於是에 佛告彌勒菩薩하사대 汝行詣維摩詰問疾하라 彌勒이 白佛言하사대 世尊하 我不堪任詣彼問疾이니다 所以者何오 憶念하니 我昔에 爲兜率天王과 及其眷屬하여 說不退轉地之行이러니 時에 維摩詰이 來謂我言하되 彌勒이여 世尊이 授仁者記하사대 一生에 當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라하시니 爲用何生하 得受記乎아 過去耶아 未來耶아 現在耶아 若過去生인댄 過去生은 已滅하고 若未來生인댄 未來生은 未至하고 若現在生인댄 現在生은 無住라 如佛所說하여 比丘야 汝今卽時에 亦生亦老亦滅이라하시니 若以無生으로 得受記者인댄 無生은 卽是正位라 於正位中에는 亦無受記며 亦無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어늘 云何彌勒이 受一生記乎아 爲從如生하여 得受記耶아 爲從如滅하여 得受記耶아 若以如生으로 得受記者인댄 如無有生이요 若以如滅로 得受記者인댄 如無有滅이니 一切衆生이 皆如也며 一切法이 亦如也며 衆聖賢이 亦如也며 至於彌勒도 亦如也라 若彌勒이 得受記者인댄 一切衆生도 亦應受記니 所以者何오 夫如者는 不二不異니 若彌勒이 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者인댄 一切衆生도 皆亦應得이니 所以者何오 一切衆生이 卽菩提相이니라 若彌勒이 得滅度者인댄 一切衆生도 亦當滅度니 所以者何오 諸佛이 知一切衆生이 畢竟寂滅하여 卽涅槃相이라 不復更滅이니 是故로 彌勒이여 無以此法으로 誘諸天子니 實無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者며 亦無退者니라 彌勒아 當令此諸天子로 捨於分別菩提之見이니 所以者何오 菩提者는 不可以身得이며 不可以心得이라 寂滅이 是菩提니 滅諸相故며 不觀이 是菩提니 離諸緣故며 不行이 是菩提니 無憶念故며 斷이 是菩提니 捨諸見故며 離가 是菩提니 離諸妄想故며 障이 是菩提니 障諸願故며 不入이 是菩提니 無貪着故며 順이 是菩提니 順於如故며 住가 是菩提니 住法性故며 至가 是菩提니 至實際故며 不二가 是菩提니 離意法故며 等이 是菩提니 等虛空故며 無爲가 是菩提니 無生住滅故며 知가 是菩提니 了衆生心行故며 不會가 是菩提니 諸入不會故며 不合이 是菩提니 離煩惱習故며 無處가 是菩提니 無形色故며 假名이 是菩提니 名字空故며 如化가 是菩提니 無取捨故며 無亂이 是菩提니 常自靜故며 善寂이 是菩提니 性淸淨故며 無取가 是菩提니 離攀緣故며 無異가 是菩提니 諸法等故며 無比가 是菩提가 無可喩故며 微妙가 是菩提니 諸法을 難知故니라 世尊이시여 維摩詰이 說是法時에 二百天子가 得無生法忍일새 故我不任詣彼問疾하나이다 佛告光嚴童子하사대 汝行詣維摩詰問疾하라 光嚴이 白佛言하사대 世尊이시여 我不堪任詣彼問疾이니다 所以者何오 憶念하니 我昔에 出毘耶離大城이러니 時에 維摩詰이 方入城커늘 我卽爲作禮하고 而問言居士여 從何所來닛고 答我言하대 吾從道場來니다 我問道場者는 何所是닛고 答曰 直心이 是道場이니 無虛假故며 發行이 是道場이니 能辨事故며 深心이 是道場이니 增益功德故며 菩提心이 是道場이니 無錯謬故며 布施가 是道場이니 不望報故며 持戒가 是道場이니 得願具故며 忍辱이 是道場이니 於諸衆生에 心無碍故며 精進이 是道場이니 不懈怠故며 禪定이 是道場이니 心調柔故며 智慧가 是道場이니 現見諸法故며 慈가 是道場이니 等衆生故며 悲가 是道場이니 忍疲苦故며 喜가 是道場이니 悅樂法故며 捨가 是道場이니 憎愛斷故며 神通이 是道場이니 成就六通故며 解脫이 是道場이니 能背捨故며 方便이 是道場이니 