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토장정 18 (2011.02.20)
18.2km (339.9km)
(충남 태안군 남면 몽산포 해수욕장 - 청포대 - 마검포 - 드르니항 - 연육교 - 서산 B지구 방조제 앞)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식사를 준비했다.
오늘 아침은 어제와 같이 계속 홍합이다.
어젯밤 남은 홍합을 까서 그 살을 넣고 국물을 내고 즉석밥 몇 개를 풀어 홍합죽을 만든다.
모양새는 좀 빠지지만 맛은 최고다.
든든한 아침 식사를 챙겨 먹고 바다로 나오니 안개가 아직 덜 걷힌 낭만의 바닷가를 본다.
시작이다.
몽산포 해수욕장과 청포대 해수욕장을 지나 마검포 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고운 모래사장을 계속 걷는 코스이다.
밤늦게 펜션 앞에까지 들어와 찰랑찰랑 소리를 내던 바닷물은 어느새 끝도 보이지 않게 물러나 있다.
넓기도 넓은 모래밭을 씩씩하게 걷고 뛰고 친구 S는 멀리까지 걸어 나가 맛조개를 잡아오기도 한다.
모래사장은 적당히 물을 먹어 걷기도 너무 편안한 길을 우리에게 선물한다.
아마도 물이 멀리 나가지 않았다면 수로도 깊어서 계속 모래밭을 걷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수로도 얕은 물만 흐르고 걷기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태안군에서는 해안길도 예쁘게 만들어 놓았지만 그냥 모래밭을 계속 걷는다.
파도가 물러가기 아쉬운 듯 흔적을 만들어 놓은 모래밭 굴곡에는 “아직은 겨울입니다.”하고 살얼음이 안개 걷히고
고개 내민 햇님과 빤짝 인사를 한다. 자연이 만든 예술작품이다.
살얼음을 밟고 뽀드득 뽀드득 걸어가는 소리도 예술이고 발바닥으로 느껴지는 묘한 울림도 재미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걷다보니 청포대 해수욕장이다.
규모가 좀 큰 펜션도 보이고 모래밭도 더 넓어진 듯하다.
모래밭 중간에 큰 바위가 들어나 있는데 가까이 가보니 거북이와 토기를 조각하여 바위위에 올려놓았다.
그럼 바로 여기가 용궁으로 갔던 길목인가? 기념사진 한 장을 찍어보니 동물농장이다.
거북이와 토끼, 돼지, 개, 말 ..... 누가 개이고 누가 말인지 딱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돼지는 누구인지 바로 알 것 같다.
바로 뒤에는 해안에 돌을 쌓아 밀물이 들면 고기가 같이 들어왔다가 썰물이 되면 물이 빠지면서
돌담에 남는 고기를 잡는 고기잡이 방법의 하나인 둑살이 있다. 그 규모가 꽤 크다.
태안반도를 걸으면서 가끔 체험장을 만들어 놓은 것을 보게 되는데 직접 해보면 재미가 있을 것 같다.
바다가로 쏜살같이 강아지 한 마리가 뛰어나와 깜짝 놀랐는데
그 뒤에 허리가 구부정한 할아버지 한분이 삽자루를 허리에 둘러업고 바로 갯벌 쪽으로 나오신다.
착한 흰둥이 할아버지 따라 낙지나 개불을 잡으러 나가나 보다.
대처에 나가 살고있는 아들보다 더 정다운 놈이다.
대처에 나가 살면서 기껏 명절에나 삐쭉 얼굴 비추는 아들보다 더 정다운 놈이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발걸음도 다정하다.
계속 이어지는 모래밭을 따라 마검포로 향하는데 아름다운 모래밭 해안에 물에 밀려들어온 쓰레기가 천지사방에 널브러져 있다.
안타까운 모습이다. 지금까지 장정에서 많이 느낀 점이기도 하지만 대한민국은 금수강산이지만 쓰레기강산이기도 하다.
온갖 쓰레기가 곳곳에 모여 있다. “왜 이런 것까지 여기 있을까?”하는 냉장고며 텔레비전까지 나와 있다.
“무슨 생각으로 이것을 이곳에 가져다 놓았을까?”
우리가 걷고 있는 이곳이 우리 아이들에게 잠시 빌려 쓰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인지 답답할 따름이다.
하루하루 길을 걸으며 쓰레기를 사진에 담아보기로 다짐을 해본다.
그리고 나부터 담배꽁초하나라도 버리지 않겠다는 다짐도 한다. 제발 쓰레기 버리지 마세요.
당신 아들 딸과 손자 손녀의 아름다운 정원을 당신이 망치고 있습니다.
마검포에 도착하여 해수욕장 둑에 앉아 잠시 한 숨 돌린다.
