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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증명
관념과 현실의 간극을 없애는 것은 수학이다. 수학이 최종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구조론은 복잡한 사건을 단순한 수학문제로 바꾼다. 구조론은 중복과 혼잡을 제거하여 사건을 단순화 시킨다. 세상의 모든 문제는 구조론을 거쳐 단순한 수학문제로 바뀐 다음에 해결된다.
수학의 본질은 자명성이다. 문제 안에 답이 있는 것이 자명성 원리다. 1+1이라는 질문 안에 2라는 답이 들어 있다. 복잡한 문제를 구조론에 태워서 단순화 시키면 질문하는 사람이 자기 입으로 답을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를 이용하여 사고실험이 가능하다.
하나를 배우면 열을 아는게 아니라 우주 안의 모든 것을 다 알게 된다. 모든 것은 하나의 근본에서 갈라져 나왔기 때문이다. 우주 안에 이론은 하나 뿐이다. 그것은 원본 하나가 여럿으로 복제되는 절차다. 이를 뒤집어 여럿을 하나로 환원시키면 명백해지는 것이 자명성이다.
전쟁은 확실히 결말이 난다. 구조론이 증명된다. 한신의 유명한 안읍전투, 정형전투, 해하전투는 모두 같은 방법을 쓰고 있다. 적군을 깔때기에 가두어 공간을 빼앗는다. 공간을 뺏기면 자기편을 찌르게 된다. 역사이래 모든 전투는 구조적으로 같다. 공간을 빼앗아 승리한다.
역사의 영웅들은 군대를 둘로 나누어 적을 가두는 단순한 방법으로 이겼다. 아군 일부가 배후로 돌아 2를 만들고 적을 가운데로 몰아 1로 만든다. 1로 몰리면 자기편 공간을 빼앗으므로 진다. 늑대가 사슴을 잡는 방법이다. 노련한 늑대 한 마리가 배후로 돌아 길목을 지킨다.
이유극강
만물은 하나의 근본에서 갈라져 나왔다. 우주 안에 오직 하나의 이론이 있을 뿐이다. 그 하나는 원교근공이다. 멀리 있는 지렛대의 힘점으로 가까운 작용점을 인긴다. 거리와 힘의 교환이다. 아군은 거리를 얻어 힘점을 차지하고 적의 거리를 빼앗아 작용점에 가두면 이긴다.
이유극강이라 했다. 동이 정을 이긴다. 움직이는 지렛대가 고정된 물체를 든다. 움직이는 군대가 멈추어 있는 적을 제거한다. 쇠지레로 못을 뽑듯이 문제를 뽑아내는 것이다. 포지션 싸움이다. 아군을 움직이는 동적 상태로 만들고 적을 상대적인 정적 상태로 만들면 이긴다.
사전작업이 필요하다. 먼저 적을 깔때기 구조에 가두어 고정시켜야 지렛대를 사용할 수 있다. 쉽게 깔때기를 만드는 방법은 자연의 지형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것이 지정학이다. 성벽과, 들판과, 강과, 산악과, 바다와, 항구로 깔때기를 만들고 지렛대로 사용하면 이길 수 있다.
자명성의 이치를 알아야 한다. 닫힌계를 쳐서 외부요인에 의한 교란을 차단하고 내부사정만 좁혀서 보면 결과는 자명해진다. 극단의 법칙을 사용하여 사고실험을 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나우루의 역사다. 나우루는 깔때기에 갇혀 있다. 나우루가 어떻게 될지는 자명하다.
전쟁은 복잡한 양상으로 일어나지만 점차 전쟁의 규모가 커지고 장기화 되면 나우루가 된다. 단순해진다. 자명해진다. 망할 나라는 망한다. 결과는 정해져 있다. 우리는 결과를 알고 있다. 진리를 믿을 수 있다. 세상 모든 것이 예외없이 일종의 깔때기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원교근공
사물은 수학으로 정리된다. 사건은 구조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전쟁은 공학이다. 건물을 짓는 것과 전투를 짓는 것은 같다. 건물은 기둥을 세우고 보를 올린다. 전쟁은 중군이 받치고 양 날개를 벌린다.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전쟁이야말로 구조론을 이해하는 길잡이다.
병사는 언제나 적이 전면에 있어야 한다. 적이 측면에 있으면 대오가 붕괴되고 적이 후방에 있으면 일제히 도주한다. 병사는 적이 눈에 보여야 안심한다. 포위당한 병사는 여러 방향을 동시에 봐야 하므로 시선이 분산된다. 반면 포위한 부대는 병사들의 시선이 일점으로 모인다.
밀집사격에 의한 일점타격의 위력은 측면의 노출에 있다. 정면의 적은 내가 방어하고 측면의 적은 동료가 방어한다. 병사는 측면의 안전을 확보하려고 하므로 대형은 횡대로 길어진다. 밀집사격을 통해 적군의 일점을 파괴하여 구멍을 만들면 주변에 있는 병사는 측면이 노출된다.
바둑 용어로 '빵때림은 30집'이라고 했다. 구멍을 메우려고 병사들이 일제히 움직일 때가 가장 취약하다. 움직일 때 엄호사격을 해준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권율장군이 행주산성에서 화약무기로 이긴 비결이다. 단번에 대오가 붕괴되므로 적은 후퇴해서 재편성을 해야했다.
개별사격을 하면 병사가 죽어도 뒷줄의 병사가 빈자리를 메우므로 대형이 유지되는데 밀집사격에 일제사격으로 단번에 한 지점의 100명 정도를 제거하면 주변 200여명은 측면이 노출된다. 구멍을 메우려고 위치를 이탈해서 움직이다가 연쇄이동이 일어나 전군붕괴로 치닫는다.
