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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에 대한 자연주의적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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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 성 (한림대 강사)
1. 무엇이 문제인가?
인간과 유사한 지능을 갖고 유사하게 행동하는 로봇이 발명된다면 우리는 그것을 인격으로 대우해야 하는가? 만약 다른 행성으로부터의 존재와 우리가 서로 관계하게 될 경우, 그 관계의 방식이 적대적일 수도 그 반대의 경우일 수도 있겠지만, 그들을 어떠한 기준에 의해서 인격으로 또는 비인격으로 간주해야 하는가?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하나의 영혼이며 인격인 동시에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일상 어법에서는 '영혼(soul)', '인격(person)', '사람 또는 인간 (man or human being)'은 흔히 서로 교환되어 사용되고 있지만 록크가 주장하듯이 이것들은 철학적 동의어는 아니다. 다음의 문장을 살펴보자. '다른 행성에는 인간이 아닌 인격이 존재할지도 모른다.' 이 문장이 유의미하다면 인격과 인간은 동의어가 아니다. 바로 여기서 우리는 철학적 논쟁의 싹을 엿볼 수 있다. '영혼'이 이원론적 또는 형이상학적 개념이라면 '인간'은 생물학적 또는 자연종(natural kind)적 개념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격 개념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인격'은 철학적으로 투명하지 않은 개념이다. 논자는 인격에 관한 이론을 그 설명 방식의 특징에 따라 세가지로 나누고자 한다. 그것들은 이원론적, 심리주의적, 자연주의적 설명으로, 인격 개념과 관련된 서로 다른 직관에 각기 호소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인격에 관한 이원론적 이론은 인격의 존재론적 근거를 이원적 실체인 영혼에서 찾는다. '단순 이론'이라고 불리우는 현대판 이원론은 '인격'은 결코 경험적 개념을 사용하는 환원적 정의를 허용치 않는 고유하고 궁극적인 것임을 암시한다. 한편 심리주의적 설명은 동일한 인격의 필요 충분 조건으로 심리 지속의 관계를 주장하는 방식을 사용함으로써, '인격'을 심적 개념을 사용하거나 그것들로 환원시켜 설명한다. 이 설명에 따르면, 어떤 존재가 동일한 인격으로 존재하기 위하여 그것이 반드시 동일한 인간 또는 동일한 동물일 필요가 없으며, 적절히 설명되는 지속적인 심리 관계를 유지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인격에 관한 동물적 속성 이론을 표방하는 자연주의적 설명은 어떤 존재가 인격이기 위한 필요 조건으로 그것이 하나의 자연종이어야 함을 주장한다. 개체적 자연주의(Individuative Naturalism)로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는 위긴스는 인격은 유기체의 한 종류이며 그들의 정체성은 법칙적으로 (nomologicallly) 주어진 개념으로 구성된다고 주장한다. 그것들이 어떤 것이든 간에 그것들은 자연에 속하는 것들(things in nature)이다. 반면에 인공종은 자연에 속하지 않으며 그 정체성은 법칙적으로 주어진 개념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이 이론은 우리가 인지하는(recognize) 인격은 인간임을 보임으로써 우리가 어떤 것이 인격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때 사용하는 기준은 결국 우리가 인간에게 적용하는 속성들이라는 것을 주장한다. 이러한 반성 과정을 통해 '인격'은 인간이란 자연종이 갖고 있는 상위차원적 속성으로 해석하며 자연종이 아닌 것에 대한 인격 개념의 적용에 배타적인 태도를 취한다.
심리주의적 설명 방식과 자연주의적 설명 방식의 구분에 대한 오해가 있을 수 있는데, 그것은 심리적 속성이 비자연적 속성을 함축하지는 않는다면 인격을 심리적 개념으로 환원시켜 설명하는 방식이 반드시 자연주의적 설명과 대조된다고 볼 수는 없다는 점이다. 또한 자연주의적 설명 방식을 취하는 철학자들이 인격을 물리적 개념으로 오로지 환원시켜 설명하려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자연주의적 설명 방식이라는 이름이 적절치 않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인격을 심리적 개념으로 환원시켜 설명하는 방식과 자연종적 개념하에 포섭시켜 설명하려는 방식에 대한 비교 작업에서 인공종적 인격에 관한 논쟁은 중요하며, 이 점에서 본다면 두 설명 방식의 구분이 그 차이점을 적절히 드러내 준다고 할 수 있다. 인공종적 인격과 자연종적 인격에 대한 논쟁의 배경에는 기능주의와 동물적 속성 이론이 있다. 그러나 기능주의 대 동물적 속성이란 구분 대신 심리주의적 설명과 자연주의적 설명이란 더 일반적인 구분을 사용한 데에는, 록크의 경우에서 보아지듯이, 반드시 기능주의를 함축하지 않고도 자연주의적 설명과 양립가능하지 않은 예들이 심리주의적 설명안에서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심리주의적 설명과 자연주의적 설명의 차이는, 전자가 '인격'과 '인간'의 의미론적 차이로부터 서로 다른 존재론적 함축을 끌어내는 반면 후자는 그 차이를 좁히며 동화시키는 데에 있다. 심리주의적 설명은 초견적으로는 매우 그럴듯해 보인다. 어떤 사람이 동일한 인격인가 아닌가에 대한 우리의 직관은 그의 신체적 조건이나 생물학적 조건으로 기울지 않고 그의 책임과 관심이 동반되는 마음이나 의식으로 기울기 때문이다. 또한 인간은 동물의 한 종이긴 하지만 본능에 따라 반응하는 다른 동물과는 달리 스스로 행위하는 자율적 존재이며, 이러한 구별을 우리는 '인간'이라는 생물학적 용어외에 '인격'이라는 또 다른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수행한다는 사실은 자연주의적 설명의 부적절성을 암시하는 듯하다.
