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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도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에스라의 나무 강단이 제공하는 성경의 각 책의 기별과 신학 공부를 계속합니다. 오늘은 16번째 시간으로 역대상의 기별과 신학을 공부합니다.
우리는 앞서 사무엘 상하와 열왕기 상하를 공부했고, 이제 역대 상하를 공부하는 첫 시간입니다. 역대 상하의 기별이 무엇이고 신학이 무엇인지 이를 뭉뚱그려서 공부하는 것이 더 일반적입니다만, 그래도 책이 각각 떨어져 있기 때문에 오늘 그 상하를 분리한 상의 부분을 일단 보고 다음 시간에 통합해서 그 결론에 이르겠습니다.
먼저 표제는 히브리어 성경에서 '디브레이 하야밈(Divrei Hayamim)'이라고 합니다. '디브레이'는 '말들' 혹은 기록을 모아놓은 책이라는 뜻이고, '하야밈'은 '날들(days)'의 복수형입니다. 즉, '그 시대(날들)의 사건들, 일지'라는 뜻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역대 상하는 일종의 연대기적 일지 같은 것입니다. 우리가 매일의 소감을 쓰면 일기라 그러고, 국가나 단체의 여러 행사를 묶어서 기록할 때 그걸 일지라 그러죠. 바로 그런 일지 같은 성격입니다.
헬라어로 번역된 70인역에서는 이것을 좀 다르게 표현합니다. '파랄레이포메논(Paraleipomenon)'의 첫 번째 책(알파)이라고 부르는데, '파랄레이포메논'은 '생략된 것', '빠진 것'이라는 뜻입니다. 70인역을 번역한 사람들, 즉 히브리 성경을 헬라어로 번역한 역자들은 이 책을 일지나 일기라는 개념보다 사무엘서와 열왕기에서 생략되었거나 빠뜨린 내용들을 보충한 책으로 생각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지 않았다면 이런 이름을 붙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사무엘과 열왕기에 기록되어 있는 많은 연대기적 사건 중에서 빠진 것을 더 보충했다고 본 것입니다. 사실 본질적으로는 단순한 보충이 아닙니다만, 70인역 번역자들은 그렇게 생각한 듯합니다.
영어 성경에서는 'First Chronicles'라고 부릅니다. 이는 AD 4세기에 히에로니무스, 즉 영어식 이름으로 제롬(Jerome)이라 불리는 학자가 라틴어 불가타 성경을 번역할 때 '거룩한 역사에 대한 연대기적 기록'이라는 의미를 담아 '크로니클스(Chronicles, 연대기)'라는 이름을 부여한 데서 유래했습니다. 중국어 성경은 '역대지상(歷代志上)'이라 표기하는데, 여기서 '지(志)'는 기록을 뜻하는 글자로 『삼국지』 할 때의 의미와 같습니다. 우리말 성경으로는 '역대상'과 '역대하'로 나뉘어 불립니다.
이 책을 쓴 사람은 누구일까요? 저자에 대해서 책 자체에는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유대인의 전통에 따르면 학사 에스라가 그 저자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가장 오래된 유대인 전승 가운데 하나인 바빌로니아 탈무드 '바바 바트라(Bava Batra)' 14~15장에 의하면, 역대상하의 저자는 에스라이며 느헤미야와 함께 편찬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역사책인 만큼 편찬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더 구체적으로는 에스라가 아담부터 시작해 자신이 살던 시대까지의 족보를 편집했고, 느헤미야는 미완성된 부분과 누락된 부분을 보충했다고 여겨집니다. 이 전승의 내용은 새로 출간된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 성경주석(SDA Bible Commentary)』 제4권 607페이지에도 상세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역대상하의 문체나 제사장 중심의 관점, 그리고 명백한 목적의식 등은 제사장이자 학사였던 에스라의 성격과 아주 잘 어울립니다. 무엇보다 역대하의 마지막 부분인 역대하 36장 22~23절은 에스라의 첫 부분인 에스라 1장 1~2절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이 반복됩니다. 이어지는 두 책의 앞뒤가 완전히 똑같이 맞물려 있다는 사실은 두 책이 동일인의 저술임을 강력히 시사합니다. 에스라서를 에스라가 썼으니, 그 앞에 위치한 역대 상하도 그가 기록하고 편찬했을 것으로 믿게 되는 것입니다.
