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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052) 自詠(자영)/元天錫(원천석)
스스로 읊음
生生習氣未消磨-생생습기미소마- 전생의 習氣(습기)가 아직 가시지 않아
傲世心懷日更多-오세심회일갱다- 세상 깔보는 마음이 갈수록 더하네.
聞道悲辛捫蝨話-문도비신문슬화- 이 잡던 이야기들을 땐 쓰라렸고
追思轗軻飯牛歌-추사감가반우가- 소먹이며 부르던 노래 생각할 땐 서글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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歸來適意希元亮-귀래적의희원량- 고향으로 돌아가던 陶淵明(도연명)이 그립고
勤苦成功笑伏波-근고성공소복파- 애써 공 이루던 伏波將軍(복파장군)이 우습구나.
攻破是非猶有酒-공파시비유유주- 시비를 잊으려면 역시 술이 있어야 해
欲將雲月醉無何-욕장운월취무하- 구름과 달 더불어 맘껏 취하고 싶네.
Ⅰ-053) 南谿柳下追凉。作鷓鴣天。憶契內張趙二公(二首)。/元天錫(원천석)
남쪽 계곡 버드나무 아래 시원한 곳을 찾아 鷓鴣天(자고천)을 지으니,
계모임의 張公(장공)과 李公(이공)이 생각났다 (두 수)
Ⅰ-053-01)
夾岸垂楊弄影微-협안수양롱영미- 양쪽 언덕 늘어진 버들 그림자 바라보다
追凉盡日却忘歸-추량진일각망귀- 온종일 서늘함 따라 돌아갈 줄 모르네.
身閒樂土知今是-신한락토지금시- 한가한 몸 즐거운 곳이 바로 지금이니
跡寄名場悟昨非-적기명장오작비- 名利(명리)의 땅에 살던 것이 그릇됨을 알겠네.
Ⅰ-053-02)
初收暮靄轉斜暉-초수모애전사휘- 아지랑이 막 걷히고 해도 기울었는데
倚筇時復一悽悕-의공시부일처희- 지팡이에 기대어 이따금 한숨 쉬네.
故人化作松間土-고인화작송간토- 옛 친구들 솔숲의 흙이 되었으니
誰識吾行與世違-수식오행여세위- 세상과 어긋난 나를 그 누가 알아 주랴.
Ⅰ-054) 草虫/풀벌레 /元天錫(원천석)
虫弔藜床序已秋 (충조려상서이추) 명아주 평상에 벌레 우니 벌써 가을인가.
草堂良夜氣淸幽 (초당량야기청유) 초당에 밤기운이 청명하구나.
忽聞喞喞聲音急 (홀문즉즉성음급)。 찍찍 울음소리 홀연히 들려오니
却歎堂堂歲月流 (각탄당당세월류)。 당당하게 흘러가는 세월만 탄식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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聲緊孤梧金井畔 (성긴고오금정반)。 오동나무 우물가에 벌레소리 들리자
愁深隻枕玉窓頭 (수심척침옥창두)。 창가 외로운 베개에 수심 깊어지네.
一軒風雨靑燈火 (일헌풍우청등화)。 푸른 등불 서재에 비바람 뿌리자
爲爾騷人獨倚樓 (위우소인독의루)。 벌레 소리에 시인은 다락에 기대었네.
Ⅰ-055) 七夕(칠석)/元天錫(원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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莫嫌牛女久相違-막혐우녀구상위- 견우 직녀 오래 못 만났다고 아쉬워 말게나.
萬古無窮此日期-만고무궁차일기- 이날의 약속만은 만고에 끝이 없네.
月殿雲樓相會處-월전운루상회처- 달나라 궁전 구름 누각에서 만나
金梭玉輦共停時-금사옥련공정시- 금 북과 옥 가마를 함께 멈추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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瑤階夜色供歡樂-요계야색공환락- 구슬 계단 밤 빛은 즐거움을 바치는데
銀漢晨光促別離-은한신광촉별리- 은하수 새벽빛은 이별을 재촉하니,
披縷貫針人幾許-피루관침인기허- 실 꺼내어 바늘 꿴 사람이 그 얼마던가
俾看淸路更軒眉-앙간청로갱헌미- 맑은 길 쳐다보며 다시금 기뻐하네.
