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을 생각하지 않고,
필요하면 달려가는 동락점빵
인구 1750명이 살고 있는 영광군 묘량면에는 우리 생활에 필요한 시설이 없어도 너무 없다.
의료 시설이라곤 보건소가 2개 정도 있고(이마저도 한 곳은 매일 여는 것이 아니라, 주 3회정도 연다.), 식당은 5곳 정도,
마트는 농협 은행 안에 있는 작은 축협 간의 마트가 있고,
그리고 동락점빵이 있다.
나는 그나마 차가 있고, 동네에서 가까워 이 곳을 방문해서
필요한 것을 살 수 있고, 또 주문하여 요청을 할 수도 있지만 지역에 사는 어르신들은 이 곳까지 오는 것이 일이다.
슈퍼를 가기 위해서 버스 타는 일이 일상이라는 것을 요즘 사람들이라면 생각치도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 곳 동네 어르신들은 생필품을 사기 위해서는 버스를 타야하고 심지어 읍까지 나가기도 한다.
그 버스도 자주 있는 것이 아니다. 하루에 6대나 있으면 다행이다 싶다.
버스를 타고 나가서 물건을 사면 다행이지만, 이 손목이 아파 필요한 것도 사려다가 다시 놓고 온다.
들고 올 수가 없다. 살 수 없으면, 없는대로 살아야한다.
그렇게 없이 산지 몇년이 되었을까.
동락점빵 사회적협동조합은 지역에서 움직인지 벌써 15년이 넘어가고 있다.
생필품이 필요한 어르신들을 위해 과거에는 일주일에 4번씩 막해마을쪽과 산포마을쪽으로 나눠 장터 운영을 했다고 한다.
아침 9시부터 시작해서 오후 3시에 돌아오는 코스
산포마을 코스는 신흥마을을 시작으로 연천-진천-포천-팔음-학동-내천-삼산-성도-화림-사동-문래-왕촌-용정-유성-구동-신정을 돌고,
막해마을 코스는 장동마을을 시작으로 영당-운암-당산-매선박-효동-몽강-흑석-석전-효성-부성-가리-고교-장등-덕동-막해-영촌을 돌고 온다. (중간에 마을이 빠져있을수 있다. 묘량은 총 42개의 자연부락이 존재한다.)
각각의 마을을 다닐 때, 회관에만 멈춰있는 것이 아니다.
홀로사는 어르신 댁은 잠시 멈춰서 보행카가 있다면 문도 두들겨서 확인해보고 간다.
매번 물건을 안살 수도 있지만, 한 번씩 안부 확인하며 어르신의 일상을 살핀다.
물건을 팔기 위해 두들기는 것이 아닌, 어르신의 안위를 확인하기 위해 두들기는 일.
그렇기에 어르신들은 반갑게 맞아주신다.
어떤 어르신들은 '선사' 하신다며 어느 마을에 무엇을 갖달라하시며 돈을 주시기도 한다.
어르신들간에 서로 감사함이 있으니, 선사도 하는 법. 자연스럽게 배달 일도 함께 한다.
한창 마을을 이동하다보면 점빵차 이동 코스를 아시는지 어느덧 옆에 앉아서, 가는길에 내려달라고도 하신다.
점빵차는 어느덧 어르신들의 무료 이동교통 수단 역할도 일부 하고 있었던 것이다.
10년이 넘게 운영된 동락점빵의 매출을 보면 지역 경제를 알아볼 수 있다.
점차 줄고 있는 매출은 곧 어르신들의 경제력이 저하되고 있는 것이고,
또 구매력있는 어르신들이점차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렇게 지역의 소멸에 점점 가까워지는 그림자를 옆에두고 있다.
물건 팔다보면 어느 어르신은
"물건이 좀 비싼것 같아~" 하시다가, 배달과 점빵차가 오는 것 이야기하면
"어르신들한테 좀 싸게 팔아야지~~" 하신다.
또 어떤 어르신은 감자 한 망이 필요하다고 만원어치만 배달해달라고 한다.
우린 그러면 "네 알겠습니다~" 라고하면서도 속으로는 한 번 더 삭힌다.
돈이 남고 안남는것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존재가 사라진다면 어르신들의 생필품은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
어르신들의 삶은 어떻게 유지가 될 수 있을지...
너무나도 큰 고민이 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가 그 나이가 될 때,
우리도 그런 입장에 처해있진 않을지...
남의 일이 아니고 우리의 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르신들이 계신 곳이라면 어디든지 근처까지 갑니다. 무더위를 피해 정자에 모여계신 어르신들. 살게 없었지만 빈손으로 보내기 미안하시다며 사이다 하나, 과자 하나 등 더 많이 사주시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