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잎크로버의 강릉시 주문진 여행 후기
서울역에서 아침식사로 우동을 먹고, 강릉행 KTX를 타고, 기대되는 주문진 장치 찜을 먹을 생각을 하면서 기차를 탔다. 우리 일행은 점심시간의 배고픔을 참고 갔다.
강릉역에서 10시 2분에 도착해 주문진 가는 버스를 타기위해 이리저리 찾다가
300번 버스를 타고 주문진으로 향했다.
나이 80이 넘은 청년들이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꼬불꼬불 이리저리 흔들어 대는 시내버스를 타고 40여분 만에 주문진항에 도착했다.
주문진의 상점들은 전국의 물고기를 모은 듯 주로 마른 생선을 팔고 있었는데, 값이 생각보다 이만저만 비싼 것이 아니었다.
네잎크로버의 대장 동천 시인이 앞장서서 걷는다. 걷는 건지 뛰는 건지 뒤 딸아 가기가 바빴다. 먼저 텅 빈 바닷가를 구경했다. 그리고 동천 시인이 맛보았다는 월성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장치 찜을 주문하고 입맛을 다시며, 어떤 맛인지 상상하기도 했다.
「장치’라는 물고기는 원래 학명은 ‘벌레치」라고 했다. ‘장치’는 강원도 사투리다. 몸길이가 유난히 길어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얼룩덜룩한 무늬에 물컹거리는 몸체, 미끈거리는 껍질이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못생겼다고 했으나 실물은 보지 못했다. 예전엔 물고기 취급을 하지 않아 거들떠보지도 않던 생선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장치가 겨울에 주가를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장치와 비슷한 처지의 뚝지, 곰치도 겨울이면 인기대열에 들어선단다.
강원도 거진의 도치(뚝지)탕과 도치알탕, 속초, 삼척, 주문진의 곰치탕이나 장치찜을 겨울철 동해안 별미음식으로 손꼽는다는 여주인의 말에 침이 넘어갔다.
초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가 이들 생선이 최고의 맛을 내는 계절이기 때문이라는데, 사실
동해안 겨울 특산물은 양미리, 도루묵에 이어 어획되는 명태가 되어야 맞을 낸 것이 이제는 옛말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명태가 자취를 감춘 지는 열손가락으로 두 번을 꼽아도 모자라는 세월이 지났으며, 언젠가부터 그 빈자리를 대신해온 것이 장치, 도치, 곰치라는 것이다.
이들 못난이 삼형제(?)가 인기를 끄는 것은 저지방에다 여느 생선에서 맛볼 수 없는 독특하면서도 담백한 맛을 내기 때문이라고 여주인은 말한다.
이 들 생선은 또 양식하지 않는 완전 자연산이라는 것, 그래서 자연산 별미를 찾는 열성 미식가들의 발길을 찼게 하는 것이기도 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40년 전통을 가졌다는 주문진의 장치찜 전문 월성식당이 원조라 했다. 동천 시인이 여기 주문진에 여행을 와서 한 번 맛을 보고 그 담백한 맛을 우리들에게도 보여주려는 의도에 우리들은 고마워했다.
소도시에 흔히 볼 수 있는 그저 그런 거리에, 그저 그런 외관을 한 소박한 식당이었다. 그런데 벽에는 장치 찜을 먹고 음식 맛의 후기 칭찬으로 찾아 온 손님들의 낙서(?)가 도배를 했다. 왠지 조금은 웃음을 머금게 하는 월성식당의 내부 환경이라고 할 수 있었다.
女주인이 우리 네 사람 앞에 장치 찜을 한 접시 내 놨다. 보기에는 동태 찜이나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강원도 유명한 감자를 함께 찜했는데, 그 감자를 접시에 담아 한입 물으니 서걱거린다. 고기를 한 점 집어 입에 넣고 씹어보니 서른 느낌이 들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함께한 친구들 다 그런 표정이었다. 선뵌 처녀 들여보내듯 女주인을 불러 음식이 설고 뜨끈하지 않다고 했더니 다시 데워왔다. 그러나 첫 인상이 안 좋아 대강 먹고 치웠다.
장치의 참 맛은 찜이라 했다는데, 겨울 찬바람에 먹어야 제 맛이라 했지만, 기대를 크게 하고 간 일행은 6월 초순의 30여℃ 뜨거운 날씨 탓인지 기대했던 맛이 허물어지는 느낌을 감출수가 없었다.
안내한 동천 시인도 장치 찜에 기대 이하로 아쉬움을 남기는 것 같아 일행은 그 마음을 위로했다. 그리고 다시 바닷가로 나갔다. 날씨가 더운 탓에 바다구경도 신통찮았다. 항구에 배들은 다 먼 바다 고기잡이를 간 것인지 텅 비었다.
동천 시인이 산 오징어를 통째로 쪄먹으면 아주 맛이 천상이라고 하면서 생선 파는 가게에 가서 3만원 주고 오징어 네 마리를 사들고 길 건너 횟집으로 갔다.
그리고 오징어를 쪄서 소주 한잔으로 일행은 상에 둘러 앉아 먹었다. 오징어의 먹물을 함께 먹으니 입안에 온통 먹물 마신 듯 했다. 그래도 색다른 느낌이 들어 좋았다.
다시 시내버스로 강릉역에 도착하여 오후 6시 40분 기차표를 한 시간여 당겨 오후 5시 25분차로 표를 바꿨으나, 일행의 자리는 각각 달라다. 그래도 기차는 2시간 정도에 서울역에 도착하니 마음이 안도하는 푸근한 감을 느꼈다.
일행은 손에 손을 잡고 오늘의 여행이 아마 잊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행복한 웃음으로 인사를 나누고 각자 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