그러나 문제는 심리주의적 설명이 의외로 우리 자신의 본성에 대하여 받아들이기 어려운 몇몇 믿음들을 함축한다는 데에 있다. 인격은 실체가 아니며 심리적 연결의 관계에 불과하다는 파핏의 말대로 '인격'을 자연종적 개념으로 이해하지 않고 국가와 같은 구성적 개념으로 이해할 경우, 우리는 약정에 따라 어떤 인위적(비자연적) 존재에게 인격의 지위를 부여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이론은 지능을 갖춘 로봇이 인격으로 대우받을 수 있는 이론적 배경을 제공해 준다. 파핏이 제시하는 융합되거나 분열, 복제된 인격들에 관한 비현실적인 사례들 외에도 실제로 우리가 사용하는 '법인체'와 같은 용어를 상기할 때 --- '법인체'는 사회적 구성물에 법적 책임의 주체로서 인격의 지위의 부여를 함축한다 --- 파핏의 주장이 전혀 비현실적인 것 같지는 않다. 미래에는 로봇과 같은 인공종도 인간과 나란히 인격적 존재로서 대우받는 것이 요청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공상 과학적인 추측에 선행되야 할 작업은 심리주의적 설명과 자연주의적 설명에 대한 반성적 검토일 것이다.
이러한 문제 의식을 바탕으로, 본 논문은 심리주의적 설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2장), 자연주의적 설명을 통하여 그러한 문제점들이 극복되는 것을 보인 후(3장), 자연주의적 설명에 예상되는 비판에 답함으로써(4장), 그 우월성을 보이고자 한다.
2. 심리주의적 설명의 특징과 그 문제점
인격 동일성을 자의식, 공의식성, 심리적 연결, 심리지속 등과 같은 개념을 사용하거나 그것들로 환원시켜 설명하는 입장들을 심리주의적 설명이라 부르자. 심리주의 이론가들은 인격과 인간의 동일성 조건이 다르다는 록크적 직관을 기본적으로 받아들인다. 이 점을 설명해 보자.
록크는 인격 동일성 문제를 인격의 의미 규정의 문제로 본다. 인격의 의미가 확립된다면 동일성 조건은 그로부터 도출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록크는 인격, 즉 사유하는 지성적 존재의 본질을 의식에서 찾는다. 따라서 인격 개념은 영혼과 같은 비물질적 실체 개념이나 인간과 같은 생물학적 개념과는 본질적으로 구별된다는 것이다. 현대의 심리주의 이론가들이 인격 동일성의 문제를 의식의 통시적 통합의 문제로 보는 기본적 시각은 록크적인 것이다.