그 당시 역사적인 배경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역대상하가 차지하는 역사적 연대 범위는 인류의 조상인 아담의 창조로부터 페르시아의 고레스 왕 시대까지입니다. 역대상의 계보는 아담, 셋, 에노스, 게난, 마할랄렐, 야렛으로 시작하여 고레스 왕의 조서까지 이어집니다.
이 방대한 역사를 기록한 목적은 바빌로니아 포로 생활에서 본토로 돌아온 유대 백성들에게 에스라-느헤미야서에 담긴 여러 영적 권고와 개혁을 단행하기에 앞서, 신정적(Theocratic)인 배경을 확고히 제공하기 위함입니다. 백성들에게 권고를 주기에 앞서 역사를 먼저 보여주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이 백성을 어떻게 인도해 오셨고 앞으로도 어떻게 이끄실지, 이스라엘을 향한 하나님의 계획과 경륜은 무엇인지를 하나님의 통치적 안목, 곧 신정적 관점으로 비추어 줍니다. 민주주의(Democracy)가 아닌 신정(Theocracy), 즉 하나님이 다스리시는 관점으로 역사를 재해석하는 것입니다. 인간이 살고 죽으며 나라가 망하는 단순한 역사가 아니라, 하나님이 목적을 가지고 이스라엘을 다스리시며 때로는 주변 제국들을 몽둥이나 도구로 사용하사 자기 백성을 징계하기도 하시고 다시 도우시는 섭리를 보여주는 것이 역대기의 진정한 목적입니다.
기록 시기는 에스라와 느헤미야가 포로 귀환 이후 성벽을 중건하고 개혁을 완수하던 시기인 BC 430년경으로 추정됩니다.
역대상의 내용은 1~3장에 기록된 아담으로부터 시작하여 포로 귀환 후의 지도자인 스룹바벨의 손자들(블라디아와 여사야)에 이르기까지 구약 전체의 인류 역사를 아우릅니다. 수천 년의 긴 계보를 요약하여 담고 있습니다.
정치적인 배경을 살펴보겠습니다. 제가 '역대기'라고 말할 때는 역대상과 역대하를 통틀어 표현하는 것입니다. 이 역대기가 편찬되었을 당시 유다는 더 이상 주권을 가진 왕정 국가가 아니었습니다. 바빌로니아의 느부갓네살이 쳐들어와 나라를 완전히 파괴하고 성전 기물들을 탈취해 갔으며, 백성들을 포로로 사로잡아 갔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왕도 잃었고, 마지막 왕인 시드기야와 그 앞의 여호야긴도 모두 바빌로니아로 사로잡혀 가 왕조가 끊어진 상태였습니다. 포로지에서 돌아왔을 때 유다는 페르시아 제국의 일방적인 지배를 받는 하나의 봉신국(신하 나라)에 불과했으며, 돌아온 백성들도 상처 입은 적은 무리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비참한 패배자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유대인들은 당시 페르시아 제국 안에서 결코 영향력이 없는 비천한 무리가 아니었습니다. 예를 들어 소년 시절 포로로 잡혀갔던 다니엘은 바빌로니아 제국과 페르시아 제국 전체를 다스리는 총리의 자리에까지 올랐습니다(단 2:48, 6:1~3). 왕 바로 밑의 최고위직이었습니다. 또한 에스더는 아하수에로 왕 치하의 페르시아 제국에서 왕비가 되었고, 그녀의 사촌 오빠인 모르드개 역시 제국의 총리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다니엘, 에스더, 모르드개는 제국 내에 흩어져 있던 유대 백성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하만 같은 악한 세력이 유대인을 전멸시키려 했을 때 에스더는 왕비라는 막강한 위치를 활용하여 민족을 구원해 냈습니다. 이처럼 그들이 비록 포로 귀환민일지라도 제국 내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던 거물급 인사들이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정치적 배경이 있습니다.
종교적 배경을 살펴보겠습니다. 역대하의 사건들은 주로 솔로몬 성전 시대(제1성전 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이 책이 실제로 기록되고 편찬된 시기는 포로에서 돌아온 후인 스룹바벨 성전 시대(제2성전 시대)입니다. 솔로몬이 성전을 짓고 바빌로니아에 멸망당하기까지의 기간을 제1성전 시대라고 하고, 70년 포로기 이후 돌아와 제단을 쌓고 구약 역사의 끝까지 이어지는 기간을 제2성전 시대라고 부릅니다.
