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모를 나중을 위한 정보와 기록 차원에서 간단 기행문을 작성해 올려봅니다. 각 일차별 주요 사진만 몇 장씩 남깁니다. 다른 사진들은 정리되는 대로 다시 올리겠습니다. 참고로 갑돌이 리더님이 사진은 더 있을 듯 합니다.
1일차 8/2(일)
공항에서 출국수속이 무척이나 밀리더군요. 갑돌이님은 스마트패스라는 앱을 미리 깔아서 기내수하물 체크가 순식간에 됐는데, 블링님이랑 저는 거의 1시간 가까이 걸렸다는... (스마트패스용 검색대만 잔뜩 열어 놓고, 일반 줄에는 사람이 몰리는데도 검색대가 단 두 개였다는... 참 융통성 없어)
나고야에 잘 도착해서 렌트카를 찾아 사완도로 고고씽. 중간에 마트에 들러 점심도 먹고 장도 보고. 운전대가 우리와 반대 방향인데도 고속도로에 들어서니 시속 80km 구간을 무려 160km로 달려가는 갑돌이 선수. 고속도로 구간을 지나 마쓰모토에서 사완도로 가는 산길은 약간 좁아서 어떤 때는 양방향 통행을 못하고 건너편 차량과 바톤터치를 하고 가기도 했습니다.
미국 요세미티를 차로 올라가 본 적이 있었는데 그보다는 덜 아름답긴 하지만 느낌이 먼가 비슷하더군요. 사완도에 잘 도착하긴 했는데, 마침 가미코지로 가는 막차(4시20분) 버스가 끊어졌더군요. 그러나 걱정 마세요. 그 시간엔 여기 저기 택시가 대기하고 있답니다. 가격이 6000엔으로 와우 비싸다 했는데, 다음날 버스로 내려올 때 보니 사실 버스요금(1600엔*3)과 별 차이는 없었습니다. 4명이 타면 택시가 오히려 이득. 가미코지에 도착해서 도보로 약 10여분 걸으면 코나시다리아 캠핑장이 나타납니다.
원래 계획으로는 거기서 두 시간 더 걸어가야 하는 도쿠사와 캠핑장을 가려고 했어요. 어휴 2박 음식이 담긴 배낭을 매고 거기까지 가지 않은 게 천만 다행입니다. 늦게 도착한 게 오히려 잘 된 셈이죠. 멀리 커다란 산이 보이고 청량한 계곡물이 흘러내리는 아름다운 캠핑장이네요. 텐트를 치고 사케를 꺼내 고기와 즐겨봅니다.
2일차 8/3(월)
상쾌한 공기와 함께 간단히 아침을 지어 먹고 산행을 시작합니다. 12시까지 내려와야 해서 짐을 대강 싸서 챙겨 두고 왕복 두어 시간 코스로 출발. 묘진이케(明神池)라는 곳에 가서 아이스커피를 마시고 돌아오니 거의 12시. 본래 가려했던 도쿠사와 캠핑장의 절반 거리.
만약 야리가다케(槍ヶ岳, 창의 산이라는 뜻, 3,180m)를 공략하려 한다면 최소 2박은 더 해야 하고 박배낭을 메고 야리가다케 산장까지 올라가야 합니다. 물론 그것도 도전해 볼만 했을 듯 한데, 우리는 좀더 북쪽에 있는, 알펜루트로 유명한 다테야마(立山, 3015m)를 가기 위해 야리가다케는 이쯤에서 작별합니다.
버스를 타고 사완도 주차장에서 차를 빼서 우리 여행의 2박지이자 유일한 온천이 포함된 히라유로 갑니다. 히라유 근처에서 장을 보고 (첫날 2일치 장을 봤는데, 1박지에서 다 해쳐 먹어부렀네요 ㅎㅎ) 점심을 먹고 캠핑장에 돌아와서 텐트를 막 펼치니 엄청난 장대비가 쏟아집니다. 도무지 그칠 기미가 보이질 않네요. 에라 모르겠다. 일단 온천을 하고 오자. 차로 3분 거리인 히라유모리 온천은 제가 가본 일본 온천 중 최고였습니다(사실 몇 군데 가보진 않았지만서도). 17개의 노천탕이 딸린 온천이었는데, 한 여름에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즐기는 노천온천은 그야말로 죽이더군요.
