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기행 / 성스러운 아침과 속된 밤의 두 얼굴 지닌 왕국

[반취]

태국 기행 / 성스러운 아침과 속된 밤의 두 얼굴 지닌 왕국

성(聖)스러운 아침과 속(俗)된 밤의 두 얼굴을 지닌 타일랜드 왕국(King dom of Thailand)―. 타이(Thai)는 자유라는 뜻이니 타일랜드는 자유의 땅입니다. 국호에 걸맞게 이 나라는, 서구열강의 영향을 다분히 받기는 하였으나 한 번도 외국의 지배 하에 놓인 적은 없었습니다. 일시적으로 미얀마나 일본의 침략을 받은 때는 있었지만, 그들의 문화와 국민성에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이 점이 이 나라의 자랑인 동시에 동남아시아에서는 드물게, 고유한 전통과 다양한 문화를 발전시키며 독자적인 길을 걸을 수 있는 힘이었습니다.

태국인들의 사는 모습을 보면 낮과 밤. 밖과 안이 어찌 그렇게 차이가 나는지 눈을 의심할 정도입니다. 유난히 사원(왓)이 많은 방콕 시내를 이른 아침 산책하면 도처에서 노란 치온(僧服)을 두른 승려들이 검은 바투(바리대)를 들고 탁발에 나선 모습을 만나게 됩니다. 공손히 합장하고 머리를 조아리면서 그들에게 음식과 꽃을 공양하는 서민들 - 방콕의 이런 모습은 너무나 성스럽게 보여 불교신자가 아니라도 저절로 경건한 자세를 갖도록 만듭니다.

이렇듯 불교국가이지만, 이 나라엔 ‘중생을 전도한다.’는 따위 말은 없습니다. 소승불교이니 오로지 자신의 해탈만을 목적으로 수행에 힘쓸 뿐입니다. 하기사 고행을 섬기는 소승불교의 소승(小乘)이란 명칭부터가 한 사람 밖에 탈 수 없는 ‘작은 수레’라는 의미라는 것을 알면 그리 별스러운 일이 아닐지 모릅니다.

성스러운 아침이 지나면 도시는 소음으로 가득해집니다. 방콕의 소음은 서울에 비할 바 아닌데 주범은 물론 자동차입니다. 지대가 낮아 지하철을 건설할 수 없는 도시이기에 자동차가 많은 건데 어찌 그렇게 많고 다양한 지. 교차로마다 정체로 몸살을 빚고 있는 방콕은 도시 전체가 하나의 자동차 박물관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입니다.

소음과 매연과 오염된 강이 뒤엉킨 도시에 사정없이 내려쬐는 뜨거운 태양 -. 방콕의 낮은 정말 ‘방에 콕 박혀있는 것이 나은’ 상태여서 사람을 마냥 게으르게 만듭니다.

도심을 흐르는 차오프라야 수로(水路) 관광에 나서면 남자들이 수상가옥에 남아 나른한 몸짓으로 애기보고 빨래하는 광경이 흔합니다. 서민층은 모계사회의 전통을 잇고 있어 주로 여성들이 직업전선에 나서고 사회활동도 합니다. 선착장마다 수상시장이 열려있어 육지 못지않은 혼잡을 이루는데, 여기 작은 배에 과일을 싣고 와 팔고 있는 장사꾼들은 95% 이상 여성들입니다. 여성 천국일까요? 아니면 여성이 학대받는 곳일까요.

밤이 되면 사람들의 눈은 빛나기 시작합니다. 더럽고 시끄럽고 혼잡한 모든 것을 어둠이 삼키면서 거리는 순식간에 활기로 가득해집니다. 현란한 네온사인이 요염하게 밤을 물들이면, 여기저기에서 매춘의 중심지다운 모습도 고개를 내밉니다. 상주 인구 6백만 명인 도시에 매춘부의 숫자가 무려 70만 명을 넘으니 과연 이 부문 세계 제일 아닐까요?

시장 한복판 노천에 설치된 사각 링에서 벌어지는 킥복싱을 보십시오. 노천이기에 관람료 따위는 없습니다. 관중은 지역주민, 여행자, 산책객들입니다. 이름 없는 선수들이 대부분이어서 특별한 응원세력도 있을 리 없습니다. 하지만 일단 경기가 시작되면 응원의 열기는 대단합니다. 선수들은 죽기 아니면 살기로 피터지게 싸운다. 3라운드쯤 해서 한 선수가 다운된다. 관중들은 승자의 이름을 연호하며 링 위로 축하의 뜻이 담긴 지폐를 던집니다. 1불도 좋고 5불도 좋습니다. 승자는 글러브를 낀 채 합장하고 사방을 향해 인사를 계속합니다.