Ⅰ-056) 用前韻作二詩呈宋牧伯/元天錫(원천석)
앞의 韻(운)으로 시 두 수를 지어 宋(송) 牧伯(목백)에게 올렸다.
Ⅰ-056-01)
却嗟身事與心違-각차신사여심위- 아! 내 일이 뜻대로 되지를 않아
出處悲歡豈預期-출처비환기예기- 출처(出處)와 희비를 예측할 수가 없네.
忽作病夫經數月-홀작병부경수월- 갑자기 병들어 몇 달을 지내고 보니
有如寒鼈縮多時-유여한별축다시- 찬 물에 자라같이 오그라들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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百般辛苦難能釋-백반신고난능석- 온갖 쓰라림을 말할 수 없고
萬種憂愁不暫離-만종우수불잠리- 만 가지 걱정이 잠시도 떠나질 않네.
昨日差人催納布-작일차인최납포- 어제도 세금 내라 독촉받으니
何當白屋可伸眉-하당백옥가신미- 가난한 살림살이에 눈썹 펼 틈도 없네.
Ⅰ-056-02)
自孼由來不可違-자얼유래불가위- 스스로 저지른 잘못은 피할 길도 없으니
方知禍福本無期-방지화복본무기- 禍福(화복)이 기약 없음을 이제 알겠네.
偶逢災厄尤多日-우봉재액우다일- 뜻밖의 재앙이 갈수록 많아지고
辜負風烟正好時-고부풍연정호시- 경치 좋은 시절도 다 놓쳤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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從此片心成懶拙-종차편심성라졸- 본래 마음이 懶拙(라졸)게으르고 片心(편심)옹졸한데
至今雙脚尙支離-지금쌍각상지리- 이제는 두 다리마저 비틀거리니,
望恩朝暮區區意-망은조모구구의- 아침 저녁으로 은혜만 바라는 구구한 마음
還似無鹽强畵眉-환사무염강화미- 마치 못난 여인이 억지 눈썹 그리는 것 같네.
Ⅰ-057) 牧伯見和。復次韻(三首)。/元天錫(원천석)
宋(송) 牧伯(목백)의 화답을 받고 다시 차운함 (세 수)
Ⅰ-057-01)
慈愛淸平共莫違-자애청평공막위- 인자한 성품에 청백하게 다스려
黃扉異寵已當期-황비이총이당기- 재상의 남다른 은총을 지금 받으시네.
行看五袴歌騰處-행간오고가등처- 다니는 곳마다 바지가 다섯이라 노래 부르니
始信三刀夢破時-시신삼도몽파시- 칼 세 자루 꿈을 비로소 믿게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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感德人皆稱成美-감덕인개칭성미- 덕에 감화된 사람마다 아름답다 일컬으니
飽恩誰復歎流離-포은수복탄류리- 은혜를 입고서야 그 누가 떠돌 걱정을 하랴.
政聲傳聞承明殿-정성전문승명전- 선정한다는 소리가 궁전까지 들리면
喜溢重瞳八彩眉-희일중동팔채미- 겹눈동자와 아름다운 눈썹에 기쁨이 넘치시리.
Ⅰ-057-02)
悃愊無華與世違-곤핍무화여세위- 참되게 살아가자니 세상과 맞지를 않아
欲尋倉海訪安期-욕심창해방안기- 창해에 가서 안기생(安期生)을 만나고 싶네.
早年行止由斯道-조년행지유사도- 젊은 시절 행세가 이러하니
壯歲功名在那時-장세공명재나시- 장성한들 공명을 언제 이루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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觸事每思舟汎汎-촉사매사주범범- 일에 부딪치면 백주(柏舟)편을 생각하고
含情空詠黍離離-함정공영서리리- 정을 느끼면 서리(黍離)편만 읊는다네.