좀더 추운 계절에 눈이라도 내리는 날 다시 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네요. 두 시간쯤 지나 캠핑장에 오니 다행히 비는 잦아든 상황이었습니다. 마저 주변 정리를 하고 역시나 또 다시 고기서 고기인 저녁을 즐깁니다.
3일차 8/4(화)
히라유 온천을 뒤로 하고 다테야마역으로 출발합니다. 3박과 4박의 장소인 라이코사와 캠핑장은 다테야마를 오르기 위한 베이스캠프. 무척이나 아름다운 곳이더군요. 거길 가기 위해서는 우선 다테야마역(JR선, 즉 철도로도 가능)으로 가서 무로도행 대중교통을 타야 합니다. 케이블카 10분과 하이랜드 버스(일본은 고산지대에 이 브랜드의 버스를 운용합니다. 가미코지도 마찬가지) 50분을 타고 무로도에 도착.
가는 길은 참으로 아름답네요. 낙차가 무려 350m인 4단으로 떨어지는 소묘폭포가 멀리서 우리를 마중해 줍니다.
무로도 도착 무렵 경치 좋은 곳에는 호텔이 중간중간 있습니다. 가격대가 얼마인지는 모르겠으나 일본 사람들에게는 이런 곳에 묵는 것도 작은 버킷리스트쯤은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무로도에 내려서 우리의 보금자리인 라이코사와로 가는 길은, 제법 큰 언덕배기를 오르락 내리락 하는 족히 한 시간은 걸어야 하는 결코 만만치 않은 길이었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내리막길이라 크게 힘들다는 생각은 못했는데, 역시나 5일차에 돌아오는 길은 참으로 빡세더군요. 가는 길은 호수도 있고, 아직 녹지 않은 만년설도 있고, 멀리 산봉우리도 있고 가슴을 설레게 하네요.
짐을 풀고 텐트를 치니 거의 6시가 넘었을 겁니다. 바리바리 싸온 사케와 회를 애퍼타이저로 먹고 다시 메인인 소고기를 굽습니다. 참 질릴 법도 한데 고기 품질이 좋아서인지 여전히 맛나네요.
금새 해가 떨어지고 아직은 웃음꽃이 지지 않았는데, 옆 텐트의 일본 아지매가 와서 일본말로 머라고 하네요. 우리가 못 알아 듣는 눈치니 영어로 왈...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면 조용해야 한단다...
흠, 약간 기분이 잡치긴 했지만 그래 로마에 오면 로마법을 따라야지. 일본 애들은 참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걸 천성적으로 싫어하는 것 같다. 사실 싫어한다기보다는 피해를 주면 안 된다고 교육을 잘 받은거지. 솔직히 그건 참으로 부러운 문화다. 언제 어디서나 남을 배려한다는 것. 속내야 어찌 됐든 적어도 겉으로라도 남을 배려하는 건 잘못된 건 아니지 않은가.
어둠이 짙어지자 별들이 내리기 시작한다. 오늘은 이만 자자.
4일차 8/5(수)
일찍 잠을 청해서인지 5시가 되니 더 잠은 못 자겠더군요. 옆에 계곡이 있어 습도가 높고 온도차도 심해 내부텐트와 외부플라이 사이에는 결로가 가득합니다. 으슬으슬 추운 감도 있긴 하지만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가봅니다. 아직 해가 뜨기 전이라 상당히 추운 편입니다. 간단히 물을 끓이고 라면으로 추위를 달래고 있으니 해가 뜨기 시작하면서 금새 등이 뜨거워지네요.