"킵 쿤, 킵 쿤!(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선수와 관중이 하나가 되어 즐기되 패자에게는 냉정합니다. 재미만 있어서는 안 됩니다. 진지함만 있어서도 안 됩니다. 재미와 진지함을 함께 충족시켜줄 때 관중은 저절로 모여듭니다.

여행자 매료시키는 재미와 진지함

여행자들로 연일 초만원을 이루는 대표적인 민속촌 로즈가든의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저 직업적으로 보여주는 민속춤이 아니라 프로들의 경연장입니다. 여성들의 전통무용은 남성을 빨아들일 듯 정열적이고 뇌살적입니다. 박진감 넘치는 남성 투사들의 칼싸움은 실전을 방불케 해서 숨을 죽이고 보게 만듭니다. 숨 돌릴 사이 없이 계속되는 공격과 방어. 어느 한 쪽이 한 템포만 실수해도 금세 몸이 두동강 날 것 같은 살벌함에 관중은 저절로 숨을 죽이게 되는 것입니다. 어디서 이런 활기가 솟아나는 것일까요?

태국 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파타야(Pattaya)비치는 여행자를 더욱 황홀경으로 몰아넣습니다. 파타야는 애초부터 관광 휴양을 목적으로 개발된 곳이어서 위락시설에 손색이 없습니다. 낮에는 비취빛 투명한 바다에서의 각종 해양스포츠, 해변에서는 싸이클링, 승마, 골프 등으로 땀을 흠뻑 흘리고 밤에는 ‘에라 모르겠다.’ 하고 불야성의 환락가에 묻혀서 지내볼 수 있는 곳입니다.

여기 있는 캬바레 알카자(Alcazar)에서 기상천외의 ‘게이쇼’가 벌어집니다. 우리나라 소극장만한 무대에서 한 시간 동안 춤과 노래가 펼쳐지는데 출연자들이 하나같이 절세 미녀들입니다. 미모에 반해 정신없이 보다가 ‘게이쇼’란 소리에 눈을 크게 뜨고 가슴을 살펴보지만 도저히 남자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공연이 끝난 뒤 사회자가 말합니다.

"출연자 중 태어날 때부터 여자인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이 쇼는 의미를 잃을 것입니다" 하고.

쇼가 끝난 뒤 극장 뒷문으로 나오면 출연자들이 기다리다 여행자들을 반깁니다. 기념촬영에 응해주고 팁을 받는 시간인 것입니다. 특히 매력적인 여성 옆으로 여행자들이 몰립니다. 가까이서 봐도 그는 아름다운 여인입니다. 그러나 인사말을 건넸을 때 들려오는 걸직한 목소리. 그제야 여자에게는 없는 목젖이 그녀(?)에게는 있음을 발견하고 여행자는 허탈한 웃음을 흘립니다.

알카자 캬바레는 세계적인 명소입니다. 어느 나라 사람도 그녀들 앞에서의 모습은 같습니다. 물론 출연자 대부분은 성전환 수술을 했고 가슴도 인공으로 볼록하게 나오게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그렇게 여자다워질 수는 없을 겁니다. 진짜 여자가 되기 위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으면 여자보다 더 여성스럽게 보일까요. 단순히 돈 때문이라면 그렇게 신명을 다할 수 있을까요?

신비한 종교의 힘

힘의 원천은 종교에서 찾어지는 것 같습니다. 힌두교 카스트 제도에서 비롯되는 소승불교의 윤회사상은 신기하게도 태국인의 모든 욕심을 합리적으로 앗아가 버렸습니다. 국왕은 에메랄드 사원에 모신 부처님 옷을 갈아입혀주는 것만으로 훌륭하게 나라를 다스릴 수 있는데, 그렇다고 종교를 내세워 구속하는 것도 없습니다. 모든 자유를 주면서 착심(着心)이랄까, 소유욕만 앗아가 버리는 것입니다.

국토면적이 한반도의 2배가 넘고, 인구도 6천만을 헤아리는 태국은 작은 나라가 아닙니다. 단일민족도 아닙니다. 타이족이 반 이상을 차지하긴 하지만 라오족 말레이족 몬족 카렌족 화교 등 민족구성도 제법 복잡한 편입니다. 그럼에도 어찌 이렇듯 평화스러운 신앙을 하나같이 갖게 할 수 있었을까요.

