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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을 이성理性으로 다스리고
냉정을 인간미로 보듬는
중원中原의 음악 전령사傳令使
윤승업
충남도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 대담_이영진(음악평론가. 음악저널 편집위원)
불혹의 나이에, 비슷한 연배의 연주가들과 오롯이 음악 만들기에 열정을 쏟는 목원대 음대 관현악
학부 윤승업 교수. 일찍이 거장 쿠르츠 마주어(Kurt Masur)로부터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춘 지휘자
〝라는 평가를 받고 마에스트로의 꿈을 일궈온 윤승업은, 2012년 도립 충남교향악단의 첫 공채 지
휘자로 취임했다. 독일 바이마르 국립음대 개교 이래, 최초로 지휘과 디플롬과 전문연주자과정(Ko
nzertexamen)을 졸업한 유일한 졸업생. 스페인 마드리드 왕립극장이 개최한 Jesus-Lopes cobu
s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입상한 지휘자. 이렇듯 충남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윤승업을
소개하는 표현에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종종 등장한다.
바로 불혹에 접어들어 이제 자신의 음악세계를 견고하게 펼쳐가고 있는 지휘자 윤승업은, 귀족적
이미지와 화려한 바통 테크닉 때문에 그 지역의 많은 여성 팬들을 거느리고 있지만, 정작 그의 음악
은 소탈하고 따듯한 인간적 면모가 물씬 묻어나와 겉과 속이 다른 지휘자로 비춰지고 있다. 교향악
단 지휘자로, 대학 교수로, 교회 성가대와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분주한 삶을 소화하고 있지만, 그가
사물의 이치를 터득하고 세상일에 흔들리지 않은 나이기에 항상 냉정을 잃지 않으려 한다고 고백한
다. ▢
이영진 오케스트라 지휘자건 합창 지휘자건 단원들과의 음악적 소통에 나이가 큰 장애가 될 수 없음은 매우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윤지휘자께서는 국내 공립오케스트라 지휘자로는 신진 세력에 가까운 세대인데, 평소 단원들과 음악적 소통은 물론 인간관계는 어떻게 풀어 나가고 있는지?
윤승업 네, 사실은 음악적 질문보다 더 어려운 질문 같습니다(웃음). 한국 적 특성만은 아니겠습니다만, 제가 술을 못하기 때문에 단원들과의 소통 문제에 다소 걸림돌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제 전임 지휘자 분들 가운 데
는 단 원들과 사사로운 자리에서 술로 풀고, 또 그런 자리에서 막힌 걸 뚫어 나가고 했던 과거가 있었다고 들었지만, 저는 그런 방법으로 소통할 수 없기 때문에, 그것이 어쩌면 덜 인간적인 방법일 수 있겠지 만 가끔 식사하면서 단원들과의 관계를 이어 나가고 있어요.
제 방법에 익숙하지 않은 단원들 가운데는 처음 좀 경계심을 갖고 서먹 한 듯한 관계처럼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제 방법이 깨끗 하고 받아드리기 어렵지 않으니까 지금은 저와 많은 부분에서 호흡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물론 저만 그런 건 아니겠지만, 어려서부터 음악을 하면서 예원학교를 거쳐 서울예고, 연세대, 그리고 군대 생활을 경찰교 향악단에서 했어요. 말하자면 많은 단원들과 학연으로, 또 군대인연으로 막 거
미줄처럼 얽혀서 한사람 건너 이렇게 저렇게 다 연결되니까 인간 적인 갈등이라든가 하는 걸 크게 느끼지 않고 지휘활동을 한다고 말씀 드릴 수 있겠습니다. 이런 걸 인맥이라고 해야 하나요?
아무튼 학교 후배도 있고, 십년 선배 되는 분도 있고, 음악 하는 친구 부인도 있고 하다 보니까 저 스스로 공과 사를 분명히 해야 하는 부분 들이 많이 생겨나더라구요. 말하자면 공과 사가 분명해야 음악도 분명해 지는 거
아니겠습니까? 공과 사가 허물어져 버리면 처음에는 그게 편한 같지만 끝내는 수습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거죠. 연습하고 연주할 때는 지휘자 윤승업이지만 그 순간을 떠나면서 평범하고 인간미 있는 윤승업으로 돌아오는 거지요.
제가 지휘대를 떠나면 학교 후배로서 윤승업이 되기도 하고, 또 어떤 경우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로 윤승업이 되기도 하고, 남편 친구로 윤승 업이되기도 하는 거지요. 그래서 저는 아직은 어린 나이지만 그런 상황 들로 인해 교향악단에서 많은 인간수업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정말 감 사하고 있습니다.