포위당한 병사와 포위한 병사의 힘의 차이는 성벽 위의 병사와 성벽 아래의 병사만큼 크다. 손자병법은 병력 숫자가 10배일 때 성을 포위하라고 했다. 측면이 노출되고 동료의 보호를 받지 못하면 단번에 10배로 불리해진다. 팀플레이가 개인능력보다 10배로 우세하다는 말이다.
구조의 힘은 막강하다. 팀플레이에 포메이션 전술로 기술을 걸면 적은 연결이 끊어져서 갑자기 취약해지고 아군은 연결에 성공하여 압도적으로 강해진다. 적을 깔때기에 가두고 지렛대로 눌러야 한다. 도마로 받치고 칼로 내리쳐야 한다. 이런 것은 사고실험으로 쉽게 알 수 있다.
병법의 근본은 적의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것이다. 깔때기에 갇히면 적은 측면과 후방이 노출된다. 측면과 후방은 눈이 없다. 의사결정이 불가능해진 적은 그대로 무너진다. 아군은 연결되므로 갈수록 상승효과를 얻어 이기고 적군은 단절되므로 갈수록 상쇄효과로 몰려 패배한다.
모든 것은 깔때기와 지렛대다. 적을 깔때기에 가둬서 공간을 빼앗으면 이긴다. 지렛대의 손잡이가 되면 적을 깔때기에 가둘 수 있고 반대로 빠루bar라고 불리는 쇠지레의 못이 되면 뽑힌다. 쇠지레 두 개로 좌우에서 가두면 깔때기다. 양쪽에서 에워싸면 도망가지 못하고 뽑힌다.
란체스터
란체스터 법칙은 영국의 항공공학자 프레드릭 란체스터가 1차 세계대전의 공중전을 분석하여 숫자가 많은 쪽이 협력플레이를 하면 압도적으로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다. 일대일로 붙으면 숫자 차이만큼 이기는데 다수 대 다수로 붙으면 숫자의 제곱 차이로 이긴다.
란체스터 1법칙.. 일대일로 붙어서 3명과 2명이 싸우면 3-2=1이 되므로 이긴 쪽은 한 명이 생존한다.
란체스터 2법칙.. 단체전으로 붙어서 5명과 3명이 싸우면 제곱의 대결이 되어 25 대 9로 차이가 벌어진다. 이긴 쪽은 25-9=16의 제곱근 4명이 생존한다. 5명 중에 한 명이 적을 유인하다가 죽지만 나머지 4명이 적 3명을 쉽게 죽인다.
전투기가 편대비형을 하며 서로 엄호하면 막강해진다. 다수파는 한 명을 미끼로 써서 적을 유인하는 방법으로 무조건 이기는 전쟁이 가능하다. 적이 미끼를 물지 않아도 1법칙에 걸리므로 숫자가 불리한 쪽은 무조건 진다. 축구시합이라도 선수 한 명이 퇴장되면 불리한 것과 같다.
란체스터 법칙은 공중전을 연구한 것이다. 공중은 넓으므로 공간을 많이 차지한 쪽이 이긴다. 공중에는 지형지물이 없으므로 요행수가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육상에서는 넓은 평원에서 회전을 벌이는 방법으로 공중전과 같이 숫적 우위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바꾸면 된다.
중요한 것은 무조건 병력을 여럿으로 나눠야 한다는 점이다. 한신은 불리한 상황에서도 일대를 따로 빼돌려 배후를 요격했다. 반면 여포는 병력을 나누어 기각지세를 이루어야 한다는 진궁의 건의를 묵살하고 농성을 고집하다가 죽었다. 초선의 말을 듣고 진궁을 의심했던 것이다.
징기스칸은 부족장의 지휘권을 빼앗아 즉시 예비대를 투입할 수 있는 구조로 바꾸어 란체스터 법칙을 이용했다. 충분한 훈련과 빠른 기동력으로 공간을 활용하여 란체스터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숫자가 적은 쪽은 지형에 의지하여 적이 란체스터 법칙을 쓰지 못하게 해야 한다.
구조론은 란체스터 법칙으로 증명된다. 모든 전략전술은 란체스터 법칙을 응용한다. 그것은 숫자를 이용하여 적을 깔때기에 가두고 지렛대로 뽑아내는 것이다. 한 대가 유인하면 적이 공격한다. 공격 측은 미끼를 추적하므로 동선이 고정된다. 쇠지레에 걸려 뽑히는 못의 신세다.
육군은 선으로 대치하지만 공군은 면으로 싸운다. 면은 선의 제곱이므로 공간을 활용하면 전력은 제곱의 차이로 벌어진다. 지렛대가 일점에 힘을 증폭시키는 원리다. 면을 입체로 도약시키고 입체에 압력을 걸면 큰 차이로 벌어진다. 질, 입자, 힘, 운동, 량의 순서가 중요한 이유다.
면은 선보다 차원이 높다. 지형의 잇점을 얻거나 기병의 속도를 이용해도 차원의 도약과 같다. 성벽에 의지하면 2차원이다. 성벽 아래 군대는 맨 앞의 선 하나만 싸우는데 성벽 위의 군대는 적군의 면을 타격할 수 있다. 갈목을 지키거나 양면전쟁에 가두어도 란체스터 2법칙이다.
전략전술
원교근공 .. 문제의 해결은 객체를 깔때기에 가두고 닫힌계를 만들어 외부 요인을 차단한 다음 지렛대를 사용하여 내부 방해자를 제거하는 것이다. 깔때기는 가두면 되고 쇠지레는 못을 뽑으면 된다. 도마로 받쳐놓고 칼로 내려치면 된다. 누군가 뒤에서 도마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게 기술이다.