敎化衆生故며 四攝이 是道場이니 攝衆生故며 多聞이 是道場이니 如聞行故며 伏心이 是道場이니 正觀諸法故며 三十七品이 是道場이니 捨有爲法故며 四諦가 是道場이니 不誑世間故며 緣起가 是道場이니 無明으로 乃至老死가 皆無盡故며 諸煩惱가 是道場이니 知如實故며 衆生이 是道場이니 知無我故며 一切法이 是道場이니 知諸法空故며 降魔가 是道場이니 不傾動故며 三界가 是道場이니 無所趣故며 獅子吼가 是道場이니 無所畏故며 力無畏와 不共法이 是道場이니 無諸過故며 三明이 是道場이니 無餘碍故며 一念에 知一切法이 是道場이니 成就一切智故라 如是善男子여 菩薩이 若應諸波羅密하여 敎化衆生하면 諸有所作과 擧足下足이 當知皆從道場來하여 住於佛法矣니라 說是法時에 五百天人이 皆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일새 故我不任詣彼問疾하나이다 佛告持世菩薩하사대 汝行詣維摩詰問疾하라 持世가 白佛言하되 世尊이시여 我不堪任詣彼問疾하나이다 所以者何오 憶念하니 我昔에 住於靜室이러니 時에 魔波旬이 從萬二千天女하여 狀如帝釋하고 鼓樂絃歌로 來詣我所하여 與其眷屬으로 稽首我足하고 合掌恭敬하여 於一面立이어늘 我意謂是帝釋이라하여 而語之言하되 善來라 憍尸迦여 雖福應有나 不當自恣니 當觀五欲無常하여 以求善本하며 於身命財에 而修堅法이니라 卽語我言하되 正士여 受是萬二千天女하여 可備掃灑니라 我言憍尸迦여 無以此非法之物로 要我沙門釋子니 此非我宜니라 所言이 未訖에 時 維摩詰이 來謂我言하되 非帝釋也라 是爲魔來하여 嬈固汝耳니다 卽語魔言하되 是諸女等을 可以與我니 如我應受니라 魔卽驚懼하여 念하되 維摩詰이 將無惱我일가하여 欲隱形去나 而不能隱하고 盡其神力하되 亦不得去라 卽聞空中聲하니 曰波旬아 以女與之라가 乃可得去리라 魔以畏故로 俛仰而與어늘 爾時에 維摩詰이 語諸女言하되 魔以汝等으로 與我하니 今汝는 皆當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이니라 卽隨所應하여 而爲說法하여 令發道意케하고 復言汝等이 已發道意인댄 有法樂可以自娛요 不應復樂五欲樂也니라 天女卽問하되 何謂法樂이니까 答言하되 樂常信佛하며 樂欲聽法하며 樂供養衆하며 樂離五欲하며 樂觀五陰이 如怨賊하며 樂觀四大毒蛇하며 樂觀內入이 如空聚하며 樂隨護道意하며 樂饒益衆生하며 樂敬養師하며 樂廣行施하며 樂堅持戒하며 樂忍辱柔和하며 樂勤集善根하며 樂禪定不亂하며 樂離垢明慧하며 樂廣菩提心하며 樂降伏衆魔하며 樂斷諸煩惱하며 樂淨佛國土하며 樂成就相好故로 修諸功德하며 樂莊嚴道場하며 樂聞深法不畏하며 樂三脫門하여 不樂非時하며 樂近同學하며 樂於非同學中에 心無恚碍하며 樂將護惡知識하며 樂親近善知識하며 樂心喜淸淨하며 樂修無量道品之法이 是爲菩薩法樂이니라 於是에 波旬이 告諸女言하되 我欲與汝로 俱還天宮하노라 諸女言하되 以我等으로 與此居士일세 有法樂하여 我等이 甚樂하니 不復樂五欲樂也로다 魔言居士여 可捨此女하소서 一切所有를 施於彼者가 是爲菩薩이니다 維摩詰에 言 我已捨矣니 汝便將去하여 令一切衆生으로 得法願具足케하라하니 於是에 諸女가 問維摩詰하사대 我等이 云何止於魔宮이니까 維摩詰이 言하되 諸娣여 有法門하니 名無盡燈이라 汝等은 當學이니라 無盡燈者는 譬如一燈이 燃百千燈하여 冥者皆明하되 明終不盡이니 如是하여 諸娣여 夫一菩薩이 開導百千衆生하여 令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하되 於其道는 亦不滅盡하며 隨所說法하여 而自增益一切善法이 是名無盡燈也니 汝等이 雖住魔宮이나 以是無盡燈하여 令無數天子天女로 