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30일 태백산 눈꽃축제에 다녀왔다.
명절지나고 뒤늦게 기억을 더듬어본다.
축제 마지막날...처음해보는 기차여행으로 미리 예약했는데 둘이 앉는좌석이 마지막이라
운좋다고 기대를 맘껏 하고 설레임으로 준비했다.
여행이라고 설레였는지 잠도 안와서 새벽일찍 일어나 김밥싸고 준비하느라 피곤을 몸에 달고
출발했다.이른 새벽 일찍 역에 나가 7시 08분 출발하는 무궁화 관광열차를 탔다.
매서운 바람이 얼굴을 스치며 매서운 겨울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었다.
역안에는 방학이라 아이들을 위한 부모의 선물이었는지 가족동반 여행객들이 제법 되었다.
사람들틈에서 신랑과 여행의 흥을 한껏 몸으로 느끼며 기차에 오르고 조금은 여유있게 지나치는
창밖풍경으로 겨울의 을씨년스런 시골풍경들을 철길따라 눈속에 넣었다.
관광열차여서 그런지 관광버스에서 흔히 볼수있는 유흥이 어린아이도 있고 학생도 있는데 자연스럽게
술마시고 노래하고 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웬지 부끄럽게 느껴진건 어른들의 관광문화가 그렇게
자연스럽게 정착되었기 때문이겠지만 상황에 따라 바뀌었음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대화하고 풍경들을 감상하고 아니면 모두가 같이 즐길수 있는 의식을 가졌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들은 통로를 맘껏 뛰어다니고 부모는 당연하다는듯 그저 웃기만 하는 것도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5시간이 넘게 걸려 도착하고 미리 예약된 버스에 배정받은 자리로 옮겨타고 태백산 주차장에 도착했다.
아쉬움은 생각보다 시간이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1시는 되어 도착하고 4시 10분까지 차에 타야 한다하니 산을 오를 사람은 바빠야했다.
3시간 30분 코스라하니 눈길에 다녀온다는건 산을 잘타는 사람이나 할수 있겠다 싶었다.
대부분이 내리자마자 점심해결 하러 식당으로 향했고 우린 시간을 아낄겸 기차안에서 김밥으로 미리
해결했다.그런데 아뿔사!!!!!
울산도 올해는 무척이나 춥다고 웅크린 겨울을 맞이했는데 태백산의 칼바람은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악~~~~~~소리가 절로 나는 매서움이 기대했던 여행의 흥을 그자리에서 얼려버렸다.
목도리로 눈만 내놓고 얼굴까지 감싸고 걸어도 바람은 야속하게도 덜덜 떨게 만들며 긴장시켰다.
실망스러웠던건 구제역 파동으로 모든 행사가 취소되고 눈조각공원밖에 축제라할수 없는 썰렁한 모습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눈썰매장은 개장되었다는데 바람이 세차서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들은 이렇게 추운데 어떻게 탈거냐며
아이들을 달래기 바쁜 모습이었다.아마도 부모들이 자신없었던 모양이다.
아이들이야 추워도 잘 견디며 노는데 가만히 있어도 무릎사이 몸 구석구석 바람이 왔다갔다하는 어른들이
몸사리느라 핑계대는 모습이 우스웠다^^
구경은 뒷전이고 유일하게 관람할수있는 석탄박물관으로 사람들은 걸음을 재촉했다.
우선 따뜻한 곳으로 피난하듯 바쁜 걸음으로 들어섰고 대부분 그곳에서 시간을 보냈다.
박물관이 그렇듯 어디선가 본듯한 비슷한 구성으로 되었고 석탄채굴과정등 사진과 사람모형으로 실감있게
당시의 생활을 재현한것이 인상적이었다.
어릴적 봤던 그때 그시절을 떠올리는 생활품들도 아련한 향수를 느끼게하고 그땐 그랬지하며 어려웠던
당시의 모습을 보며 지금의 풍요로움에 감사하는 마음도 가졌다.
영화속 ,텔레비젼에서 많이 봤던 당시의 모습들이 필름으로 기억속을 더듬어가는 즐거움은 실망했던 축제에
대한 아쉬움을 가려주었다.