못은 가까울수록 뽑기 좋고 지렛대는 손잡이가 길수록 좋다는게 원교근공이다. 원교근공은 우주의 보편원리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음악, 미술, 문학을 망라하여 모두 원교근공이 사용된다.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받은 것도 멀리 있는 한국문화로 가까이 있는 미국병을 뽑아내려는 의도 덕분이다. 계급배반 투표는 먼 계급과 손잡고 가까운 계급을 제거한다. 이병이 병장과 손잡고 일병을 협살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원교근공을 한다. 옳고 그름을 떠나 원교근공이 먹히기 때문이다. 해봐서 되니까 한다.
이유극강 .. 유가 지렛대 손잡이라면 강은 못이다. 노루발 못뽑이로 못을 뽑는다. 움직일 공간을 얻어서 아군을 보다 효율적인 상태로 만들고 적의 운신할 공간을 빼앗아 비효율적인 상태로 만들면 이긴다. 아군을 서로 연결하여 상승효과를 얻고 적은 서로 자충되어 상쇄효과로 망한다.
도구원리 .. 방앗간의 정미기가 낱알을 도정하는 원리는 낱알을 좁은 공간에 밀어넣고 압박하여 서로 갉아내게 하는 것이다. 낱알은 서로 마찰하여 쌀겨가 분리된다. 포위된 군대가 좁은 공간에서 움직이면 자기편을 찌르게 되므로 방아 속의 볍씨다. 가위가 종이를 잘라도 매 순간 한 점을 자른다. 가윗날의 선이 종이의 일점을 상대한다. 1차원 선이 0차원 점을 제거한다. 인간의 모든 도구는 차원의 차이를 이용한다. 톱이 길어도 매 순간 움직이는 톱의 선이 나무의 일점을 타격한다. 인간의 모든 도구는 객체를 깔때기로 가두고 지렛대로 압박하는 점에서 구조가 같다. 전쟁도 마찬가지로 반드시 차원의 차이를 얻어내야 이긴다. 전략은 적을 도구 속에 밀어넣는 방법이고 전술은 도구로 적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자명성의 원리.. 판이 커지거나 반대로 작아지면 결과는 자명하다. 도박은 돈 많은 사람이 상대를 시간의 깔때기에 가두어 이긴다. 돈이 무한대로 있는 사람은 계속 두 배로 걸면 된다. 도박은 결국 하우스가 이긴다. 고객은 하우스라는 깔때기 속에 가두어져 있다. 하우스는 못을 뽑듯이 고객의 돈을 뽑아낸다. 도박이 하우스의 지렛대다. 걸려들면 현찰을 뽑힌다.
극단의 법칙.. 애매한 사건은 판을 크게 만들거나 혹은 작게 만들어 둘을 비교하는 방법으로 자명성을 끌어낼 수 있다. 중국은 인구가 많아서 결과가 자명하고 나우루는 인구가 적어서 결과가 자명하다. 몽골은 내륙에 갇혀서 결과가 자명하고 남미는 유럽과 거리가 멀어서 결과가 자명하다. 극단적인 상황에 처해 있는 나라의 운명은 사고실험으로 답을 알 수 있다. 북극의 북쪽은 없다. 북극에서 어디로 갔든 남쪽으로 간 것이다. 애매한 것은 극단화 시키면 자명해진다. 쉬운 산수문제가 된다.
사고실험.. 나우루는 고립되어 있다. 이스터섬도 고립되어 있다. 크게 보면 미국과, 일본과, 한국도 고립되어 있어서 구조가 단순하다. 중국은 인구가 너무 많아서 상대적으로 구조가 빈곤하다. 역시 나우루화를 피할 수 없다. 섬왜소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나우루 반대는 고대 그리스다. 그리스는 지형이 복잡해서 합종연횡으로 돌파할 수 있다. 이 경우 머리가 좋은 쪽이 이긴다. 섬왜소화와 반대되는 대륙거대화 현상이다. 그러나 페르시아가 등장하면 그리스는 힘을 합쳐야 한다. 힙을 합치면 점차 국경을 잃어서 구조가 빈곤해진다. 결국 나우루가 된다. 망한다.
세상의 모든 것은 커졌다가 작아진다. 복잡해졌다가 단순해진다. 외부요인에 의한 환경변화로 구조가 복잡해졌다가 외부요인의 영향이 공세종말점에서 멈추면서 구조의 복잡성을 잃고 단순해진다. 이스터섬은 외부에서 고구마 농법이 들어와서 복잡해졌다가 환경파괴로 다시 단순화 된다. 한 사람의 일생을 보아도 그러하다. 어린이는 단순하고 청년은 복잡한데 노인은 다시 단순하다. 신차는 단순한데 한창 때는 복잡해졌다가 점차 망가져서 기능을 잃고 단순화 되면 폐차된다.
유럽은 지형이 그리스처럼 복잡하고 중국은 나우루처럼 단순하다. 유럽은 머리가 좋은 사람이 유리하다. 특히 영국은 스페인, 프랑스, 독일과 가깝고 바다가 지켜주므로 유리한 형태로 지정학적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다. 영국은 비교적 인구가 적어서 반드시 외부와 연결해야 살 수 있었다. 영국은 지정학적 조건이 머리를 쓰지 않을 수 없도록 강제한다. 그러나 균형자 역할을 미국에 빼앗긴 후 EU에서 탈퇴하고 다시 섬으로 고립되었다.