록크는 인격과 인간과 영혼의 동일성 조건을 각기 구별하여, 오로지 동일한 의식만이 동일한 인격을 구성하며 동일한 의식은 동일한 인간이나 동일한 영혼과는 우연적인 관계만을 갖는다고 주장한다. 예컨데, 동일한 영혼이 다른 시대의 다른 인간을 통하여 환생된다 해도 동일한 의식을 갖지 않는한 그는 동일한 인격이 아니다. 또한 의식이 미치는 한 다른 시대의 다른 인간이라 하더라도 그들은 동일한 인격이라는 것이다. 록크가 말하는 의식은 비물질적 실체에 수반되는 것도 아니며 어떤 물리적 또는 신체적 기반 없이 독자적이며 독립적으로 이동가능한 것이다. 현대의 심리적 환원주의자들이 심리적 연결의 개념을 바탕으로 인격의 생존(survival)을 설명하며 인격의 복제나 분열을 허용하는 것은 록크적인 발상이 발전 계승된 것이다. 그들은 록크와 마찬가지로 정상적인 경우 동반되는 신체지속성이 유지되지 않아도 심리지속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록크가 제시한 군주의 신체이전(body transfer)의 예 이후, 관련 문헌에 쏟아져 나온 사고실험(thought experiment)들이 암시하는 것은 이 문제의 관건은 신체와 의식의 분리가능성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신체이전, 부활, 환생과 같은, 예컨데 신체와 의식의 분리가능성을 전제하는 상황들을 논리적 모순 없이 상상할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의 동일성 기준은 신체에, 인격의 동일성 기준은 의식에 있다는 록크적 직관에 이끌리지 않을 수 없다. 한 인격이 필연적으로 한 인간이 아닌 상황들의 상상가능성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인격과 인간의 동일성 기준은 구별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제, 인격과 인간의 동일성 기준을 구별할 경우, 어떠한 문제점이 야기되는지 살펴보자. 첫째, 심리주의 이론가들은 한 인격이 필연적으로 한 인간임을 부정한다. 그러나 한 사람이 과거의 어떤 사람과 동일한 인간(동물, 생물체)이 아니면서 동일한 인격이라는 주장을 우리는 과연 어떠한 방식으로 이해해야 하는가? 만약 인간과 인격의 동일성 조건이 같다면 '나는 동일한 인간인 동시에 동일한 인격'이라는 일반적인 생각이 정당화된다. 만약 인간과 인격의 동일성 조건이 다르다면 우리는 서로 다른 두 개의 개별화의 원리를 사용하여 우리들을 구별해야 하는데 이는 우리의 일상적 삶의 형식과 정합적이지 않은 것 같다. 우리들은 과연 어떠한 존재인가? 우리는 갑순이를 복순이나 갑돌이로부터 구별해 주는 서로 다른 두개의 원리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 종의 개별화의 원리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또 다른 개별화의 원리를 갖는 그러한 존재인가? 그러나 록크는 이 점에 주의하지 않으며 오히려 우리가 자의식이 없는 인간에게 행위의 책임을 묻지 않는 일상적 사례를 근거로 x가 동일한 인간이며 동일한 인격임은 필연적이 아니라고 한다. 록크는 과거의 군주와 그의 자의식과 기억을 갖고 있는 현재의 구두수선공은 동일한 인간(man)은 아니지만 동일한 인격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군주와 구두수선공은 동일하다' 또는 '군주가 구두수선공이다'와 같은 문장의 진리가를 우리는 어떠한 방식으로 결정해야 하는가?
둘째, 심리주의적 설명에 따르면 '인격'과 '인간'은 공내포적 개념도 공외연적 개념도 아니다. 록크는 비이성적이며 바보인 인간은 인격이라 부를 수 없는 반면, 만약 앵무새나 고양이도 사유와 의식활동을 한다면 그들은 지성적인 이성적 존재라고 말한다. 이러한 록크적 직관을 받아들이는 신록키안들은 외계인이나 인조 인간 또는 로봇(automaton)을 인격이라고 부르는 것을 허용한다. 심리주의적 설명은 인격 동일성의 조건으로 심리적 연결의 관계를 주장하며, 따라서, 어떤 것이 그 조건을 만족시키면 그것이 앵무새이건 로봇이건 또는 서로 다른 두 신체적 인간이건 간에 그것들은 동일한 인격이다. 그러나 인간들 상호간에 갖는 관심은 다른 동물종들에게 갖는 관심과도 구별되며, 아무리 정교한 자동기계라 할지라도 인공적인 것에 대해 갖는 관심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심리지속성 이론가들은 인조인간을 인격으로 대우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운 것처럼 이야기 하지만 그들이 우리와 기능적으로 유사한 의식활동을 한다해서 그들을 행위의 책임을 동반하는 윤리적 주체로서 대우해야 한단 말인가?