가는 곳 마다 만나게 되는 불교사원들. 그러나 유심히 보면 이 사원들이 저마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방콕의 사원들이 휘황찬란한 반면 치앙마이의 사원들은 숙연한 느낌을 줍니다. 수코타이나 아유타야에서는 폐허가 된 사원을 만날 수 있습니다.

사원(Wat)은 당과 탑으로 구성되는데, 당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본존불을 안치하고 있는 우보솟(본당)과 수행이나 설법을 행하는 비한(禪房)입니다. 둘 다 외관은 비슷하지만 본당은 8개의 석관으로 둘러싸인 성역이어서 쉽게 구별할 수 있습니다. 본당에서는 절대로 사진을 찍으면 안 됩니다.

탑은 불사리나 왕, 고승의 유골을 안치하고 있는데 태국의 탑은 크게 3종류로 나뉩니다. 첫째는 하늘을 찌를 듯이 끝이 송곳처럼 가늘고 뾰족한 탑입니다. 이는 인도 스투파에서 근원을 찾을 수 있는데 오늘날 볼 수 있는 것은 수코타이 시대에 실론으로부터 전해진 것입니다. 순수한 태국 식은 ‘몬도프(불당)’로 끝부분이 뾰족하고 하늘을 향해 솟아있기는 마찬가지지만 첨탑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프랑(탑당)’으로 울퉁불퉁 각이 진 옥수수 모양의 탑입니다. 끝도 뾰족하지 않고 둥급니다. 앙코르와트와 같은 크메르식의 바라문교 건축이 그 원형입니다. 이 외에 동북지방에 가면 라오스에서 볼 수 있는 양식의 첨탑이 있는 사원이 많습니다. 그러나 모두 소승불교라는 큰 테두리를 벗어나지는 않습니다. 태국이 보여주는 문화의 색깔은 전국이 한가지인 것입니다. 따라서 태국 여행자들은 이 소승불교를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욕심 없는 삶의 생기(生氣)

태국의 불교는 실론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등에 퍼져있는 소승불교의 일종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소승불교란 대승불교 측에서 대승(大乘)에 대하여 붙인 별칭일 뿐, 이곳에서는 「테라와다 불교」라고 부릅니다.

테라와다 불교의 특징은 지극히 개인주의라는 것입니다.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생사가 무한정 거듭되는 윤회의 세계로 보면서, 이 윤회의 세계에서 벗어나(해탈/解脫) 열반(涅槃)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을 최고의 이상(理想)으로 여기는 것입니다.

승려는 이 열반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하여 계율을 엄수하고 명상에 힘쓰는데 그 실천방식이 초세속적입니다. 삭발하고 황의를 걸치며 227가지 계율을 지켜야 합니다. 이중에서 특히 강조되는 4계가 @성적 교섭을 해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치면 안 된다. @살생을 해서는 안 된다.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입니다.

엄격하게 계율을 지킨 승려는 이 세상의 성스러운 존재이며 불타(佛陀)의 대리가 됩니다. 신도들은 승려에게 되도록 시주를 많이 하여 공덕을 쌓아야 하며, 공덕을 많이 쌓은 사람은 내세에 보다 신분이 높아지고 행복해진다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태국인들은 이러한 윤회사상 안에서 주어진 조건에 순응하며 구김살 없이 살고 있는 것입니다. 가난하면 가난한대로 살 뿐, 가난을 넘어서려고 하지 않는 삶. 그저 태어난 신분과 환경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즐겁게 일하고 놀고, 번 돈은 저축보다는 최대한 시주하며 살다 가면 다음 세대에 한 단계 나은 신분으로 태어날 수 있다는 믿음이 삶의 기준이요 사상의 근간인 것입니다.

가난하고 신분이 낮은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숫자가 많지만, 그러나 이를 불만하고 분수에 맞지 않는 짓을 하는 사람들은 이 사회에서 살아갈 수 없습니다. 그렇게 하면 내세에 지금보다 못한 신분으로 태어난다는 것을 너무나 굳게 믿기에 거역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결국 어떤 조건에서든 현실에 만족하고 열심히 즐겁게 살라는 것이니 얼마나 훌륭한 삶의 지침인가요.