전략전술
우주 안에 전략은 원교근공 하나 뿐이다. 적을 깔때기에 가두는 것이 전략이고 깔때기에 갇힌 적을 섬멸하는게 전술이다. 전술은 전장 안에서 성립하는 작은 전략이고 전략은 전장 밖에서 작동하는 큰 전술이다. 전략은 반드시 사전작업이 필요하다. 이때 역설이 나타난다. 사전작업에 에너지를 소비하므로 초반에 불리하다가 나중에 역전시킨다. 전략이든 전술이든 깔때기를 이용하는 본질은 같다. 뽑는 지렛대 손잡이에 주목하면 전략이고 뽑히는 못에 주목하면 전술이다. 단 지렛대의 힘점과 작용점이 반대로 움직여서 헷갈리게 하는 역설이 중요하다. 이기려고 하면 지고 지려고 하면 이긴다. 살려고 하면 죽고 죽으려고 하면 산다.
전략은 반드시 중간에 한 번 방향을 바꾼다. 초반에 불리하다가 후반에 역전시킨다. 전술은 목표를 향해 최단거리로 직전하여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 한다. 효율성이 결정한다. 이기는 방법은 효율적인 배치로 아군을 연결하여 상승효과를 얻는 것이고 지는 이유는 비효율적인 배치로 공간을 뺏겨서 아군끼리 자충되는 상쇄효과로 진다. 깔때기 구조에 가둬놓으면 적은 자기편을 지렛대로 이용하려다가 자멸하게 된다.
엘랑비탈
구조론은 질, 입자, 힘, 운동, 량이다. 깔때기, 지렛대, 도마, 칼, 재료다. '질-입자-힘'이 전략이라면 '힘-운동-량'은 전술이다. 전술은 간단하다. 정지해 있는 적은 이미 중력에 가두어져 있다. 많은 숫자로 치면 된다. 느린 적은 쉽게 가둘 수 있다. 빠른 속도로 가두면 된다. 전술은 적의 숫자가 적고, 적이 정지해 있고, 적이 느릴 때 쉽게 성공한다. 반대로 적의 숫자가 많고, 적이 움직이고 있고, 적이 아군보다 빠르면? 전략을 써서 아군이 유리해지는 환경까지 적을 달고와야 한다.
전술 - 강한 군대로 약한 적을 이긴다.
전략 - 중요한 거첨을 선점한 다음 강한 적을 유리한 지형까지 달고 와서 이긴다.
운동과 량의 단계는 쉽고 질, 입자, 힘의 단계는 어렵다.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적을 둘로 나누고 머리를 먼저 쳐야 한다. 꼬리를 치면 머리가 와서 구해주지만 머리를 치면 꼬리가 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적의 머리를 고립시키고 꼬리를 잘라먹는 방법도 있다. 어느 쪽이든 머리에 먼저 조치해야 한다.
입자의 단계는 적의 머리와 꼬리가 둘로 나누어진 채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적이 둘로 나누어져 있으므로 자칫하면 아군이 포위될 수 있다. 이때 적절히 적을 갈라쳐서 포위당하지 않고 적을 무너뜨려야 한다.
질의 단계는 적의 머리를 깔때기 아랫쪽에 몰아넣고 그 위에 꼬리가 오게 하여 적이 꼬리를 움직일수록 머리를 압박하게 유도하는 것이다. 꼬리가 움직이면 힘은 머리쪽으로 전달된다. 적이 스스로 지렛대가 되어 자기 자신을 뽑아내게 만든다. 중국사에는 백만대군이 좁은 공간에서 압사되어 전멸한 예가 많다. 많은 숫자가 충분한 공간을 얻지 못하면 위험하다.
모든 전략은 원교근공이다. 원교근공은 적을 깔때기에 가둔다. 서구에서는 알렉산더와 한니발 이래로 망치와 모루 전략이 유명한데 깔때기와 같다. 양면전쟁, 합종연횡, 학익진, 법가사상, 마키아벨리즘이 모두 같다. 그것은 물리적 구조를 이용하는 것이다. 도구를 써서 못을 뽑듯이 적군을 뽑아낸다.
원교근공의 반대는 프랑스의 엘랑 비탈을 들 수 있다. 정신력과 의지와 감투정신을 강조한다. 일본군의 반자이어택이나 러시아군의 우라돌격과 같다. 용맹한 군대가 감투정신을 앞세워 신속한 공격으로 단번에 전쟁을 끝낸다는 발상이다. 전쟁 초반에 기습으로 한 번 써먹을 수 있는 아이디어지만 전쟁은 보통 장기화 된다. 엘랑 비탈은 무모한 도박이다.
엘랑 비탈로 이길 수 있다고 착각하는 이유는 적지에 와 있는 병사는 전장을 탈출해도 도망갈 곳이 없어서 용맹하게 싸우는데 그것을 정신력으로 착각한 것이다. 러시아군은 멀리 유럽에 원정을 와 있기 때문에 다뉴브강을 넘어 고향으로 도망칠 수 없다. 현지인과 말이 통하지 않는다. 러시아군은 격파되어도 근처 산봉우리에 재집결해서 저항한다. 그것을 정신력으로 오해한 것이다.
러일전쟁 때 열강의 참관단은 일본군의 승리요인을 감투정신으로 설명했다. 일본군은 뤼순요새를 공격하다가 3만명의 사상자를 냈다. 내용상으로는 패전이다. 영국이 러시아군의 보급을 차단해주는 바람에 겨우 이긴 것이다. 양면전쟁의 깔때기로 이겨놓고 정신력에 의한 승리로 착각해서 각국의 참관단이 본국에 잘못된 보고를 하는 바람에 재앙이 일어난 것이 양차 세계대전이다.