3. 자연주의적 해결
3.1 동일성의 종 의존성 논제
심리지속성 이론에 의하면 한 인격은 필연적으로 한 인간이 아니다. 그러나 한 인격이 동일한 인간(동일한 동물, 생물체)이 아니라는 명제의 진리가를 우리는 어떠한 방식으로 부여해야 하는가? 기취의 논제 R, '동일성의 상대성 논제 (the thesis of the relativity of identity)'는 이 문제를 쉽게 해결해 주는 듯하다. 동일성의 상대성 논제는 자기 동일한 어떤 것은 다른 종류의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군주와 구두수선공은 동일하다'와 같은 문장에서 기취는 'a는 b와 같다'는 표현의 동일성 문장은 의미론적으로 불완전하기 때문에 의미론적 완전성을 제공해주는 일반 명사가 덧붙혀져야 한다는 상대적 동일성 이론을 제시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a는 b와 동일한 f이지만 서로 다른 g이다'라는 문장이 참일 경우, 우리는 a와 b는 절대적으로 동일하지는 않지만 상대적으로 동일하다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f나 g는 '종류'를 나타내는 서술어나 명사를 말한다. 동일성 문장에 부과될 수 있는 일반 명사(general term)는 실명사(substantive)로 한정되는데, 실명사란 그 명사의 의미를 아는 것이 그 명사의 동일성의 기준을 아는 것을 포함하는 명사를 말한다. 예를 들어 '인격'과 같은 명사가 부가될 경우, 동일한 인격의 기준을 아는 것이 필요하다. 기취가 말하는 동일성의 기준은 그것에 따라 동일성이 판단되는 바로 그것이다. 다시 말해서 그것은 경험적인 증거의 의미가 아니라 동일성의 기준과 동일성 문장의 관계가 논리적 함축의 관계를 가지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군주와 군주의 의식을 갖는 구두수선공은 절대적으로 동일하지는 않지만 상대적 동일성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정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동일성의 상대성 논제는 전통적인 라이브니쯔 법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문제를 일으킨다. 왜냐하면 a와 b는 동일한 대상이면서 a에 대해서 참인 속성이 b에 대해서는 참이 아닌 모순에 빠지기 때문이다.
기취의 동일성의 상대성 논제에 대해서 위긴스는 동일성의 절대성(the absoluteness of sameness)을 주장하는 라이브니쯔의 법칙을 받아들이는 논제 D, '동일성의 종 의존성 논제(the thesis of the Sortal Dependency of Identity)'를 주장한다.
" D: a=b의 필요 충분 조건은 다음과 같은 종 개념 f가 존재하는 경우이다.
(1) a와 b가 f의 외연인 한 종에 속한다.
(2) x가 f에 속한다고 말하는 것은, 또는 x는 f라고 말하는 것은 x가
무엇인가를 (아리스토텔레스적인 의미에서) 말하는 것이다.
(3) a는 b와 동일한 f이거나 a는 f에서 b와 일치한다, 즉, a는 f의 구성원
으로 요구되는 방식으로 b와 일치한다."
절대적 동일성 이론에 따르면, 'a와 b가 동일한 f이다'와 'a는 b와 동일하다'는 논리적 동치이다. 위긴스는 라이브니쯔의 법칙을 자명한 원리로 본다. 만약 a가 b와 동일하다면 도대체 어떻게 대상 a에 대하여 참인 속성이 대상 b에 대하여 참이 아닐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자명하지 않을 수 없다. 'a는 b와 동일하다'와 같이 동일성의 규준이 제공되지 않은 있는그대로의 절대적 동일성 문장에서 동일성 개념의 원초성과 종 의존성 논제를 위긴스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리는 항상 '그것이 동일한 무엇이냐?(same what?)'고 물을 수 있다. '그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알려졌건 알려지지 않았건 간에 어떤 대답은 반드시 존재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그렇게 존재하는 바로 그것'이기 때문에 '그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답될 수 없는 것은 없다고 말한다. 위긴스 이론의 특징은 '동일한 무엇이냐?'의 질문에 대하여 아리스토텔레스적인 대답을 주는 것이다.
위긴스에 의하면, 동일성 문장이 요구하는 것은 동일성의 종류를 확정시킬 수 있는 의미론적 완전성이 아니라, 있는그대로의 개별자(bare particular)를 지칭가능하게 할 수 있는 종 개념(sortal concept) 명사이다. 우리는 종 개념 명사를 제공함으로써 지칭체를 확정시킬 수 있으며, 그럼으로써 동일성 문장을 라이브니쯔 법칙 아래에 두게 된다. 따라서 만약 인격을 자연종 개념 명사로 볼 경우, '군주와 구두수선공은 동일한 인격이다', '군주가 바로 구두수선공이다', '군주와 구두 수선공은 동일한 인간이다'는 참이건 거짓이건 간에 동치 문장들이다. 위긴스는 인격을 자연종적 개념으로 포섭시킴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만약 군주와 군주의 자의식을 갖는 구두수선공이 동일하다면, 군주가 갖는 모든 속성과 구두수선공이 갖는 모든 속성은 동일해야 한다. 우리가 라이브니쯔 법칙을 보존하고 싶을 경우,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동일하다고 주장되는 것들의 지칭체를 명확히 줄 수 있는 종 개념 명사이다. 따라서 위긴스에 의하면, 구두수선공의 자의식 --- 자신을 군주로 여기는 --- 이 인격의 동일성 기준이 될 수 없다. 록크의 예를 받아들일 경우, 구두수선공은 군주이기도 하며 군주가 아니기도 하는, 다시 말해 두 개의 서로 다른 개별화의 원리가 적용되는 존재가 되버리기 때문이다. 동일성의 종 의존성 논제는 심리지속성 이론에 대한 복제반론을 우회적으로 지지해준다. 나와 인조 인간사이의 심리지속성의 관계가 나와 그것과의 인격 동일성을 보장한다면 우리는 두 개의 개별화의 원리에 귀속되는 삶의 형식을 갖게되기 때문이다.