다행인건 무엇을 많이 보는것에 중점을 두지않고 신랑과 같이 떠나고 많은 시간 이야기를 할수 있고 추억을
하나씩 만들어가는 과정을 행복하게 여기는 둘만의 공통된 의식이 여행의 즐거움을 공유하게 한다는것이다.
박물관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바람부는 눈조각 행사장에선 대학생들이 만든 작품들을 감상하기보다는
사진으로바쁘게 움직이며 촬영해서 눈꽃축제에 왔다는걸 증명으로 남기려는듯 의무감처럼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미녀와야수 ,슈렉,곰돌이푸우등 만화케릭터가 대부분이었고 춥지만 신랑의 주문대로 포즈를 취하며 기록을 남겼다.
두곳에서 시간을 보내니 무엇을 해야할지 시간이 어중간하고 춥기도해서 따뜻한 차를 공짜로 준다는 특산품점에
들러 몸을 녹이고 따뜻한 차를 마셨다.
웃기는건 우리뿐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물건을 사러 오기보단 추위를 피하기위해 그곳에서 삼삼오오 모여
몸을 녹인다는 것이다.그냥 시간보내기 미안해서 당당하게 쉬기위해 취나물한봉지를 사고 여유를 즐겼다.
기차안에서 기대하며 왔을땐 김밥으로 점심해결하고 군것질로 어묵도 먹고 호떡도 먹으며 즐기자했는데 도무지
칼바람맞으며 그걸 먹을 엄두가 안나서 포기했다.먹거리도 그다지없고 서서 먹는 사람도 없고 장사하시는분들만
추위에서 떨고 있는 모습이 전혀 축제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각설이패들이 추위에도 아랑곳하지않고 열심히 춤추며 노래하며 엿가락도 쳐대고 하지만 그앞에서 구경하는 사람도
손가락안에 꼽을만큼 썰렁해서 오히려 안쓰럽단 생각을 했다.
이번 축제는 완전히 그곳 상인들의 주머니도 썰렁하게 만들었을것이라 생각하니 내일처럼 걱정이 되는건
그들도 우리처럼 누군가의 가장이고 보통 사람들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나라도 더 팔기위해 외쳐대는 감자떡장사앞에서 한봉지를 사서 바쁜 걸음으로 대기하고 있던 버스에 올랐다.
태백산 정상은 아니더라도 중간까지라도 다녀오자던 애초 계획은 추위앞에 무너지고 짧은 시간덕에 쉽게 포기했지만
배낭속의 아이젠은 이미 산을 올랐다 생각하고 씨익 웃었다.
기차안에서 보내는 시간동안 여러 가정들을 만날수 있었는데 그들의 모습을 보니 평소의 모습이 훤히 보이는듯했다.
우리옆과 뒤엔 딸둘과 아들을 데리고 온 가족이 있었는데 딸들은 기차안에서 대화도없이 잠만 자는 모습이었고
아빠와 아들은 먹고 장난도하고 하는데 혼자 따로 앉은 엄마랑은 대화도 없고 잠만 자는 모습이 여행떠나는 가족그림과는
너무 먼 모습이라 웬지 씁쓸해 보였다.
누군가가 우리의 모습을 보고 행복이란 두글자를 떠올렸음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우린 보여주기위한 모습이 아니고 즐기는 모습으로 지루한 11시간의 차안 생활도 잘하고 온것같다.
둘이 맞잡은 손으로 앞으로도 여행을 통해서 돌아보는 시간도 갖고 미래를 계획하고 설계하는 부부의 모습으로
한발씩 추억만들며 가기로 약속했다.
지루한 여행길이라도 둘이라서 행복할수 있는 그런 삶을 계속 만들어가길 기대해본다.
새벽부터 잠도 설치고 장시간 차를 타서 피곤하고 지쳤지만 집에 도착하여 배낭을 내려 놓는 순간 일상으로 돌아왔다.
썰렁한 축제가되어 사람들도 예년보다 십분의 일정도밖에 다녀가지 않았다던 여행이지만 신랑과 함께한 추억만들기
한장을 쓰며 노곤한 몸과 마음을 잠속에 내려놓았다.
첫댓글 벌써 기억이 안나려하는데..잘썼네..그래도 난 너무 재미있었어..이것도 평생 잊을수없는 추억일테니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