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었던 손목시계를 다시 차려고 합니다
MBC 라디오의 인기 장수 프로그램 <싱글벙글 쇼>의 DJ로 33년간 활동했던 방송인 김혜영 씨에게 KBS 라디오로부터 <김혜영과 함께>라는 프로그램의 DJ를 맡아 달라는 요청이 왔습니다.(2020.8)
김혜영 씨는 <싱글벙글 쇼>를 그만 두고 나선 자꾸 시계를 쳐다보는 것이 자신을 구속하는 것 같아 시계를 차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가 새 도전을 앞둔 자신의 기분을 표현했습니다.
“벗었던 손목시계를 다시 차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시간 강박증을 달고 삽니다. 손목시계든 스마트 폰이든 습관적으로 현재 시간을 확인합니다. 약속 시간이 잡혀있지 않아도 시간 보는 것을 멈추지 않습니다. 그냥 자신도 모른 채 무의식적으로 시계를 들여다보는 것에 익숙합니다.
시간을 확인하는 횟수만큼이나 쉼 없이 일합니다. 쉼 없이 일하는 이유는 행복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매 순간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오히려 매사가 힘들다고 느끼는 사람이 훨씬 많습니다. 뭔가 분주하기는 한데 이룬 성과는 불분명하고, 뭔지 모를 불안감이 늘 가시지 않기 때문입니다.
강세형 작가의 에세이집 <희한한 위로>에 나오는 글입니다. “왜 나만 힘들까? 사람들은 왜 이렇게까지 ‘나만 힘든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걸까? 나만 힘든 사람들은 또한 대부분, 자연스럽게 그 다음 순서인 ‘그래도 너는…’리란 말로 넘어갔다.
“그래도 너는, 결혼도 안 하고 혼자 사니까 얼마나 편해”, “그래도 너는, 회사도 안 다니고 자유롭게 일하니 얼마나 좋아!” 화제를 돌리려고 영화 얘기를 꺼내도, “그래도 너는, 영화 볼 시간도 있어 좋겠다.”, 괜히 식물 얘기를 꺼내도, “그래도 너는 여유가 되니까 화분도 들여놓고 그렇지”, 그래도 너는, 그래도 너는, 그래도 너는… 나완 다르게 행복하다.
모든 사람들은 다 행복한 것 갗ㅌ은데 나만 불행한 듯합니다. 그러나 사실은 다른 사람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나의 시선에서나 행복해 보일 뿐입니다. 타인들 역시 나를 행복할 것이라 여깁니다. 멋진 곳을 가고, 맛있는 것을 먹고, 재밌게 살고 있다고 착각합니다. 사실 전혀 그렇지 않은데도 말입니다.
모두가 힘들지만, 힘들다고 말을 하지 않을 뿐입니다. 말을 하지 않는 이유는 더 행복해지고 싶어서입니다. “왜 이리 힘들지?”라고 말하면 정말로 힘들어질까봐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그래도 행복해!”라고 외치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행복 상류층에 편승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
행복의 중요한 조건은 일과 휴식의 균형입니다. 고단한 노동이 있어야 달콤한 휴식의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손목시계를 다시 차고, 운동화 끈을 질끈 묶고, 느슨한 마음을 다잡는 이유는 일속으로 뛰어들기 위해서입니다. 일을 하고 있다는 자긍심과 일로부터 얻는 성취감이 행복의 원천이기에 그렇습니다.
지난 시간의 행복은 아름다운 추억의 되새김질이고,
지금 시간의 행복은 새 추억을 쌓아가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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