25년)에 양산보가 꾸민 조선시대 대표적 정원의 하나로 제월당(霽月堂), 광풍각(光風閣), 애양단(愛陽壇), 대봉대(待鳳臺) 등 10여개의 건물로 이루어졌으나 지금은 몇 남아 있지 않다.
입구에 대나무길을 따라 들어 가자 계곡위로 정자들이 그림처럼 서 있었다. 정자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어 광풍각, 제월당의 모습을 따로 카메라에 담지 못해 조금 아쉬웠으나 나또한 다른 사람들이 없다면 그곳에 드러누워 흐르는 계곡물소리와 아름드리 나무들을 벗삼아 몇날이고 머물러 있고 싶어졌다.
제월당(霽月堂)은 ´비개인 하늘의 상쾌한 달´이라는 뜻이며, 광풍각(光風閣)은 ´비갠 뒤 해가 뜨며 부는 청량한 바람´이라는 뜻이라 한다. 자연을 즐길줄 알았던 옛 선비들의 멋이 절로 느껴졌다.
언니가 정작 축제장으로 가서 죽세품하나 사오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 했지만 갈길은 멀고, 시간도 벌써 6시가 넘어 소쇄원에서 여행을 마쳤다.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이며, 대나무숲이며, 소쇄원의 경치들이 한결 같이 푸르러 5월의 가족여행으로 손색이 없는 여행이었다. 몸과 마음,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초록으로 물든 멋진 하루였다. 지금도 내몸에서 초록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