3.2 동물적 속성 이론
인격과 인간의 의미론적 차이를 엄격히 구별하는 록크적 직관은 생물학적 용어로 '인격'을 설명하거나 심리적 용어로 '인간'을 설명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인간이라는 동물종의 특성은 반드시 물리적 또는 생물학적 용어로 기술되야 한다는 말인가? 두팔과 두다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인간의 속성이고 자의식을 가지며 자신의 행복과 불행에 민감함은 인격의 속성인가? 만약 자의식을 가진다는 속성이 인간 종에 귀속되는 종적 특성이라면 우리는 '인간'을 설명함에 있어서 심리적 개념을 사용할 수 뿐이 없고 어쩌면 '인격'과 '인격 동일성'에 관한 설명에 사용되는 모든 용어들이 '인간'의 설명에도 동시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록크는 인격의 의미 규정에서 심리적 개념이 담당하고 있는 역활은 원초적이며 물리적 개념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록크를 비롯한 심리주의 이론가들이 '인격'의 의미가 인간 의존적이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록크가 말했던 인격의 본질적 특성들은 인간이라는 동물 종에 귀속되는 상위 차원적 속성들이다. 인격이 인간종의 상위차원적 속성을 이해하는 방식이라면 그 의미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인격과 인간은 동일한 대상들을 지칭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인격에 관한 동물적 속성 이론(the animal attribute view)은 인격의 필요 충분 조건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x가 다음과 같은 종적 특징을 갖는 종의 구성원인 오직 그 경우 x는 한 인격이다. 즉, 지각하며, 느끼며, 기억하며, 상상하며, 욕구하며, 계획을 세우며, 의도하며, 의지대로 움직이며, 말하며, 계획을 실행에 옮기며, 나이가 듬에 따라 성품이 만들어지며, 행복하거나 불행하며, 같은 종이나 유사 종의 구성원들에게 관심을 가지며, --- (또 다른 특성들을 열거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하기 바란다), 자신들을 방금 열거한 것들을 할 수 있는 존재로 여기며, 또한 자신들을 경험 기억으로써 과거에 다가가며 의도로써 미래에 다가가는 존재로 여기며, --- 자신들을 이와 같은 존재로 여기는 존재들을 그 구성원으로 가지는 종의 구성원인 경우이다."
인격은 위에서 열거한 심리적 속성들을 모두 보유할 수 있는 생물학적 능력을 가진 그런 종의 동물이다. 인격은 자연종으로 주어진 것, 즉 하나의 동물임과 그 동물종의 기능적 특성화(functional specification)나 체계적 구성요소(systemic component)로 특징지워진다. 체계적 구성요소에 관한 설명은 일종의 기능적인 것으로 동물에 대해 비생물적인 자격 조건이 주어지는 것이다. 종적 특징이 반드시 생물학적인 용어로 기술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이 이론은 인간이 아닌 다른 자연종이 인격일 수 있는 이론적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는다. 어떠한 자연종이 인격인지 아닌지는 그 자연종의 실재적 본성(real essence)에 의존한다. 자연종의 특징은 그 종의 실재적 본질이 자연에 의해 주어진다는 점에 있다. 따라서 어떤 특정한 자연종의 변화의 한계, 속성들을 확정할 수 있는 방식은 자연 법칙에 의거한 경험적 발견에 의존한다.'인격'을 물리적 자연의 법칙적 기초를 갖는 자연종적 개념으로 보기 위해서는 여러 자연종적 존재의 실재적 본성에 대한 과학적인 동시에 구체적인 규명이 요구된다. 그것은 인격이 자연종 개념에 얼마나 포섭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답도 제공할 것이다. 자연종으로서의 인격의 실재적 본성은 생물학이나 신경생리학이나 심리학, 심지어는 역사학, 경제학, 인문학, 정신분석학등의 경험적 탐구를 통하여 밝혀낼 문제가 된다.