일본군의 카미카제가 대표적인 엘랑 비탈의 실패사례다. 반면 일본군의 제로센을 잡는 미군의 '태치 위브' 전술은 완벽한 깔때기다. 하나가 앞에서 제로센을 유인하고 한 대가 뒤에서 덮치는 팀플레이 전술이다. 전쟁은 혼자 필부의 용맹을 과시하는 '독고다이' 짓으로 못 이기고 팀전술로 이겨야 한다.
엘랑 비탈 교리 - 신속한 공격으로 빠른 승리를 얻어내야 한다.
원교근공 법칙 - 적을 깔때기 속으로 깊숙히 끌어들여 서서히 목을 죄어야 한다.
송양지인도 원교근공의 반대다. 나의 도덕성을 하늘에 알리면 하늘이 도와준다는 엉뚱한 생각이다. 마키아벨리즘이 등장하기 전에 서구의 전쟁학은 방패에 십자가를 그려서 하느님이 도와주기를 바라는 송양지인이었다. 우연한 행운이 반복되기를 기대하지만 초심자의 행운이 반복되지 않아서 망한다.
중국은 백만대군을 내세워 겁을 주고 적이 자멸하기를 바란다. 물리력을 앞세워 겁을 줄 뿐 내용은 심리전이다. 백만대군은 보통 실패한다. 백만대군을 자유자재로 운용할 실력있는 지휘관이 중국사에 한신과 왕전 뿐이기 때문이다. 관도대전, 적벽대전, 이릉대전, 팽성전투, 비수대전, 곤양대전, 정형전투 등 유명한 대전은 보통 숫자가 많은 쪽이 졌다.
숫자가 많은 쪽이 이긴 적도 있지만 장기전 끝에 고립된 약소국의 국력이 소진되어 무너지거나 내분을 일으켜 자멸한 경우다. 진나라 왕전이 초나라 항연을 이긴 전투나 당나라가 고구려를 정복한 것이 그러하다. 왕전의 경우 한, 조, 위가 모두 격파되어 초나라는 가까운 동맹국이 없었다. 당나라는 꾸준히 요하의 습지를 메워 보급로를 만든데다가 백제의 멸망과 신라의 도움으로도 부족해서 고구려의 내분 덕에 주워먹었다. 신라를 마저 정복하려고 했지만 토번이 뒤를 쳐서 양면전쟁이 되자 곧 물러났다.
구조병법
바둑의 포석.. 미리 지정학적 요충지를 차지하고 거점을 연결하여 커다란 깔때기를 만들고 적을 가둔다. 아군을 넓은 공간에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적을 좁은 공간으로 몰아넣어 포도송이를 만들면 적은 비효율적으로 된다. 효율이 비효율을 이긴다.
지정학 – 벽을 등지고 있으면 유리하고 벼랑을 등지고 있으면 불리하다. 지정학은 지형을 이용하여 적을 깔때기에 가둔다. 대부분 강의 상류를 차지한 나라가 유리하다. 하류는 뻥 뚫려서 도망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상류는 산악이라 매복하기 좋다. 신라가 한강 상류를 차지한게 승리한 원인이다. 중국은 언제나 산악을 끼고 있는 북쪽이 유리했다. 남쪽은 바다라서 도망갈 곳이 없다.
포위전 - 100명이 99명을 포위했을 때 병사 숫자는 한 명 차이지만 전력은 큰 차이로 벌어진다. 좁은 공간에 갇힌 병사가 칼을 휘두르면 자기편을 찌르기 때문이다. 포위된 병사는 측면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으므로 패닉에 빠진다. 대부분의 전투는 장기간 대치하며 서로 포위하려고 시도하다가 어느 한쪽의 진형이 급격하게 무너지면서 순식간에 일방적인 학살극으로 바뀐다. 측면이나 후방이 뚫리면 측면과 후방의 안전을 확보하려고 위치를 이탈하다가 간격이 벌어져서 연쇄적으로 무너진다. 팽팽한 쇠사슬이 약한 고리에서 끊어지는 것과 같다. 끊어진 고무줄은 자기편을 때린다.
대부분의 전투는 오전 내내 싸웠어도 부상자가 십여명에 불과하더니 오후에 어느 한 쪽이 전멸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한신의 유명한 안읍전투, 정형전투, 해하전투는 모두 귀신 같은 포위전의 성공이다. 한니발의 칸나이회전이 유명하다. 보병으로 받치고 기병으로 측면과 배후를 찌르면 완벽하다.
망치와 모루.. 보병으로 전면을 받치고 기병으로 우회하여 적을 깔때기에 가둔다. 알렉산더와 한니발 이래 거의 모든 유명한 전투가 망치와 모루 전술의 응용이다. 보병을 도마로 받쳐놓고 기병의 칼로 찌른다.
합종연횡 – 합종책은 약한 나라가 종으로 연결하여 강한 나라를 깔때기에 가두어 방어하는 것이다. 연횡책은 강한 나라가 약한 나라들 중에 하나와 손잡고 하나씩 깔때기에 가두어 제거하는 것이다. 합종책은 옳지만 이간질에 무너진다. 역사는 합종책으로 잠시 버티다가 결국 연횡책에 무너지는 패턴의 반복이다. 삼국지의 촉과 오가 합종하여 위에 맞서야 하는데 인간들이 원래 말을 듣지 않기 때문에 그게 잘 안 된다.