그리하여 세월이 많이 흐른 뒤 지어진 스룹바벨 성전에는 옛 솔로몬 성전에 있던 언약궤도 없었고, 하나님의 영광스러운 임재의 가시적인 빛인 셰키나(Shekinah)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눈에 보이는 직접적인 임재의 흔적이 사라진 채 그저 덩그러니 세워진 건물뿐이었기에 성전 내부가 매우 쓸쓸하고 상막했습니다.
눈앞에 영광이 보이지 않자 백성들의 신앙도 자연스럽게 식어 가고 냉랭해졌습니다. 솔로몬 시대에 성전에 가득했던 하나님의 광채를 보며 느끼던 뜨거운 열정과 경외심은 찾아보기 힘들게 된 것이 포로 귀환 후 백성들의 영적 침체였습니다. 이러한 영적 무기력과 해이함은 포로기 이후에 기록된 구약의 마지막 여섯 권의 책(에스라, 느헤미야, 에스더, 학개, 스가랴, 말라기)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습니다.
당시 백성들은 포로에서 본토로 돌아오기만 하면 약속된 메시아의 왕국이 즉시 강력하게 수립될 줄 믿었습니다. 그러나 성전을 짓고 삶이 이어져도 메시아는 오지 않고 여전히 외세의 압제 아래 살아가야 했습니다. 그러자 백성들은 하나님이 우리와의 언약을 처리하셨거나 취소하신 것은 아닌가 의심하며 깊은 회의감에 빠졌고 신앙이 시들해졌습니다.
이처럼 영적인 무기력증에 빠진 귀환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영적 경각심'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유대 민족을 향해 여전히 가지고 계시는 원대한 계획과 목적을 전반적으로 다시 상기시켜 신앙을 일깨워야 했습니다. 비록 지금 하나님의 가시적인 임재를 강하게 느끼지 못할지라도, 하나님이 우리를 포기하신 것이 아니며, 과거 아담으로부터 지금까지 우리를 어떻게 신실하게 지키고 인도해 오셨는지 확인시켜 줌으로써 낙담한 백성들의 마음에 영적 확신을 불어넣어 줄 책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그 목적을 위해 저술된 책이 바로 역대기입니다.
제사장 에스라가 이 책을 편찬한 진정한 의도는, 하나님께서 어떤 구속사적 전망과 계획을 지니고 계시며 그것들을 역사의 배후에서 어떻게 성취해 나가시는지 보여줌으로써, 백성들을 향한 하나님의 주권과 세상 통치권을 확고히 알게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역대기를 기록한 구체적인 목적을 역사적 관점과 정경적 관점 두 가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역사적 목적
에스라가 역대기를 기록할 때, 열왕기하의 마지막 부분처럼 나라가 망하고 왕이 사슬에 매여 끌려가는 비참한 톤으로 서술을 끝맺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같은 시대의 역사를 다루고 있지만 열왕기와는 서술 방식과 의도가 완전히 다릅니다. 열왕기가 왕들의 범죄와 그에 따른 국가적 파멸의 인과관계를 철저히 밝혀 경고하는 데 집중했다면, 역대기는 인류의 시조인 아담으로부터 시작하여 역사의 전 과정을 하나님의 신실하신 구원 계획이라는 안목으로 간명하게 재조명합니다. 과거의 배도보다 우리를 여전히 사랑하시고 회복시키시는 하나님의 주권에 초점을 맞춥니다.
따라서 에스라는 아브라함이나 모세 같은 민족의 조상으로부터 계보를 시작하지 않고, 인류의 첫 사람인 아담으로부터 족보를 끌어올려 스케일을 넓혔습니다. 그리고 역사 전체를 진술하면서 이미 열왕기에 상세히 기록된 왕들의 복잡한 전쟁 기사, 정치적 세력 다툼, 백성들이 저지른 부끄러운 죄악의 흔적(예: 다윗의 밧세바 간음 사건, 솔로몬의 타락 등)을 과감하게 생략했습니다.
대신 에스라는 성전 봉사의 직무, 올바른 예배의 절차, 그리고 레위인들과 찬양대원들의 조직 규정을 매우 상세하게 확대하여 다루었습니다. 역대기가 강조하는 핵심은 바로 '회개에 따르는 하나님의 축복과 회복의 통치권'입니다. 우리가 죄를 짓고 포로로 잡혀갔던 아픈 역사는 사실이지만, 여전히 우리를 제사장 나라로 부르신 하나님의 약속은 유효하며 하나님의 전능하신 권능이 우리를 마침내 회복시키고야 말 것이라는 소망의 기별을 전합니다.
