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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프로, 200프로 찬성이야!"
7.27 평택인간띠잇기 개벽대장 1호 문정현 신부님을 만나다
"100프로, 200프로 찬성이야!"
<허리 잘린 우리는 70년째 아프다>
6일, 7일에는 철원 국경선평화학교 준공식 행사에 참석했다. 2011년 철원으로 이사해 남북평화통일일꾼(피스 메이커)를 양성하기 위해 애써오던 정지석 목사가 숙소 식당 등을 갖춘 보다 안정적인 교육환경을 위해 2021년부터 수천 명으로부터 기부와 모금을 받아 개교 10년 만에 건물을 마련한 것이다. 준공을 축하하는 평화음악제가 열리고 있는 동안 바로 옆의 도로로 한미군사훈련 ‘화력격멸’을 위해 탱크를 싣고 포천으로 이동하는 대형트럭들이 굉음을 내며 줄을 이었다.
통일운동을 하는 이재봉 교수가 주도하는 <남이랑 북이랑> 팀에 섞여 다음 날 아침 철원 갈말읍의 금강선 끊어진 철길, 민통선 최북단 남방한계선과 멸공 OP(관측소)를 둘러보았다. 한의학 용어 ‘통즉 불통, 불통즉 통’(通卽 不痛, 不通卽 痛)은 쉽게 병의 근원을 설명해준다. 통하면 안 아프지만 안 통하는 곳에 사달이 나고 통증이 생긴다는 뜻이다. 분단 정글 자본주의 피라미드의 꼭대기를 차지하고 있는 비정하고 탐욕스러운 자들은 느끼지 못하겠지만 허리가 끊어진 우리 민초들은 70년째 아프다.
사진에서 보이는 철조망이 한반도의 허리를 끊고 지나가는 DMZ의 남방한계선이다.
일행과 헤어지고 나서 부지런히 <206 사라지지 않는> 시사회가 열리는 용산역 옆 CGV로 향했다. 영화가 끝나면 문정현 신부를 인터뷰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한국전쟁 전후에 대한민국 경찰, 군인 등 국가권력에 의해 학살된 수십만 명의 주검을 좇고 있다. 국가가 자기 국민을 죽이는 이 지독하게 비정한 일들은 이승만 시절 대한민국에서 다반사로 일어났다. 국가가 오랫동안 감추고 있던 사건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조사단을 꾸려 이곳저곳을 찾아 나섰다. 조사단의 목표는 오직 하나. 국가폭력으로 살해된 뒤 암매장되었던 사람들의 뼈를 발굴하여 가족의 품으로 돌려주는 것. 한 사람을 구성하는 206개의 뼈는 오랜 세월을 거치며 많이 유실되고 훼손되었지만, 그 처참한 역사는, 유가족들의 아픈 상처는 쉽게 사라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종전도 아닌 휴전 70년은 우리에게 지속적으로 통증을 안겨주고 있다.
영화 <206 사라지지 않는>에 집중하고 있는 문정현 신부
<제1번 개벽대장 문정현 신부님>
영화가 끝나고 문정현 신부와 극장 로비에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지난 4월 전국 미군기지원정단에 끼여 군산을 방문했을 때 문 신부님은 7.27평택인간띠잇기에 대해 설명을 들으시고는 곧바로 ‘좋은 생각’이라고 응원해주셨다. 평택미군기지 450만 평의 둘레 23km를 핑크천을 든 사람들이 띠잇기를 하려면 90m로 나뉘는 핑크 천 뭉치 250개를 책임질 대장이 필요하다. 준비가 구체화 되면서 250명의 개벽대장이 필요하게 되어 신부님에게 부탁을 드렸더니 흔쾌히 응해주셨다. 제1번 개벽대장 문정현. (왜 개벽대장이라 칭하는지 궁금하신 독자는 이전 글을 참조해주시라)
<소년의 머리 위에 깡통 올려놓고 총을 쏘던 미군>
