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침묵의 중심을 응시하며
ㅡ카렌 암스트롱
황치복
빛과 그늘 갈마들며 봄꽃과 눈꽃 피우고
상징의 숲 일구어 비밀의 말 속삭이는
거대한
침묵의 중심
응시하는 타자들
나무와 돌, 산과 바다에 숨 쉬는 힘 스미고
숨겨진 극한의 힘 배어나는 갯벌 구멍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
이름조차 모르는
웅덩이에 물 한 방울 똑똑똑 떨어지면
둥글게 퍼져갔다 다시금 돌아오듯
시간이 달빛으로 쌓여
일렁이는 이랑과 고랑
겨울 거미
황치복
눈 쌓인 민주지산 눈 속 맴도는 맨발 거미
해 저문 산기슭에 흰 어둠이 쌓이는데
이제사
그물을 치려고
이리 늦게 서두느냐
헛되이 던진 그물 어둠만 달라붙고
낯익은 종족들 하나 없는 이 저녁에
태고의
들끓는 적막寂寞
지평선에 깔리는
ㅡ계간 《좋은시조》(2024, 여름호)
첫댓글 황치복 시인은 평론가로도 명성이 있으신데 좋은 작품으로 우리와 함께 한다. 시조의 형식이 정확하면서도 어색함이 없는 표현들 공부하고 배울만한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