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者면 爲報佛恩이며 亦大饒益一切衆生이니라 爾時에 天女가 頭面禮維摩詰足하고 隨魔還宮하여 忽然不現이러이다 世尊하 維摩詰이 有如是自在神力과 智慧辯才일세 故我不任詣彼問疾하나이다 佛告長者子善德하사대 汝行詣維摩詰問疾하라 善德이 白佛言하사대 世尊이시여 我不堪任詣彼問疾하나이다 所以者何오 憶念하니 我昔에 自於父舍에 設大施會하여 供養一切沙門婆羅門과 及諸外道와 貧窮下賤과 孤獨乞人하되 期滿七日이러니 時에 維摩詰이 來入會中하여 謂我言하되 長者子여 夫大施會는 不當如汝所設이니 當爲法施之會어늘 何用是財施會爲오 我言居士여 何謂法施之會닛고 法施會者는 無前無後로 一時供養一切衆生이 是名法施之會니라 曰何謂也오 謂以菩提로 起於慈心하며 以救衆生으로 起大悲心하며 以持正法으로 起於喜心하며 以攝智慧로 行於捨心하며 以攝慳貪으로 起檀波羅蜜하며 以化犯戒로 起尸羅波羅蜜하며 以無我法으로 起羼提波羅蜜하며 以離身心相으로 起毘離耶波羅蜜하며 以菩提相으로 起禪波羅蜜하며 以一切智로 起般若波羅蜜하며 敎化衆生하되 而起於空하며 不捨有爲法하고 而起無相하며 示現受生으로 而起無作하며 護持正法으로 起方便力하며 以度衆生으로 起四攝法하며 以敬事一切로 起除慢法하며 於身命財에 起三堅法하며 於六念中에 起思念法하며 於六和敬에 起質直心하며 正行善法으로 起於淨命하며 心淨歡喜로 起近賢聖하며 不憎惡人으로 起調伏心하며 以出家法으로 起於深心하며 以如說行으로 起於多聞하며 以無諍法으로 起空閑處하며 趣向佛慧로 起於宴坐하며 解衆生縛으로 起修行地하며 以具相好와 及淨佛土로 起福德業하며 知一切衆生心念하여 如應說法으로 起於智業하며 知一切法이 不取不捨하여 入一相門으로 起於慧業하며 斷一切煩惱와 一切障碍과 一切不善法하고 起一切善業하며 以得一切智慧와 一切善法으로 起於一切助佛道法이니 如是하여 善男子여 是爲法施之會니 若菩薩이 住是法施會者는 爲大施主며 亦爲一切世間福田이니라 世尊이시여 維摩詰이 說是法時에 婆羅門衆中二百人이 皆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이라 我時에 心得淸淨하여 歎未曾有하여 稽首禮維摩詰足하고 卽解瓔珞價直百千하여 以上之하니 不肯取어늘 我言居士여 願必納受하여 隨意所與하소서 維摩詰이 乃受瓔珞하여 分作二分하고 持一分하여 施此會中一最下乞人하고 持一分하여 奉彼難勝如來하니 一切衆會가 皆見光明國土의 難勝如來하며 又見珠瓔이 在彼佛上하여 變成四柱寶臺하고 四面嚴飾하되 不相障蔽러라 時에도 維摩詰이 現神變已하고 又作是言하되 若施主가 等心으로 施一最下乞人하면 猶如如來福田之相하여 無所分別하며 等於大悲하고 不求果報하면 是則名曰具足法施니라 城中一最下乞人이 見是神力하며 聞其所說하고 皆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일세 故我不任詣彼問疾하나이다 如是諸菩薩이 各各向佛하여 說其本緣하며 稱述維摩詰所言하고 皆曰不任詣彼問疾이라하니라 이에 부처님께서는 미륵보살에게 이르셨다. “그대가 유마힐에게 가서 병을 위문하여라.” 미륵보살이 부처님께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 사람에게 가서 병을 위문할 수 없나이다. 제가 옛적에 도솔천왕과 그 권속들에게 다시는 물러서지 않는 불퇴전(不退轉)의 경지에서 행할 일을 설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유마힐이 와서 이렇게 말했나이다.