동물적 속성 이론에 제기될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문제점은 어떤 동물종의 동일성 조건을 구성하는 속성들의 한계가 불투명하고 모호하다는 점이다. 앞서 열거한 종적 특성들이 우리가 대부분 사람들에게 귀속시키는 특징들인데도 불구하고 '---'에 어떤 것들이 더 채워져야 하는지가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위긴스는 인격 동일성 조건의 기술의 본질적인 불완전성에 주목한다. 인격의 정의는 우리가 집과 같은 것의 명목적 본질을 생각해 내는 방식과는 다르기 때문에 투명한 정의를 기대한다는 자체가 문제의 본질을 바로 보지 못하고 있다고 하겠다. 위긴스가 경험 과학의 미래만이 인격의 실재적 본질을 밝혀줄 수 있다고 말했다는 점을 미루워 볼 때, 우리는 그 기술은 열려진 채로 남아있을 수 뿐이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연종의 특징은 그 종의 실재적 본질이 자연에 의해 주어진다는 사실이며, 그러한 본질로 기술된 속성들을 실제로 갖고 있다고 경험적으로 밝혀진 동물종은 인간이라는 점이다. 결국 동물적 속성 이론은 이론적으로는 다른 동물종의 인격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지만 경험적으로 그것을 차단한다.
그러나 여전히 다음과 같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심리주의적 이론이 인격의 통시적 동일성의 조건을 공의식성 또는 인과적 심리지속성으로 설명하는 반면, 동물적 속성 이론은 인격의 자연종적 특성에 대해서 이야기할 뿐 인격의 통시적 동일성 조건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다. 그렇다면 두 이론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러한 의문은 일면 타당하다. 인격의 통시적 동일성은 인격 동일성을 논리적으로 전제하기 때문에, 심리주의는 어떤 것이 공의식성을 가진다고 기술될 수 있으면 그것이 인공종이라 하더라도 인격인 논리적 가능성을 허용한다. 한편 동물주의는 인격 동일성의 필요 조건으로 자연종을 주장하지만 통시적 동일성의 충분 조건을 적극적으로 언급하지 않기 때문에 인격의 통시적 동일성에 관한 한 실질적인 판단의 기준을 제공하지 않는 것 같기 때문이다.
이제 구체적인 예와 함께 이 문제를 살펴보자. 록크적 직관이 그대로 담겨있는 기억상실증 환자의 반례는 동물주의 이론에 제기될 수 있는 본격적인 반론이다. 물론 록크가 제시한 군주의 신체이전의 예는 기억상실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분명하게 심리주의적 직관을 드러내주지만 동물주의 이론에는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없다. 왜냐하면 자연주의자라면 인격 분열의 법칙적 불가능성을 주장한 동일한 이유를 가지고 신체이전의 법칙적 불가능성을 주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피상적 반례는 두뇌 이식의 경우가 되겠다. 한 인격에 속하는 두뇌가 다른 신체로 이식되는 것이 원리상 가능하다고 가정할 경우, 심리주의는 주체(자아, 인격)가 두뇌와 함께 옮겨갔다는 가정 또한 받아들인다. 그러나 동물주의자들은 그러한 반론의 방법이 잘못되었다(misguided)는 것을 주장함으로써 그 반론이 성공할 수 없음을 주장한다. 두뇌 이식에 관한 사고 실험이 동물주의의 반례로 성립하기 위해서는 유기체는 모듈 시스템과 같이 탈중앙식(decentralized) 체계라는 전제가 먼저 받아들여져야만 한다. 자연주의자들은 많은 경험과학적 연구 결과가 유기체의 총체적 특성을 지지해주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유기체의 한 부분이 동일한 기능을 하는 다른 것으로 언제든지 대치 가능하다는 생각은 유기체에 대한 잘못된 이해로부터 연유한 것임을 지적한다. 모듈의 특징은 연결되기(plug in) 전의 독립적인 단위(unit)에 있지만 유기체의 특징은 전체가 하나의 기본 단위로서 기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동물적 속성 이론에 적용될 수 있는 실질적 반례는 기억상실증 환자로 좁혀진다. 위긴스는 기억상실증 환자에 대하여 우리가 내릴 수 있는 네가지의 가능한 평가 방식을 논의하는데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기억상실증 환자에게는 어떤 인격 개념의 적용도 무효다.
(2) 기억상실증 환자는 상실 전과 동일한 인간(유기체, 동물)이지만 다른 인격이다.
(3) 기억상실증 환자는 기억 상실전의 역활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는 상실 전의
인격과는 다른 인격이다. 그리고 라이브니쯔 법칙에 따라서 다른 인간(유기체,
동물)이다.
(4) 기억상실증 환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한 인격이며 동일한 인간이다.