그는 1940년 익산 황등면 황등리에서 어머니 장순례, 아버지 문법문의 7남매 중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외갓집은 순교자 집안으로 조부모, 부모 모두 믿음이 깊은 가톨릭 신자였다. 그가 열 살 되던 해 한국전쟁이 터졌다. 황등리 초등학교에 들어왔던 인민군이 떠난 자리에 미군이 들어왔다. 미군은 학교의 책상 걸상을 부숴 난로에 불을 지폈다. 미군 병사 둘이 문정현의 머리 위에 전투식량 깡통을 올려놓고 5~6m 떨어진 곳에서 총을 쏘았다. 깡통이 박살 나자 그들은 깔깔대며 웃었다. 당시 어린 문정현은 미군을 ‘우리를 지켜주는 고마운 사람들’이라고 배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들에게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1966년(26세)에 사제 서품을 받았다. 1974년 지학순 주교가 박정희의 중앙정보부에 의해 연행되자 결성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34세) 다음 해 박정희가 공안정국을 만들어 장기 집권을 노리고자 조작한 인혁당 사건에서 크레인으로 시신을 탈취하려는 정부에 맞서다가 다리에 부상을 당해 장애 5급이 되었다. 1988년 자신이 세례를 준 서울대 학생 조성만이 ‘조국 통일 가로막는 미제 몰아내고 광주학살 진상 밝힐 것, 남북 올림픽 공동참여할 것’ 등을 요구하며 할복 투신한 이후 문 신부는 남북문제를 꼴똘히 고민하게 되었다.
<불평등한 관계. 미국 앞에 무기력한 한국 정부 항상 거짓말>
군산의 미군비행장은 공짜로 사용하고 있으면서 오히려 국내 항공사에게 임대료를 받고 있었는데 1997년에는 4~5배나 인상을 요구했다. 문정현 신부는 ‘군산미군기지 민항사용료 인상안철회를 위한 시민모임’을 꾸려 정문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반미투쟁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그러나 미군의 성채는 공고했고 한국 경찰은 저항하는 시민을 군홧발로 짓밟았다. 오·폐수를 버리고 기름유출을 해도, 주민 땅을 불법으로 점유해도, 미군범죄에 문제 제기하려 해도 담당자를 만나 문서를 전달할 수도 없었다. 그는 1999년 ‘불평등한 SOFA개정국민행동’을 결성했다. 연이어 매향리 사격장 문제에 개입했고 5년 만에 매향리 사격장은 폐쇄되었으나 미군은 군산 앞 직도로 폭격장을 이전했다.
2002년 경기도 양주에서 중학생 효순 미선이 미군의 장갑차에 깔려 참혹하게 죽음을 맞았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개정, 미국의 사과, 가해자의 구속을 요구하는 촛불이 불타올랐지만, 대통령으로 당선된 노무현은 북핵을 거론하며 촛불을 끄자고 단호하게 말하고 문제를 덮어버렸다.
2004년 9월 평택 팽성에서 미군기지 확장으로 생활터전을 쫓겨나게 된 주민들이 촛불 행사를 시작했다. 문 신부는 그해 12월 대추리로 거처를 옮겨 2년 반을 함께 투쟁했다. 2006년 5월 4일 새벽 4시. 1만 명의 경찰이 투입된 악명높은 ‘여명의 황새울대작전’이 전개되고 600명이 연행, 200여 명이 입건되고 40명이 구속되었으며 부상자는 200명이 넘었다. 아비규환. 2007년 4월 주민들은 935일의 촛불을 끄고 대추 초교 운동장에서 ‘다시 온다 황새울아’를 되뇌며 눈물로 매향제를 치렀다.
“우리는 기억할 것이다. 사시사철 황새울의 풍경 그리고 저녁노을과 철새들의 장관을. 935일의 촛불, 5.4 행정대집행, 철조망, 검문소, 정부의 잔인성도 기억할 것이다. 우리의 치욕, 패배, 울분을 잊지 않을 것이다. 평등의 세상을 꿈꾸는 모든 사람에게 희망의 씨앗이 될 것이다... 우리는 패배의 고배를 마셨고 정부는 승리의 개가를 부르지만 주한미군의, 정부의 폭력은 지속적으로 백일하에 드러날 것이다.”
