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서 꼼짝 않고 공부만 하려고 했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전날 돌아온 이후 계속 모의고사를 봤는데 한 번 빼고 전부 90점을 넘겼다. 그래서 약간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정신 차리고 공부하니 능률이 쑥쑥 오른다.
글 / 한상기(프리랜서 자동차 칼럼니스트)
완다 플라자라는 대형 백화점에 가면 여러 차들이 전시돼 있다. BMW는 3시리즈와 액티브 투어러, GAC 피아트는 비아지오를 전시하고 있다. 비아지오는 작년에 4만 3,900대가 팔리면서 세단 판매 82위, 올해 1월과 2월에는 100위 안에 없다. 창샤에서 생산되는 비아지오는 2012년 9월에 출시됐고 연간 판매 목표는 9만대였다.
체리는 아예 신차 발표회를 열었다. 정식 신차 발표회 수준은 아니지만 최근 나온 새 차를 모아 놓고 쇼를 했다. 아리조7은 체리가 야심차게 개발된 승용차로, 작년 베이징 모터쇼에서 봤을 때는 생각보다 마감이 좋았다. 처음에는 1.6리터 가솔린 엔진 하나만 올라갔지만 최근 1.5 터보 버전이 나왔다. 중국 회사들도 1.5리터 배기량의 터보 엔진이 늘어나는 추세다. 아리조 M7은 지난달에 공개됐고 이번 상하이 모터쇼에서 정식 데뷔하는 신차다. 아리조 브랜드의 첫 MPV이기도 하다. 첫 MPV라서 뭔가 새 차 같지만 사실은 4년 전에 나온 릴라이 V5의 부분 변경 모델이다.
완다 플라자 2층에 가면 한국 식당이 7~8개 있다. 떡볶이와 김밥이 각 25위안(4,300원)씩이다. 의외로 떡볶이의 질은 벤츠지만 김밥은 JAC 수준이다.
두 번째 시험 보러 갈 때 탄 택시는 앞선 2번과는 다른 길로 갔다. 다양하게 합비 구경하는 셈이다.
지금은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 하는 게 아니다. 좌회전을 한 발 앞서 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축구로 치면 얼리 크로스 같은 개념이다.
마지막에 붙는 중심은 영어로 센터인 것 같다. 난징 인터내셔널 전시 센터도 중심으로 끝난다.
택시 기사가 화끈하게 40위안(7,000원)만 받았다. 중국에서 택시 기사가 자발적으로 미터기 요금을 할인해주는 건 이번이 두 번째다. 매우 드문 일이다. 참고로 앞선 이틀 동안에는 33, 35위안 나왔다.
1층에서 사람들이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다. 전부 책으로 하지 나처럼 앱으로 공부하는 사람은 없다.
30분 남기고 본 모의고사에서 96점.
막판 모의고사에서는 99점 나왔다. 앱의 모의고사가 겹치는 문제가 많긴 하지만 이정도면 어느 정도는 자신이 있는 상황이다.
이틀 전에 이어 이번에도 오른쪽에 앉았고 시험은 나중에 봤다. 무엇으로 구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른쪽에 앉힌 사람들은 시험을 나중에 본다. 시험장에는 거의 3시가 다 돼서야 들어갔다.
시험 보기 전에는 공무원의 일장연설이 이어진다. 짧게 끝나는 게 아니고 한 15분 정도 한다. 딴청 피우는 사람 있으면 지적해서 혼도 낸다. 그제처럼 입장할 때는 하나씩 호명을 하고 좌석 번호도 말해준다. 나는 못 알아들어서 종이에 좌석 번호를 써서 줬다. 한 번 안면이 있다고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써줬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서 두 번째에는 한결 여유로웠다. 윈도우 95, 좁은 좌석 등에도 적응했다. 공부를 많이 해서 그런지 아니면 아는 문제가 많이 나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첫 시험보다 훨씬 쉬웠다. 만전을 기하기 위해 애매한 문제는 종이에 번호를 적어서 나중에 다시 봤다. 필기시험은 운도 약간 따라야 하고 집중력도 필요하다. 문제를 건성으로 봐서 틀리는 경우도 있다. 시험 보는 내내 집중력을 멕시코(공장 가동률 120% 내외) 수준으로 유지했다. 현 시점에서 보자면 멕시코가 자동차 공장 가동률이 가장 높은 나라일 것이다.
