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임진강 그리고 <임진강에서 미래를 보다>
1. 2010년 파주로 이주했을 때, 파주가 갖고 있던 매력은 ‘출판도시’가 있다는 점과 임진강을 옆에 끼고 흐른다는 것이었다. ‘임진강’은 남북이 분단되어 있는 상황에서 더욱 미묘한 느낌을 주는 강이다. 남북을 나누는 실제적인 자연적 경계를 임진강에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진강은 약 272km의 상당히 긴 강이다. 북쪽 강원도 지역의 두류산에서 발원한 임진강은 약 2/3 구간을 북쪽에서 남쪽으로 수직방향으로 흐르다 연천 지역으로 들어오면서 수평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한다. 남쪽에서의 임진강 답사는 홍수 때마다 뉴스에 보도되는 군사분계선(휴전선) ‘필승교’ 옆 ‘태풍전망대’에서 시작된다.
2. 필승교를 지난 임진강은 군남댐으로 흐른다. 여기서부터 실제적으로 보통 사람들이 관찰할 수 있는 지역이다. 필승교 부근은 ‘민간인 통제구역’으로 출입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군남댐을 지난 임진강은 과거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았던 고랑포를 지난다. 연천 지역을 흐르던 임진강은 새로운 물줄기인 한탄강과 만나 임진강이라는 통합된 이름으로 ‘파주 구간’으로 들어선다. 파주 구간으로 들어서면서 ‘주상절리’를 만나고, 율곡 이이의 흔적이 남아있는 ‘화석정’을 지나면서 점점 서해로 향해 흘러가는 것이다. 그 중간에서 만나는 초평도와 장단벌은 분단의 시간 동안 수많은 동식물들의 자연적인 생활공간으로 변모하였다. 한참을 흐르던 임진강은 오두산 전망대 부근에서 서울 쪽에서 흘러오던 ‘한강’과 만나 ‘조강’을 이룬 뒤에 북쪽에서 내려오는 예성강과 만나 서해로 흘러가는 것이다. 3개의 강이 만나는 장면은 강화 평화전망대와 김포 애기봉 전망대에서 관찰할 수 있는데, 애기봉 전망대에서 훨씬 더 생생하게 강들의 만남과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3. 임진강은 조선 시대 대표적인 인물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임진강의 흐름 속에서 상류 쪽에 있는 ‘파산서원’은 우계 성혼이 살던 곳이며, 조금 내려온 ‘율곡리’와 ‘자운서원’이 있는 곳은 율곡 이이가 거주하던 장소였다. 두 사람의 우정과 학문적 논의는 오랜 시간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임진왜란 때, 율곡의 ‘화석정’을 불태워서 임금의 피난길을 도왔다는 이야기는 거짓이라고 한다. 다만 국가의 위기를 예언했던 율곡의 충정을 기렸던 백성들의 심정이 담겨있는 이야기인 것이다. 그때 선조는 백성을 버리고 피난가면서도 찌질함과 자아도취적인 망상의 극치를 보여주었다고 한다. 가까이 살고 있는 우계 성혼이 찾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난하고 오랫동안 가슴에 담고 있다, 훗날 성혼의 벼슬을 박탈하였다고 한다. 임진강 남쪽 구역 상류의 적성, 연천, 마전 지역은 정약용이 암행어사로 활동한 지역이다. 정약용이 기록한 백성들의 비참한 삶의 현장이 바로 임진강 유역이었던 것이다.
4. 임진강은 ‘여울’이 많은 곳이다. 여울은 물이 낮지만 물살이 빨라 어름이 얼지 않는 곳을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삼국시대부터 적의 공격을 막기 위한 성들이 많이 만들어져 있다. 현재에도 남아있는 당포성, 칠중성, 호로고성 등이 오랜 시간 치열하게 싸웠던 우리의 역사를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호로고루성 맞은편에는 지금 많이 부서진 ‘아잔미성’의 흔적도 관찰할 수 있다. 현재의 남북의 대치적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임진강’은 그 지역적 중요성 때문에 끊임없이 역사의 중심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5. 최근 파주 문산 도서관에서는 <임진강에서 미래를 보다>라는 주제로 4번의 강의와 1번의 답사를 기획했다. 임진강에 대한 관심 때문에 개인적으로 답사했던 임진강의 흔적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임진강의 역사와 인물들 뿐 아니라 임진강을 보호하기 위해 활동 중인 ‘환경보호가’의 증언은 현재의 임진강의 중요성과 의미 그리고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임진강 하류 쪽에는 원래 농사를 금지시켰지만, 군사상 이유로 다시 농사를 허용했다고 한다. 농사를 짓지 않으면 오히려 잡초가 높이 많이 자라 시야를 막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출입이 자유롭지 않은 임진강은 그 덕분에 자연 그대로의 생태적 환경이 유지되고 있는 특별한 장소로 바뀌었다. 최근 파주시에서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한강하구’지역을 하천관리라는 명분으로 개발하려 하는 움직임에 환경단체들이 반대하고 있다. 개발과 보호, 그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도 세계 어디에서도 찾기 힘든 특별한 ‘임진강’과 ‘한강하구’의 가치를 제대로 보호하길 바랄 뿐이다. 의도치 않은 행운을 제대로 이용하는 것이 ‘행운’이 이익을 남발하는 것보다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10월 8일은 임진강 답사가 예정되어 있다. 기대되는 날이다.
첫댓글 - 소유로서의 가치보다는 존재로서의 지역 선택이 삶을 윤택하게 한다. 지역 사회의 관심이 보다 깊이있게 진행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