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조 신' 다람쥐의 과학적 점프, 비밀 알아냈다
조홍섭 입력 2021. 08. 06. 15:16 수정 2021. 08. 06. 16:36
[애니멀피플]
발판 안정성 중요도, 도약 거리의 6배
두세번 만에 최적 점프 알아내는 학습력
반드시 착지한다는 자신감에 창의력까지
먼 거리는 파르쿠르 하듯 지형지물 이용
다람쥐가 곡예 하듯 민첩하고 균형을 잘 잡는다는 건 누구나 알지만 어떻게 그런 능력을 발휘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람쥐는 차세대 로봇의 모델 동물이 될지 모른다. 게티이미지뱅크
올림픽 체조선수라도 운동능력과 균형 감각에서 다람쥐보다는 몇 수 아래다. 다람쥐가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나무 위 환경은 체조선수라면 기울어진 평행봉, 흔들리는 평균대, 멀어지는 착지 판과 같다.
나사니엘 헌트 미국 네브래스카대 오마하캠퍼스 교수 등 미국의 인지 생물학자와 생물 역학자들은 6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서 다람쥐가 나무에서 떨어지지 않고 나뭇가지 사이를 자유롭게 건너뛰는 비밀을 밝혔다.
연구결과 다람쥐는 유연한 허리, 접지력 뛰어난 발바닥과 날카로운 발톱 등 신체적 조건뿐 아니라 뛰어난 결정과 학습 능력 그리고 창의력을 바탕으로 곡예 같은 점프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자들은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에서 야생 여우다람쥐를 땅콩으로 꼬여 준비한 실험장치에서 점프하도록 한 뒤 초고속 카메라로 찍어 동작을 분석했다.
야생 여우다람쥐를 땅콩으로 유인해 점프와 착지 행동을 연구하는 캘리포니아대 연구진. 그레고리 카울리 제공
다람쥐가 한 나뭇가지에서 다른 나뭇가지로 뛰는 동작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줄기에서 먼 가지 끝에서 건너뛰면 점프 거리를 줄일 수 있지만 받침대가 휘청거려 안정성이 떨어지고 도약력도 줄어든다. 반대로 줄기에서 가까운 지점에서 뛰면 발밑은 단단하지만 점프할 거리는 늘어난다.
헌트 교수는 “다람쥐는 점프에 앞서 나뭇가지의 탄력과 뛸 거리 사이의 이런 상충관계를 고려해 어느 지점에서 뛰어오를지 결정해야 한다”고 캘리포니아대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실험 결과 다람쥐는 발판의 안정성을 도약 거리보다 6배나 더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람쥐의 뛰어난 균형감과 운동능력은 신체조건뿐 아니라 판단력, 학습 능력, 창의력에서도 나온다. 주디 진 제공
다람쥐가 이런 판단을 하는 이유는 일단 잘 뛰어오르면 점프와 착지는 어떻게든 해낼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에서 비롯한다. 점프할 나뭇가지의 굵기를 달리한 실험에서 다람쥐는 불과 두세번의 시도로 최적의 점프 속도를 알아냈다.
다람쥐는 시행착오로 적절한 점프 속도를 알아냈다. 처음부터 정확한 답을 알지 못하더라도 과정에서 배우는 능력이다. 헌트 교수는 “다람쥐가 목표 나뭇가지에 정확하게 착지하지 못하더라도 (속도가 지나치면) 나뭇가지에 몸을 감아 앞구르기를 하거나 (속도가 부족하면) 뒤구르기를 하면서 착지에 성공했다”며 “한 번도 다람쥐가 착지에 실패해 나뭇가지에서 떨어진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다람쥐는 나뭇가지와 땅콩 사이의 거리가 한 번의 점프로는 닿지 못할 만큼 멀었을 때 창의력을 발휘했다. 다람쥐는 파르쿠르 선수처럼 옆의 벽을 차면서 거뜬히 목표물에 도달했다. 파르쿠르는 건물이나 다리, 벽 등 지형지물을 이용해 달리는 스포츠이다.
연구자들은 다람쥐의 이런 능력이 새로운 로봇 개발에 영감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헌트 교수는 “생물의 균형과 민첩성이 어디까지인지 이해하는 데 다람쥐만 한 모델은 아마 없을 것”이라며 “다람쥐가 어떻게 이런 일을 해내는지 안다면 숲 위나 다른 복잡한 지형에서 빠르게 이동하는 일반원칙을 찾아내 다른 동물이나 로봇의 움직임에도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용 논문: Science, DOI: 10.1126/science.abe575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15
2
0
0
연재 애니멀피플
해당 언론사로 연결됩니다.