시험을 다 보고 나면 피니시 버튼을 누르고, 거기서 확인 버튼을 한 번 더 누르면 점수가 나온다. 그러니까 시험 끝나고 곧바로 합격 유무를 확인할 수가 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확인 버튼을 눌렀는데 97점이 나왔다. 생각보다 높은 점수다. 합격하니 3문제는 왜 틀렸을까라는 거만한 생각도 든다. 어쨌든 의기양양한 얼굴로 걸어 나오니까 감독관 3명이 모두 웃었다.
나오면 수험표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야 한다. 본인 이름을 직접 쓰라고 한다.
그리고 조금 후에 수험표를 나눠준다. 생각보다 합격한 사람이 많았다.
이걸 들고 1층 창구에 제출하면 면허증을 발급해 준다.
윈도우 95를 사용하는 컴퓨터지만 웹캠도 달려 있다. 그래서 시험 볼 때는 모니터에 자신의 얼굴이 계속 나온다. 2시 52분에 시험 시작해 3시 35분에 마쳤으니 시간을 거의 꽉 채운 셈이다.
날짜와 시험 시간, 그리고 받은 점수도 표시된다.
창구에 서류 제출 후 10분도 안 돼서 면허증이 나온 것 같다. 그동안 본 여러 후기 중에서도 가장 빠른 편이다.
중국 운전면허증은 얇은 가죽 케이스에 넣어준다. 가죽의 질감은 롤스로이스, 벤틀리가 사용하는 천연가죽과 100만년 정도의 거리차가 있다.
주숙등기를 끊을 때 호텔 주소로 했기 때문에 면허증에 적힌 주소도 호텔 주소 및 방 번호가 됐다. 올해 3월 20일에 발급받아서 2021년 3월 20일까지가 유효기간이다. 중국의 운전면허는 6년 뒤에 첫 갱신을 한다. 90일 이전에 갱신해야 한다.
따라서 2021년까지 합비의 면허시험장에 올 일이 없다. 근데 면허증 잃어버리면 재발급 받으러 와야 한다. 중국은 면허증을 소지해야 운전할 수 있다. 그러니까 면허증을 잃어버리면 재발급 받을 때까지 운전할 수 없다. 알아본 바에 따르면 갱신할 때 반드시 합비로 와야 한다. 갱신은 아무 도시나 가도 되는 줄 알았지만 발급받은 곳에서 받아야 한다. 그리고 외국인은 면허 따자마자 고속도로에서 운전할 수 있다. 중국은 운전면허 취득 후 1년 동안은 고속도로에서 운전할 수 없다.
실기시험 보는 곳까지 슬슬 걸어와서 면허학원 셔틀 버스(추정)에 뻔뻔하게 올라탔다. 무료다. 근데 30분 동안 출발을 안 해서 결국 택시 타기로 했다.
길가에 서 있으니 3명의 남자가 에워쌌다. 완다 플라자까지 150위안(2만 6,000원)을 불렀다. 인제 바쁜 일이 없기도 하지만 시세를 빤히 아는데 이 가격에는 도저히 갈 수 없다. 고개 3번 저으니까 150→100→60→50위안으로 급격하게 가격이 떨어졌다. 150위안에서 50위안으로 떨어지는데 10초 걸렸다.
내가 탄 사설 택시는 아주 오래된 폭스바겐 산타나였고 기사는 매우 어렸다. 내가 타자마자 흥분해서 마구 말을 해댔다. 짐작컨대 내가 사설 택시 인생의 첫 손님이 아닌가 싶다. 태어나서 이렇게 주의가 산만한 사람은 처음 봤다. 핸드폰과 태블릿 PC를 양손에 쥐고 끊임없이 위치를 확인하고, 통화도 많이 했다.
거기다 기어 변속을 이렇게 자주 하는 사람도 처음 봤다. 중국 운전자들이 대체로 회전수를 낮게 쓰긴 하지만 이 총각은 그 정도가 더 심했다. 회전수가 2,000 rpm이 넘으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끊임없이 변속을 해댔다. ZF도 감탄할 변속 능력이다. 정체 구간에서는 손이 보이지 않을 만큼 변속한다. 그러다 보니 엔진이 힘이 없어서 차가 항상 덜덜댄다. 옆에서 유심히 지켜봤는데 회전수가 2,000 rpm을 넘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현존하는 변속기는 물론 앞으로 나올 10단 이상의 변속기도 이 총각만큼 변속을 자주 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쨌든 중국 운전면허를 생각보다 빠르게 땄다. 일요일에 도착해 금요일에 땄으니 6일 걸렸다. 서류 준비 및 접수는 정말 막막했는데, 한 번 해보니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혼자서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서류 준비를 위한 파출소, 번역 사무소, 병원, 면허시험장의 위치도 전부 별 표시를 해뒀다. 합비에서라면 업계 최저가 500위안에 모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