7km가 넘게 이어진 모래밭이 참 즐거웠다. 마검포 해수욕장의 모래밭까지 2km를 더하면 10km 가까이 모래밭은 이어진다.
마검포 해수욕장 앞은 아마도 쫄깃한 개불을 잡는지 많은 사람이 멀리 나가서 모래밭을 파헤치고 있다.
걷는다는 목적이 뚜렷하여 걷지만 발 걷어 부치고 내려가서 몇 마리 잡아 올까 하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이다.
마검포 해수욕장이 끝날 무렵 솔숲으로 나와 보니 바로 길가에 한서대학교 태안비행장이 나온다.
경비행기가 날아오르려고 엔진에 힘을 주고 있다.
비행장을 약간 돌아 비행장과 수평으로 나 있는 도로를 따라 이름도 신기한 드르니항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드르니항은 옛 이름이 신온항이란다.
지금은 “들리다”에서 나온 말이 자연스럽게 “드르니”로 바뀌었다고 하는데 참 예쁜 우리 이름이다.
드르니항는 바로 앞 안면도의 백사장항과 지척에 마주보고 있어서 두 항구가 같은 항구로 보인다.
백사장항은 배도 많고 번화하지만 드르니항은 조금은 호젓한 모습이다.
지금은 조용한 항구지만 오래전 안면도가 육지였을 때 많은 배들이 들고 나갔을 것이고
아니면 안면도가 육지와 이별을 한 후 천수만을 통해 곡식을 실어 나르던 배들이 들고 났을 것이고
또 연육교가 없던 시절에 안면도로 가기위해 많은 사람들이 들고 났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6번째로 큰 안면도는 본래 곶으로서 태안과 연결되어 있었는데,
세금으로 걷은 곡식을 빠르게 운반하고 왜구의 약탈을 피하기 위해서 조선 인조 때인 1638년
안면읍 창기리와 태안군 남면 신온리 사이를 절단하여 섬이 되었다고 한다.
370여 년 전 대단한 토목공사가 이곳에서 시작됐다.
항구를 벗어나 다시 갯벌로 내려가 연륙교 쪽으로 바닷가를 따라 간다.
바닷가는 울타리가 깨끗이 쳐져있고 안쪽에는 펜션이 자리 잡고 있다.
그래도 바닷가를 콘크리트로 둑을 쌓아 깨끗한 길을 만들어 놓아 어렵지 않게 연육교 밑으로 향한다.
1970년에 우리나라에서 3번째로 건설되었다는 연륙교는 총길이는 208.5m이다.
물론 지금은 새로 안면대교가 개통되어 대부분의 차량은 그곳을 이용하지만 아직도 차량과 사람이 다니고 있는
연세 많은 살아있는 다리다.
다리 밑에는 굴을 따는 많은 사람들이 부산히 움직이며 물이 많이 나간 대사리를 즐기도 있다.
연육교와 안면대교 밑을 차례로 지나 바닷가 길로 들어선다.
해변은 규암성분의 자갈과 굴 껍질이 사각사삭 소리를 내면 우리를 맞이한다. 그
렇게 한 굽이돌고 또 두 굽이돌아 바닷길을 가다가 물 빠진 갯벌을 횡단하기로 회장님이 길을 잡는다.
갯벌이라고는 하나 모래 성분도 많아 발이 빠지지는 않는다. 오늘 같은 대사리가 아니면 걸어 볼 수없는 그런 길이다.
굴 양식을 위해 돌을 줄 시어 세워 놓은 재미있는 모습도 보고 찰박찰박 얕은 물도 건너고 재미있다.
그러기를 한참 즐기는데 갑자기 큰 수로가 나타났다.
돌아가기도 낭패고 건너가자니 수로 주변의 뻘밭이 쑥쑥 발을 잡아당기고 간신히 폭이 좁아진 곳을 찾아 넘어가다보니
신발은 다 젖고 아니 양말까지도 다 젖어 버렸다.
그래도 뭐가 좋은지 친구들은 비오는 날 고무신 신고 동네를 뛰어 다니 듯 한다.
그렇게 조금을 더 걸어 서산 B지구 방조제 입구에서 장정을 마쳤다.
점심은 제철 새조개를 회로 샤브샤브로 먹고 비상식량으로 사둔 라면까지 말아먹고는 서울로 향했다.
첫댓글 낼 모레면 나이가 50인데 성엽이를 동물에 비유하면 안돼지~!!
가만....맞춤법이 어느게 맞나?? 안되지? 안돼지?
왠지 '안돼지' 가 끌리네...ㅋ~
난 회장님이 pig라고 직접적으로 말한적 없네 이사람아
다만 거북이를 빼고 12지신을 생각한 것 뿐이지 ㅎㅎㅎ
아놔................
이것들이 회장 알기를................쩝!
글쎄다...누구라고 꼭얘기를 해야 아나???
으이구.....철 좀 드쇼....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