양면전쟁.. 러시아군과 독일군이 폴란드를 협공하여 나눠먹는다. 이때 배후의 아군은 살짝 옷깃만 잡아줘도 큰 힘이 된다. 산길에서 소매끝이 나뭇가지에 살짝 걸려도 넘어지는 것과 같다. 인민군이 지리산에 남부군을 두어 국군의 전력 일부를 묶어두는 것과 같다. 양면전쟁은 역사적으로 확실히 이기는 방법이다. 유럽에서 일어난 거의 모든 전쟁이 양면전쟁으로 결판이 났다. 과거에는 영국을 끼고 양면전쟁을 만들면 이겼는데 근래에는 미국이 양면전쟁의 파트너가 된다.
예방전쟁.. 적이 양쪽에서 협공할 때 한쪽을 미리 쳐서 양면전쟁을 막는다. 거란이 거듭 고려를 치는 이유다. 청나라는 명나라를 치기 전에 먼저 조선을 쳐서 배후를 안정시켜야 했다. 반대로 당나라는 토번의 배후습격 때문에 신라를 먹지 못했다. 돌궐이 확실하게 버텨주었으면 고구려가 망할 일은 없었다. 당나라는 고구려를 치기 전에 예방전쟁으로 돌궐과 백제를 친 것이다.
종심전투.. 가운데를 뚫어 적을 둘로 나눈 다음 하나씩 먹는다. 충분한 예비대를 두고 있다가 전황에 따라 적재적소에 투입하여 숫적 우위를 유지한다. 이는 나폴레옹의 장기다. 중앙을 돌파하여 적을 6과 4로 나눈 다음 일대를 보내 6을 견제하고 나머지 4를 먹는다. 4를 잃고 약해진 6을 먹는다. 적을 갈라쳐서 숫적 우위를 달성하고 하나씩 포위하여 섬멸한다.
횡적연결.. 발터 모델과 리지웨이는 횡으로 연결하여 아군이 적군의 포위망에 갇히지 않게 하는 방법으로 방어했다. 이는 넓은 공간에서 회전을 벌이며 예비대를 집중적으로 투입하여 전세를 역전시키는 전통적인 종심작전과 다른 것이다. 러시아는 땅이 넓어 돌파당해 포위되고 한국은 산악이 많아 중공군의 우회기동에 포위되므로 횡으로 연결하여 호응하는 지역방어를 해야 한다.
오나라가 촉과 위에 버틴 것도 같다. 오나라는 군벌연합이므로 자기 땅을 방어할 때만 싸움을 잘한다. 최후에는 두예가 하류의 습지를 메워 거점을 장악하고 상류에서 일제히 내려오자 거점간 연결이 깨져서 각개격파 당했다. 이릉전투에서는 반대로 촉군이 강변을 겨우 차지했을 뿐 내륙에 거점을 장악하지 못하여 분산되어 각개격파 되었다.
공세종말점 – 적을 아군 진영으로 깊숙히 끌고 와서 깔때기에 가둔다. 적군은 무리한 진격으로 보급이 곤란하고 병력이 흩어져서 각개격파된다. 러시아에 쳐들어간 나라가 망하는 공식이다. 보급이 곤란한 곳으로 너무 깊이 들어가면 안 된다.
청야작전 – 들판을 비워 현지에서의 약탈에 의한 보급을 막는 방법으로 적을 공세종말점으로 유도한다. 흉노족을 깊숙히 끌어들여 퇴로를 차단하고 10만 정도를 잘라먹으면 흉노족이 10년 정도 조용하다. 인구를 회복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는 한족이 흉노족을 상대하는 방법이다. 고려가 거란을 상대하는 방법이다. 적의 인구를 줄여놓지 않으면 궁극적으로 승리할 수 없다. 다만 당나라는 인구가 많아서 고구려가 청야작전으로도 막지 못했다.
싸우지 않고 이긴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그것은 같은 민족끼리 내전을 벌일 때나 통하는 말이다. 춘추 전국 시대의 전쟁은 내전이었으므로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이 있었지만 중국이 통일된 후 반드시 싸워서 이겨야 했다. 전쟁이 일어나는 데는 물리적 이유가 있다. 그 중에 하나는 인구다. 로마는 갈리아와 게르만의 남자 숫자를 줄이지 않고 승리하는 방법이 없었다. 중국은 오랑캐 남자 숫자를 줄이지 않고 침략을 막는 방법이 없었다.
아르미니우스의 토이토부르크 전투 – 로마군을 독일의 우거진 숲으로 유인하여 20킬로에 걸쳐 길게 늘어뜨린 다음 배후에 방벽을 쌓아 퇴로를 끊고 전면은 습지로 차단한 다음 길게 늘어진 뱀의 허리를 절단하여 하나씩 잘라먹었다. 숲이라는 지정학적 구조물로 깔때기를 만든 것이다.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로마군 3개군단 2만2천명이 전멸하고 이후 수백년간 로마군은 게르만 영토를 건드리지 못했다. 그때 게르만이 이기지 못했다면 게르만의 역사는 사라지고 독일어는 프랑스어와 같아졌을 것이며 니벨룽겐의 반지와 같은 독일 신화는 소멸되었을 것이다.
적벽전투 – 주유군과 유비군이 강과 육지에서 협공하자 위군이 와해되었다. 양면 전쟁을 이루는 둘 중에 하나의 숫자가 적어도 상당한 위력이 있다. 적벽전투는 유비의 육군이 위의 주력을 격파했는데 삼국지연 저자들이 그 이유를 이해하지 못해서 오나라 수군의 화공만 강조한다. 도시를 장악하지 않고 강을 따라 늘어선 조조군 진채는 이릉대전의 촉군처럼 담요 말듯이 말린다. 적벽대전 이후 남형주를 유비군이 독식한 이유를 삼국지연의 저자들은 설명하지 못한다.