독실한 신자였던 부모님은 자녀들에게 저녁밥을 먹고 나서, 새벽에 일어나서 십자가 앞에 앉아 기도를 하도록 했다. '독실한 신부'를 '깡패'신부'로 만든 것은 불공정하고 비굴한 정부, 총독부 노릇을 하고 있는 미국이다.
<미국은 자기들을 위한 군사벨트를 만들고 있다>
문정현 신부는 2011년 제주 강정마을로 들어가 지금까지 13년째 강정마을 지킴이를 하고 있다. 그는 미군기지와 부딪히면서 강정기지-가덕도 신공항-무안공항-군산기지-새만금 신공항-평택기지로 이어지는 서해안의 군사벨트를 확보하려는 미국의 속내를 알게 되었다. 대다수의 우리 국민은 미국이 북으로부터 남을 보호하려고 이 땅에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며 자국을 위한 전쟁기지로 남한을 이용하기 위해 야금야금 영역을 넓혀가며 이 땅을 잠식하고 있다.
<국민을 내쫓아내고 공사를 한 뒤 미국에 바치는 한국 정부>
정부는 문정현 신부를 업무방해 등으로 네다섯 번 기소해서 지금도 여전히 재판 중이다. 차라리 구속되었으면 좋을 텐데 구속도 하지 않으면서 벌금을 물리고 온갖 탈법과 편법으로 문 신부를 괴롭히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찬반으로 갈려 얼굴도 안 마주치려고 한다. 마을 공동체가 파괴되고 말았지만, 진실은 언제인가는 규명되어야 하고 대국민 사기극은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추리뿐 아니라 부산의 가덕도에서도, 성주의 사드 마을 그리고 군산의 하제마을도 인근 644세대가 삶의 터전을 미군에 빼앗기고 쫓겨났다. 정부는 제주에서도 민군 복합형 관광 유람선항을 건설한다고 했지만 미국 핵 항모가 들락거리고 이미 부산에 입항했던 일본의 자위대 역시 욱일기를 달고 들락거릴 판이다.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식량 증산을 하겠다던 정부는 난데없이 그 자리에 신공항을 건설하겠단다. 미 공군기지를 확장하는 설계대로 공사가 진척되고 있는 것을 보면 제주 강정과 판박이다.
<한미간의 모든 조약은 아주 불평등하다.>
정부가 그동안 해왔던 방식은 이렇다. 이런저런 구실로 주민들의 반대에도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하고 완료되면 미국에 갖다 바친다. 미국이 원하면 서울 강남땅도 서초 땅도 그들에게 내주어야 할 판이다. 휴전 직후인 1954년 체결된 한미방위조약이 그렇게 생겨 먹었다. (4조: 상호적 합의에 의해 미합중국의 육군, 해군과 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 내와 그 부근에 배비(配備)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이를 허여하고 미합중국은 이를 수락한다.) 상호적 합의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지만, 실상은 미국에 모든 권리를 내준 것이고 이에 근거해 만들어진 SOFA, SMA, LPP, JEAP 등이 모두 불평등하다. 녹사평역 주변 오염이 용산 미군기지에서 유출된 것으로 밝혀져 2017년 법원이 18억 원의 배상 판결을 내렸지만,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한국 정부가 서울시에 지급했다. 예외 없이 다 이 지경이다.
<오라고 하면 가야지. 내가 뭐라고. 정치가들은 정말 비굴해! >
강정과 군산의 거처를 오가고 종종 서울 나들이도 해야 하는데 83세의 문 신부에게는 벅찬 일이다. 그러나 멈출 수 없다.
“쉬고 싶지만 오라고 하면 가야지. 내가 뭐라고...”
내가 만난 대추리 할머니들은 ‘고생만 하는 문정현 신부가 안쓰럽다’라고 말한다.