2. 정경적(Canonical) 목적
정경이란 고대의 수많은 종교적 문헌 중에서 성령의 영감으로 기록된 하나님의 권위 있는 말씀으로 공식 선택되고 구별된 책들을 뜻합니다(구약 39권, 신약 27권). 구약 성경의 전승에 따르면, 흩어져 있던 영감의 글들을 수집하여 하나의 정경으로 최종 편찬한 인물이 바로 학사 에스라입니다.
주목할 점은, 에스라가 정경을 편찬할 때 자신이 기록한 역대기를 히브리 성경의 맨 마지막 자리에 배치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말 성경은 열왕기 뒤에 역대기가 나오고 선지서인 말라기로 구약이 끝나지만, 원어 히브리 성경은 창세기로 시작하여 항상 '역대기'로 구약 전체의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에스라가 이 책을 맨 끝에 둔 것은 단순히 자신의 책이라 겸손하게 뒤로 미룬 것이 아니라, 구약 전체를 관통하는 대단원의 결론으로서 이 책에 막강한 중요성을 부여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역대기는 아담부터 포로 귀환까지의 인류 역사와 구속사의 모든 기별을 압축하여 완벽하게 요약한 구약 성경의 종합 요약본입니다. 백성들이 창세기부터 선지서까지 구약 성경 전체를 한 번 통독한 후, 맨 마지막 자리에 도달했을 때 지나온 모든 기별의 핵심을 집중적으로 다시 정리하고 영적 결론을 내리도록 구도를 짠 것입니다. 이방 열강의 틈바구니 속에서 백성들은 산지사방으로 흩어지고 징계를 받았을지라도, 그들을 향한 하나님의 구원 계획은 여전히 살아 있으며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께서 언약을 기필코 성취하실 것이라는 확신을 선포하며 구약의 문을 닫습니다. 구약 계시의 찬란한 클라이맥스입니다.
역대상의 전체 구조와 개요를 살펴보겠습니다.
역대기(상하 총 55개 장)에는 저자가 기술할 당시에 참고했던 고대의 귀중한 역사적 문헌들이 무려 17 권이나 명시되어 있습니다. 다윗 왕의 역대지략, 선지자 사무엘의 글, 나단의 글, 갓의 글, 아히야의 예언서, 잇도의 묵시책과 족보책, 주석서, 이스라엘과 유다 열왕기, 이사야의 기록, 호새의 사학, 그리고 애가 등입니다. 앞서 기록된 열왕기에도 솔로몬의 행장, 이스라엘 왕 역대지략, 유다 왕 역대지략 등 3권의 문헌이 자주 언급됩니다. 이를 모두 합치면 총 20권에 달하는 방대한 역사 자료들이 성경 기록의 든든한 토대가 되었습니다. 성경 기자들은 단순한 영적 음성만을 받아 적은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신뢰할 만한 역사적 사실들을 선지자적인 영적 안목과 시선으로 취사선택하고 올바르게 여과하여 또 하나의 정교한 영감의 책을 편찬해 낸 것입니다.
역대기는 얼핏 보면 이름만 나열되어 지루하고 재미없어 보여 성도들이 가장 적게 읽는 책 중 하나이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구속사의 엄청난 진수가 담긴 보화 같은 책입니다. 역사적인 연구를 위해 뛰어난 유대인 여성 학자인 사라 야페트(Sara Japhet)가 평생을 바쳐 저술한 방대한 역대기 주석서(The Old Testament Library 시리즈)나, 레이먼드 딜러(Raymond Dillard) 박사의 주석서(Word Biblical Commentary 시리즈) 등을 참고하시면 본문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유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오늘 역대상의 지리적·역사적·종교적 배경과 에스라가 이 책을 기록한 엄숙한 목적을 살펴보았습니다. 눈에 보이는 성전의 영광이 사라지고 신앙이 냉랭해진 포로 귀환민들에게 역사 전체를 재조명하며 "하나님은 결코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셨다"고 외친 이 역대기의 기별은 오늘날 절망 속을 걷는 우리에게도 동일한 확신을 줍니다. 다음 시간에 역대하의 내용을 이어서 공부하며 역대기 전체의 영적 결론을 함께 나누겠습니다. 한 주간 동안 말씀 안에서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