이영진 스트라빈스키는 자기 작품에 대해 해석한다고 표현하지 말고 실행한 다고 하라고 연주자들에게 주문했다지요. 그러나 연주가는 연주가의 자 기 예술세계가 있는 것이고, 지휘자 역시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그렇기에 작품 해석도 지휘자의 관점에 따라 다르다고 보는 데, 그런 맥락에서 윤지휘자께서는 평소 작품 해석의 관점을 어디에 두고 있으며, 단원들에게는 어떤 부분을 강조하면서 작품을 만들어 가는지?
윤승업 우선 제일 중요한 부분은 저는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지휘도 하나 의 언어라고 봤을 때 어떤 화려함
이나 뛰어난 바통 테크닉으로 단원들 과 소통하려고 하면, 물론 안 된다는 건 아니지만 분명 한계가 있는 겁 니다. 다시 말씀 드리면 지휘자 내면의 세계 즉 지휘자가 어느 한 작품 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언어, 그것을 단
원들에게 잘 알아들을 수 있 도록 전달하는 거………아무리 아름다운 선율이 있어도 그 아름다움을 아름답다
고 느낄 수 있도록 표현해 내지 못한다면 그건 꽹과리 소린거 지요. 그래서 저와 단원들 간에 유기적이고 조화
로운 소통, 또 작곡가의 작품과 지휘자인 저와의 소통, 이런 것들이 함께 어우러져 소통돼야 한 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차이코프스키, 베토벤, 브람스, 말러, 스트라빈스키, 쇼스타코 비치 이런 작곡가들의 작품을 이해하
려고 한다면, 이 분들이 다 돌아가 신 분 들이잖아요. 그러니까 그 당시의 사회 문화적 배경이라든가 당시 의
역사, 더 깊게는 그 작곡가들의 생애 이런 것들에 대한 이해가 자연 히 있어야겠죠.
그래야만 그 작품의 내면을 표현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제가 대학생들에 게도 가끔씩 얘기하고 단원들에게도
자주 사용하는 말로 주관적 수용이 라는 표현을 합니다. 이게 어떻게 보면 일방 통행식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
거든요. 지휘자의 작품해석 관점을 그냥 주입하는 게 아니라 저의 내면의 언어와 작곡가의 작품에서 이야기 하고자 하는 내면의 언어를 연주가 들이(단원) 이해하고 받아 드리는 겁니다. 이 두 가지 조합이 잘 이루어졌을 때 음악적 소통이 되는 거고, 여기에 한 가지를 필수적으로 추가하자면 관객들과의 소통이 이루어졌을 때 환 상적인 결과가 얻어지게 되는 거겠죠.
그러면 관객들과의 소통은 무엇으로 알아내느냐.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 다. 관객들이 감동받았다는 것은, 곧 연주자들과 물론 지휘자를 포함한 거죠. 소통이 잘 된 결과라고 봅니다. 그래서 그 연주가 성공했느냐 하 는 것의 척도는 관객들이 감동했느냐, 즉 연주자들의 연주에 충분히 소 통했느냐, 그 소통한 결과가 박수로 터져 나오기도 하고 환호성을 지르 기도 하겠죠.
제가 지금까지 소통을 주로 말씀드렸는데 물론 그게 저의 음악적 관점 의 모든 것은 아닙니다. 당연히, 또 오케스트라에서 주된 사항이 앙상블 이기 때문에 연습할 때 단원들에게 이런 부분에 대해서 많이 강조합니 다. 저
파트의 선율을 잘 들어라, 이럴 때 여러분 파트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마치 축구할 때 공격수는 공격만
하고 수비수는 수비만하 는 그런 개념적 축구가 아니라 공격과 수비를 모든 이해할 수 있는 축 구를 해야 승산
이 있듯이 나는 이 선율만 고집스럽게 연주하면 된다는 식의 앙상블이 아니라, 서로 파트를 이해하면 연주할 수 있는 능력, 그 걸 많이 얘기하죠.