‘미륵보살이여, 세존께서 그대에게 수기하시기를 이 한생 마치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리라고 하셨습니다. 어느 생에 수기를 받으셨습니까? 과거생입니까, 미래생입니까, 현재생입니까. 만일 과거생에서라면 과거생은 벌써 지나갔고, 미래생에서라면 미래생은 아직 오지 않았고, 현재생에서라면 현재생은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닙니다. 부처님이 말씀하시기를 ‘비구들이여, 네가 지금 나기도 하고, 늙기도 하고, 죽기도 한다’고 하시던 것과 같습니다. 만일 생이 없는 것(無生)으로 수기를 받았다면 생이 없는 것은 곧 부처님의 열반이니 열반에는 수기를 받을 것도 없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도 없거늘 무엇을 일러 미륵보살이 한생만 마치면 성불하리라는 수기를 받는다고 합니까? 진여가 생겨 나는 것으로 수기를 받았습니까, 진여가 멸(滅)하는 것으로 수기를 받았습니까? 만일 진여가 생겨 나는 것으로 수기를 받았다면 진여는 나는 것이 아닙니다. 진여가 멸하는 것으로 수기를 받았다면 진여는 멸하는 것도 아닙니다. 일체중생이 모두 진여며 일체법이 또한 진여며 성현들도 또한 진여며 미륵까지도 또한 진여이니 만일 미륵보살님이 수기를 받았다면 일체중생도 수기를 받은 것입니다. 왜냐하면 진여라는 것은 둘이 아니며 다르지도 아니한 때문이며, 만일 미륵님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다면 일체중생도 또한 그렇게 얻은 것입니다. 왜냐하면 일체중생이 곧 보리의 모양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미륵이 열반을 얻었다면 일체중생도 그렇게 열반을 얻은 것이니 그 까닭은 모든 부처님께서는 온갖 중생들이 마침내는 열반의 모양이어서 다시는 더 멸할 것도 없음을 아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미륵보살이여, 그러한 법문으로 모든 범천들을 유혹하지 말지니 실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은 발심할 이도 없고 또한 물러날 이도 없습니다. 미륵보살이여, 마땅히 이 범천들로 하여금 보리라고 분별하는 소견을 버리게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보리라는 것은 몸으로 얻을 수도 없고 마음으로 얻을 수도 없는 것입니다. 적멸한 것이 보리니 모든 형상을 멸하였기 때문이며, 관하지 않는 것이 보리니 모든 반연을 벗어났기 때문이며, 행하지 않는 것이 보리니 기억하여 생각할 것이 보리안에서는 없는 때문이며, 끊는 것이 보리니 모든 소견을 버린 때문이며, 버리고 떠나는 것이 보리니 모든 허망한 생각을 여읜 때문이며, 속박을 벗어나는 것이 보리니 모든 소원을 영원히 벗어나 있기 때문이며,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보리니 탐착이 없기 때문입니다. 따르는 것이 보리니 진여에 따르는 때문이며, 머무는 것이 보리니 법의 자성에 머무는 때문이며, 이르는 것이 보리니 진실한 자리에 이르기 때문이며, 둘이 아닌 것이 보리니 주관의 의식과 객관인 법진을 여읜 때문이며, 평등한 것이 보리니 허공과 같기 때문입니다. 무위(無爲)가 보리니 나고 머물고 멸하는 것이 없기 때문이며, 아는 것이 보리니 중생들의 마음과 행을 아는 때문이며, 모이지 않는 것이 보리니 여러가지 받아 들이는 것이 없기 때문이며, 합하지 않는 것이 보리니 번뇌와 습성에서 영원히 벗어난 때문입니다. 처소가 없는 것이 보리니 형상과 빛깔이 없기 때문이며, 거짓 이름이 보리니 이름이 공하기 때문이며, 허깨비와 같은 것이 보리니 취하고 버릴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산란치 않는 것이 보리니 항상 고요한 때문이며, 고요한 것이 보리니 자성이 청정한 때문이며, 취할 것 없는 것이 보리니 반연을 여읜 때문이며, 다르지 않은 것이 보리니 모든 법이 평등하기 때문이며, 견줄데 없는 것이 보리니 비유할 것이 없기 때문이며, 미묘한 것이 곧 보리니 모든 법을 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하였나이다.
