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이 피었습니다

[권표(상민23)]

봄보다 먼저 오는 고요 그 자체

제비는 오지 않아도 너는 피느니

안쓰럽고 작은 꽃, 네가 필 때면

웬놈의 햇빛은 또 그리 밝아서

백주에도 천둥 울고 벼락 치는가

꺾지도 못하는 꽃, 짙은 보랏빛

-홍해리의 시 제비꽃 필 때

지난 주, 전주에서 일하던 중 마지막으로 내린 겨울비(봄비가 맞나요?)를 맞았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몸이 좀 으쓸거리는가 하더니 그만 감기가 들고 말았습니다. 지난 일요일 하루 내내 끙끙 앓다가 이제 좀 괜찮아졌습니다. 해마다 봄 환절기 때만 되면 지독한 감기로 고생하곤 하는데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자연이란 참으로 신통합니다. 어찌 봄이 왔는지 자연은 사람보다 먼저 알아챕니다. 찬비 속에서도 제비꽃이 전주민속마을 돌담 틈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었습니다. 연약한 줄기를 받치고 조심스레 보랏빛 꽃망울을 펼친 제비꽃, 날렵한 자태가 제비를 닮아서 그런 이름이 붙었을까요? 아니면 제비가 돌아오는 봄에 꽃이 핀다는 뜻으로 붙은 이름일까요? 제비꽃을 다른 이름으로는 오랑캐꽃이라고 한다지요. 긴 겨울 동안 잠잠하던 오랑캐들이 출몰하는 봄에 피는 꽃이라는 뜻에서 붙은 이름이라네요. 곱고 가녀리기만 한 이 꽃에 뜬금없이 붙은 오랑캐란 이름이 우리 민족의 수난의 역사에서 비롯되었다는 말도 있군요.

‘제비꽃’이라면 당연히 조동진부터 생각납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싱어송라이터이지요. 중앙대학교 재학 중에 미8군 락 밴드에서 기타리스트로 음악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979년에 그 유명한 곡 ‘행복한 사람’으로 가요계에 데뷔합니다. 그의 음악적 장르는 포크 락(folk-rock)입니다. 기타, 밴조, 리코더, 하모니카, 만돌린, 바이올린과 더불어 어쿠스틱에만 의존하던 기존의 포크 음악에 비해 전자 기타, 베이스 기타, 신시사이저, 드럼 등 일렉트릭 사운드가 가미된 음악을 포크 락이라 합니다. 밥 딜런과 비틀즈를 이 장르의 창시자로 여기는데, 기존의 포크 음악에 록 비트가 강하게 도입된 것이 특징이랄 수 있습니다.

-조동진의 제비꽃

어쨌거나 조동진은 잔잔하면서도 심금을 울리는 멜로디와 가사로 발표하는 곡마다 대중들의 마음을 크게 움직이는 데 성공합니다. ‘행복한 사람’ ‘나뭇잎 사이로’ ‘겨울비’ 등등. 그러나 대중음악 전문가들은 조동진의 완성형을 ‘제비꽃’에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전곡을 통해 화려하지 않으면서 간결한 어쿠스틱 기타의 아르페지오를 중심으로 다양한 악기가 모나지 않게 끼어드는데, 아코디언, 클라리넷, 하프 등이 풍성하면서도 과하지 않게 배치되어 곡을 이룹니다. 여기에 그가 읽고 감명을 받았다는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와 앙드레 슈발츠 바르트의 <고독이라는 이름의 여인>에 나오는 여주인공들을 뮤즈로 삼아 쓴 노랫말은 조동진이라는 필터를 거치며 은유적이며 서정적인 이야기로 완성됩니다.

-장필순의 제비꽃

여러 가수들이 이 노래를 리메이크해서 불렀지만, 제게 원곡만큼이나 감동을 주는 이은 장필순입니다. 우리나라 여성 포크 록의 대표가수라 할 만하지요. ‘어느새’란 곡으로 데뷔를 한 예쁘지는 않지만 묘한 매력을 가진 여가수인데요, 소위 '조동진 사단'의 일원으로서 '하루',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 '순간마다', '여행' 같은 매력적인 곡을 남겼지요. 지금은 조동진의 동생이자 음악적 동반자인 조동익과 제주에서서 살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칩거하는 듯하더니 얼마 전에 무려 11년 만에 7집 <Soony7>를 발표했답니다.

-조동진의 겨울비

오늘은 조동진과 장필순의 ‘제비꽃’과 더불어 제가 조동진의 노래 중에 가장 좋아하는 ‘겨울비’를 소개합니다. 부디 환절기에 건강 잘 챙기시기 바라며….

[권 영진 (종손)]

좋은 음악 잘 들었다. 해설을 가지고 들으니 재미있구나. 고맙다.

[관리자(권영한)]

이런 좋은 음악이 있었구나...
해설과 함께 잠시 잔잔한 여유를 즐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