가끔 국내 언론에서 태국이나 방콕을 형편없는 곳으로 매도하는 보도를 접합니다. 주로 여행과 관련된 기사에서 나타나는데 퇴폐의 상징 같은 바디마사지, 문란한 성, 에이즈의 온상, 마약, 뱀술, 사슴피. 가짜 웅담, 녹용 파문 등등…이 불거질 때 그렇습니다. 그러나 사실을 말하면 그런 일들은, 안타깝게도 그곳에 진출해있는 한국인과 그곳을 여행하는 한국인들 사이에 벌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나라 국민 대부분은 신분과 빈부에 관계없이 그저 자기 위치에서 사원과 승려를 정성으로 공경하는 착한 신도들입니다. 가난해도 욕심 부리는 일없이 열심히 제 할 일하며 사는 훌륭한 국민들입니다. 수 차례 태국 여행에서 반취는 이들이 보여주는 욕심 없는 삶의 생기(生氣)에 강한 매력을 느꼈습니다. 서민층 남자들의 가장 큰 꿈이 승려가 되어 존경받는 것이요, 승려가 되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여자가 되어 사랑을 베푸는 것이라는 사실도 어렴풋이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여행정보

태국과는 상호 비자면제협정을 맺고 있기에 3개월 이내는 비자 없이 여행할 수 있습니다. 또 태국은 관광 천국답게 교통편도 많아 굳이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않습니다. 서울에서 바로 가면 방콕(돈무앙국제공항)까지 6시간 반이 소요됩니다. 푸켓까지 직항편도 있으며 방콕을 경유하면 태국의 어느 도시도 하루에 충분히 갈 수 있습니다.

숙박 음식

세계에서 손꼽을만한 최고급호텔부터 배낭족 이용에 적합한 게스트하우스, 중국인들이 경영하는 값싼 여사(旅社) 등 숙박시설은 종류도 다양하고 어느 곳에나 넉넉하게 있어서, 일류 호텔을 원하지 않는다면 사전에 예약할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특히 방콕의 게스트하우스는 시설은 낙후하지만 전 세계 여행자가 모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정보가 풍성한 이점이 있습니다.

음식은 쌀밥에 몇 가지 반찬을 곁들여 먹는 것이 주식입니다. 불교 국이지만 소 돼지 닭 어패류 등 육식에 제한도 없습니다. 태국 요리의 특징은 향신료에 있습니다. 생선을 썪혀 만든 남플라, 미나리과의 일종으로 강렬한 냄새를 발하는 파쿠치 등의 향신료에 친숙해지면 방콕을 다시 찾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국수류도 있는데 쌀가루로 만든 것을 쿠이티오, 밀가루로 만든 것을 바미라고 합니다. 이 바미에 스프를 더해서 먹는 바미남이 토속적이고 별미입니다. 태국은 과일도 풍성하고 어패류 또한 풍성합니다. 어패류만의 뷔페 식당이 여러 곳 있어 생선요리를 좋아하는 여행자에게 즐거움을 줍니다.

사회관습 교육, 축제

태국국민들은 사원과 승려를 마음으로부터 공경합니다. 따라서 신앙이 다른 여행자라도 사원을 견학할 때는 예의를 갖추는 것이 좋습니다. 승려를 보고 손가락질을 하거나 승려의 몸에 손을 대서는 안 됩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승려에게 악수를 청하거나 차안에서라도 승려 옆자리에 앉는 것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또 일반적으로 머리를 매우 신성시하므로 머리에 손을 대서는 안 됩니다. 설혹 어린아이가 있어 귀엽더라도 머리를 쓰다듬다가는 큰 봉변을 당할 수 있습니다. 하나 더 이야기하면 더운 나라이면서도 노출을 반기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해변에서일지라도 지나친 노출은 환영받지 못 합니다.

의무교육은 초등학교 6년인데 문맹 율이 아직도 15%에 달합니다. 출랄롱큰대학, 타마사르대학 등 14개 국립대학이 있습니다.

재미있는 지방축제들이 많습니다. 그 중 북부 치앙마이에서 4월 12일-14일에 열리는 송크란 축제는 태국에서도 아주 유명하여 관광객이 많이 모입니다. 비의 혜택과 풍작을 기원하는 의미인데 상대가 누구든 가리지 않고 여행자에게도 물을 뿌려댑니다. 경험하면 아주 재미있습니다. 버스에 타고 있어도 물벼락은 피할 수 없습니다. 물벼락을 맞으면 살짝 웃으며 "킵쿤차오(고맙습니다)" 하면 됩니다.

