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 엘리자베스>는 영국의 왕실과 국민통합을 표상하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영화다. 영국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왕좌에 머문 엘리자베스 2세 여왕. 1952년 즉위하여 2022년 9월 8일까지 70년간 재위한 군주다. 처칠을 시작으로 총 16명의 총리와 함께 했다.
줄리아 로버츠와 휴 그랜트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 〈노팅 힐〉을 연출한 로저 미첼 감독이 연출했다. 미첼 감독은 로맨스 영화의 대가일 뿐만 아니라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TV부문에서 최우수 단편 드라마와 최우수 미니시리즈까지 수상하여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드는 연출력을 인정받은 감독이다.
“내 삶이 길건 짧건 내 평생을 국민들을 섬기는 데 바칠 것을 여러분 앞에서 맹세합니다.” 퀸 에리자베스가 왕세녀 시절 21세 생일을 맞이하여 연설한 내용이다. 실제로 그녀는 사망하기 이틀 전에도 신임 총리를 임명하고 접견하는 등 죽는 순간까지도 국왕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고 세상을 떠났다.
영화는 우리 가족이 영국에서 가진 추억들을 조각조각 떠오르게 했다. 아내와 우리 가족은 8년의 영국 생활을 하면서 영국 여왕과도 친근해졌다. 여왕의 생일 등 왕실의 공식 행사 때 버킹엄 궁전 발코니에서 손을 흔드는 모습. 매년 성탄일 오후 BBC에서 전 국민에게 보내는 그녀의 크리스마스 메시지. 영국여왕 재위 50주년을 기념하는 골드 주빌리(Golden Jubilee) 행사. 부군인 필립공이 총장으로 있는 캠브릿지대학을 방문하여 가까이서 여왕을 볼 기회도 가졌다.
96년을 산 인생이 늘 영광스러운 일만 있을 수 있겠는가. 감독은 왕관의 무게만큼이나 그녀의 가슴을 무겁게 했을 아픈 가족사도 적절히 드러내었다. 지난 100년의 현대사에 가장 주목할 만한 삶을 살은 여왕의 생을 담아낸 가치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러닝타임은 90분이다. 여왕은 2년 전 별세하였다. 그런데 여왕의 일생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에 장례식 장면이 없다. 왜일까? 그건 로저 미첼 감독이 여왕 보다 1년 먼저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