請看無告無扶類-청간무고무부류- 저 의지할 곳 없는 무리들을 보게나
刺舌猶難兎灸眉-자설유난토구미- 눈썹에 뜸을 떠도 병 고치기는 어렵구나.
Ⅰ-057-03)
幼年心願壯年違-유년심원장년위- 어린 시절의 소원을 장성해서 못 이뤘으니
窮達由來未敢期-궁달유래미감기- 窮達(궁달)은 원래부터 바라지도 않았네.
才本無奇無用處-재본무기무용처- 기이한 재주 없으니 쓰일 곳도 없지만
心如有道有逢時-심여유도유봉시- 마음 바르면 때를 만나기 마련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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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雲流水還堪隱-백운류구환감은- 흰 구름 흐르는 물에 숨어 지내니
皎月淸風共不離-교월청풍공불리- 밝은 달 맑은 바람도 함께 떠나질 않네.
百爾所思誰與說-백이소사수여설- 온갖 생각을 누구와 말할 수 있나
且憑盃酒暫開眉-차빙배주잠개미- 한 잔 술에 잠시라도 눈썹을 펴볼까 하네.
Ⅰ-059) 次道境詩韻(禪師之鑑)/元天錫(원천석)
道境禪師(도경선사)의 시에 차운함
師本曹溪翁-사본조계옹- 스님께서는 曹溪(조계)의 원로신데
好湌法喜食-호찬법희식- 法喜食(법희식) 자시길 좋아하시네.
無訂亦無修-무정역무수- 고칠 것도 닦을 것도 없어
善因曾所植-선인증소식- 善因(선인)을 일찍이 심으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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於四威儀中-어사위의중- 가거나 머물거나 앉거나 눕거나
正念不消息-정념불소식- 바른 생각 잠시도 쉬지를 않고,
端坐悟眞如-단좌오진여- 단정히 앉아 眞如(진여)를 깨달으니
虛閑是六識-허한시육식- 六識(육식)이 모두 비어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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差予欲何爲-차여욕하위- 아! 나는 무엇 하느라고
此理未純熟-차리미순숙- 이 이치를 익히지 못했던가.
役役苦河中-역역고하중- 괴로움 바다에 돌아다니면서
瀾漫且狼藉-난만차낭자- 지리한 생활만 계속해 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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常隨眼耳根-상수안이근- 언제나 눈과 귀에 따라
局於聲與色-국어성여색- 소리와 빛에만 얽매였었지.
願師垂一言-원사수일언- 스님께 한 말씀 얻기 바라노니
實相從何得-실상종하득- 實相(실상)을 어디에서 얻어야 하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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哭辛社主(곡신사주)/元天錫(원천석)
辛(신) 社主(사주)를 哭(곡)함
早識浮生夢幻緣-조식부생몽환연- 인생이 허깨비 같음을 일찍이 알아
晩年參得祖師禪-만년참득조사선- 마침내 祖師(조사)의 禪(선)을 닦아 얻었으니,
出塵心淨氷壺月-출진심정빙호월- 티끌에서 벗어난 깨끗한 마음은 빙호(氷壺)의 달이고
遯世身閑雪岳天-돈세신한설악천- 세상을 피해 한가로운 몸은 雪岳(설악)의 하늘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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玉麈風輕祇樹下-옥주풍경기수하- 절 아래 눈과 바람 일어나고
瑤琴夢斷庾樓前-요금몽단유루전- 庾樓(유루) 앞에 거문고 꿈이 끊어졌으니,
回頭往事成陳跡-회두왕사성진적- 지난 일 생각해봐야 이미 묵은 자취라
雲白山靑共慘然-운백산청공참연- 흰 구름 푸른 산도 함께 슬퍼하네.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동산리 五臺山(오대산)에 있는 절
Ⅰ-060) 幽谷宏師於上院寺朱砂窟之西峰。新搆一菴。
名之曰無住。嘉其高絶。作一首呈于宏上人。/元天錫(원천석)
幽谷(유곡) 宏(굉) 스님이 上院寺(상원사) 朱砂窟(주사굴) 서쪽 봉우리에 암자를 새로 짓고
이름을 無住庵(무주암)이라고 했는데,
그 높고 뛰어난 경치를 아름답게 여겨 시 한 수를 지어 宏(굉) 스님에게 올렸다.
