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Lo. 그녀의, 그녀를 위한, 그녀에 의한 영화
웨딩 플래너
사랑이냐, 결혼이냐. 동화속에서나 나올 법한 운명같은 사랑
앞에서 갈등을 때리는 메리의 모습은, 사랑이란 그 자체로
첫눈에 반하는 것이라 아무런 이유도 설명도 필요 없어 보이는 다른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과는 다른 영악한 현실성을
가진 듯 보인다. 하지만 결국 동화 속의 사랑을 선택하고 그를 얻게 되는 메리의 모습은 크레딧 시퀀스의 바비 인형만큼이나 허무하다. 하지만 그 바비 인형보다도, 제니퍼 로페즈는 월등하게 아름답다.
정말 사랑과 결혼은 같은 길이 아닐까? 사랑해서 결혼한다는 말은 이제 더 이상 결혼의 공식이 되지 못할 뿐 더러 '사랑 따로 결혼 따로'라는 법칙이 너무도 평범한 풍속이 되어 버린 지금,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라던 파스칼의 말 처럼 가슴에 와 닿는 명언도 따로 없다. 어쩌면
정말 사랑해서 결혼하는 행복한 사랑이야기란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사랑과 결혼 사이에서 사랑스러운 줄다리기를 펼치는 로맨틱 코미디 <웨딩 플래너>는 그 둘은 결국 하나일 수 밖에 없다는 해묵은 믿음을 보여준다.
웨딩 플래너란 결혼식의 전 과정을 전담하는 직업. 노처녀인 메리(제니퍼 로페즈)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최고의 웨딩
플래너다. 불안에 떨고 있는 신부를 능숙하게 달래고 심지어는 신랑의 답사까지도 즉석에서 만들어 줄 정도로 완벽한 능력을 보여주는
그녀지만, 정작 자신의 사랑과 결혼을 계획하는 데는 도통 재주가 없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은 남자는 바로 소아과 의사인 스티브(매튜 매커너히). 우연히 차에 치일 뻔한 메리를 구해준 스티브에게 메리는 운명과도 같은 호감을 느낀다. 하지만 스티브는 메리에게 가장
중요한 고객의 약혼자였음이 밝혀지고, 메리는 일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메리와 스티브는 사랑과 결혼이 과연 완벽하게 결합될 수 있는가라는 심각한 고민을 시작한다.
평범한 로맨틱 코미디처럼 보이지만, <웨딩 플래너>가 다른 영화와
구별되는 지점은 바로 메리와 스티브의 고민에 있다. 운명같은 사랑과 결혼이라는 해피 엔딩은 로맨틱 코미디에 있어 거부할 수 없는 하나의 공식이다. 아무도 이런 동화같은 사랑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뿐더러, 충분히 동화적인 상상력이 발휘되지 않는 로맨틱 코미디는
관객들에게 버림을 받기 일쑤다. 하지만 <웨딩 플래너>는 바로 이 동화같은 사랑과 결혼이라는 행복한 결말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면서까지 하는 결혼이 과연 행복할 것인가, 혹은
사랑 없는 결혼을 과연 불행하다고만 할 수 있을까. 물론 이 영화 역시
메리와 스티브가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고 각자의 결혼을 포기하는 전형적인 결말을 맺고 있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유도, 고민도 없이 그저 "운명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아무런 고민도 하지 않는 다른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등과 달리, 적어도 이 두
사람은 그들의 사랑과 결혼을 꼼꼼하게 따져본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해피 엔딩은 사뭇 진실해 보이고 또 그래서 사랑스럽다.
< U 턴 >과 <조지 클루니의 표적> 등에서 범상치 않은 매력을 발산했던 가수 겸 배우인 제니퍼 로페즈는 이 영화에서 최고의 진가를 보여준다. 기존에 가지고 있는 거친 듯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완벽에 가까운 패션 센스와 세련된 코미디 연기를 보여주는 그녀의 변신은 합격점. 특히 미국 개봉 당시 이 영화와 그녀의 새 앨범 'J Lo.'를 동시에
정상에 올려 놓는 전무후무한 저력을 과시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던
제니퍼 로페즈는 지금 최고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듯 하다. 전형적인
남부 미남인 매튜 매커너히 역시 어눌하면서도 순박한 매력을 유감없이 발산하고 있다. 아카펠라 그룹인 테이크 6(Take 6)의 전 멤버이자
<프리쳐스 와이프> 등의 음악을 담당하기도 한 머빈 워렌(Mervyn
Warren)의 오리지널 트랙도 귀에 착 달라붙는 느낌.
(joycine 이은자 nicole@joycin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