구스타프 2세 아돌프 – 스페인의 테르시오 방진을 머스킷 밀집사격으로 가운데를 뻥 뚫어서 구멍을 내고 단번에 격멸한다. 스웨덴군은 경무장을 하고 횡대로 길게 늘어서 있는데 비해 스페인군은 중무장을 하고 밀집해 있어서 쉽게 깔때기에 갇히게 된다. 방진을 치는 이유는 병사가 도망가지 못하게 대형에 가두는 것인데 얇게 늘어선 스웨덴 군대가 돌파당하지 않은 것은 상비군을 두고 충분히 훈련시켰기 때문이다. 훈련된 군대는 도주하지 않으므로 얇게 늘어서서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씬 레드 라인 – 나폴레옹 시대는 병사가 도망가지 못하게 종대로 두꺼운 대오를 만드는데 영국군은 식민지에서 가져온 화약으로 충분한 사격연습을 했기 때문에 두 줄 횡대의 얇은 대형으로도 돌파당하지 않았다. 충분한 훈련이 모루 역할을 해준 것이다. 야전에서 교환비는 영국군이 미국 독립군을 상대하여 10 대 1로 우세했다. 미국 독립군은 숲으로 들어가서 라이플로 영국군 장교만 골라 저격하는 방법으로 대응해야 했다.
전격전 – 전차와 포병화력을 집중시켜 양익을 돌파하고 배후를 크게 돌아 적을 이중 삼중의 깔때기에 가두면 적은 도주로를 찾다가 항복한다. 퇴로가 끊기면 공황에 빠져 지휘가 불가능해진다. 1.4후퇴 때 평택까지 밀린 이유다. 미군은 연대가 중공군에 포위되어도 독자적으로 전투수행이 가능한 구조를 만든 다음 지원이 올때까지 버티게 했다. 현리전투와 횡성전투, 사창리전투에서는 국군이 크게 무너졌고 지평리에서는 미군이 해법을 찾았다.
학익진 – 중군이 적의 주력을 붙들고 버티는 동안 양익을 전개하여 적을 깔때기에 가둔다. 포위된 적은 측면이 뚫려 전투의지를 상실한다. 가운데 끼인 적은 자기편을 쏘게 되므로 운신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일점타격 – 스페인의 테르시오를 격파한 구스타포 2세 아돌프의 전술이다. 머스킷총 밀집사격으로 방진을 친 적군 대형의 가운데를 뻥 뚫어서 적을 둘로 나눈 다음 하나씩 포위하여 섬멸한다. 적군의 가장 강한 곳을 타격하면 적은 알아서 무너진다. 이순신 장군의 조언을 받아 화약무기를 대거 사용한 권율장군의 행주산성 전투가 유명하다. 나폴레옹의 장기는 적의 종심을 쳐서 적군을 둘로 나누는 것이다.
레욱트라 전투에서 스파르타를 격파한 테베의 사선대형도 유명하다. 그리스 방진은 우익이 정예다. 서로 강한 우익으로 상대의 약한 좌익을 때리므로 상대편의 꼬리를 물고 빙글빙글 돌게 된다. 테베군은 전술을 바꾸어 좌익에 몰빵하고 사선으로 비스듬하게 늘어서서 스파르타군을 헷갈리게 만들었다. 무적의 스파르타군이 완패했음은 물론이다.
알렉산더가 이소스 전투에서 다리우스 3세를 저격한 것도 같다. 알렉산더가 다리우스 3세를 직격하여 도주하게 만들자 전투는 그대로 끝났다. 적의 약한 고리가 되는 한 점만 끊으면 단번에 승부가 결정된다. 끊어진 고무줄은 자기편을 때린다.
양동작전 – 주공을 감추기 위한 기만작전이다. 정형전투에서 배수진을 친 한신의 성동격서와 같다. 적군의 주력을 밖으로 유인하여 끌어내고 비어 있는 본진을 털어버린다.
이이제이 – 중국은 언제나 오랑캐 일부와 손잡고 양면전쟁을 만든다. 금나라는 타타르와 손잡고 몽골을 친다. 송나라는 고려와 손잡고 금나라를 친다.
로마군의 팔랑크스 격파 – 그리스군을 돌밭으로 유인하여 팔랑크스 밀집대형을 무너뜨렸다. 정면으로 붙어서 팔랑크스를 이길 방법은 없다. 전쟁의 규모가 커지면 기동이 느린 팔랑크스를 전선에 놔두고 우회하여 배후를 습격하면 된다.
천하삼분지계 – 서로가 서로를 양면전쟁에 가두려고 하면서 동시에 가두어지지 않으려고 하므로 균형을 이룬다. 오래가지 않아 균형은 무너진다. 이 구조가 상당기간 유지되는 경우 영국이다. 영국은 스페인, 프랑스, 독일, 러시아와 돌아가면서 동맹을 체결하여 언제나 유럽을 천하3분으로 만든다. 대륙에 실력자가 등장하면 영국은 반드시 약자와 동맹을 이루고 강자를 견제한다.
어장관리 – 연애전선에서 남녀의 어장관리는 란체스터 법칙의 변종이다. 두 명을 경쟁시키면 객체의 행동은 자명해진다. 공중전에서 한 대가 적기를 유인하면 적은 미끼를 추적하다가 동선이 고정되어 뽑히는 못 신세가 되듯이 경쟁을 붙이면 행동이 고정되어 통제가능한 상태가 된다. 깔때기에 갇힌 것이다.