締搆新菴養道情-체구신암양도정- 새 암자 지어 놓고 도 닦는 대사께서
俯看來往白雲行-부간래왕백운행- 오가는 흰 구름 내려보며 다니네.
眼通上下虛空遠-안통상하허공원- 눈은 위 아래 머나먼 허공과 통하고
心豁三千世界平-심활삼천세계평- 마음은 삼천 세계가 활짝 트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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風定茶軒烟自鎖-풍정다허연자쇄- 바람 고요한 찻마루엔 연기만 자욱하고
夜深禪榻月長明-야심선탑월장명- 밤 깊은 선탑엔 달빛 길이 밝구나.
上人燕坐觀無住-상인연좌관무주- 스님 말없이 앉아 無住(무주)를 관하시니
無住心從甚處生-무주심종심처생- 무주의 그 마음은 어디에서 나오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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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061) 十二月十七日。同年鄭道傳到此贈予詩云。/元天錫(원천석)
12월 17일. 同年(동년) 鄭道傳(정도전)이 찾아와서 지어준 시에 차운함
同年元君在原州-동년원군재원주- 동년인 원군이 원주에 숨어사니
行路不平山谷深-행로불평산곡심- 다니는 길 험한데다 산골도 깊구나.
客子遠來已下馬-객자원래이하마- 멀리서 온 나그네 말에서 내리자
朔風蕭蕭西日沈-삭풍소소서일침- 겨울 바람 쓸쓸하고 날은 저물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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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笑欣然有幽意-일소흔연유유의- 반갑게 한번 웃으니 그윽한 뜻이 있어
尊酒亦復論是心-준주역부론시심- 술잔 앞에서 다시 마음을 털어놓았네.
我唱高歌君且舞-아창고가군차무- 나는 높이 노래 부르고 그대는 춤추었으니
榮辱自我已難諶-영욕자아이난심- 이 세상 영욕을 이미 잊었네.
次韻以謝 /元天錫(원천석)
與君同榜如隔晨-여군동방여격신- 그대와 함께 급제한 지가 몇 해 되었나
交道不復論淺深-교도불복론천심- 사귄 도리가 얕은지 깊은지 따질 것도 없게 되었네.
各以事牽在兩地-각이사견재량지- 제각기 일에 끌려 두 곳에 있지만
逢人細問浮與沈-봉인세문부여침- 사람 만나면 상세히 안부 물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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今朝邂逅天攸使-금조해후천유사- 오늘 만남은 하늘이 시킨 일이니
開尊且喜細論心-개존차희세론심- 마시고 웃으며 마음을 털어놓세나.
公乎公乎莫催轡-공평공평막최비- 그대여! 돌아갈 길을 재촉 마시게
此意自重誠之諶-차의자중성지심- 우리의 이 뜻을 자중하시게나.
Ⅰ-062) 奉送宋牧伯政滿如京(二首) /元天錫(원천석)
임기가 차서 서울로 돌아가는 宋(송) 牧伯(목백)을 전송함 (두 수)
Ⅰ-062-01)
時當世亂撫吾民 (시당세란무오민) 어지러운 시절에 우리 백성을 잘 다스리어
烟火閭閻惠愛新 (연화여염혜애신) 밥 짓는 연기가 여염집에 오르며 은혜와 사랑이 새로웠네.
不待瓜期承寵喚 (부대과기승총환) 임기도 끝나기 전에 은총 받고 불려 가시니
攀轅號泣幾家人 (반원호읍기가인) 수레채 잡고 울부짖는 백성이 많기도 하네.
Ⅰ-062-02)
政㝡由來在養民 (정치유래재양민) 정치란 본래 백성을 잘 기르는 것
感公淸德日惟新 (감공청덕일유신) 공의 맑은 덕에 날이 갈수록 감화가 새로워라.