세존이시여, 유마힐이 이런 법문을 할 적에 2백 범천들이 그 자리에서 제법은 불생불멸이라는 깨달음인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었나이다. 그러므로 저는 감히 그에게 가서 병을 위문할 수 없나이다.”
부처님은 광엄동자에게 이르셨다. “그대가 유마힐에게 가서 병을 위문하여라.” 광엄동자는 부처님께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 사람에게 가서 병을 위문할 수 없나이다. 그 까닭은 옛적에 제가 바이샬리성에서 밖으로 나갈 적에 유마힐이 마침 성으로 들어오기에 저는 곧 공손히 인사하고 물었나이다. ‘거사님, 어디에서 오십니까?’ 그는 도량(道場)에서 오노라고 대답하기에 저는 또 묻기를, 도량이란 어느 곳입니까? 하였더니 그는 이렇게 대답하였나이다. ‘곧은 마음이 도량이니 거짓이 없는 까닭이며, 행을 닦아 가는 것이 도량이니 능히 일을 판단할 수 있는 때문이며 깊은 마음이 도량이니 공덕을 증진하기 때문이며, 보리심이 도량이니 잘못이 없기 때문입니다. 보시가 도량이니 갚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며, 계행을 지니는 것이 도량이니 소원이 구족하여 지기 때문이며, 욕된 것을 참는 인욕이 도량이니 모든 중생에게도 미워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이며, 꾸준히 닦아 나가는 정진이 도량이니 중단하는 일이 없기 때문이며, 선정을 닦는 것이 도량이니 마음이 조복되고 단련되기 때문이며, 지혜가 도량이니 모든 법을 분명하게 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마음인 자심(慈心)이 도량이니 중생을 평등하게 여기기 때문이며, 불쌍히 여기는 마음인 비심(悲心)이 도량이니 피로와 괴로움을 견디기 때문이며, 기뻐하는 마음인 희심(喜心)이 도량이니 법문을 즐거워하는 때문이며, 버리는 마음인 사심(捨心)이 도량이니 사랑하고 미워하는 것이 끊어진 때문입니다. 신통이 도량이니 육신통을 성취한 때문이며, 해탈이 도량이니 애욕과 번뇌를 등지고 놓아버린 때문이며, 방편이 도량이니 갖가지 방편으로 중생을 교화하기 때문입니다. 네가지로 포섭하는 4섭법이 도량이니 중생을 잘 포섭하는 때문이며, 많이 듣는 곳이 도량이니 들은 대로 행하는 때문이며, 마음을 조복받는 것이 도량이니 모든 법을 바로 관찰하기 때문입니다. 37조도품이 도량이니 세간법을 버리기 때문이며, 4성제가 도량이니 세상을 속이지 않기 때문이며, 12인연이 도량이니 무명(無明)에서 노사(老死)까지 모두 다함이 없기 때문이며, 온갖 번뇌가 도량이니 번뇌가 곧 실상임을 알기 때문이며, 중생이 도량이니 나라는 것이 없는 줄을 알기 때문이며, 일체법이 도량이니 모든 법이 공한 줄을 알기 때문이며, 마군을 항복받는 것이 도량이니 무엇에나 움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3계가 도량이니 따로 나갈 데가 없기 때문이며, 사자후가 도량이니 두려울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10력(十力)과 4무외(四無畏)와 18불공법(十八不共法)이 도량이니 모든 허물을 여읜 때문이며, 3명(三明)이 도량이니 지혜에 장애된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한 생각에 일체법을 아는 것이 도량이니 일체지를 성취한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선남자여, 보살이 만일 모든 바라밀로써 중생을 교화하면 온갖 하는 행(行)이 발을 들적이나 발을 디딜적이나 모두 도량으로부터 와서 불법에 머무는 것입니다.’하였나이다. 이 법문을 말할 적에 5백 천상 사람들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나이다. 그러므로 저는 감히 그에게 가서 병을 위문할 수 없나이다.”