동북부 수린에서는 11월 중순의 2일간 코끼리 축제가 열립니다. 태국 전역에서 수백 마리의 코끼리가 이곳에 집결합니다. 코끼리 무리가 시내를 행진하는 모습, 곡예나 줄다리기 행사, 코끼리 축구, 옛날식으로 치러지는 코끼리 전쟁 등이 박진감 있게 펼쳐집니다.

여기저기 코끼리를 탈 수 있게 망루가 세워지고 여행자들도 코끼리 등에 얹은 바구니에 탈 수 있습니다. 축제기간에 엄청난 관광객이 모이기 때문에 숙소를 잡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같은 동북부 루이에서는 5월 둘째 주말에 2일간 대나무 로켓 축제가 열린다. 옛날 기우제가 발전하여 지금까지 전해오는 것인데 대나무로 만든 로켓을 멋지게 하늘로 쏘아 올리는 축제입니다.

가볼만한 곳

중부에서는 수도 방콕과 아유타야, 톰부리, 칸차나부리 등이고 관광휴양지 파타야가 있습니다. 북부로 올라가면 치앙마이, 치앙라이, 콘캔 등을 권할 수 있고 남부로 내려오면 푸켓이 대표적인데 이 정도만 여행하려 해도 3주 이상 걸립니다. 짧은 방문은 방콕과 파타야로 4일 정도가 적당합니다.

지금은 교통지옥의 대명사가 되고 말았지만 방콕은 동양의 베니스로 칭송되던 천사의 도시입니다. 돈무앙 국제공항에서 시내까지 가는데 어떤 때는 4시간도 더 걸릴 정도이다. (정상적이라면 30분 거리)

왕궁과 새벽사원 등 시내 도처에 아름답게 번쩍이는 불교사원들이 이색적입니다. 차오프라야 강을 왕래하는 유람선도 반드시 타십시오. 밤에는 차이나타운의 식당가가 화려하고 활기에 넘칩니다. 특히 씨푸드(Sea Food) 전문점들이 여행자의 미각을 자극합니다.

현지 가이드들이 즐겨 안내하는 곳 중에는 팟풍 거리와 루비 쇼가 있습니다. 이 곳을 둘러보면 과거 우리나라 강남이나 미아리 환락가 등에서 벌거벗은 여성들이 보여주던 해괴한 짓들이 모두 방콕에서 수입된 것임을 금세 알게 됩니다.

높은 산지에 둘러싸인 북부지방의 고요한 전원 풍경은 우리나라와 비슷하여 친숙한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치앙마이의 시장에 늘어서 있는 핑크빛 람야이, 린치의 과일, 담배 건조장들은 우리와는 다른 태국 특유의 풍경입니다. 풍부한 역사성에 이끌려 이곳을 찾는 사람도 많지만 치앙마이는 산악 민족을 찾아가는 트래킹의 거점이기도 합니다. 치앙마이는 방콕에서 북쪽으로 710km. 북부 제1의 도시이다.

남부의 푸켓은 태국이 아니라 동남아시아의 대표적 휴양지입니다. 푸켓섬의 매력은 무엇보다 바다이지만, 아름다운 자연 또한 일품 중의 일품입니다. 관광 휴양지의 화사함과 원시적인 소박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점에서도 푸켓은 인상에 남습니다. 섬 서쪽에서는 여러 가지 해양스포츠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지만 다른 한쪽은 한적한 분위기에서 명상하며 휴식을 즐길 수 있습니다. 밤을 즐겁게 하는 유흥가도 잘 발달되어 있고 호텔도 부자들이 쓸 수 있는 방, 가난한 여행자가 묶을 수 있는 방 등 다양합니다. 말하자면 어떤 사람도 자기 형편과 기호에 맞춰 즐길 수 있는 곳이 푸켓입니다.

이외에 타이족 최초의 독립국가였던 수코타이 왕조의 유적이 있는 수코타이, 수코타이 왕조에 이어 1350년부터 1767년까지 417년 동안 이어진 아유타야 왕조의 도읍이었던 아유타야, 영화 <콰이강의 다리>의 무대였던 칸차나부리 등이 태국에서는 가볼만한 곳들입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이 나라가 아편과 마약 주산지의 하나라는 점입니다. 북부의 트라이앵글, 방콕 근교의 촌부리 등 아편과 마약으로 이름난 지역들이 곳곳에 수없이 많습니다. 때문에 태국 경찰이나 출입국 관리들은 이 부분에 있어 아주 예민한 감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볍게 갈 수 있는 나라라 하여 방심하지 말고, 감기약일지라도 하얀 가루약은 몸에 지니지 않는 것이 태국 방문 때 잊어서는 안 될 상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