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부터 시작한다.
앞서 5월 18일 출생하는 병자일주는 오로지 정관에 의존하게 되는 사주여서 약간 불안한 면이 있었다. 사주에 단 하나의 용신이 있는데 그것이 충, 극, 합으로 깨지는 경우 인생이 크게 요동칠 수가 있다. 그런데 오늘 태어나는 정축일주는 그만큼 불안하지는 않아 보인다. 월일지가 사(유)축 합을 하면서 재성, 식신의 기운이 있을 뿐더러 천간 계수가 편관이므로 극을 하여도 좋아지는 사주이기 때문이다.
물론 개인성향은 병자일주보다 정축일주가 훨씬 억세고 드셀 듯 하다. 일지에 묘지를 깔면서 식신이니 말이 쎄다. 그냥 쎈 게 아니라 갈때까지 가보자 이런 식으로 한다. 게다가 월지가 비견이므로 말 뿐 아니라 행동까지 하는 사람이다.
지지에서는 식신생재의 기운이 있고 천간에서는 편관을 제살해야 하는 운명을 타고났다. 하늘이 내려준 갖가지 어려움에 맞서서 식신 생재, 반드시 억척스럽게 살아남아야 하는 사람이란 소리다.
타고난 운명적 사명을 이루기에 가장 좋은 시는 기유시로 보인다. 천간으로는 계수 편관을 제살하고, 지지로는 금국을 짜서 재성국을 이룬다.
경자시도 나쁘지는 않다. 이렇게 되면 편관을 제살하는 것이 아니라 편관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사주가 된다. 어차피 정사월에 태어나서 매우 신강한 사람이기 때문에 편관의 힘이 강해져도 능히 이겨낼 수가 있다.
대운 흐름을 보면 초년에는 식신상관으로 흘러가므로 당차게 편관에게 대항한다. 기가 쎄기로는 이를 데 없다. 중년부터 재성의 운으로 흘러가면서는 본인의 고집보다는 주변과 조화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금이 들어오는 편재 대운에서 사회활동은 절정을 이룰 것이다. 이후 관성 대운으로 흐르는데 말년에는 남편을 대신하여 본인이 가장의 역할까지 할 것으로 보인다.
남명이 되면 초년에 뜬금없이 인성이 들어온다.
이렇게 편관, 식신을 써야하는 구조에서 인성은 독이다. 칼을 들고 전쟁터에 나가야 할 장군이 붓과 벼루를 들고 서당이나 기웃거리고 앉아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그러나 34세부터 제대로 편관 대운이 들어오기 때문에 여기서부터 정신을 차리고 본인의 타고난 기질을 발휘하여 세상을 꿋꿋하게 헤쳐나갈 것으로 보인다.
남명이든 여명이든 이 사주에서는 인간은 죽을 지언정 패배하지 않는다는 질기디 질긴 생(生)의 의지가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