부처님은 다시 지세(持世)보살에게 이르셨다. “그대가 유마힐에게 가서 병을 위문하여라.” 지세보살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 사람에게 가서 병을 위문할 수 없나이다. 그 까닭은 옛적에 제가 고요한 집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마왕 파순이 1만2천 천녀를 데리고 제석천왕 모습으로 가장하고 풍악을 울리고 노래를 부르며 와서 그 권속들과 함께 나의 발에 예배한 후 합장하고 한쪽에 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가 제석인 줄 알고 일러 말하기를, ‘어서 오시오. 교시가여, 비록 복덕이 있더라도 함부로 쓰지말고 과욕을 삼가하십시오. 욕락이 모두 무상한 줄을 알아 선의 씨앗을 심으며, 몸과 생명과 재물에 가리워져 있는 영원히 무너지지 않는 법을 닦으십시오.’하였나이다. 그가 나에게 말하기를, ‘정사(正士=보살)여, 이 1만2천 천녀를 받아 시봉하는 종으로 삼으시오.’ 하기에 저는 ‘교시가여, 이 법답지 아니한 것들로 나를 유혹하지 마시오. 여인들이라니요. 제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일입니다.’ 하였나이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마힐이 와서 저에게 말 하기를, ‘이것은 제석이 아니오, 마왕으로서 당신을 꾀이는 것입니다.’ 하고 다시 마왕에게 말하기를, ‘이 천녀들을 나에게 달라. 내가 마땅히 받을 것이다.’라 하자, 마왕은 놀라서 두려워 하면서 유마힐이 ‘나를 침노하려 한다’ 생각하고 몸을 감추어 도망가려 하나 몸이 숨겨지질 아니하였나이다. 그가 신통력을 다하여도 갈 수가 없더니 공중에서 한 소리가 외치기를 ‘파순이여 그 천녀들을 거사에게 주어야 떠나갈 수가 있으리라.’ 하니 마왕은 두려워 하면서 할 수 없이 유마힐에게 천녀들을 내어 주었나이다. 그 때 유마힐은 천녀들에게 이르기를, ‘마왕이 너희들을 나에게 주었으니 이제 너희들은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어라.’ 하며 그들에게 적절한 법문을 설하여 천녀들로 하여금 보리심을 발하게 하고 다시 말하였나이다. ‘너희들이 이미 보리심을 내었으니 이제부터는 법락(法樂)을 즐기고 다시 5욕락을 즐기지 말라.’ 천녀들이 묻되, ‘어떤것이 법락입니까?’ 유마힐이 답하였나이다. ‘항상 부처님 믿기를 즐겨하며, 법문 듣기를 즐겨하고, 스님들께 공양하기를 즐겨하는 것이다. 5욕에서 벗어나기를 즐겨하며, 5음을 원수같이 여기기를 즐겨하며, 지, 수, 화, 풍 4대(四大)를 독사와 같이 보기를 즐겨하며, 바깥 경계를 받아들이는 여섯가지 감관(感官)을 빈 부락과 같이 보기를 즐겨 하는 것이다. 도의 마음 보호하기를 즐기며, 스승을 공경하고 공양하기를 즐기며, 널리 보시하기를 즐기며, 굳게 계 지니기를 즐기며, 욕됨을 참고 유순하여 화합하기를 즐기며, 부지런히 선의 씨앗을 모으기를 즐기며, 선정을 닦아 어지럽지 않기를 즐기며, 번뇌의 때를 여의고 지혜 닦기를 즐기며, 보리심을 넓히기를 즐기는 것이다. 법의 즐거움이란 뭇 마군을 항복받기를 즐기며, 모든 번뇌 끊기를 즐기며, 부처님의 국토를 깨끗하게 단장하기를 즐기며, 상호(相好)를 성취하기를 즐기기 때문에 모든 공덕을 닦으며, 도량을 장엄하기를 즐기는 것이다. 깊은 법을 듣되 두려워 하지 않는 것이며, 세가지 해탈문을 즐기며, 때 아닌 것을 즐기지 않으며, 동학(同學)을 가까이 하기를 즐기면서 동학이 아니어도 미워하는 마음을 내지 않는 것이다. 또한 나쁜 지식을 멀리 하기를 즐기며, 선지식을 친근하기를 즐기며, 마음으로 늘 청정함을 즐기며, 한량없는 도품(道品)의 법을 닦는 것, 이것이 보살의 법락이니라.’