(1)은 사람들이 실제로 기억상실증 환자에게 적용하는 관점이 아니다. 사실 기억을 상실했다는 이유로 인격에서 배제되지는 않는다. 록크적 관점은 기억을 상실했을 경우 인격체가 아니라고 주장되는 것이 아니라 상실전의 인격과 동일한 인격이 아니라고 주장된다. 다시 말해 동일한 인간이긴 하지만 심리적 연결의 관계가 단절됨으로써 다른 인격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록크적 관점은 (2)에 의해 대표된다. (2)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록크적 직관에 호소함으로써) 라이브니쯔 법칙을 위배하는 비정합적인 결정이다. 왜냐하면, 만약 기억상실후의 y가 기억 상실전의 x와 동일한 동물이며, y가 인격이라면, y는 x였던 인격이다. 따라서 y는 x와 동일한 인격이기 때문이다. 한편, (3)과 (4)는 둘 다 라이브니쯔 법칙을 위배하지 않는다. 한편 (3)은 통시적 동일성 조건인 공의식성 또는 심리지속성을 기능적 역활로 설명한다. 그러나 이 관점은 실체적 동일성의 기준이 약정적이 되어버린다는 문제점을 스스로 해결해야한다. 또한 일상적으로 통용되는 인간의 동일성 기준과도 위배된다. 마지막으로 (4)는 동물주의 이론에 의해 지지된다. 기억상실로 인하여 공의식성의 조건, 또는 심리 지속의 관계가 깨어진다해도 그는 동일한 인간이며 라이브니쯔의 법칙에 따라 동일한 인격이다.
위긴스를 비롯한 아리스토텔리안들은 자연종은 자연적 법칙에 의해 주어진 본질적 속성이 파괴되지 않는 한 자기 동일성을 유지한다고 이해한다. 따라서 자연종의 통시적 동일성 조건은 자연에 의해 주어진 종적 본질에 의존한다. 자연종의 실체적 동일성의 원초성은 대상을 지칭으로 고정시키는 언어 활동과 관련되며 통시적 동일성의 원리는 우리가 그 대상을 확인하여 동일한 이름으로 지칭하는 언어 활동과 관련된다. 그리고 대상을 지칭하거나 확인하는 기준의 정당화는 자연적 본성에 의해 판명된다는 의미에서 객관적이다. 그러나 록크적 관점에 의하면 한 인격은 자의식에 의해서 동일성이 주어지며 (이는 확인의 과정이 아니다) 그와 함께 통시적 동일성의 문제까지 스스로 해결한다. 그러나 이러한 의식-주관적 설명방식으로부터 인격의 개별화의 원리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통시적 동일성 조건이 종적 본질에 의존한다는 대답은 여전히 불충분하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현실적으로 인격 분열증이나 다인격증이라는 말이 통용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한 신체와 한 인격의 일치를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인격 분열증이나 다인격증이란 말이 전제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다름아닌, 하나의 신체에 하나의 인격이 인간의 본질적 속성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그 환자들은 때로 하나의 통합된 인격으로 자신을 지각하며 그러한 상태가 유지되기를 바란다. 만약 한 신체에서 다 인격이 현실화되는 것이 허용된다면, 다시말해 인간과 인격이 서로 다른 개별화의 원리를 갖는다면, 우리는 두 종류의 신분증을 지니고 다녀야 할 것이다.
동물적 속성 이론은 록크적 직관이 갖는 문제점을 극복하는 중요한 함축을 지닌다. 록크는 엄격한 의미론적 이원론을 고집한 나머지 인격과 인간의 개별화의 원리를 구별하는 자기 함정을 파게된다. 그러나 동물적 속성 이론은 인격은 의식활동적 존재라는 록크적 직관을 그대로 간직하면서 동시에 심리적 환원주의가 스스로 빠지게 되는 함정, 즉 서로 다른 두 개의 개별화의 원리에 우리를 귀속시키는 것으로부터 구제할 수 있다.