물리법칙
병사를 법률이라는 깔때기에 가두면 복종한다. 훈련이라는 깔때기에 가두면 강군이 된다. 시스템으로 뒤를 받치면 완벽하다. 인간을 강하게 만드는 세 가지는 당근과 채찍과 시스템이다. 당근은 보상을 주는 것이며, 채찍은 다른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며, 시스템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물리적 수단이다. 중요한 것은 순서다. 시스템이 먼저고, 채찍이 다음이며, 당근은 마지막이다. 당근이 채찍에 앞서므로 인간들이 말을 듣지 않는 것이다.
시스템 - 가족과 동료와 상사외 집단에 소속되어야 한다. 더 높은 단계의 힘이 있어야 한다.
채찍 - 다른 가능성이 모든 제거되어야 복종한다. 왼쪽이 막혀야 오른쪽으로 간다.
당근 - 적절히 보상을 주고 목표를 제시하면 말을 듣는다.
논리와 심리와 물리가 있다. 논리는 전쟁에 명분을 제공한다. 심리는 군중을 격동시켜 동원력을 높인다. 논리로 명분을 얻으면 외교술을 구사할 수 있고 심리로 격동시키면 많은 숫자를 동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방법으로 싸움을 돋울 수는 있어도 승리할 수는 없다. 개전은 하는데 종전을 못한다. 물리가 먼저고 심리가 다음이며 논리는 마지막이다. 물리는 시스템이고 심리는 채찍이며 논리는 당근이다.
물리 - 국가, 집단, 사회, 가족, 동료, 회사, 학교, 종교, 단체가 받쳐줘야 한다.
심리 - 주로 공포가 인간을 격동시키는 채찍이 된다.
논리 - 대의명분은 보상이 된다.
논리와 물리는 싸움을 돋우는 절차에 불과하고 물리가 결정한다. 산적이나 농민반란군이 봉기에 실패하는 이유다. 지휘권이 통일되지 않은 군대는 항상 전쟁에 진다.
한비자.. 말은 채찍으로 다루고 병사는 법으로 다룬다. 한비자는 법가 시스템과 훈련의 힘을 강조했다. 이는 채찍이다. 한비자가 공자의 인의를 부정한 것은 잘못이다. 인의의 당근과 법률의 채찍을 겸해야 한다. 그런데 채찍이 먼저다. 채찍은 인간을 움직이게 하고 당근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 길을 안내한다. 일단 움직여야 관성력에 의해 계속 가게 되므로 선채찍 후당근이다. 선방어 후공격, 선안전 후이익, 선 손실의 마이너스 후 이득의 플러스다.
한비자가 전쟁을 도구로 생각한 점이 중요하다. 도구는 익혀야 한다. 전쟁이 물리적 도구라는 점을 확실히 해야 훈련과 보급과 숙영지와 공병의 중요성을 알게 된다. 전통적인 사고로는 도덕으로 명분을 얻어 격문을 써붙이고 심리전으로 적을 비난하여 쪽수만 많이 동원하면 적이 공포에 질려 자멸할 것으로 여기지만 실전을 해보면 그렇게 잘 안 된다. 압도적인 물리력이 아니면 안 된다. 도덕의 명분이나 심리적인 위협은 초반에 잠시 먹힐 뿐이다.
13도 창의군 총대장 이인영은 서울공격을 앞두고 부친상을 당하여 3년상을 치른다며 그냥 집에 갔다. 이는 도덕론의 한계다. 일제의 침략에 격분하여 모여든 1만 의병은 뿔뿔이 흩어졌다. 심리전의 한계다. 물리적으로 그들을 가둘 수 있는 수단이 필요했다. 그들이 적의 영토에 투입되었다면 용감하게 싸웠을 것이다. 적지에서는 도망갈 수 없기 때문이다.
마키아벨리즘 – 최종적으로 전쟁은 물리적 수단에 의해 승부가 결정된다. 도덕도, 명성도 전쟁이라는 수단의 일부다. 많은 병사와, 넓은 영토와, 높은 명성과, 엄격한 군기는 전쟁의 수단이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이기면 된다는 생각은 마키아벨리즘에 대한 오해다. 전쟁은 수단이므로 반드시 기술이 있어야 한다.
오해 -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겨야 한다.
진실 - 수단과 방법을 사용하려면 기술이 있어야 한다.
논리와 심리는 아마추어 영역이다. 아마추어의 용맹은 곤란하고 반드시 기술있는 전문가가 붙어야 한다. 전쟁은 기술자가 기계를 다루는 것이다. 도덕론은 신의 힘을 빌려 공짜로 이기려는 것이다. 용맹으로 이기면 신의 가호로 알고 사기가 진작되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보급문제가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시간의 깔때기.. 카이사르와 나폴레옹은 구체제를 파괴했을 뿐 신체제를 완성하지 못했지만 길게 보면 눈앞의 방해자를 제거하여 시간의 깔때기에 가둔 것이다. 미래세대와 손잡고 원교근공을 행하여 당장의 방해자를 제거한 점이 재평가 되어야 한다. 카이사르와 나폴레옹에 대한 비난은 지식인의 편견이다. 지식인의 자신의 계몽 역할에 지나치게 많은 점수를 주는 것이다. 노무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식인이 노무현을 싫어하는 것은 아전인수다.
우리는 닫힌계 안에서 마이너스 행동만 가능하고 플러스 행동은 불가능하다. 깔때기 안에서 방해자를 제거하면 산업의 혁신에 의해 저절로 목적이 달성된다. 산업에서 충분한 혁신이 일어났는데도 구체제의 방해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때는 개혁가가 일어나서 구체제를 제거하여 이미 일어나 있는 혁신의 전파속도를 높여야 한다. 산업의 혁신이 없는데 구체제를 무너뜨린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지식인의 계몽은 산업의 일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