“무조건 탄압받는 사람 편, 무조건 고통받는 사람 편을 들다가 길에서 쓰러지면 그건 보람된 일이야. 대추리 할머니들 보고 싶은 분들이죠. 노무현을 용납할 수 없어. 나라의 대통령이 내 나라 국민 내쫓고 외국 군대에 최고의 기지에 최신식 시설을 만들어 줘? 왜 그렇게 죽어? 미국놈 앞에 당당하게 ‘못 한다’, ‘내 국민 보호해야 한다’ 왜 그런 말도 못 하냐고! 욕이 아주 꽉 차올라. 문재인도 그놈이 그놈이지. 열불 나. 윤석열은 말할 것도 없지. 우리나라 대통령은 반쪽이야. 반은 미 총독부가 지배하고. 문재인이 평양가서 말한 건 죽음과도 바꿀 수 없는 약속인데 돌아와 미국 앞에 아무 말도 못 했지. 비굴한 거지. 비굴한 거야.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야. 왜 미국에 대해서 아무 말도 못 해! 엄청나게 싸워봤지만 정치권은 정말 무능해.”
<7.27 평택인간띠잇기 좋은 아이디어. 100% 200% 찬성!>
“동학은 도올의 동경대전이며 여기저기에서 많이 보고 있어. 개벽 이야기도 듣고. 7.27 평택인간띠잇기 좋은 아이디어야. 100% 200% 찬성해요. 7.27 평택인간띠잇기가 국민에게 호응받으면 국민의 인식이 달라지지. 이런 행사를 통해 자주독립에 대한 인식이 확고해질 겁니다. 해야지. 해야죠. 이렇게 해서 의식변화를 이뤄야 해요. 자주독립 못 하고 외국군대에 종속되어 산다면 정말 비참한 거지. ”
순교자 전을 자주 읽으시던 할아버지, 감옥에 갇힌 아들에게 김대건 신부가 되라 하셨던 어머니, 동네에서 궂은일은 도맡아 하며 재산을 모두 성당에 기부한 아버지, 김후상 바오로 신부, 김재덕 주교, 제자이며 스승인 조성만, 미국인이면서 반미를 외쳤던 매향리의 서로벨또 신부...
그들 속에서 문정현 신부는 성직자란 민중의 앞에서 이끄는 존재가 아니라 민중 속에서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존재라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고르게 가난하게 함께 가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고 깨우쳐 준 길 위에서 만난 많은 동지들도 훌륭한 스승이었다.
낮은 이들과 함께하며 그들이 고통을 호소할 때 문 신부는 한순간도 유보 없이, 망설임 없이, 고민 없이 나섰다. 언제나 지는 싸움을 한 것 같지만 길게 보면 예수의 길과 같이 그것은 언제나 이기는 싸움이 될 것이다. 그와 동지들의 노력으로 휴전선의 철책이 모두 사라지게 된다면 통즉 불통... 허리의 혈맥이 통하니 민족의 아픔은 과연 사라지게 될 것이다. 평화가 가져오는 행복이 그 자리를 가득 채우리라.
7.27 평택인간띠잇기. 좋은 아이디어야. 100프로 200프로 찬성해요. 해야지. 해야 해요.
*뱀 발) 그를 인터뷰하자고 마음먹었을 때 대뜸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이라는 문장이 계속 떠올랐다.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은 이탈리아의 기자 출신 작가 조반니 과레스키가 1948년에 쓰기 시작한 옴니버스 장편소설이다. 많은 나라에서 영화, 드라마, 만화로 사랑받았다. 내용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소 간 냉전이 본격화되던 1950년대 이탈리아의 외진 시골 마을 바싸를 배경으로 공산주의자 읍장 뻬포네와 공산주의를 싫어하는 교구 신부 돈 까밀로의 티격태격 왁자지껄한 일상과, 앙숙인 그들 모두를 사랑하는 예수의 이야기다.
생각이 달라도 이렇게 어우렁더우렁 살아갈 수 있는데 이놈의 분단은 대한민국을 갑이 대장이 되어 을을 밟고 사는 나라로 만들어놓았다. 천불이 나는 일이다. 우리 문정현 신부님은? 기무사는 그를 ‘외고집으로 타협할 줄 모르며 매사에 도전적 반항적이나 신도로부터 존경받고 있으며 금전에 관심이 없고 저돌적 성격으로 깡패 신부라 불린다.’ 라고 정리했다. 우리의 사랑스러운 깡패 신부님 안에는 뻬포네, 까밀로, 예수님이 다 있다. 윤석열과 천공에게 일독을 권한다.)
(일부 내용은 김중미 <다시 길을 떠나다> 낮은산 에서 발췌함)
편집 : 고은광순 객원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