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 발문(跋文)
사랑 미학과 시적 진실 -- 최춘자 제2시집 『내 사랑이 머문 자리』
김 송 배 (시인.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현대시의 그 구도나 주제의 투영은 대체로 그 시인의 체험에서 상상된 진실이 한 편의 작품으로 창작되는 통례를 간과(看過)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우리가 삶의 궤적(軌跡)을 회상하면서 오매불망(寤寐不忘)의 심정(心情)이 또 다른 사유(思惟)의 경지를 형성하게 되고 그 경지에서 새로운 심경(心境)의 인생 미학을 창출하게 되는 시적 구도를 자주 목도(目睹)하게 된다. 이러한 시인의 체험은 바로 이미지와 연결되고 그 이미지는 다시 시적 의미성을 부여해서 명징(明澄)한 주제의 메시지를 현현하는 시법(詩法)이 우리 시의 중심에서 많은 작용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 최춘자 시인이 제2시집 『내 사랑이 머문 자리』를 상재한다. 그의 작품 원고를 읽으면서 우선 시인들의 체험론을 상기하는 것은 최춘자 시인이 그의 심연(深淵)에 깊이 간직된 그만의 특수한 체험이 사랑이라는 시적 명제(命題)를 주안점으로 부각하면서 절규와 같은 그의 언어를 대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최춘자 시인의 사랑 미학은 그가 ‘머리글’에서 이미 자세하게 언급했듯이 ‘저 너머 하늘 너머의 새로운 영혼을 나는 더 갖고 싶다 / 인간의 사랑보다 더 크고 고운 사랑을 그리면서 / 오늘도 나는 꽃들의 미소와 함께 아름다운 세상을 그리며 걷는다.’는 그의 진실이 작품 전체를 관류(灌流)하고 있어서 더러는 애절하게 또는 진솔한 그리움으로 형상화하여 우리들의 공감 영역을 확대시키고 있음을 이해하게 된다.
삶을 싣고 가는 인생 열차 방향도 모른 채 달려온 지난날 평온한 맘으로 타고 싶었지만 자갈길도 달려야 했기에 힘들어도 감내하는 미소 속에 많은 걸 포용하고 싶었습니다
벼랑 끝에 서서도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고 또 다른 삶을 꿈꾸며 어두운 그림자를 삼켜버린 밝은 태양이 떠오르길 기다리렵니다 삶이 나를 흔들지라도. --「삶이 나를 흔들지라도」전문
최춘자 시인은 먼저 삶에 관한 심오(深奧)한 이미지를 투영하고 있다. 이는 그가 지난 체험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새로운 인식의 세계를 탐색하고 있음을 이해할 수 있다. 그는 ‘어두운 그림자를 삼켜버린 / 밝은 태양이 떠오르길 기다리렵니다 / 삶이 나를 흔들지라도.’라는 어조의 결론은 그가 삶에 대한 확고한 기치관을 정립하려는 의식다. 그러나 그 의식의 중심에는 그가 추구하는 사랑의 미학이 그의 일상적인 보편적인 개념으로 형상화하는 시적 구도를 엿볼 수 있는데 이는 그의 정서와 사유에 침잠(沈潛)한 시적 원류로 발현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그의 정감에는 ‘그리워 그리워 정겹게 떠오르는 얼굴 / 나는 그대 다정 속에 영원히 살리라 / 죽어도 후회 없을 내 사랑을 위하여.(「임 그리워」중에서)’라는 어조에서 이해할 수 있듯이 그가 여망하는 사랑학에는 애끓는 절규의 사연들이 숙성되어 있다.
눈 떠도 눈 감아도 무시로 떠오르는 얼굴 생각만 해도 황홀 지경 임의 그림자
그대 없어도 상관없어 내 상상세계에서 오늘밤은 임을 안고서 밤을 새울 거야
내가 원하는 뜨거운 사랑 벗어날 수도 없어 그댄 오직 나만 사랑할 나의 포로이니까. --「나의 포로」전문
또한 그는 ‘나의 포로’에서 감지하는 ‘그대’는 바로 ‘내가 원하는 뜨거운 사랑’으로 승화하는 ‘임의 그림자’이다. 그러나 그는 ‘내 상상의 세계에서’만이 ‘나의 포로’로 형상화하는 그 ‘임’과의 묵언적인 대화는 그의 시적 진실을 예견케 하는 절창(絶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일찍이 인도의 시성(詩聖) 타고르가 사랑이란 영혼의 궁극적인 진리라고 말한 것을 보면 우리 인간들의 사랑학은 비단 애정에만 국한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가페냐 에로스냐를 떠나서 우리들 만유(萬有)의 사랑을 구가하는지도 모른다. 최춘자 시인이 갈구(渴求)하는 사랑은 바로 누군가 말했듯이 ‘사람이 참다운 사랑을 마음속으로 갈구하고 있을 때 사랑도 또한 그를 위해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라는 진실이 그의 시법에서 재생되고 있는 것이다. 그는 ‘홀로 있는 시간은 외롭지만 / 지난날들을 되돌아보며 / 창작의 열정을 토해내는 기쁨이 있다’거나 ‘고독하지만 은총으로 주어진 시간 / 좀 더 잘해야지 마음 다독이며 / 날 길들이는 역사를 엮고 있다.(「나를 성찰하는 시간」중에서)’는 그의 인식에는 ‘성찰’을 통한 ‘창작의 열정’이 상존(常存)하면서 사랑의 미학을 실현하려는 그의 집념을 이해하게 된다. 그는 작품 「가을바람」「풀벌레 우는 밤」「찻잔 속의 그리움」 「사랑의 보금자리」「오직 그대 사랑으로」등에서 애절한 사랑의 언어가 우리들의 공감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오솔길이 뻗은 숲 사이 가을의 속삭임을 싣고 하늘도 바람에 흔들려 낙엽 비 뿌리는 날 가슴 가득 가을을 채운다 --「가을의 애상」중에서
한편 최춘자 시인은 자연 서정에 심취하는 시적 모태를 중시하는 경향이 많다. 그는 시간성(계절성)에서 도 민감한 정서를 여과(濾過)하는 서정적인 자아를 탐색하고 있는데 ‘가을의 속삭임’은 바로 최춘자 시인이 열망하는 자연관이 진솔하게 응집(凝集)되고 있다. 이러한 시적형태는 작품 「봄이 오는 소리」「목련은 지는데」「겨울 예감」「가을비」등 계절과 동화(同化)하는 자연 현상들이 그의 내적인 체험과 융합하는 진실을 엿볼 수 있게 하고 있다. 최춘자 시인의 진실은 이러한 자연 서정과 삶의 궤적에서 추적된 인생의 정점 그리고 우리인간들이 탐미(眈美)하는 사랑의 본질을 구명(究明)하는 시적 탐색을 시법으로 풀어내고 있어서 그가 기원하는 사랑의 미학이 그의 삶과 영혼을 위한 화해의 조화일 수도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하고 있다. 제2시집 『내 사랑이 머문 자리』출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