今朝返旆朝天路 (금조반패조천로) 오늘 아침 깃발 돌려 서울로 돌아가신다니
祝壽深情倍衆人 (축수심정배중인) 축수하는 이 심정 남보다 갑절일세.
次同年金費所贈詩韻 /元天錫(원천석)
同年(동년) 金費(김비)가 보내 준 시에 차운함
Ⅰ-063-01)
有意遐窮僅十年-유의하궁근십년- 숨어사는데 뜻을 둔 지가 이제 겨우 십 년
常嫌眼界井觀天-상혐안계정관천- 우물 속에서 하늘 보는 게 늘 부끄러웠지.
今朝忽遇賢同榜-금조홀우현동방- 오늘 아침 홀연히 어진 동방(同榜)을 만나니
分外乾坤政豁然-분외건곤정활연- 분수 밖의 하늘과 땅이 정말 넓기도 하구나.
Ⅰ-063-02)
巖谷棲遲度幾年-암곡서지도기년- 바위 골짜기에 살아온 지가 몇 해 되었나
醯鷄烹割瓮中天-혜계팽할옹중천- 초파리를 없애며 독 속의 하늘을 쳐다보았네.
一尊酒外無榮辱-일종주외무영욕- 한 잔 술 밖에는 영욕이 없으니
隨分生涯獨快然-수분생애독쾌연- 분수 따라 한 평생을 즐겁게 살리라.
Ⅰ-064) 次安同年仲溫見贈詩韻(三首) /元天錫(원천석)
同年(동년) 安仲溫(안중온)이 보내준 시에 차운함 (세 수)
Ⅰ-064-01)
尤能吏幹捷文材-우능이간첩문재- 재주가 뛰어난데다 글 솜씨까지 민첩해
曾是君門受勅廻-증시군문애칙회- 일찍이 임금 앞에서 칙서를 받들었지.
願向公車煩一薦-원향공거번일천- 원컨대 공거(公車)를 향해 한 번 천거해 주기를
山林亦有濟時才-산림역유제시재- 산림에도 세상 구제할 선비가 또한 있으니.
Ⅰ-064-02).
策杖尋幽陟彼崗-책장심유척피강- 지팡이 짚고 그윽한 곳 찾다가 언덕에 오르니
眼前春色摠新粧-안전춘색총신장- 눈 앞의 봄빛이 모두 새 단장일세.
十分芳意無多子-십분방의무다자- 꽃다운 봄빛도 날이 많지 않으니
且問何方駐夕陽-차문하방주석양- 석양 멈춘 곳이 어딘지 물어보네.
Ⅰ-064-03)
周后一收姜叟釣-주후일수강수조- 주나라 무왕이 강태공 낚시를 거두게 했고
蜀君三顧孔明廬-촉군삼고공명려- 촉나라 임금도 공명의 집을 세 번이나 찾았지.
棘林豈欠芝蘭馥-극림기흠지란복- 가시나무 숲이라고 芝蘭(지란)의 향기가 없을손가.
莫厭山程訪我居-막염산정방아거- 산길이 싫다 말고 내 집을 찾아주소.
Ⅰ-065) 次安同年喜雨詩(차안동년희우시)
同年(동년) 安仲溫(안중온)의 喜雨詩(희우시)에 차운함
濯旱連遙塞-탁한련요새- 가뭄을 씻어 멀리까지 뿌리고
和風浥細塵-화풍읍세진- 바람에 섞여 가는 먼지를 적시다가,
淋漓膏乳洽-임리고유흡- 주룩주룩 내리며 기름진 젖줄 흡족케 하니
薈鬱稼雲新-회울가운신- 구름 같은 벼이삭이 산뜻해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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松逕生蒼蘚-송경생창선- 솔길엔 푸른 이끼가 돋아나고
荷塘長白蘋-하당장백빈- 연못엔 하얀 마름이 자라는데,
誰知持傘客-수지지산객- 그 누가 알아주랴! 우산 쓴 나그네를
破屋樂淸貧-파옥락청빈- 무너진 집안에서 청빈을 즐기네.