오늘은 드디어 다테야먀를 오릅니다. 나무가 없고 공기도 맑아 저만치 보이는 정상은 그다지 높지 않아 보입니다. 그러나 왠걸요. 뙤약볕에 은근한 오르막길에 돌들이 땅에 잘 박혀 있지 않은 너덜길이라 무척이나 힘들더군요. 갑돌이는 저만치 앞서 가고 블링님과 저는 한발 두발 천천히 오릅니다. 저도 거의 포기하려던 쯤에 블링님은 중도 이탈을 합니다. 내려가는 길도 만만치 않아 더 이상 오르는 것은 무리라 판단하신 것 같습니다.
꾸역꾸역 오르나 보니 그래도 어느새 정상에 올랐습니다. 벳산(別山, 2,880m)을 지나 다테야마(立山)의 주봉(오난지야마(大汝山), 3,015m)을 찍고 오야마(雄山, 3,003m)를 지나 시계방향으로 크게 돌아 오니 5시간 정도가 걸렸네요. 일본말이 어려운 게 같은 한자(山)를 어떤 때는 '야마'로 어떤 때는 '산'으로 읽는다는 겁니다.
여튼, 라이코사와 캠핑장이 2,200m 고도이니 약 800m를 올라간 셈인데, 바로 내려온 게 아니고 크게 돌아 내려오니 꽤나 걸렸네요. 최소 10km 이상 산행을 한 것 같습니다. 민둥산에 너덜길이라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다리가 거의 풀리며 내려 왔지만 뙤약볕에서 어찌 쉬지도 못하고 잠깐 계곡물에 발을 담가 봅니다. 10초를 못 버티겠더군요. 얼지만 않았지 그냥 얼음물이네요.
해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다가 아침에 만년설 속에 묻어둔 고기를 꺼내 또 굽습니다. 술이 부족하네요. 이 때는 역시 나이가 깡패죠. 갑돌이를 산장에 특사로 보냅니다. 400엔짜리 맥주 6캔을 마시고 나서 어제처럼 다시 또 일찍 침소에 들어갑니다.
5일차 8/6(목)
오늘은 다시 나고야로 돌아가는 날.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요.
무로도 고원으로 다시 돌아가 버스를 타고 다테야마역으로 돌아갑니다. 술과 음식을 비웠는데도 배낭을 메고 무로도를 오르는 길은 무척이나 고되네요. 버스가 출발하는 무로도 고원이 2,450m이니 약 250m 고도를 오르는 셈. 오르락내리락 하는 걸 감안하면 획득고도는 거의 두 배. 그래도 가는 길 중간에 경관도 있고 엊그제 잘 보지 않았던 호수도 좀 더 잘 들여다 보고(힘들어서 쉬다 보니...ㅎㅎ).
여튼 무로도에서 라이코사와 캠핑장만 들르는 코스로도 충분히 힘들고, 그렇지만 힘든 만큼 그보다 더 가치 있는 코스라는 생각이 드네요. 우리는 렌트카가 있어서 다테야먀로 돌아가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무로도에서 다테야마 반대 방향으로 내려가는 코스도 있더라구요. 거기는 가는 길에 줄에 매달린 케이블카도 타고 가는 코스더군요. (우리는 올라올 때 큰 기차칸 같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왔거든요) 빙벽을 지나는 버스도 있는 듯 하고.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나고야에서 다테야마역으로 신간센(내지는 특급열차)을 타고 무로도로 왔다가 근처에서 숙박을 하고, 구로베다이라를 들러 구로베 호수(댐)를 보고 오기사와역에서 다시 열차를 타고 나고야로 돌아오는 코스도 고려해 볼만 합니다. 이 코스가 워낙 유명해서 나고야에서 출발하는 알펜루트 코스라는 교통편이 패키지로도 있나 봅니다. 캠핑에 큰 주안점을 둘 게 아니라면 렌트카 없이 이렇게 이동하는 것이 오히려 볼거리는 더 있을 것 같네요.