4. 자연주의적 설명에 대한 비판과 그 답변
심리주의 이론가들은 사람들이 인조인간들을 인격으로 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지적하며 그렇다면 인조인간을 인격으로 간주하게 하는 인격 이론이 보다 더 적합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인간과 생물학적 조건은 다르지만 우리와 같은 기능적 특성을 갖는 존재를 놓고 그것들이 단지 동물종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인격에서 제외된다는 것은 반직관적이라고 말한다. 또한 심리 상태를 기능적 상태로 보는 기능주의적 시각은 인격 동일성 조건은 사회적 또는 법적 목적에 적용하게끔 교정될 수 있다고 본다. 예컨데 슈우메이커는 우리가 비동물적 인격들, 즉 법인체와 같은 것에 법적 권리를 준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동물주의를 비판한다. 기능주의자들은 자연주의가 인격에 대한 생물학적 관점만을 강화시키고, 인격 개념의 토대를 자연종에 국한시킴으로써 인격 개념의 발전 가능성을 차단하는 일방성과 편협성에 안주한다고 비판한다. 인공종적 인격(artifact person)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기능주의 원리는 인간중심적 배타주의를 넘어서는 길이라는 것이다. 또한 자연주의자들이 당혹감외에는 아무것도 건질 것이 없다는 사고실험을 그들은 즐겨 사용하며, 오히려 그 당혹감은 우리가 다른 개념 체계, 다른 존재론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일종의 보수성이 드러나지는 것으로 본다. 언어와 개념 체계는 발전하고 있으며 인격 개념도 그 예외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격을 심리적 구성물이나 사회적 구성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그리고 있는 세계는 개별화의 원리가 분명한 동물이나 유기체를 대신해서, 동일성이 발견의 문제가 아니라 약정이나 해석의 문제가 되는 인공종들이 인격으로 대우받는 세계다. 그러나 자연주의적 관점은 우리가 로봇이나 자동기계와 같은 인공종에게 주는 관심은 고차원적 동물이나 저차원적 동물에게 주는 관심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임을 강조한다. 인공종은 생명을 가지지 않으며 자연적 법칙의 원리에 따라 존재가 근거지어지거나 개별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동물적 속성 이론은 인격의 필요조건으로 하나의 자연종임을 주장함으로써 인공종적 인격에 대한 배타적 입장을 견지한다. 어떤 것이 순수한 느낌을 가지고 목적을 가지고 관심을 가지는 존재려면 그것은 적어도 어떤 종류의 동물이어야만 한다는 것이 동물주의자들의 기본 전제이다. 동물주의는 인공종적 인격의 가능성과 그에 대한 해명(예를 들면 기능주의를 통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전략을 통하여 인격의 존엄성을 보호하며 인격의 비자연화를 거부한다. 인격을 비자연화시키는 위험성을 경고한다는 의미에서 자연주의적 설명은 규범적 성격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심리주의적 설명은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해 갖는, 대상적 존재와 주체적 존재의 이중적 시각을 부채꼴 모양으로 넓혀가는 방식을 취한다. 록크적 관점에 의하면 동일한 두뇌를 갖는다는 것은 인격 동일성의 필요 조건도 충분 조건도 아니다. 우리는 의식 존재로서의 나와 신체적 존재의 나의 일치가 우연적인 이원적 존재가 된다. 그 결과 인간은 생물학적 대상으로 전락해버리며 인격은 의식 활동을 가능케하는 프로그램 같은 것으로 묘사된다. 그래서 마치 그 프로그램이 어떻게 작동되는가를 잘 설명해 주는 이론이 인격 동일성에 관한 최적의 이론인 것처럼 생각된다.
그러나 자연주의적 설명은 인공종의 동일성 조건은 우리들이 구성하고 부가한 것인 면, 진정한 실체의 동일성은 자연에 의해서 주어진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이 점을 간과하게 되면, 록크처럼 이원론에 빠져버리거나 신록키안들처럼 인공종적 인격을 허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연주의적 설명은 또한 인간과 인격이 지칭적으로 통합된다는 사실에 주목하여, '인격'이 자연종적 개념으로 포섭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강조한다. 자연주의자들은 심리주의자들에 의해서 완전히 분리되어 버린 인격과 인간을 서로 가까이 끌어당기는 동화 작업을 하는 것이다. 그들은 인격과 인간의 이중적 시각 중 하나만을 강조할 경우 예상되는 탈선을 두 시각을 적절히 조화시킴으로써 극복하려 한다. 그것은 인격이 자연종임을 토대로 종적 특성을 제공하는 동물주의 이론으로 가능하다. 위긴스는 자신의 이러한 시도는 인간의 윤리적 본성과 물리적 본성에 사이의 틈새를 메꾸려는 하나의 몸짓이라고 말한다.
자연주의자들은 우리가 인간과 인격의 서로 다른 개별화의 원리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은 우리의 삶의 형식과 비정합적인 것이라고 본다. 인간은 자연종적 개념이며 이 말은 우리는 본질적으로 유기체이며 우리의 동일성 조건이나 개별화의 원리가 자연 법칙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인격과 인간의 의미가 이론적으로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 해도 인격의 개념적 한계는 인간의 법칙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다. 이러한 이유로 자연주의자들은 심리주의자들이 사용하는 사고 실험을 거부한다. 그러한 방법론은 결국 우리 자신들의 본성에 대한 관념론적 이해로 빠지기 때문이다.인격을 유기체의 한 종류로 개체적 자연주의(Individuative Naturalism)의 입장은 자연적 실체의 원초성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적 입장을 인격 이론에 충실히 반영한 이론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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