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01. 12
축구는 세계인의 공통 언어다. 발로 무엇인가를 참[蹴·축]은 인간의 본능적 행동의 하나다. 따라서, 축구와 비슷한 행위 또는 놀이는 인류사와 더불어 존재해 왔다고 볼 수 있다. 현대적 의미의 축구는 1863년을 원년으로 출범했다고 할 수 있다. 이해 12월 런던에서 축구협회(FA: Football Association)가 창립되면서 첫걸음을 내디뎠다.
축구가 우리나라엔 언제 들어왔는지 이를 밝힐 만한 근거 자료는 없다. 단지 여러 가지 자료와 선인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1882년으로 추정할 뿐이다. 1882년(고종 19년) 6월, 인천 제물포에 입항한 영국 군함 ‘플라잉 피시(Flying Fish)’호 승무원들을 통해 축구가 처음 들어왔다고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곧, 서구식 축구의 시발점이다.
140년 전통의 한국 축구는 축구 변방 가운데 비교적 연륜이 깊다고 할 만하다. 그만큼 걸출한 센터포워드(CF) 명맥을 자랑한다. ‘아시아의 황금발’로 명성을 떨쳤던 최정민을 비롯해 이회택→ 최순호→ 황선홍이 CF 계보의 적자(嫡子)로서 한국민의 사랑을 받고 인기를 누렸다.
빼어난 골잡이로서 성가를 드높였던 이들은 이제 역사 속 추억의 인물로 사라져 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왕성한 몸놀림으로 이들의 뒤를 이어 세계 속에 한국 축구를 알리는 CF 선봉장으로는 누구를 손꼽을 수 있을까?
‘황 듀오’ 황희찬·황의조 이어 석현준→ 주민규→ 김신욱 순으로 자리
팬 각자의 선호도에 따라 많은 이견이 있을 성싶다. 그나마 객관적 가늠자의 하나로, 각 선수의 활약도에 따라 산출된 몸값으로 답변할 수 있지 않나 본다. 이 맥락에서, 독일의 축구 이적 정보 전문 사이트인 트랜스퍼마크트가 최근 밝힌 전 세계 CF 시장 가치는 참고할 만하다.
이에 따르면, 황희찬(울버햄프턴 원더러스)이 한국인 CF 명맥을 이을 으뜸의 후보로 나타났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둥지로 삼은 황희찬은 지구촌 곳곳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CF 가운데 최고의 시장 가치를 지녔다고 평가받았다. 1,300만 유로(한화 약 176억 원)로, 2위에 자리한 황의조(지롱댕 드 보르도)를 큰 격차로 압도했다. 황의조는 500만 유로(약 68억 원)였다(표 참조).
황희찬은 2021-2022시즌을 앞두고 활동 무대를 독일 분데스리가(RB 라이프치히)에서 프리미어리그로 옮기며(임대 이적) 잠재력을 분출하고 있다. 시즌 초반 용솟음치는 기세를 뽐내며 울버햄프턴의 공격을 이끌었다. 지난해 10월 2일(이하 현지 시각) 홈(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7라운드 뉴캐슬 유나이티드전서 터뜨린 2골을 비롯해 초반 출장한 6경기(4~9라운드)서 4골을 휘몰아쳤다.
황희찬은 햄스트링을 다쳐 12월 15일 17라운드 어웨이 브라이턴 & 호브 앨비언전을 끝으로 그라운드에서 모습을 감췄다. 부상으로 신음하며 한 달이 다 되도록 결장 중인데도 여전히 팀 내 최다골(이하 1월 12일 기준) 주인공이다. 그의 초반 상승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여실히 보여 주는 대목이다.
부상 여파로 활약상이 주춤한 탓인지, 황희찬은 외연을 넓힌 세계 순위에선 99위에 머물렀다. 알프레도 모렐로스(레인저스), 파울리뉴(스포르팅 CP) 등 다른 네 명과 함께였다.
황의조는 프랑스 리그 앙(1)을 터전으로 삼고 있는 보르도의 버팀목이다. 탁월한 위치 선정과 골 감각을 바탕으로 팀의 공격력을 증폭시킨다. 세 시즌째 보르드에 몸담고 있으면서 갈수록 돋보이는 몸놀림에 힘입어 팀 내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시즌 15경기(교체 1)에 나와 6골 2어시스트를 수확했다. 알베르스 엘리스(7골)에 이어 팀 내 득점 2위를 달리며, 야신 아들리와 함께 나란히 공격 포인트(8개) 선두에 올라 있다. 평균 평점(후스코어드닷컴 기준)에서도 시즌을 거듭할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2019-2020시즌 6.52→ 2020-2021시즌 6.62→ 2021-2022시즌 6.64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황의조도 몸이 좋지 않은 상태다. 지난 7일 홈 마르세유전(0-1 패배)에서 80분간 뛰긴 했어도, 예전의 몸놀림이 아니었다. 이번 시즌 두 번째로 5점대 평점(5.82)을 받았을 정도로, 활기 있던 그의 모습을 찾기가 힘들었다.
500위까지 발표된 이번 전 세계 CF 순위에서, 황의조는 230위로 매겨졌다. 다른 38명과 함께 한 순위다.
석현준(트루아 AC)은 3위에 자리했다. 100만 유로(약 14억 원)의 시장 가치를 평가받았다. 이번 시즌 9경기에 출장해 단 한 개의 공격 포인트로 올리지 못한 탓인지 그의 몸값은 내림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6년 400만 유로(약 54억 원)까지 치솟으며 정점에 올랐던 그의 시장 가치는 2019년 1월 350만 유로(약 47억 원)를 기점으로 답보 내지 하향세다.
주민규(제주 유나이티드)는 90만 유로(약 12억 원)의 시장 가치를 평가받으며 4위에 올랐다. 한국인 CF 5걸 가운데 유일하게 국내 무대에서 활동하며 2021시즌 득점왕(22골)에 오른 성적이 반영된 듯싶다.
김신욱(라이언 시티 세일러스)은 한국인 CF 5걸의 마지막 한 자리를 차지했다. 80만 유로(약 11억 원)의 시장 가치였다. 2021시즌 중국 슈퍼리그(CSL)에서 21경기 13골의 꽤 괜찮은 전과를 올린 대가였다. 그는 2022시즌을 앞두고 상하이(上海) 뤼디 선화(申花)에서 역시 ‘한국인’ 김도훈 감독이 지휘하는 라이온 시티 세일러스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역사는 기록의 산물이다. 누가 앞으로 어떤 훌륭한 기록을 세우며 한국 축구 센터포워드 계보를 이을지도 지켜봄 직하다.
최규섭 /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자료출처 : O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