각설하고, 나고야에 와서 오늘은 호텔에서 1박을 하기로 합니다. 도심지에 있는 토요코 인 나고야 마이에키 미나미 호텔인데, 조식포함 싱글룸 세 개에 20만원 정도 하네요. 개인적으로는 4박의 캠핑에 찌든 몸을 조금이나마 편히 쉬게 해 준 훌륭한 가성비 숙소였습니다.
근처 지하철역을 배회하면서 1차 고기집, 2차 뎀뿌라와 회가 있는 이자카야에서 회포를 풀어 봅니다. 3차까지 가려 했으나 더 이상 들어 갈 배가 없는 관계로 간단히 맥주를 사와서 호텔 식당에서 마무리 한 잔.
6일차 8/7(금)
귀국날이네요. 시간은 역시 훌쩍 지나갑니다. 마지막 날은 역시 쇼핑이죠. 그래도 나고야에 왔으니 그 전에 나고야성에는 들러야겠죠. 1610년에 착공해서 1612년에 완공된 성이니까 임진왜란 후에 지어진 성이네요.
일본식 해자가 성을 둘러싸고 있고 안 쪽에는 마루바닥으로 된 여러 방들이 대규모로 있습니다. 안에는 호랑이 그림들이 상당히 많았는데, 요놈들이 조선에 들어와서 호랑이를 보고 잡아 가기도 하고 그러면서 그림으로 남긴 듯 합니다.
나고야 성을 둘러보고 캠핌용품 전문점인 알펜나고야에 가서 쇼핑을 합니다. 갑돌이와 블링님은 또 무얼 그리 사시더군요.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고 비박 경험이 많을수록, 또 장비가 많을수록 더 필요한 장비가 있고, 욕심도 더 생기는 모양입니다. 사실 잠 잘 장비 이외에 거의 가져간 게 없는 저로서는 아직 욕심이 날만큼 경험이 쌓이지 않은 모양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여러 장비 챙겨오고 맨날 밥 해주고, 설거지도 거의 도맡아 해 준 갑돌이 리더님께 감사를 넘어 경의의 뜻을 표합니다. 꾸벅^^
첫댓글 다시금 갈 곳이 생겼네요. 좋은 추억 감사합니다 요. 형님^^
기록 잘 보고 갑니다
참으로 정성가득 담았네요
킹♡
pc로 작성해서 올린 걸 휴대폰으로 보니 다소 장황해서 읽기가 별로네요 ㅎㅎ. 중간에 사진 넣고 가독성을 올려야겠습니다. 시간 나는 대로 편집ing~
앗 글고 여러 이유로 미처 사케를 사질 못 했어요ㅜㅜ 해랑님이 그렇게 바라셨는데... 나중에 수입산이라도 한잔 살게요 ㅋ
@나르기 무슨 ~~사케 ㅋ
맘만접수요
참치랑사케 좋다요^^
멋진 곳 함께 하지 못해 아쉽지만 다음을 기다리며 다녀 오신 산우님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그니까여 같이 가셨으면 더욱 멋진 추억이 쌓였을텐데요. 또 좋은 기회를 기다려 보시죠 ㅎㅎ
와우 엄청난 후기담입니다. 다시 가본듯한 느낌! 이에요. 도쿠사와캠핑장에 곰이 사알짝 나타나주길 바랬는데 방울들이 많아서 도망간듯요.
고기를 얼매나 묵읬는지 몰라요. 고기가 주식이었어요. 맨날 술이야 술이 안들어가는데 잘들이키는 두 분 갑지기님 술대장 인정! ㅎ
그러게요. 근디 그 마블링 가득한 덩어리 고기맛이 또 생각나네요. ㅎㅎ
두 술꾼들 사이에서 대작해주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대리체험하는 것 처럼 자세한 후기 잘 보고 가요
요새 시간 내기가 힘들어 같이 가지 못해서 아쉽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