왜, 지휘자에게는 총보라고 스코어가 있자나요. 아시겠지만, 스코어는 악보를 수직으로 읽어 나가야 합니다. 반면에 각 개인의 파트보는 횡으 로 보며 연주하지 않습니까. 정말 좋은 연주 결과를 얻는 제일 정직한 공식은 지휘자의 수직 스코어 와 연주자의 수평 파트보가 정교하게 만 날 때, 그러면 십자가가 되는 거겠죠. 그 때 좋은
앙상블이 나오는 거라 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이영진 충남교향악단은 국내 도립 오케스트라로서는 선구자적 행보를 내딛 은 교향악단입니다. 물론 다른 공
립 오케스트라에 비해 그 출범이 늦긴 했지만, 도립의 기준으로는 맏형격인 오케스트라인데, 지난 이십여 년이 넘는 역사를 보면 연주회의 많은 부분이 조금 색다르다는 느낌이 들었 고 또 윤지휘자 취임 이후의 프로그램은 다른 오케스트라 연주회에 비 해 상대적으로 매우 진취적다 라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지휘자가 추 구하는 충남교향악단의 색깔은 어떤 것인지?
윤승업 네. 말씀하신대로 맞습니다. 아직 저는 젊은 지휘자라고 생각하구 요, 그래서 많은 걸 시도하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진취 적일 수도 있고 실험적일 수도 있는 그런 연주를 많이 시도하고 있습니 다. 우리 충남교향악단은 크게 세 형태의 연주회가 있습니다. 다른 오케 스트라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만 <찾아가는
음악회>, <순회연주회>, <정 기연주회> 이렇게 세 종류인데, 아시겠지만 충남에는 도서벽지가 많이 있습니다. 달리 표현하면 문화소외 지역인 곳들이지요. 그런 곳에 소수 정예 멤버라 할까요. 아무튼 모든 단원들이 갈 수 없기 때문에 소규모 앙상블로 구성해서 학생 수가 삼십 명 밖에 안 되는 초등학교라든가, 노인 분들 요양원, 어떤 때는 정신병원 또 교도소 같은 데를 찾아가서 연주합니다. 반응이 제법 좋습니다.
순회음악회는 충남도내 각 시군 공연장을 방문해서 연주하는데 각 시군 마다 호응도가 각기 다르다는 게 좀 특별합니다. 정기연주회는 주로 공 주시 에서 개최하는데 세종시는 물론 가까운 대전에서도 저희 연주회를 들으
러 오십니다. 공주 만해도 골수 클래식 애호가들이 많이 계신 편입 니다.
그래서 정기 연주회의 레퍼토리는 칠십 프로는 정통 클래식으로 약 삼 십 프로는 좀 널리 알려진 곡이나 특징
적인 곡들로 선곡해서 연주하지 요. 송년이나 신년 연주회 같은 때에는 축제 분위기를 가미해서 좀 파 격적인
프로그램을 많이 기획합니다. 사물놀이, 크로스오버 임태경, 그 림자 극단, 달샤벳, 소냐, 안치환과 같은 대중
음악 하시는 분들도 적극 참여시킵니다. 다소 도발적인 음악회라고 볼 수 있겠지요. 그게 저희 충 남교향악단
의 색깔은 아닙니다만, 일종의 관객에 대한 접근 방법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클래식이 생소한 많은 분들에게 처음부터 계속 정통 클래식만 고집해서 연주한다면 아마, 어느 순간 식상하고 쉽게 저희 연주를 들으려 하지 않을 겁니다. 눈높이를 차츰 높여 가면서 클래식 음악에 대해 서서히 비호감이
었던 분들이 호감을 가지게 될 때 저희 교향악단의 연주력도 향상되리라 봅니다.
말하자면 그 지역의 오케스트라가 발전하려면, 물론 실력 있는 지휘자가 있어야겠지만 좋은 단원들과 함께 청
중들의 수준도 높아져야 한다고 봅 니다, 그러니까 좋은 소리를 듣고 또 좋은 음악을 듣고, 아까 말씀드렸 듯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그런 분위기로 가야 궁극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베를린 필이 왔는데 베를린 필의 연주가 좋은 연준 지 잘하는 연준지 알 수 있는 청중들의 귀가 없다면 그건 제대로 소통 된 연주회라고 볼 수 없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관객들의 수준도 향상시킬 수 있는 그런 교향악단으로 키 워 나가야겠다, 그것이 또 문화 리더로
서 지휘자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또 충남도민들이 저희 연주를 듣고 누가 압니까. 훗날 위대한 연주가나 지휘
자가 된 사람이 예전에 충남교향악단의 연주회를 우연히 들으러 갔 다가 전율을 느껴서 자기도 연주가를 꿈꾸
게 됐다고 한다면 그 당시 지 휘자였던 저는 충남교향악단과 함께 하나의 역사가 되는 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