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와 의욕으로 일궈온 사업
“강하고 담대하라 너는 내가 그들의 조상에게 맹세하여 주리라 한 땅을 이 백성에게 차지하게 하리라”(여호수아 1장 6절)
사업은 시작한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다. 때론 신중하고 치밀한 노력이 필요하고 때론 의욕과 용기를 가지고 밀어붙여야 할 때도 있다. 내가 하던 건설업은 다른 사업에 비해 규모가 작지 않기 때문에 한순간이라도 실수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나는 특히 건설업의 원자재라고 할 수 있는 대지 구입에 많은 신경을 썼다. 내가 주로 구입한 대지는 반듯하지 않은 못생긴 땅이었으며 권리 관계가 복잡해 사기 어려운 것이었다. 나는 이런 대지를 구입하여 그 대지에 적합한 건물을 지어 팔았다. 이런 대지를 구입한 가장 큰 이유는 많은 자본을 가지고 시작한 사업이 아니어서 가능한 한 가격이 싼 땅을 살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 그만큼 수익률을 높일 수도 있었다.
서울 도심지에서 하는 건축은 이웃과의 분쟁도 많고 이해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에 많은 노력과 연구가 필요했다. 실패할 확률이 높은 사업이었지만 반대로 성공하면 이윤도 많은 편이고 결과에 대한 자부심도 높아질 수 있었다. 서울 을지로4가에 주교빌딩을 지을 당시에 있었던 일화이다. 을지로4가에는 유명한 냉면집인 우래옥이 있다. 이 건물 근처는 일제시대부터 복잡한 지역이었는데 옛날 가옥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넓은 길이 겨우 4m일 정도로 혼잡한 곳이었다. 바로 그 우래옥 맞은편 골목에 여러 필지로 나뉘어져 있는 대지가 있었다. 길이 혼잡한데다 옛날 식으로 조그만 방(일명 하꼬방)이 붙어 있는, 누가 보아도 쓸모 없는 땅이었으며 또한 이웃에 높은 건물이 있어서 대지로 인정조차 할 수 없어 그대로 방치된 지 오래된 땅이었다.
어느 중개업소의 소개로 이 대지를 알게 되었다. 값도 싸고 잘 연구하면 쓸 만한 물건이 될 것 같아 동업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매입을 시도하였다. 물론 값은 다른 대지에 비해 2/3 정도의 가격이었다. 나는 이 대지를 놓고 밤낮으로 구청을 오가며 연구를 하였다. 이리저리 가 설계를 해 보았지만 건축법에 저촉이 되어 적절한 건물을 세우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기존 건물인 일제시대에 지은 건물을 활용하고 나머지는 건축법대로 지으면 승산이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용적률을 높여 빌딩을 지었다. 준공 후에 여러 사람이 와서 보았는데 중구에서 이름 있는 건설업자들도 훌륭한 아이디어라고 극찬을 하기에 고생한 것이 모두 사라지는 듯했다.
또한 서울 중구 주교동에 대로가 연결되지 않은 쓸모 없는 조그만 건물 네 채가 있었다. 이 건물을 한꺼번에 사서 건물을 지으면 좋겠다고 판단하여 한날한시에 네 건물주를 불러 동시에 구입하여 빌딩을 지었다. 지금도 그곳은 허름한 건물 사이에 가장 반듯한 건물로 남아 있다.
이런 일도 있었다. 1960년대에 우연한 기회에 친구의 소개로 봉천동에 있는 임야를 계약했다. 30대였던 나는 부동산 권리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덥석 계약금을 주었다. 그런데 계약하고 보니 권리가 얼마나 복잡한지 근저당 설정, 압류에 가압류, 재판 계류, 무단 점거 중인 땅으로 어디서부터 문제를 풀어야 할지 모를 정도였다. 그러다 찾아간 곳이 서울시청 근방에 있던 김갑수 변호사 사무실이었다. 나는 등기부 등본을 보이며 도움을 요청했다.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마치 실타래를 풀 듯 권리를 먼저 이전시키고 하나씩 권리 풀 때마다 돈을 지불하면서 6개월 만에 매입을 끝냈다. 지금 생각해 보아도 어려운 작업이었는데 잘 해결한 듯싶다. 그 후 분할 매도하여 이익을 얻었다.
사업에는 언제나 어려움이 있게 마련이다. 이 어려움을 남의 탓으로만 돌리고 소극적으로 대해서는 해결이 될 수 없다.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용기와 의지를 갖고 연구하면 이겨나갈 수 있는 것이 사업인 듯싶다. 나는 법을 공부한 사람도 아니요 경제학을 전공한 사실도 없지만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가지고 임했으며 값진 경험을 얻게 되었다. 만약 법과 부동산에 어느 정도 상식이 있었다면 손을 대지 않았을 것이다. 어떤 사안은 외형상으로 잘 하면 잘 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에서 시작을 했으나 시작하고 나니 문제가 한둘이 아닌 적도 꽤 있었다. 그러나 소규모 자본으로 사업을 시작한 나는 실패하면 망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적극적이고 치밀하게 대처해서 해결했다. 용기와 의욕으로 이루는 것이 사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