Ⅰ-066) 病中書懷 /元天錫(원천석)
병중에 회포를 적음
杜門長坐事何如-두문장좌사하여- 문 닫고 늘 앉아서 무슨 일을 했던가
閒寂還同野衲居-한적환동야납거- 들판의 스님같이 한적하게 지내네.
懶重每逢時俗笑-라중매봉시속소- 게을러서 언제나 세속의 웃음거리 되고
病多深恨故人疎-병다심한고인소- 병 잦아 친구 드문 게 한스럽긴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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分甘泉石心無外-분감천석심무외- 샘과 바위 즐기니 그 밖엔 마음에 없어
樂寄簞瓢興有餘-악기단표흥유여- 한 바구니 밥 한 바가지 국에 즐거움을 부쳤네.
一枕淸風一軒月-일침청풍일헌월- 베개 맡에 시원한 바람 불고 난간에 달이 밝아
詠歌君德臥看書-영가군덕와간서- 임금 덕을 노래하며 누워서 책을 읽네.
辛丑十一月。紅頭賊兵。突入王京。國家播遷。大駕南巡。留住福州。命平章事鄭世雲爲摠兵官。
신축십일월 홍두적병 돌입왕경 국가파천 대가남순 류주복주 명평장사정세운위총병관
平章事安祐爲上元帥。政堂文學金得培,贊成事李芳實,同知密直閔渙,密直副使金琳等爲副元帥。
평장사안우위상원수。정당문학금득배 , 찬성사이방실 , 동지밀직민환, 밀직부사김림등위부원수
摠領諸將帥兩界六道之馬步兵十萬。於壬寅正月十八日。直至京城。四面合攻。掃蕩賊塵。使我三韓。
총령제장수량계육도지마보병십만 어임인정월십팔일 직지경성 사면합정 소탕적진 사아삼한
復興王業。作二絶 以賀太平云
부흥왕업 작이절 이하태평운
Ⅰ-067)
1361년(신축) 11월 紅頭賊(홍두적)이 王京(왕경)에 침입하였다.
나라에서 임시로 도읍을 옮기고자 대가(大駕)가 남행하여 복주(福州)에 머무셨다.
명하여 平章事(평장사) 鄭世雲(정세운)을 총병관(摠兵官), 평장사(平章事) 안우(安祐)를 상원수(上元帥),
정당문학(政堂文學) 김득배(金得培)․찬성사(贊成事) 이방실(李芳實)․동지밀직(同知密直) 민환(閔渙)․
밀직부사(密直副使) 김림(金琳) 등을 부원수(副元帥)로 삼아, 여러 장수와 양계(兩界) 육도(六道)의 마병(馬兵)․
보병(步兵) 십만을 거느리게 하여. 1362년(임인) 정월 18일 바로 도성에 들어가 사면으로 협공하여
적을 완전히 소탕함으로써 우리 삼한(三韓)으로 하여금 왕업(王業)을 다시 일으키게 했다.
이에 절구 두 수를 지어 태평성대를 축하한다.
Ⅰ-067-01) /元天錫(원천석)
北寇奸謀未足雄-북구간모미족웅- 북쪽 오랑캐의 간교한 꾀가 크지가 않아
東韓盛業更無窮-동한성업갱무궁- 우리 나라 융성한 왕업이 다시금 무궁해졌네.
腥膻釰戟風塵靜-성전일극풍진정- 피비린내 나던 칼과 창, 티끌까지 고요해지니
四海民安一日功-사해민안일일공- 사해 백성 편안한 것이 한날의 공일세.
Ⅰ-067-02)
輸忠奮義幾英雄-수충분의기영웅- 넘친 충성 뛰어난 의기 몇몇 영웅들이
振旅京師計莫窮-진려경사계막궁- 도성에 진격하여 그 계책 끝없었네.
掃盡頑兇平盪日-소진완흉평탕일- 완고한 도적 쓸어 없애고 평정한 날에
各收㫌戟竟論功-각수정극경론공- 칼과 창 거두어 놓고 논공행상이 한창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