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김희정 |
3월이면 새학기가 시작되고 학교에서는 임원 선거가 있다. 후보들은 반을 위해 학교를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공약을 들고 나와 친구들의 선택을 받는다. 예전에는 엄마들의 치마바람이니 뭐니 해서 3월달이면 시끄러웠는데 중고등학교에서는 어느 날부터 임원을 하면 공부에 방해가 된다며 사양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일부 학생들이 임원을 맡는 이유를 들여다보면 대학에 갈 때 스펙을 쌓기위해 후보로 나서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생각을 나무라기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임원은 반을 위해 학교를 위해 봉사하는 자리가 맞지만 아무도 하지 않는다면 그것 또한 문제이다. 스펙을 떠나 임원이라는 경험이 훗날 자신에게 더 많은 것을 갖다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 봉사의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
학생들이 임원 선거를 통해 하나 더 배울 수 있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다. 공정한 선거를 통해 당선자가 나오면 패자는 승자에게 축하를 하고 승자는 패자를 안고 갈 수 있는 모습도 보여야 한다. 임원이 된 친구는 반을 학교를 어제보다 나은 모습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해 친구들이 자신을 선택한 것이 결코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할 때 선택의 의미도 빛날 것이다.
종종 임원이 되어 친구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생각은 간데없고 오로지 자신를 내세우고 알리는데 힘을 쏟으면 반과 친구들은 어떻게 되겠는가. 임원으로 선택한 친구들이나 선택하지 않는 친구들이나 후회만 남을 것이다. 내년에 이런 친구가 출마를 하면 다시 뽑아주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을 때 임원으로 나서는 후보들이 긴장을 한다.
올해 6월은 지방자치단체 선거가 있다. 지역의 대표를 뽑을 수 있는 선택의 시간이 주권자(유권자)들에게 주어진다. 이미 후보들 중 몇몇은 6.4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졌고 준비하고 있다. 주권자들은 현역 단체장을 보고 4년 전 후보였던 시절과 당선자가 되어 지자체를 이끈 모습을 보고 다시 선택할 수도 있고 낙선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
선거를 치루고 나면 후회만 남는다는 말이 있지만 선택을 하고 후회를 해도 하는 것이 주권자의 자세이다. 선거에 참여하지 않고 후보들이나 당선자들을 싸잡아 비난해 보았자 의미가 없다. 당선자들에게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을 뿐더라 오히려 저런 사람이 있어 내가 당선이 되었다는 생각을 심어주게 된다.
학창시절 임원선거를 아무런 생각없이 한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도 후보를 바라보는 시선이나 공약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임원선거가 비록 반이나 학교를 이끌 대표를 뽑는다고 해도 내가 소속되어 있는 환경을 좌자우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 함부로 투표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투표권을 행사할 때 나와 친하다는 이유로 나와 전 학년 때 같은 반이라는 이유로 나와 같은 성性이라는 이유로 선택하면 반을 위한 마음이나 학교를 위한 마음은 둘 째 치고 끝내 나마저 버림을 받는 다는 것을 아직 모른다. 이런 점은 사회시간에 좀 더 구체적으로 교육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번 지자체 선거 역시 주권자들은 우리 지역을 4년간 어떻게 이끌어갈 지 후보들의 면면을 꼼꼼이 따져보고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공약은 지킬 수 있는지 따져보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뿐만 아니라 과거의 행적과 현재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도 놓쳐서는 안 된다.
선택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내 이웃의 삶에도 영향을 주고 더 나아가서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도 영향을 끼친다. 아이들의 임원선거가 민주주의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처럼 어른들도 이번 6.4 지방선거가 우리 지역을 더 나은 미래 공간으로 만들 수 있는 후보자가 누구인지 관심을 갖고 주권을 행사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