그때 파순이 모든 천녀들에게 말하기를 ‘내가 너희들과 천궁으로 돌아가고자 하노라’하자 천녀들이 말하기를 ‘우리들을 이 거사에게 주었는데 우리는 법락으로 매우 즐겁기에 다시는 5욕락을 즐기지 않겠노라.’ 파순이 유마힐에게 말하기를 ‘거사여, 이 천녀들을 놓아 주소서. 모든 것을 미련없이 남에게 보시하는 것이 보살이라 합니다.’하니, 유마힐이 말하기를 ‘내가 이미 되돌려 주었으니 너는 데려가되 그들도 법의 기쁨을 느끼게 할지어다.’ 하였나이다. 그 때 천녀들이 유마힐에게 말하기를, ‘우리들이 어떻게 마의 궁전에 머무르리까?’ 유마힐이 이르기를 ‘여러 누이여, 꺼지지 않는 등불이라는 법문이 있는데 무진등(無盡燈)이라고 이름하니 너희들이 배울 것이다. 무진등이라 함은 마치 한 등불이 다음, 다음 등에 불붙이어 백천 등을 밝혀서 어두운데를 다 밝히고 그 밝음이 끊임이 없나니, 이와 같이 한 보살이 백천 중생을 인도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발하게 하지만, 저 보살의 보리심을 향한 등불은 꺼지지 않으며 그 설법을 따라서 일체 착한 법을 더하게 하나니 이것을 무진등이라 하는 것이다. 너희들이 비록 마의 궁전에 있더라도 이 무진등으로써 수 없는 하늘 사람들도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발하게 하면 부처님 은혜를 갚게 되는 것이며, 또한 일체중생을 크게 이익되게 하리라.’
그 때 천녀들이 머리를 조아려 유마힐의 발에 예배하고 마왕을 따라 천궁으로 돌아가 문득 보이지 않더이다. 세존이시여, 유마힐이 이러한 자재한 신통력과 지혜와 변재가 있기 때문에 저는 감히 그에게 가서 병을 위문할 수 없나이다.”
부처님께서 장자의 아들 선덕(善德)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유마힐에게 가서 병을 위문하여라.” 선덕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 사람에게 가서 병을 위문할 수 없나이다. 예전에 아버님 계신 집에서, 큰 보시 모임을 베풀고 거기 참석한 스님네와 바라문들과 모든 외도와 가난한 이, 미천한 이, 고아들, 거지들을 공양하였나이다. 그 때 유마힐이 회중에 들어와서 제게 말하기를, ‘여보시오 선덕님, 대보시회는 당신과 같이 차려서는 아니 됩니다. 마땅히 법으로 하는 보시회를 베풀어야 하는 것이지, 어찌 하여 재물로만 보시하는 모임을 합니까?’ 제가 유마힐에게 묻되, ‘거사님, 어떻게 하는 것이 법으로 보시하는 것입니까?’하니 유마힐이 말하였나이다. ‘법으로 보시하는 것은 먼저도 없고 나중도 없어서 한꺼번에 일체중생에게 공양하는 것이 법으로 보시하는 것입니다.’ 제가 다시 물었습니다. ‘어떻게 하라는 말씀입니까?’ 유마힐이 대답하였나이다. ‘보리로써 사랑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중생을 구제하기 위하여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일으키며, 정법을 가짐으로써 기뻐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지혜를 섭수함으로써 평등한 마음을 일으켜야 합니다. 아끼고 탐하는 이를 포섭하므로 보시바라밀을 일으키고, 계율을 범한 이를 교화하기 위하여 지계바라밀을 일으키며, 내가 없는 무아법으로써 인욕바라밀을 일으키고, 몸과 마음을 내던지는 노력으로써 정진바라밀을 일으키며, 보리를 위하여 선정바라밀을 일으키고, 일체지를 위하여 반야바라밀을 일으켜야 합니다. 중생을 교화하면서 한 마음을 지니되, 세간법을 버리지 아니 하면서 실상법을 여의지 아니하며, 일부러 몸을 받으면서 세속에 얽매이지 아니하고, 정법을 보호하므로 방편을 잘 활용하며, 중생을 제도함으로써 사섭법을 일으키고, 온갖 높은 이를 공경하여 섬기므로 교만한 마음을 없애는 법을 일으켜야 합니다. 몸과 목숨과 재물에 세가지 견고한 법[三堅法]을 일으키고, 여섯가지 생각[六念] 가운데서 생각하는 법을 일으키며, 여섯가지 화합하여 공경하는 법[六和敬] 가운데서 질박하고 곧은 마음을 일으키고, 올바르게 행하는 착한 법으로 깨끗하게 사는 법을 일으켜야합니다. 마음이 깨끗하며 즐거워 함으로 성현에게 가까이함을 일으키고, 나쁜 사람을 미워하지 아니함으로 조복하는 마음을 일으키며, 출가하는 법으로 깊은 마음을 일으키고, 말한 것과 같이 행하므로 많이 듣는 마음을 일으켜야 합니다. 다투지 아니하는 법으로 공한(空閑)한 곳을 즐기는 마음을 일으키고, 부처님 지혜에 나아감으로 좌선하는 마음을 일으키며, 중생의 얽힌 번뇌를 풀어 주기 위하여 보살행 닦을 마음을 일으키고, 상호를 구족하고 불국토를 정화하기 위하여 복덕업을 일으키야 합니다. 중생들의 마음을 알고 적당하게 법문을 말하므로 슬기로운 업을 일으키고, 일체법이 취할 것도 없고 버릴 것도 없는 줄을 알아 한 실상의 문에 들어감으로 지혜업을 일으키며, 일체 번뇌와 일체 장애와 일체 나쁜 법을 끊음으로 일체 착한 업을 일으키고, 일체 지혜와 일체 착한 법을 얻기 위함으로 일체 조도법(助道法)을 일으킬지니 선남자여, 이렇게 하는 것이 법으로 보시하는 법회며, 만일 보살이 이러한 법보시 하는 법회에 머물러 있으면 대시주가 되며, 일체 세간의 큰 복전이 됩니다.’
세존이시여, 유마힐이 이런 법문을 말할 적에 바라문 가운데 2백 사람이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나이다. 저는 마음이 청정해져서 처음 보는 즐거움을 얻었기에 머리를 조아려 유마힐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값비싼 영락을 벗어 드렸으나 유마힐이 받지 아니 하므로 ‘거사님, 바라옵건데 이것을 받아서 주고 싶은 이에게 주십시요.’ 하였나이다. 유마힐이 그제야 영락을 받아 두 몫을 내어 한 몫은 그 회중에 있는 가장 못난 걸인에게 주고, 한 몫은 난승(難勝)여래께 바치니, 여러 회중들이 광명세계에 계시는 난승여래를 뵈오니, 그 진주영락이 저 부처님 위에서 변화하여 네 기둥으로 된 보배 좌대가 되었는데 사면에 장엄을 드리웠으나 서로서로 가리우지 아니함을 보았나이다. 그때 유마힐이 이러한 신통변화를 나타내고 다시 말하되, ‘시주가 만일 평등한 마음으로 가장 못난 거지 한 사람에게 보시하되, 만일 부처님께 보시하는 것과 같이하여 분별심을 내지 아니하고 대비심이 평등하여 과보를 구하지 아니하면, 이것을 일러 구족한 법보시라 합니다.’하더이다.
그때 성중에 있던 가장 못난 걸인도 유마힐의 신통력을 보고 그의 법문을 듣고, 역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나이다. 이러한 까닭으로 저는 감히 그에게 가서 병을 위문할 수 없나이다.”
이렇게 여러 보살들이 제각기 부처님을 향하여 지나간 인연과 유마힐이 말하던 것을 말씀드리고, 모두 그에게 가서 감히 병을 위문할 수 없노라고 사양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